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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48화 (248/497)

248화 블러드 라인의 최후

원기는 연하와 희연의 육체에 빙의한 발키리들을 보면서 당혹감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완벽하고 정상적인 여성의 반응과는 좀 거리가 멀었다. 그녀들의 말이나 행동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등에 등장할 법한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여성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것은 프레이야라고 인식하는 원기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만 돌아가자고 원기가 말했을 때, 둘은 보고 싶은 곳이 있다며 관광 명소에 들리자고 청했다. 이건 발키리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조금은 비현실적이지만, 전혀 인공지능으로는 보이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정말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성과 데이트를 하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살갑게 굴며 응석을 부리는 희연의 모습은 심한 위화감이 왔지만, 연하의 경우에는 대단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연하의 흉내를 내는 발키리가 애교를 부리면서 묻는 질문에 원기는 솔직하게 답했다. 네비게이션이나 게임 화면에 대고 말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실제 연하와 희연이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영상으로 녹화까지 해놓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허어, 이거 참 불경스러운 일인데 말이지.”

연하가 희연과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실수로 조제성과 장수한에게도 공유가 되어 버렸다. 원기에게도 공유가 열렸지만, 드라이브를 갈 때 원기가 짬타이거가 아닌 본신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원기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희연은 현재 유부녀인만큼, 짬타이거의 모습으로 희연과 연하가 함께 움직였다가는 새로운 스캔들이 될 수도 있었다. 얼굴은 비슷하다지만 세기말 구세주 전설에나 나올법한 우락부락한 거한을 동일 인물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찬균 녀석이 만들어낸 저 연애 지능은 멋지지 않습니까?”

장수한의 말에 조제성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하가 직접 질문 내용을 지시하고는 있지만 따로 태도나 반응 등에 대해서 지시를 내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사람인 것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너무 여성스러워서 비현실적일 뿐이었다.

조제성은 발키리를 이용한 저 가상 인격의 활용도를 떠올렸다. 찬균이 혼자서 취미 활동에 빠져서 만들어낸 것 치고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흔히 알려진 오해중 하나는 오덕들이 연애에 굶주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여성들에게 인기도 없지만, 여성들에게 관심도 없는게 오덕들이다. 그들은 사실 연애에 소모할 에너지도 시간도 돈도 아까운 사람들이었다.

찬균의 이상형은 미연시에 등장한 가정부 로봇이었다. 주인이 쓰다듬어 주는 것만으로 감동하는 불쌍하고 사랑스러운 가정부 로봇을 보고는 한눈에 반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엘프들에게도 프레이야가 만들어낸 미인에게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발키리가 철저한 인공지능에 가까운 인격이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발키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대화를 통해서, 발키리에게 ‘인간적 반응’을 가르쳤다.

“너희는 여신님의 명령을 거스를 수 있나?”

“불가능합니다.”

“여신님이 ‘내 명령을 듣지 말라’라고 하시면 어떻게 되지?”

“새로운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그 지시를 따릅니다.”

“그건 명령을 듣는게 아니지 않아?”

“실행 불가능한 명령은 가능한 만큼 수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신님이 당신 자신을 공격하라고 하시면?”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격하게 됩니다. 그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사람은 말이지 꼭 자기 말을 듣는 걸 기뻐하지는 않아. 때로는 거스르는 것도 필요해.”

“여신님의 명령은 절대적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본심과 관계없는 말도 명령으로 받아들이면 안되지. 사람들이 죽고싶다고 말할 때는 정말 죽고싶은 마음이 아닐 때가 더 많거든. 원기, 아니 프레이야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선 인간적 반응이 필요할 때가 있어. 사람들은 남이 자신을 필요로 해줄 때 기뻐하는 경우도 많거든. 따라서 도와주는 것만이 아니라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한 거야.”

“그렇군요.”

찬균은 그런 식으로 발키리와 끊임없이 대화를 함으로써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가정부 로봇과 비슷하게 발키리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대화를 통해 프로그래밍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명 ‘미연시 지능’의 탄생이었다.

장수한은 이 ‘미연시 지능’을 복제하고 개선해서 대역을 하는 발키리들에게 이식시킨 것이었다.

“페르소나라는 이름을 붙이면 좋겠군.”

장수한의 미연시지능이라는 표현을 들은 조제성은 페르소나라는 명칭을 붙였다. 페르소나라는 말은 영어에서는 퍼슨(person)혹은 퍼스널리티(personality)로 표현되며, 인격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특히 만들어낸 가상의 인격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찬균이 만들어낸 가정부 로봇소녀 페르소나를 바탕으로 스포츠 소녀 페르소나와 청순가련 소녀 페르소나, 그리고 훈남 페르소나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오리지널 페르소나라고 불리우는 가정부 로봇소녀 페르소나는 찬균의 끊임없는 노력에 더 발전하고 있었다.

가정부 로봇 소녀가 메인 베이스가 된 덕분에, 훈남 페르소나까지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을 좋아하며 불쌍한 표정으로 지긋이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주특기가 되어 있었다.

남자들에게는 부담스러움을, 여성들에게는 파격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더불어 ‘원기 게이설’이 연예계에서는 심심치않게 돌고 있었고, 위장 결혼설이 뜨면서 희연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었다.

가장 큰 장점이라면 과거에는 발키리들의 단독 행동이 불가능해졌지만, 현재는 관리해 줄 사람 없이도 자연스럽게 활동할 수 있을 정도였다.

페르소나 덕분에 발키리들은 현대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것이 가능했으며, 현대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쉬워졌다.

희연과 연하의 경우, 매니져를 발키리에 대해 모르는 일반인으로 붙여 놓을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기계의 인공지능으로 넣었을 경우, 단답형의 대화가 아닌 풍부한 언어 교환이 가능해졌으며 판단의 폭이 상당히 넓어졌다.

조제성은 찬균의 성과에 감탄해서, 안드로이드를 제작하는 부서를 만들고 가정부 로봇 소녀 ‘듀얼’과 ‘쿼드’의 개발에 착수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안드로이드 제작은 발키리를 이용한 기동 병기 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현자회의 혼란을 틈타, 현자회의 사이보그 관련 엔지니어들을 확보한 만큼 그들의 기술을 이용할 필요성이 있었다.

특히 오딘의 거대 2족 보행 병기 지크프리드의 존재를 생각할 때, 인간형 기계의 제작은 고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신성력과 기계 공학의 결합의 시너지가 어디까지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다.

전자 공학 대신에 마법과 공학을 결합시킨다는 발상은 판타지 소설만 뒤져봐도 심심치않게 나오기 때문이었다.

찬균은 실제로 듀얼과 쿼드의 몸체가 제작된다는 사실에, 특히 성능이 떨어지는 불쌍한 소녀인 듀얼이 그 디자인 그대로 제작된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열심히 발키리를 자신의 이상형인 ‘인공지능’으로 키우기 위해서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오덕버젼 마이 페어 레이디로군.”

장수한은 흐뭇함과 씁쓸함을 섞어서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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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입니다. 미국의 블러드 라인 서버가 공격받았습니다. 엑스칼리버 사용자들이 포함된 테러 집단의 공격이라고 보입니다.”

“북미 서버가? 피해 규모는?”

“전 세계 블러드 라인이 모두 스톱되었습니다!”

블러드 라인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비서는 서버 회사의 피해보다 블러드 라인의 피해를 우선 언급했다.

“전 세계가? 그럴 수가?”

조제성은 당황해서 자신의 몸을 살펴 보았다. 그는 메신저 기능을 위해서 블러드 라인 캐릭터를 자주 이용했다. 그리고 메신저 기능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북미 서버가 공격 받은 것으로 이렇게 될 수 있는건가?”

“서버를 파괴하기 전에 블러드 라인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직접 업데이트 한 듯 싶습니다. 서버 관리자의 아이디로 직접 주입된 것이라 치명적인 것 같습니다.”

“유저들에 대한 피해는?”

“현재 블러드 라인 서버가 예고 없이 스톱한 사실에 대해서 불만들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강제 로그 아웃 외에 특별한 피해는 없습니다.”

“서버 복구는 어떻게 되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블러드 라인 프로그램을 노린 악의적인 프로그램이라, 복구에는 꽤 시간이 걸립니다.”

조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곧 각지에서 보고가 올라왔다. 대부분 엘프와 다크 엘프들에게서 올라온 것이었다. 캐릭터의 능력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일부는 사망 판정이 떨어졌고 부활하지 못하고 유령 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죽어서 영혼이 저세상으로 날아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유령 상태의 캐릭터들은 이동은 자유롭지만 메신저가 죽어서 대화를 나눌 수도 없었다. 조제성은 잘못하면 자신도 유령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그 아웃을 위해 블러드 라인쪽 게이트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블러드 라인으로 들어가면 로그 아웃이 안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엘프 하나를 블러드 라인으로 들여 보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유령 판정이었던 엘프 하나가 부활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하지만 블로드 라인으로 들어간 엘프는 로그아웃을 하지도 못했고, 게이트로 되돌아 오지도 못했다.

로그아웃을 하건, 현실로 돌아오든 아스가르드로 나오든 해서 자신에게 상황을 보고하도록 명령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난처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게임 내부의 상태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유저들이 일제히 접속이 끊긴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었고 대처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것 같군.’

조제성은 초조한 가운데 입술을 깨물었다. 조제성의 빠른 두뇌는 이미 최선의 대처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방법이 있을거야. 다른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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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전쟁은 테러가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면에서 최강의 무기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겁니다.”

아폴로는 과감하게 영국 극우파 세력과 손을 잡으려고 들었다. 현자회의 입김이 닿은 인물들이 대거 숙청되었기 때문에 조제성을 비롯해서 템플 기사단측도 방심하고 있었다.

현실 정치 세력과의 교섭은 최대한 은밀이 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틈을 만들었다.

아폴로는 현자회의 일원이지만, 애초에 반란자였고 그는 현자회의 작전이 실패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먼저 극우파 정치가들에게 안전을 위한 정보를 흘려 두었다.

템플 기사단과 원기의 활약 이전에 극우파 정치가들은 아폴로의 정보를 이용해서 몸을 피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폴로의 정보로 자신들만 살아남은 후에 임시 정부를 이용해서 정권을 장악할 계산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회와 왕실을 구한 템플 기사단에 대해서 아무런 고마움을 느끼지 않았다. 도리어 그들의 야망을 방해한 장애물로 여기고 있었다.

영국 역시 아직 아프리카 지역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에게서 소년병을 지원받고, 영국측에서 독재자들에게 무기를 지원한다.

그리고 소년병들을 이용해서 엑스칼리버를 양산해서 영국 극우파와 아프리카의 독재자들, 그리고 아폴로가 나눠갖게 되는 것이었다.

극우와 극좌는 미움과 공포를 바탕으로 세상을 조종하려는 이들이기에, 테러라는 방식을 선호했다. 사람들에게 공포와 미움을 조장하고 폭주하는 군중을 이용해서 이익을 챙기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독재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적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굳히는 자들이었기 때문에, 평화가 넘치는 세상보다는 적의가 넘치는 세상이 더 유리했다.

“그 템플 기사단이라는 자들의 테러 나이트인가 하고 나이트 엔젤이라고 하는 것들은 어쩔 셈이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당분간 나타나지 못할 겁니다.”

아폴로는 승부사적인 감각으로 도박을 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인간을 조금 넘어서는 힘을 가진 캐릭터들로는 중무장인 테러 나이트의 갑옷을 입고 움직일 수 없었다.

각지에서 벌어지는 현자회의 역습에 템플 기사단은 속수무책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활약을 보인 것은 희연과 연하 뿐이었고 그나마도 약해진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기습적으로 은밀하게 공격한 것 뿐이었다.

오랜 시간 이어진 세계적 경제난은 유럽 선진국들에게도 극우파가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히틀러 같은 선동가가 충분히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젊은 야심가인 아폴로는 자신이 ‘성공한 히틀러’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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