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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51화 (251/497)

251화 혼돈

서유리는 인터넷에서 오래 굴러먹은 강자중 하나였기 때문에,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가 선호하는 종족은 주로 오크, 트롤, 고블린 등의 추악한 모습을 한 종족들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예쁜 종족과 여자들을 선택하는 것은 대부분 남자들이고, 오크나 트롤등 기괴한 종족을 선택하는 유저들 중에는 여성의 비율이 많은 편이었다.

그녀의 인터넷 친구들 중 정말 가깝게 지내는 일부의 여성 유저들은 그런 인연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외의 대부분은 입이 걸고 성격 개판인 남성 폐인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의 능력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외모로 자신을 인식시키는 능력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능력의 성장도 이루어졌다.

그 중 하나가 상대의 시선을 강제적으로 유도하는 능력이었다. ‘시선 강탈’이라고 이름붙인 그녀의 능력은 소매치기나 암살에 특화된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사람의 시선은 움직임에 민감한 편이라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시선이 쏠리는 경우가 있었다. 남의 시선에 민감한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것을 느끼고 되도록 남의 시선에 뜨이지 않게 살고 싶어했다.

눈에 띄는 그녀의 외모를 생각하면, 그녀가 자연스럽게 터득한 은신 능력은 놀랍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리고 타인의 이목을 속이는 이능과 그녀의 타고난 자질이 결합하자, 강제적으로 상대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상대의 시선을 강제로 돌리고, 소매치기로 상대의 품속에 있는 것을 훔친다거나 상대의 목에 칼을 박아 넣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원기나 장수한은 그런 암살자적인 용도로 서유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지만, 조제성은 스파이로 탁월한 재능만큼은 살려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그녀는 깃털에서 계약자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걱정했던 정신 면에서 그녀는 스파이는 물론이고 암살자에도 적합한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꽤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파이들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속이고 이용하며 훔치는 일이기 때문에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라고 불리우는 정신 이상자들에게 적합한 편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은 자신을 믿어주고 호의적으로 대하는 사람을 배신하는 것은 막대한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었다.

서유리 역시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인 소통이 어려운 성격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을 쉽게 믿지 않으며, 사람들을 속이는데 대해서 부담감을 갖기 보다는 쾌감을 느끼는 쪽이었다. 물론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뢰로 답할 줄은 알지만, 많은 면에서 감정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덕분에 서유리는 암살자와 스파이로서 뛰어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었고, 알파 테스터로서 블러드 라인 2에 최우선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지속적인 활동의 스파이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사람들이 기피하게 만들고 추하게 여기게 하는 능력은 꽤 효과적이었다. 되도록 말을 나누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심문에 잘 안걸릴 뿐만 아니라 걸려도 몇마디 만으로 풀려나는 효과가 있었다.

잠입, 절도, 암살 등에 특화된 스파이로서 이미 완성되어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블러드 라인 2에서 효과적인 전투 기술 획득을 위한 시도를 하게 되었다.

“시시한걸.”

서유리는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저레벨 비선공 몹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저레벨 비선공 몹들은 닭, 돼지, 개 등이었는데 모두 말뚝에 목이 매여 있었다. 최약의 캐릭터인 쥐들은 쥐덫에 잡혀서 울고 있었다.

프레이의 배려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 동물들이라면, 인간이 살기를 가지고 가까이 접근하기만 해도 냅다 도망치게 마련이었다.

현실과 거의 차이가 없는 블러드 라인 2에서 쥐를 잡거나 개 고양이를 잡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초보 사냥존에는 말뚝이 있고 그 말뚝에 끈으로 묶인 작은 동물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투 프로그램은 여전한 듯, 서유리가 다가가자 닭이 고개를 들고 노려보기 시작했다.

흥분한 듯 볏이 붉어져서 전투 태세를 취했지만, 서유리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전투 인공지능이 좋다지만, 닭은 어차피 닭이라는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빈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서유리를 노려보는 닭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서유리는 살짝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의 검고 아름다운 머릿결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고, 닭의 눈동자는 자연스럽게 그 머리칼을 향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반짝하면서 그녀의 왼손이 빛났고 닭의 목은 바닥에 떨어졌다.

“아, 지저분하네. 이래서야 재미가 있을리가.”

서유리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보면서 혀를 찼다. 닭의 죽음에 대해서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닭의 목을 치는 행위 자체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만약 무협이나 판타지의 세계에 떨어졌다면, 살기를 보이지 않는 최고의 자객이 될 수 있을지 몰랐지만, 현세에 살기를 감지할 줄 아는 능력자는 거의 없었다. 상대의 의도를 읽는 이능이 오히려 더 흔할 수도 있었다.

서유리는 가볍게 비선공 몹들을 처리(학살?)하면서 레벨을 올리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필드를 돌아다니는 선공 몹들은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해 보였다.

갑자기 습격을 당하면, 그녀의 이능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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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는 갑자기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짬타이거가 아니라도 충분히 전투에서 활약할 만한 실력을 얻었다고 할 수 있었다.

발키리가 정성들여서 돌 본 육신의 상태는 말 그대로 최상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전투 경험과 이능을 생각한다면 당장 이종 격투기 대회에 들어가도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이능 없이 실력만으로 우승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이능이 없다고 해도 초반 몇라운드 쯤은 버틸 수 있을 실력이 있었다.

다만 리치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본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투 일선에 나설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믿을 수 있는 유능한 이들이 있어서 중요한 결정을 맡기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모두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원기는 세상을 알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했다. 조제성과 트리아, 장수한 등이 올리는 계획안을 인가하는 것으로 아직은 충분했다.

그가 일선에서 전투하는 전사가 된 것도 그때문이었다. 전사로서 경험을 쌓고 일선의 전투 지휘관이 되고, 거기서 나아가 전선을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삶을 모르는 젊은 치기로 자신만의 정의를 구현하려고 들면, 그가 가게 될 길에는 독재자나 테러리스트 밖에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었다.

자신만의 정의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정의를 추구하고 자신만의 꿈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과 함께 꿀 수 있는 꿈을 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원기는 기꺼이 조제성을 비롯한 3인 위원들에게 판단을 맡기고 일선에서 피를 흘리며 싸우는 길을 택했다.

‘이 기회에 민생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지. 지금 전선에 가봐야 보탬도 안되니’

원기는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인간으로 위장한 엘프와 함께 아스가르드의 굴베이그령으로 향했다.

아스가르드에는 인간 원기의 모습으로 간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발키리를 소환하지 않는 한은 신관들도 오딘도 눈치챌 리 없다고 믿었다.

그리고 도착한 프레이야 제국 굴베이그령은 대단히 이질적인 장소가 되어 있었다.

도시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까지 농노였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시민이 되었다고 해서 바뀔리가 없었다.

위생 관념은 대단히 희박했기 때문에 도로에 구정물이 넘쳤다. 말이 구정물이지 변기에서 그대로 흘러나온 물들이었다.

공중 위생에 대한 개념이 극희 희박했다. 성역에서 살면 왠만한 질병에는 걸리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실제로 깨끗해 보이는 엘프들도 그다지 자주 씼는 편은 아니었고, 썩은 음식을 먹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썩은 음식을 먹어도 탈이 안나다보니, 음식물 관리를 잘 안하는 것이었다. 식중독 걸리기 딱 좋을 음식들도 독특한 맛이 있다고 좋아하는 이들도 있었다.

음식 썩는 냄새와 인분의 냄새 등은 너무나 불쾌했다. 초식을 주로 하는 엘프들과 함께 있을 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오, 이거 미치겠네.’

원기는 당장 프레이야로 나서서, 강제로라도 씻고 청소하게 만들고 싶다는 유혹을 강하게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그릇된 유혹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원기는 병원에서 고통에 몸부림칠 때, 종교에 매달린 적이 있었다. 불교 경전이나 성경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려 보려고 노력한 적도 많았다.

그가 신을 자처하기를 꺼리는 것은 그 때 읽었던 종교서적들의 가르침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조금 지나자,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지독하던 악취가 조금은 약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새롭게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조금 전 보다는 나아 보였다.

원기는 자신이 좋은 뜻으로 포고한 신법이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프레이야 자신도 지킬 것이라고 선언한 신법 1조 1항은 그리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다.

- 인간은 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신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너희는 나 프레이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나 프레이야는 너희를 위해서 존재한다 –

이 말이 굴베이그 령에 막대한 혼란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아스가르드에서 인간은 신들을 위한 도구로서 존재한다고 가르쳐 왔기 때문이었다. 신들을 위해 인간이 기꺼이 죽는 것이 미덕이라고 세뇌해 왔기 때문이었다.

신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배워온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해 신이 존재한다는 선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우린 이제 뭘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거지?”

“대체 바라시는게 무엇인거야?”

프레이야에 대해 반감을 갖고, 새로운 굴베이그에 대해 불신을 품고는 거인족이나 아스 신족의 아래로 가야 한다고 믿는 이들도 있었다.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나태함이며, 신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만이 인간에게 주어진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이들이었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사회가 혼란에 빠지지 않은 것은 모든 이들을 군에 입대시킨 것이었다.

말이 군대이지, 실은 거대한 학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식량은 지구에서 들여온 사료로 충당하고, 모든 사람들을 군대에 편성시켰다. 그리고 육체 훈련과 정신 훈련을 시켰다.

가벼운 군사훈련과 통제훈련, 그리고 문자 교육과 윤리 교육이 중심이었다.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지 않은 덕분에, 혼란에 의한 피해는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었다.

훈련 시간 외에는 노동에도 동원했고, 노년층과 어린이들에게는 놀이를 가르쳤다. 취미는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놀이는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것이 장수한의 주장이었다.

덕분에 골목에는 군복을 입고 축구공을 차는 아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말이 군대지, 실질적으로는 학교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퇴근하면 사복을 입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무료로 주어지는 군복은 나름 튼튼하고 편하며 그들이 입던 의복보다 고급스럽고 세련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상 생황에도 군복을 입는 이들이 많았다.

일단 운동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관계로 축구만 가르치고 있지만, 농구나 야구 등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노인들을 위주로 체스, 장기, 바둑 등이 보급되었다. 이런 놀이들은 오딘이 들여다본다고 해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터였다.

한글로 쓰여진 아스가르드어 표지판이나 낙서들은 원기에게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이봐! 고개 숙여!”

원기에게 속삭이듯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기가 주위를 둘러보자,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보였다. 원기는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주위의 분위기에 맞춰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곳을 대위 계급장을 단 젊은 사내가 허리에 화려한 검을 차고 지나갔다.

굴베이그령의 인간들은 신분 사회에서 살아왔기에 당연한 것이었다. 대위는 기사 계급에 해당되는 신분이었다.

굴베이그의 귀족들은 모두 군인으로 편제하면서 상위 귀족은 장성급, 하위 귀족은 령관급, 그리고 전사계급은 대위의 계급을 부여했다.

그 외의 계급은 차츰 차츰 얻어 진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장수한과 조제성은 사회의 통치를 이분화 했다.

군부와 민간의 이분화였다.

황제와 귀족은 국방과 외교를 담당한다. 외교는 경제적 의미가 거의 없고 군사적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치는 여신이 임명하는 재상이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군에서 제대 하는 순간, 귀족 신분은 상실되며 귀족의 자제는 소위부터 군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는 형태로 신분을 보장했다.

신분 상승은 가능하며, 세습도 가능하지만 민간 부분에 대한 관여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세금을 걷거나 내적 치안을 행하는 것이 군대가 아닌 민간인들에게 맡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만한 머리가 귀족들에게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 무력인 군대를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은 새로운 질서를 받아 들였다.

덕분에 아직은 장교들이 민간에서도 멋대로 굴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언젠간 너희들을 사람들이 별거 아니라고 여기게 될 때가 곧 올거다.’

원기는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숙인 상태로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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