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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44화 (244/497)

244화 오딘

아스가르드, 혼돈의 대륙에서의 전투는 변함없이 성을 축조하면서 조금씩 오딘의 군세가 전진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생각된 조제성은 장수한에게 전적으로 관찰을 맡겨두고 현실 세계쪽 사업에 전념했다. 벌여놓은 일이 워낙 많다보니 조제성은 몸이 여러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빴다.

“어제 대량의 군수물자가 이 성에 도착했다는 말이지.”

“예. 천공함대가 저 성에 대량의 물자를 나르는 것을 확인했다는 보고입니다.”

요르문간드는 한차례 급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성이 제구실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군수물자를 약탈한다면 아스 신족의 전진도 쉽게 진행되지 못할 것이었다.

“좋아. 습격을 개시한다.”

요르문간드의 지시와 함께 몬스터들과 용족의 대군이 요새로 돌격을 개시했다. 로키와 요르문간드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대형 몬스터들은 용족도 거침없이 공격하기 때문에 용족은 대형 몬스터들과는 떨어져서 반대쪽 문을 공격했다.

요르문간드는 용족들의 앞에 서서 그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전진했다.

그리고 대형 몬스터들이 간 쪽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폭음이 들려왔다. 요르문간드는 대형 몬스터들의 성벽 파괴가 성공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흙먼지와 함께 나타난 것은 거대한 철의 거인이었다.

약 육미터에 달하는 신장의 거대한 인간형 병기가 등장한 것이었다. 판타지에서 나올 법한 골렘이 아니라, 관절 부분이 확실하게 나눠진 기계였다. 누가 봐도 로봇이라고 말할 만한 존재가 전장에 등장한 것이었다.

“요르문간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오랜만이다. 나 지크프리드다.”

“지크프리드. 오딘이 새롭게 거인족을 만든건가?”

“글쎄. 기계의 몸이라고 하셨지. 좀 둔하긴 하지만 더할 나위없이 강력한 무적의 육체라는 건 분명하군.”

그렇게 말한 지크프리드는 거대한 몸체에 어울리는 거대한 거검, 새로운 그람을 휘둘렀다. 강철보다 단단한 껍질을 지닌 몬스터들의 몸이 마치 알미늄 깡통처럼 찢겨 나갔다.

요르문간드가 노성을 지르며 돌격했지만, 지크프리드의 거체는 요르문간드의 육체보다 훨씬 컸고 힘도 비교할 수 없이 강했다.

요르문간드는 사지가 찢기며 죽음을 맞이했고, 용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크하하. 이거 정말 유쾌하군.”

지그프리드는 절대 강자의 기분을 맡보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요르문간드가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지만, 딱히 이 거체를 상대할 방법은 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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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등장하다니. 대체 무슨 재주로.”

조제성은 어이가 없었다. 아스가르드에 흘러간 기술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거북 전차와 헬기의 경우 오딘에게 잠깐 노출시킨 적은 있었지만, 그 외에는 딱히 노출시킨 것이 없었다.

특히 전기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보안을 지켰다.

전기도 사용하지 않았고, 증기기관 이외의 동력 기관을 노출시킨 적이 없었다. 그런데 로봇이 등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아니, 있을 수 있나?’

조제성은 가능성을 검토해 보다가, 자신이 오딘을 지나치게 얕잡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돼지고기가 없으면 소고기를 먹듯, 대체 기술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

오딘에게 전기 기술도, 전자 기술도, 컴퓨터도 없지만 마법과 발키리라는 존재가 있었다.

그리고 기술을 전적으로 노출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증기기관을 이용해서 증기 기관차만 만든 것은 아니었다. 크레인이나 포크레인 등 증기기관을 이용한 장치를 사용해서 공사 비용과 기일을 절약한 바 있었다.

오딘은 거기에서 많은 것을 배운게 틀림없었다. 증기 동력을 이용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기계를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단순한 피스톤 왕복운동을 하는 엔진으로 강력한 원운동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그 에너지를 다양한 움직임으로 바꿔내는 기술은 오딘에게 있어서는 신세계나 다름없었다.

증기 기관의 개량에는 한계가 있었고, 내연기관의 개발은 불가능했지만 오딘은 마력으로 움직이는 마력 엔진을 개발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헬리콥터의 개발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거북 전차의 목과 다리, 포크레인 등의 움직임에서 힌트를 얻어 인간형 보행 병기까지 제작에 들어간 것이었다.

기본 골격과 동력은 마력로와 기계 골조를 사용했고, 제어를 위해서 발키리와 생체 조직을 사용했다.

생명 공학의 수준은 일부에 있어서는 지구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뛰어났다. 원하는데로 몬스터를 창조하거나, 인간의 형태를 가진 최고의 육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한 기술이었다.

동력로에서 전달되는 동력을 각 관절에 전달하는 스위치를 내부의 몬스터를 이용해서 조종하게 만든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몬스터의 근육이 기계의 움직임을 보조할 뿐 아니라 내부 골조를 지탱하는 역할까지 행했다.

마치 철근과 콘크리트가 결합되어 상승효과를 내는 것처럼, 근육이 내부 골조와 외부 장갑을 연결해 줌으로써 내부 골조와 장갑의 내구성이 압도적으로 상승했다.

조제성의 연구소에서 만든 로봇 팔이 쉽게 비틀리고 꺾인 것과 달리 근육이 지탱해주는 금속 골조는 몇배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아스가르드의 사람들의 삶이 후진적이고 비참하다고 해서, 기술적 저력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천년의 세월동안 오딘에게 쌓인 지식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다.

마력로, 생체창조, 발키리의 조합과 지구의 기계 문명이 결합되면서 예상치 못한 상승효과를 발생시킨 것이었다.

초창기 헬리콥터의 형태이긴 하지만, 증기기관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비행체를 오딘이 만든 것도 놀랍지만,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인형 병기를 만들어 낸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프레이의 이야기에 따르면, 지그프리드처럼 인간이다가 신급 발키리로 격상된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합니다. 다만 그런 경우에는 보호막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요르문간드와 지그프리드의 대결은 장수한에 의해 녹화되어 보여졌다. 그리고 용족들이 던진 창이 지그프리드의 장갑에 닿기 전에 튕겨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력을 이용해 엔진을 만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군요. 혼돈의 대륙을 제압한다면, 프레이야 제국이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프레이의 말에 따르면 마력로에서 세계수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우리 쪽에서는 저런 물건을 만들 수 없을까요?”

원기의 질문에 화상 채팅을 통해 회의에 참여하던 프레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딘의 마법을 완전히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흉내는 낼 수 있습니다. 현대의 기술로 보완한다면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끌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그게 잘 되었을 경우겠지요. 순수하게 흉내낸다면, 성능의 절반도 못따라 갈겁니다. 다만 지구상에서 보기 힘든 인형 보행 병기를 구현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지요.]

오딘의 궁그닐을 생각하면 전투기나 미사일의 효과는 극히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세계수를 마력로에 우겨넣은 이상, 다양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세계수의 숫자는 오딘이라고 해도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었고, 곤란한 점이라면 그 한정된 숫자가 프레이야가 가질 수 있는 최대 숫자의 수십배가 넘는다는 점이었다.

“혼돈의 대륙의 존망도 중요한 문제가 될 듯 합니다.”

장수한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오딘은 혼돈의 대륙을 장악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몬스터들을 퇴치하기 힘들고 얻을 것이 적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인형병기들이 등장하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얻을 것이 적다지만, 별다른 어려움없이 혼돈의 대륙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르문간드의 육체는 현자회의 사이보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힘을 가진 몬스터였다. 그걸 가볍게 찢어 발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혼돈의 대륙에서 대적할 힘을 가진 존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능하면 블러드 라인의 몹이 되어줬으면 좋겠군요. 공성골렘 지그프리드라든가.”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미리 이벤트 공지 정도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

프레이는 자신있게 말했다. 그가 아는 오딘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새로운 게이트를 시험해보기에 지그프리드 정도라면 딱 좋을 터였다.

[아마 금닭 정도면 지그프리드는 지옥을 보게 될 겁니다.]

금닭에게는 한방에 생명력의 1퍼센트를 깎아먹는 옵션이 있었다. 그리고 블러드 라인의 게임 시스템의 특징은 명중하면 최소 데미지 1은 먹고 들어간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방어력이 높아도 최소 데미지 판정은 들어가게 되어있다. 수많은 닭들에게 쪼이면, 초합금으로 만든 슈퍼로봇이라도 끝장나게 되어 있었다.

Hp 회복 스킬이 없는 이상은 닭들에게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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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회의 뒤에는 흡혈귀와 늑대인간들이 있다는 건가?”

“그들 뿐만은 아니오. 로키와 세 남매를 중심으로 한 거인족을 섬기는 고대 부족의 총집합이라고 해야 할거요. 펜릴을 섬기는 수인족과 헬을 섬기는 흡혈귀들이 가장 강성한 편이요. 다른 부족들은 신화 시대에 대부분 토벌당했으니까.”

대부분의 비인간형 종족들은 신들에게 버림받고 살아남지 못했다. 그들의 힘의 원천인 신성력이 사라졌고, 인간들 사이에 숨어 살기도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인간 변신이 가능한 수인족은 인간들 틈에 숨어서 살기에 적합했다. 그들은 변신 능력을 제외하면 일반인과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피를 통해 생명력을 뽑아서, 신성력과 유사하게 가공할 수 있는 흡혈귀들이 살아남았다.

표면적으로는 흡혈귀들의 입김이 가장 강하지만, 중간 간부에는 결속력이 강한 수인족들이 다수 존재해서, 현자회를 암중에 나누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펜릴이 프레이야 진영에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꼬마 계집아이였던 것 같은데.’

멀린은 현자회를 분열시키는 것이 가져올 이익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흡혈귀들이 지옥의 여신 헬을 위해서 지옥문을 열려고 했다면, 수인족들은 자신들의 신인 펜릴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미 펜릴은 이쪽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멀린이 동영상 사이트를 검색하자, 곧 새비지 빗치스가 노래하는 영상이 떴다.

멀린은 아폴로의 계획을 들으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 놓았다. 아폴로가 현자회를 장악하는 것을 돕겠지만, 장악하고 보면 꽤 부실한 조직이 되어있을 터였다.

‘소꼬리에서 닭대가리를 만들어주지.’

멀린은 프레이야가 약속한 아더왕의 왕국을 기대하며, 아폴로를 부추겼다. 하지만 아폴로가 블러드라인이라는 게임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까지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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