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247화 (247/497)

247화 솔로와 NPC

“원래 고독한 사람들을 위해서 가상 현실이라는게 있는 법이지.”

장수한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기는 그의 말에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두 ‘존재’ 때문이었다.

장수한은 원기에게 그간 그가 없었던 사이에 연하와 희연이 등장하는 모든 드라마를 보도록 했다.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던 원기였지만, 보고 있으니 빠져들었다.

희연과 연하의 외모도 뛰어나지만, 발키리들이 빙의한 탓에 연기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뛰어난 연기 지도자들의 완벽한 연기와 캐릭터에 대한 분석과 개성을 부여한 덕분에 드라마의 완성도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연하의 경우엔 인기 아이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보다 평론가들에게 더 절찬을 받았을 정도였다.

희연과 연하의 완벽한 연기는 자연스럽게 좋은 작품으로 이어졌다. 예쁜 배우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예술 지향인 감독들도 그 연기력에는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예술성이나 흥행 가운데 어느 한쪽에 치우친 작품에는 출연시키지 않았다. 발키리들에게 예술적 욕심이나 야심이 있을리 없기 때문이었다.

그저 조제성과 매니저가 시키는데로 움직일 뿐이었다.

물론 노출이나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발키리 자체도 주의했고, 조제성도 그쪽 일은 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덕분에 좋은 이미지를 쌓아 나가면서, 인기와 작품성을 고루갖춘 작품들을 더욱 빛내는 탤런트들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희연의 경우에는 액션 영화에도 출연해서 성공적인 열연을 펼쳤다. 위험한 장면은 철저하게 스턴트우먼을 썼다지만, 희연의 육체와 발키리의 조합에 위험한 연기라는건 그리 흔치 않았다.

대부분 대역을 사용할 만한 중요한 장면을 직접 촬영할 수 있어서, 박진감이 넘치는 영상을 만들어주는 뛰어난 배우로 찬사를 받았다.

원기는 그 영상물들을 보면서, 영상속 등장인물들에게 매료되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원기는 여자들이 보기엔 환상적인 왕자님이었지만, 원기 자신이 보기엔 한대 때려주고 싶은 재수없는 놈이었다.

‘도저히 저건 나라고 생각할 수 없군.’

원기는 혀를 차며 그렇게 생각했다. 짬타이거가 자신의 실제 육체보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듯이, 원기의 실제 육체와 발키리의 조합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왠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희연과 연하도 마찬가지였다.

발키리가 들어간 희연과 연하는 실제 희연과 연하와는 전혀 다른 존재였다. 그리고 문제는 그 다른 존재들에게도 매력이라는게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멋진 드라마와 영화들을 보고나니, 실제의 희연과 연하와는 별개로 배우로서의 ‘두 존재’가 특별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영상 속에 존재하는 왠지 비현실 적인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 두 존재가 원기 앞에 있었다.

그것도 발키리가 아닌, 드라마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존재로 존재하고 있었다.

“원기씨. 날도 좋은데 어디 드라이브라도 가는게 어때요?”

“그래. 원기오빠. 함께 좀 바람도 쐬고 오자. 호숫가에 다녀오는 건 어때?”

원기는 상냥하고 현숙한 희연과 발랄하고 귀여운 연하의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실제의 희연은 쿨하지만 살갑지 않고, 연하는 보통 때는 저돌적이지만 인간 관계에 있어서는 소극적이었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매력적이고 귀여운 여주인공들의 성격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었다.

“NPC야 말로 솔로부대를 구원해주는 궁극의 존재들이지.”

그렇게 말하는 장수한은 엘프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 엘프들은 생존을 위해서 일부일처제를 포기한 종족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프레이야의 측근인 계약자들은 천상의 존재라고 할 수 있지만, 인간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했다. 반면 장수한의 경우는 이능 덕분에 엘프들에게 저항감이 아니라 호감을 기본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가 원하기만 하면 엘프족의 종마가 되어 호사를 누릴 수 있었겠지만, 그 역시 사고로 인해 세상과 단절되면서 외로움을 뼈저리게 느껴보았다.

그래서 그는 엘레니아가 질투해 주기를 원했다. 자신에 대해 독점욕을 보여주기를 원했다.

상대를 독점하고, 동시에 상대에게 독점당하는 관계를 원했다.

“NPC로군요. 사실 NPC 상대하는 건 질렸었는데 말이지요.”

원기는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미연시 게임의 한 이벤트를 즐기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 나름 재미있을 듯 싶었다.

희연과 연하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두 사람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겨보고 싶었다. 이들이야말로 진짜 유명인들이기도 했다.

“어때? 이녀석도 데리고 가서 샌드백 삼아 노는건?”

장수한은 원기의 본체도 데리고 왔다. 원기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미처 깨닫지 못한 질투심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사양할게요. 지금 육체로 감정을 담아서 쳤다간, 말 그대로 자살하는 꼴이 될지도 몰라요.”

원기는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연하는 귀여운 디자인의 안경을 끼고 있었다. 드라마 촬영이나 사진 촬영 때를 제외하고 늘 끼는 안경이었다. 개성적인 소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용도는 따로 있었다.

실제로는 카메라와 마이크였다.

연하는 연예인 생활을 내심 즐기고 있었다. 물론 자신이 연예인 생활을 할 마음은 없었다. 연기력도 가창력도 발키리를 따를 수는 없었다. 게다가 연예인 생활이라는게 사람들 앞에 빛을 발하는 것은 잠깐이고, 그를 위한 준비는 꽤 힘든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연하는 발키리에게 사생활에선 늘 카메라 안경을 장착하도록 요청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실제 연예인 생활을 감상하며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원기가 두 NPC와 드라이브를 즐기려는 순간, 연하는 인터넷을 통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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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로서 엑스칼리버 건너들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은 일반 관광객이나 시민으로 위장해서 주요 건물에 침입해서 테러를 벌일 수 있었다.

물론 인공심장과 금속 뼈대는 검문을 통과하는데에는 지장이 있었다. 하지만 보통 검문은 건물 내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엑스칼리버 건너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중화기 없이는 제압이 불가능했다. 그들은 희연처럼 종이로 철근을 잘라낼 수는 없지만, 적당한 몽둥이 하나만 들면, 모조리 박살낼 수 있었다.

버킹검 궁전에 대한 테러는 2단계로 이루어졌다.

늘 관광객들이 몰리는 궁전 앞에서 중화기를 들고 벌이는 테러와 내부로 돌입한 두명의 엑스칼리버들이 벌이는 암살이었다.

폭음이 들리는 순간, 검문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두 사내가 우산을 휘두르며 경비병들을 공격하고 내부로 침입하기 시작했다. 빛을 발하는 우산은 닿는 모든 것들을 박살내는 파괴력을 보였다. 비가 잦아 우산을 소지한 이들이 많은 런던에선 좋은 위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내부로 가려는 순간, 그들 앞에 희연이 나타났다.

그녀는 그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코트의 허리띠를 풀어 손에 들었다. 천으로 만들어진 허리띠가 마치 검처럼 얇고 곧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는 여우의 귀와 꼬리가 달려있었다.

뿐만 아니라 귀, 꼬리, 머리칼 모두가 불에 타오르는 듯 붉게 빛나고 있었다.

“파이어 폭스?”

그들은 그녀가 자신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임을 깨달았다. 엑스칼리버의 유일한 대적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가 든 무기를 보았다. 평범한 천이 틀림없었다.

엑스칼리버의 방어 능력은 상식을 초월했다. 천으로 만든 검으로는 그들의 몸을 자를 수 없을 터였다. 그들은 눈짓으로 신호한 다음 희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희연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두 사람을 보면서 내심 안도했다. 천으로 만든 허리띠는 확실히 엑스칼리버를 잘라내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엑스칼리버도 무한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무기사랑보다는 더 빠른 시간내에 약화되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달려드는 것을 피하면서 옆구리에 일격을 먹이는 순간, 하나는 재빨리 궁전 내부로 향하는 통로로 뛰어들었다.

희연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희연의 허리띠에 맞은 상대가 허리가 두동강이 나서 바닥에 쓰러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

허리가 잘린 상대도 자신이 어떻게 된 것인지 미처 이해를 하지 못했다. 도망치던 사내도, 그의 허리를 일검에 양단한 희연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전 경험이 많은 희연은 다음 순간, 쪼렙학살을 시전했다. 엑스칼리버의 가호가 있어도, 이정도라면 별 문제가 없다고 여겼고 그녀의 예측대로 상대는 꼼짝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목도 가볍게 잘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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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거지? 저들이 가진 능력이 엑스칼리버가 아니었나?”

멀린이 묻자, 아폴로도 기가 막힌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멀린은 아폴로가 감탄은 하고 있지만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는 것은 알수 있었다.

“엑스칼리버의 강도에는 개인차가 있더군요. 아무리 D급이라지만 허리띠에도 잘릴 정도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아이들을 이용해서 강제로 각성시키는 이능이지만, 모든 아이들이 같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을리는 없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최면에 가까운 세뇌를 시킨후 각성시킬 경우, 각성할 확률은 지극히 높지만 질은 떨어지기 쉬웠다.

아더왕의 엑스칼리버가 A급이라면, B급 이상은 자연 각성이 가능하고 최면 암시를 이용하면 E급 이하의 엑스칼리버도 각성시킬 수 있다고 봐야했다.

그리고 마츠모토가 사용한 엑스칼리버는 B급이었다. 공방에 있어서 희연과 동급을 S급 엑스칼리버로 분류했다.

현재 A급과 A+급 엑스칼리버도 하나씩 확보한 상태이고, 조만간 S급도 확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마츠모토의 엑스칼리버도 현재 A급으로 교체한 상태였다.

“그렇군. 쿠데타파에 공급한게 D급이었던가?”

“대부분 E급이지요. 그나마 쓸만한 걸 저녀석들에게 심었는데.”

아폴로가 쓴 웃음을 지었다. 불여우의 학살 능력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현자회에서도 인식하고 있었다. 12신급 사이보그를 제외하고는 눈빛 만으로 경직되어 전의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C급도 학살을 면치 못할 것 같군.’

아폴로는 혀를 차면서도 내심 미소를 지었다. 그가 현자회에서 얻고자 하는 것들은 꽤 많이 얻었다. 엑스칼리버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은 물론이고 피를 이용해 신성력을 얻어내는 아티팩트인 성배도 확보한 상태였다.

템플 기사단에게 있어서 성배의 중요도는 아발론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리스도의 잔도 아니고, 악신의 유물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보다는 템플 기사단의 주요 인물들의 영혼이 잠든 아발론이 더 중요했다. 그것을 확보하면 템플 기사단도 숨을 고르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TV에서 테러 장면들이 생중계 되기 시작했다.

경찰 특수부대와 군부대와 엑스칼리버 건너가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등장했다. E급이라고 해도, 두꺼운 갑옷을 입고 강력한 화기를 들린 만큼 왠만한 무기로는 흠집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화면에 나타난 것이 바로 나이트 엔젤들이었다.

나이트 엔젤의 대장으로 레이니가 등장했다. 게임 캐릭터의 성형 기능을 이용해서 살짝 인상을 바꾼 정도지만, 과거에 죽임을 당한 나이트 엔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혈연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의 등장이었다.

“호오, 이건 생각보다 멋지군.”

화면 밑에 흐르는 자막에서 성공회 성직자 중 한사람이 나이트 엔젤에 관련자로서 당국에 협조하기 위해 자수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정말 발빠른 대처가 아닐 수 없었다.

템플 기사단은 나이트 엔젤의 배후 단체로서 자신들의 일부를 노출시키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자수한 인물은 여러 조사나 감시에 시달리게 되겠지만, 신앙심과 충성심으로 순교를 각오할 생각이라면 템플 기사단에 대한 피해는 적을 것이다.

아니, 아마도 영웅화되어 언론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현자회는 의회를 장악하지 못하면, 완벽하게 악의 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의사당 쪽에 불여우를 투입하지 않은 건 의외로군. 그쪽이 더 중요할텐데.”

아폴로는 B급 하나와 D급 둘, 그리고 E급 아홉을 제공한 상태였다. 그리고 버킹검 궁전앞에서 날뛰고 있는 것은 E급 둘이었다.

그들만으로도 나이트 엔젤들이 절절매고 있었다. 아무리 게임 캐릭터에 엘프들이라지만 공격이 전혀 안먹히고 중화기를 난사하는 상대로는 딱히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곧 불여우가 전장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곧 제압, 아니 학살당하겠지만 의사당 쪽까지 대처하기엔 무리일 것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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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포도 막아내는 무적의 방패인가.’

아더왕 전설의 엑스칼리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윌리엄은 자신의 몸에 두른 장갑이 더없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무식하고 투박한 장갑이지만, 최고랭크라고 알려준 자신의 엑스칼리버와 결합되면 전차포까지 버텨낼 수 있었다. 엑스칼리버용 특수 총기 ‘칼리번’을 사용하면 전차도 문제 없었다.

그는 무식해보이는 두꺼운 갑옷으로 무장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개틀링건과 유탄 발사기를 난사하며 의사당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리고 그는 경찰용 장갑차를 칼리번으로 날리고, 순찰차들을 향해 개틀링을 시원하게 긁어주면서 절대 강자의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한발의 화살이 그의 엑스칼리버에 적중하는 순간까지는.

그는 화살이 엑스칼리버에 부딛치는 순간 꺾여서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떨어진 화살에 화살촉은 남아있지 않았다.

‘화살촉이 애초에 없었던 건가? 어차피 내겐 어떤 무기도 통하지 않겠지만.’

뭔가 번쩍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의 장갑엔 아무 흔적도 없었다.

‘왠지 기운이 빠지고 어지럽군. 빈혈같..은…’

그는 생각을 다 하지 못하고 어이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최후였다. 차원시, 디멘젼 애로우라고 이름붙인 화살의 효과였다.

화살이 명중하는 순간, 화살촉이 정해진 거리 약1미터에서 1cm까지 이동해서 폭발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대 엑스칼리버용으로 만들어진 연아를 위한 무기이기도 했다.

“남은 화살은 두발이고, 남은 적은 일곱 명이네.”

양궁용 활을 본떠서 세계수를 이용해 만들어진 궁을 든 채, 연하는 한 숨을 쉬었다. 받은 차원시는 고작 세발 뿐이었다. 그나마도 테스트 한번 못해봤다. 1회용 아티팩트라고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간 신성력은 적지 않았다. 적어도 죽은 사람을 열 명 이상은 살리고 남을 신성력이 포함되어 있었다.

연하는 한발을 다시 날려서 영문을 모른채 당황하고 있던 엑스칼리버 건너를 날려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 화살은 고의로 빗맞췄다.

차원시와 똑같이 생겼지만, 평범하게 시한 폭탄이 달린 화살이었다.

자신의 발 아래 떨어진 화살이 폭발하자, 엑스칼리버 건너는 그 화살이 자신의 동료들을 일격에 죽인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빅벤 시계탑에서 화살을 날린 궁수를 발견하고 동료들에게 외쳤다.

다시 화살이 날아왔고, 그들은 허겁지겁 피했다. 또 불발이 났다.

“회피 기동하며 저 저격수를 잡아라!”

그들은 경찰도 시민들도 무시한 채 연하에게만 집중하면서 사각으로 피하기 위해 뛰었다. 연하는 그 와중에 자신을 보지 않고 이리저리 뛰는 하나를 노려서 차원시를 날렸다.

감으로 맞을 거라고 예측한 장소로 날렸고, 연하의 예상대로 상대는 갑자기 방향전환을 해서 연하가 날린 화살 앞으로 자진해서 뛰어 들었다.

그리고 심장에서 작은 폭발을 일으킴과 동시에 그도 거꾸러졌다.

차원시는 한발도 남지 않았고, 적들이 자신을 겨냥하고 쏴대기 시작하자 그녀는 허리의 고리를 풀고 타워에서 낙하하다가 날개를 펴고 날아서 마가렛 성당 종탑 뒤로 모습을 감췄다.

유서깊은 빅벤과 마가렛 성당 종탑이 개틀링건과 칼리번의 탄환에 상처입었다. 그리고연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포물선으로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그 화살은 엑스칼리버 건너의 바로 옆에 떨어졌다.

그는 자신이 회피하지 않았다면 맞았을 거라고 생각해서 안도와 공포를 동시에 느꼈지만, 연하가 고의로 그렇게 쏘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맞으면 죽는 화살이라고 적이 생각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적에게 맞출 수는 없었다.

연하는 그렇게 상대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막으면서 시간을 벌었고, 잠시 후 템즈 강변을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곡예주행을 하며 달려온 불여우는 엑스칼리버들을 학살함으로서 상황을 종료시켰다.

그리고 테러나이트들의 일부가 나이트 엔젤로 둔갑해서 템플 기사단의 일부와 함께 언론에 노출되게 되었다.

동시에 현자회가 저지른 악행에 대한 증거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현자회가 노린 의사당 습격의 의도는 왠만한 정치가들은 다 읽을 수 있는 뻔한 것이었다.

매파 의원들은 자신들의 부재시에 의원직을 노릴 수 있는 위치의 인물들을 대거 잘라버렸다. 그리고 돈과 권력으로 묻어두었던 현자회의 악행들이 세상에 드러나도록 유도했다.

꼬리를 자르고, 철저하게 보복하는 것은 매파 의원들의 본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현자회는 영국에서 완전한 발판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본과 영국, 흡혈귀 계통이 가장 힘을 쓰는 거점들이 피해를 입음으로써 현자회에서 헬 여신 강림파가 힘을 잃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폴로를 중심으로 미국에 자리잡은 신세력과 북유럽에 거점을 둔 수인족 파로 현자회의 파워 밸런스도 이동하기 시작했다.

“불여우라, 아무리 봐도 블러드 라인에서 보던 캐릭터로군. 단순한 코스프레는 아닌 듯 하고. 프레이야 여신은 혹시 게임 캐릭터를 현세에 소환할 수 있는 건가?”

아폴로는 헬 여신이 블러드 라인 게임에 들어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었다. 만약 헬 여신이 게임 속에 들어갈 수 있다면, 꺼낼 수도 있을지 몰랐다.

“게임을 통째로 날려버린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아폴로는 성배와 엑스칼리버로 충분히 세상을 노려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무리하게 힘을 키우기보다는, 상대의 힘을 없애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었다.

그는 블러드라인이라는 게임을 파괴할 수단을 찾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멀린에게 북유럽쪽 일을 맡겼다. 수인족들과 물밑 다툼을 벌이는 일에 멀린이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블러드 라인 게임이 멈추면, 적어도 헬이 뱀파이어들과 손을 잡는 일은 없을 터였다.

‘서버를 파괴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겠지.’

그는 마츠모토 부녀를 투입하기로 마음먹고, 블러드 라인의 서버가 있는 곳들을 조사시켰다. 일거에 게임을 끝장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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