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화 부메랑
지크프리드의 등장은 프레이야 진영은 물론이고 로키를 비롯한 거인족들에게도 큰 쇼크를 안겨 주었다.
특히 그가 들고 있는 무장이, 거대한 검 그람뿐만이 아니라 소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AK-47을 닮은 거대한 소총을 장비하고 있었으며, 탄환에는 작은 구슬들을 담은 샷건 역할을 하는 탄환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반 탄환을 이용한 공성전과 샷건 탄환을 이용한 대인전 모두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근거리에서라면 전차도 파괴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입니다. 게다가 바리어는 전차포를 막아낼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군요.”
지크프리드의 전투를 빠짐없이 확인하면서 밀리터리 관련자들이 낸 결론이었다. 지크프리드가 장착한 총기는 형태는 AK-47과 비슷하지만 그대로 확대한 것은 아니었다.
총구의 구경이 확대되고 강선이 제거된 방식에 연사 능력은 떨어지지만 한발 한발이 강력한 대포라고 봐야했다. 충분히 대전차 무기로 사용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골치아픈 것은 바리어였다.
장갑에서 약 50Cm 떨어진 지점에서 화살이나 파편들을 튕겨내는 모습이 관측되었다.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었다. 강력한 화살이나 투창 등은 그 막을 뚫고 들어가서 장갑을 긁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막이 뚫리는 과정에서 고속 탄환들은 그 힘을 대폭 잃게 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폭약식 반응장갑에 가까운 방호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보호막과 장갑 사이의 간격이 공간장갑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사일이나 메탈제트를 사용하는 탄환의 효과는 극히 떨어질 겁니다. 다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약점? 치명적인 건가요?”
“마력로의 문제입니다. 마력로는 나타난 출력으로 본다면, 어떤 내연기관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작은 크기로 엄청난 출력을 자랑한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한계는 존재합니다.”
장수한의 설명에 조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제성이 프레이를 통해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이 마력로의 특성이었다.
“마력로는 폭발형의 내연기관과는 다릅니다. 마력 자체를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출력과 효율은 극도로 높습니다만 제트엔진이나 로켓엔진 같은 방식으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터처럼 구동되는 것입니다. 전기 모터로 자동차를 움직이거나 헬기는 날릴 수 있지만 제트기나 로켓을 만들 수는 없는 것과 비슷하지요. 그리고 충전의 문제가 있습니다. 아마 그 부분이 문제겠지요.”
“역시 제성 형님이십니다.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지크프리드의 활동 시간은 약 30분 정도였습니다. 무리를 해도 한시간 이내에 한계 가동시간이 올 거라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충전을 위해서는 세계수와 마찬가지입니다. 활동 시간을 하루 내에 복구하려면, 적어도 신자가 수천 단위가 곁에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실제로 지크프리드가 움직이는 것은 약 사흘에 한 번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오딘이 요새를 징검다리처럼 건설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마력로는 높은 출력을 가지고 있지만, 충전이 필요한 물건이었고 충전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필요했다.
다수의 병력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보호막과 강력하고 빠른 움직임은 충분한 위협이라고 봐야했다.
오딘의 생산력이 어느정도나 될 지는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우리에게 프레이가 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프레이 역시 마력로의 개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마법의 종주인 오딘이 만들어낸 마력로만큼의 성능을 뽑아내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하는군요.”
오딘에게 보여준 것이 부메랑이 되듯이 오딘이 보여준 것도 역시 부메랑이 되었다. 오딘과 대립하며 독자적인 길을 걸은 프레이야와 달리 프레이는 오딘의 측근으로 지냈으며, 아스 신족의 마법을 꽤 높은 수준까지 익혔다.
프레이의 존재는 오딘에 대적할 가장 강력한 카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일단 헬기를 제외한 모든 비행체는 아스가르드에서의 사용을 금지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연기관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겠습니다.”
비행기의 외형이나 비행 방식은 인류의 오랜 노하우가 결집된 것이었다.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비행기로 하늘을 날기 전에도 많은 글라이더 연구자들이 목숨을 잃어가면서 다양한 실험을 해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연료 공급의 문제를 제외하면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마력로가 존재하는 만큼, 비행기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 외형만으로도 수십년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게 될 수 있었다.
미국이 스텔스 전투기의 외형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감췄던 것도 그때문이었다. 방향타, 플랩, 러더 등으로 고속에서 자유자재로 날 수 있도록 진화된 비행기의 디자인은 엄청난 기술의 보고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 증기기관으로 비행정에 프로펠라를 설치해서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내연기관의 도입은 프레이야 제국을 빠르게 변화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오딘에 의해서 어떻게 응용될지 알 수 없다는게 걱정이었다.
‘그래도 석유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겠지. 아니 만들어낸다고 해도 효율은 높지 않아.’
오딘은 물질을 변환시키는 창조 마법에 가까운 능력이 있기는 했지만, 신성력의 소모가 컸다. 마력로가 있는 한, 가솔린 엔진이나 디젤 엔진은 그다지 매력이 없을 터였다.
오딘의 발전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은 만큼, 프레이야 제국에게 주어진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았다. 사회를 변화시키고 문명화시켜서 양보다 질로 전투력을 높인다는 것이 조제성의 계획이자, 유일한 해답으로 보였다.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중동의 여러 나라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제대로 교육받은 병사들 덕분이었다.
아무리 좋은 신형 전차를 사다 배치해도, 교육받지 못한 병사들은 제대로 운용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이스라엘은 구식의 무기를 완벽하게 운용해서 멋지게 승리할 수 있었다.
아스가르드에서는 아직도 병사들의 용맹과 육체적 능력, 병력수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현대전의 패러다임으로 강제로 상황을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프레이야 제국의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기회에 펜릴 제국을 접수하는게 좋겠습니다.”
오딘은 게이트 확보에 전념 중이고, 로키는 오딘의 한방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새로운 펜릴이 된 놀원을 이용해서 펜릴 제국을 병합하기에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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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회는 숙원이던 헬 여신의 소환에 실패했고, 그 반동은 생각보다 컸다. 헬 여신의 소환을 위해 다수의 사람들을 납치, 고문 끝에 살해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범죄의 여파는 상당히 컸다. 현자회의 외부 스폰서들은 현자회의 범행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은폐하는데 협조하긴 했지만, 수많은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실종되어 죽임을 당한 사건인만큼,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템플 기사단이 현자회에 대한 전면전, 아니 소탕전을 벌이기 시작하자 그들은 현자회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 결과 템플 기사단을 지지하는 이들의 협력으로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엑스칼리버 건너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전차와 군용 헬기들이 투입되긴 했지만, 전차포 사용은 금지되어 있었다. 시가지에서 전차포를 사용해서 전투를 벌였다가는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공격 헬기의 투입도 마찬가지였다.
블랙 호크처럼 병력 수송용 헬기가 투입되었을 뿐, 헬파이어 미사일과 개틀링을 난사할 공격 헬기는 투입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엑스칼리버 건너들을 상대할 방법은 없었다.
전투가 벌어지고, 엑스칼리버 건너들은 템플 기사단이 아닌, 일반 병사들과 경찰들까지 학살했다.
현자회 내에서도 이 때문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솔한 행동이라고 아폴로를 비롯한 주전파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근본 원인은 게이트를 열고자 한 구세력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부 과격 주의자들은 아예 이 기회에 국가를 전복하자는 의견을 내 놓았다.
현자회가 몰래 숨어서 지낸 이유 중 하나는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이보그 기술을 얻게 되면서 현자회의 힘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엑스칼리버 건너들의 활약은 현자회로서도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의사당과 왕궁을 제압하고, 쿠데타를 선언합시다. 우리에게 협조할 외부 스폰서들도 충분합니다.”
포세이돈의 강력한 주장에 현자회의 영국 정부 전복계획이 현자회에서 가결되었다. 아폴로는 겉으로는 주전파의 대표행세를 했지만, 쿠데타 계획에는 당혹감을 느꼈다. 성공 가능성이 적기 보다는 컸기 때문이었다.
‘인신공양이 기본인 현자회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되지.’
인체실험과 인신공양, 생명 개조 등을 일삼아 온 불법적인 조직으로서 현자회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 아폴로는 현자회의 쿠데타 음모를 무산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이보그 기술과 연료인 인간들이 있는 한, 현자회의 미래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현자회가 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아폴로와 멀린을 통해서 쿠데타 계획이 프레이야 측에 알려졌다.
현자회의 공격 목표는 두 곳이고, 엑스칼리버 건너를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은 지금까지는 원기와 희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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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인간의 몸으로 돌아가는게 힘들어질 것 같아.’
수인화에 가장 많이 적응한 존재는 연하였다. 원기와 희연도 꽤 익숙해진 편이지만, 연하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연하에게는 꼬리만이 아니라, 날개까지 달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양한 날개와 꼬리를 경험해서 가장 쓰기 편하고 효과적인 몬스터를 골랐다. 그것이 블랙 와이번이었다.
그녀의 등에는 블랙 와이번의 검은 날개가, 그리고 엉덩이에는 와이번의 지느러미가 달린 큼직한 꼬리가 자리잡고 있었다.
희연이 전투시에 꼬리를 이용한 체중 이동으로 자세 잡기 등에 활용한다면, 연하의 경우에는 비행에 사용했다.
방향 전환이나 급격한 움직임에 큼직하고 묵직한 와이번의 꼬리와 지느러미는 대단히 쓸모가 있었다.
등에 장착한 압축가스 분사장치는 약 십 분 정도면 연료를 다 쓰게 되지만, 바람을 타는게 자유로운 그녀는 활강만으로도 오랜 시간 체공과 이동이 가능했다.
날개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게 익숙해 지고, 꼬리를 쓰는 것도 익숙해지자 인간형태로 돌아오면 꼬리와 날개가 없어져서 너무나 허전했다. 마치 팔 다리의 일부가 사라진 느낌과도 비슷할 정도였다.
그녀가 비행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동 수단으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압축 가스에 제한이 있다보니 빠르게 이동하는 데에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사용하는 것이 오토바이였다. 희연은 붉은 색의 오토바이를, 연하는 검은색의 오토바이를 사용했다.
그리고 오토바이로 주행할 때에도 연하는 날개를 이용했다.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급격하게 커브를 틀 때에도 날개를 이용할 수 있었다.
밤하늘을 날거나, 밤거리를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그녀의 모습이 종종 목격되어 도시괴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배트맨을 흉내낸 정의의 사도가 밤거리를 누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오토바이와 함께 템즈 강변으로 날아오른 다음, 오토바이를 버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밤하늘을 활강해서 빅벤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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