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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49화 (249/497)

249화 잊혀진 신들의 세계

“제가 들어갈께요. 당신이 바깥쪽에서 할 일이 많아요.”

유혜서의 단호한 제안에 조제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서버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방향에서 공격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블러드 라인 게임 자체가 완전히 서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우선 게임 캐릭터들이 모두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능력적으로 약화되기는 했지만, 유령 상태가 되었건 인체 상태가 되었건 존재한다는 것은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문제는 유저 로그인 부분과 메신저 서버였다. 복구는 상당히 지체될 가능성이 컸다. 서버가 자기 멋대로 변질되어버린 탓에 빵꾸를 때우듯이 프로그램을 고쳐나간 탓이었다.

서버 관리자의 아이디를 이용해서 소프트웨어적으로 공격한 탓에 피해는 상당히 컸고, 복구는 쉽지 않았다.

‘문제는 게임 서버가 힘을 잃고 있는 듯 하다는 건데.’

원기의 경우에도 운명 게임에 접속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프레이야가 미치는 영향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것은 운명 게임과 합체된 프레이야의 모체가 무사하다는 증거였다.

게임 서버 역시 무사할 가능성이 컸다.

문제는 게임 캐릭터에서 본래 육체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육체가 로그인 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로그인을 할 수 없으니, 게임 캐릭터로 갈수도, 게임 캐릭터에서 본체로 돌아올 수도 없다. 메신저 서버가 망가져서 인터넷 검색도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도 없게 된 것이었다.

발키리들은 아무 변화가 없었지만, 게임 캐릭터들의 약화와 실체화 될 수 있는 최대 수가 줄고 있다는 것 역시 문제였다.

사람들이 접속하고 있을 때, 그 정신력을 빌려서 게임 캐릭터를 실체화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였다.

‘열명 정도 까지는 괜찮을 듯 싶지만.’

동접자를 다시 늘려야 하지만, 이번 사태로 동접자도 줄어들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북미 서버에 테러를 당해서 접속이 안된다는 뉴스 덕택에 악플은 줄었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없을 수는 없었다.

조제성은 할 수 없이 유혜서가 블러드 라인에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다음, 유혜서는 들러드 라인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임 캐릭터가 아닌 이들은 더 이상은 게임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할 수 없군. 조심해요.”

“걱정하지 말라고는 못하겠군요. 들어갈께요.”

혜서는 게임을 향해 열려있는 게이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게이트에서 튕겨져 나왔다.

“이런! 큰일 났군.”

조제성은 그녀를 부축하면서 안도하면서도 한가지 위험성을 떠올렸다. 게임 캐릭터가 아니면 게임쪽 세계로 갈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혼돈의 대륙 몬스터들 역시 마찬가지일게 분명했다.

조제성은 황급히 현실로 가는 게이트로 움직였다.

유혜서는 잠깐 망설이다가 조제성의 뒤를 따랐다. 여신이 현실 세계로 가서는 안된다는 말을 한 것 때문이었다.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거짓말이 특기라는 사실도 알고, 원기가 자신이 한 말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프레이야에 대해 경건한 마음을 가진 유혜서는 마음 속 한구석에 거리낌이 조금 남아 있었다.

아마 원기가 프레이야의 모습으로 말했다고 해도,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수 있었다.

프레이야에 대한 신심과 경애로 가득찬 이들은 프레이야가 거짓을 말했다면 그것이 진실이 되도록 만들고자 하는 열의가 가득했다.

설사 농담이나 장난이라고 할지라도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프레이야는 그런 존재였다. 원기가 부담스럽게 여기는 부분도 바로 그런 부분이었다.

조제성과 유혜서가 서울의 게이트로 나오자, 아니나다를까 북미에 있는 지하 게이트에서 몬스터들의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게이트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자칫 잘못하면 폭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풀어 놔라.”

조제성의 지시에 게이트간의 간격이 열렸다. 그리고 거대한 지하 쉘터 안의 공간에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지하 쉘터 안에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막대한 액체 산소와 액체 연료가 끊임없이 쏟아지면서 내부를 불꽃으로 가득 채웠다.

지하 쉘터의 구조는 애초에 이런 상황을 상정해서 원자로의 설계와 기술을 빌려서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혼돈의 대륙 내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다행히 영적인 존재가 없기 때문에 수천도에 달하는 고온을 버텨내지 못하고 녹아 내렸다.

결계에 감지된 에인페리아 등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오딘이 점령한다면, 다수의 에인페리아들이 발키리들과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발키리를 비롯한 영적 존재들의 강제 게임캐릭터화는 예상치 못한 강력한 무기인 만큼 빨리 복구시킬 필요가 있었다.

“우선 내가 게임 속으로 들어가 보겠네. 자네가 형수님을 보좌해 주기 바라네. 사업적으로는 승희양도 도와줄걸세.”

장수한은 조제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걱정스러운 눈빛이 역력했다. 물론 조제성의 안부를 걱정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조제성의 역할을 해내는 중임이 맡겨졌기 때문이었다.

혜서와 승희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에게 거의 모든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그는 적당히 놀며 먹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조제성이 하루 빨리 아니 한시라도 빨리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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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생각보다 멀쩡한 걸. 좀 을씨년스럽기는 하군.”

블러드 라인 내부는 조용하고 한산했다. NPC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그저 병풍처럼 존재할 뿐이었다.

초기에는 그들이 외치면서 호객하는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사람이 늘어나면서 시끄럽다는 이유로 벙어리가 된 상태라, 마을은 고요했다.

조제성은 재빨리 프레이의 보금자리로 변한 길드 사무소에 들어갔다.

“프레이는 어디 갔지? 펜릴도 안보이는군.”

조제성이 엘프에게 묻자, 길드 사무소에서 아이템을 두들기던 엘프는 고개를 들어 조제성을 보았다. 그리고 놀라서 황급히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 전설급 희귀 소재 구한다고 사냥하러 갔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프레이와 펜릴은 사람들이 없어지자, 이거야말로 기회다하면서 희귀 소재가 드랍 잘되기로 유명한 사냥터에 다크엘프들을 데리고 가서 싹 쓸고 있는 중이었다.

조제성은 할 말을 잊었다.

“로그 아웃이 안되는 이상, 안에서 할 수 있는게 ‘더 이상’ 없다고 하시면서 놀러 나갔습니다.”

“’더 이상’ 없다고?”

“예. 혹시 조제성님이나 유혜서님이 오시거든 안내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파티 채팅 서버도 죽어버린 탓에 육성으로만 소식을 전할 수 있습니다.”

조제성은 엘프의 안내로 프레이를 찾았다. 프레이는 펜릴과 다크 엘프들을 지휘하면서, 아니 혹사시키면서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 조사장님이 오셨네. 모두들 잠시 휴식.”

프레이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너무 뭐라고 하지 말게. 이 안에서 할 거라곤 사냥 밖에 없었으니까. 현 상황을 타개할 대책도 ‘나름’ 세워 놨다고.”

“현 상황이 어떤지는 아시는 겁니까?”

조제성이 긴장감이 지나치게 없는 상황이라 살짝 언성을 높이자, 프레이는 어깨를 두드렸다.

“대충은 알고 있지. 그래서 대책도 준비해놨다고 하지 않았나.”

“대책이 뭡니까?”

조제성은 살짝 표정을 풀면서 말했다. 프레이는 그것을 보고는 웃으면서 수정구를 내 놓았다. 수정구에는 음성이나 영상 데이터등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었다.

“블러드 라인 2야. 아예 이 기회에 진짜 가상 현실 게임을 만들어 버리자고. 부제도 정해놨어. ‘블러드 라인 2. –잊혀진 신들의 세계-‘라고 말이지.”

프레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현재의 로그인 시스템과 달리 아티팩트를 이용한 로그인 시스템을 만든 것이었다.

이것을 이용하면 말 그대로 새롭게 만들어진 가상의 세상에 사람들이 접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펜릴과 프레이의 기억을 토대로 아스가르드를 그대로 재현한 맵도 만들어 놓았다. 원기의 운명게임은 완전히 독자적인 프레이야가 지탱하는 가상 세계나 다름 없었다.

프레이는 펜릴과 협력해서 가상 공간에 아스가르드를 그대로 재현하고 완벽한 가상 현실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사라면 게임 캐릭으로든 에인페리아로든 바로 써먹을 수 있게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이건 인간의 영혼과 육신에서 생명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아티팩트야. 어차피 게임 속에 있는 동안, 육신은 놀게 되니까 그리 부담은 되지 않지. 한 세네시간 하면 굉장히 피곤하다라고 느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지. 이걸 사용하면 동접수가 얼마 안되어도 꽤 많은 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지.”

“양산은 가능 한겁니까?”

“당장은 백개 정도를 만들 수 있지만, 백명 정도가 꾸준히 접속하면 그 에너지로 만들 수 있을거야. 동접자가 만명 정도만 넘어가면 아주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겠지.”

조제성은 프레이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게임에 미친 폐신이 게임속에 정말 자기 세상을 구축하려고 들었던 것이었다. 이번 사태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닌 듯 했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 몰래 조금씩 구축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티팩트를 이용한 게임 운영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미 템플나이트는 물론이고 현자회에게도 정체가 드러낸 셈이었다.

지금 상황이라면 블러드 라인 2를 통해 가상 세계를 굳건히 해 둘 필요는 있었다.

‘월면 서버의 건설도 서둘러야 하겠군.’

로그인 서버와 메신저 서버만 날아가고, 메인 게임 서버는 프레이야의 신성력과 분산된 서버들에 의해서 지탱된 셈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램 역시 이 세계를 지지한 중요한 축의 하나였다.

아티팩트를 이용한 연결과 월면 서버라면, 외부 공격에서 꽤 안전할 수 있겠지.

조제성은 프레이가 몰래 만든 ‘가상의 아스가르드’에 대해서 장수한과 박원기에게 알렸다.

원기의 힘으로는 안되지만, 프레이야의 신관들은 프레이가 만든 소환진을 통해서 프레이가 만든 아티팩트를 현실 세계로 전이 시키는게 가능했다.

그리고 원기는 이 아티팩트들을 사용할 유저들을 뽑기 위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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