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화 안생겨요
‘조제성 회장이라.’
나지예는 며칠전 전화를 걸어온 사내를 떠올렸다. 조제성 회장은 꽤 유명한 실업가였다.
하지만 그녀도 수많은 유력가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국가에 소속된 초능력 연구소의 신관으로서, 내키지 않지만 신관의 치유 능력을 재벌이나 고위 관료에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조제성이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이미 여러 경로로 얻은 정보를 통해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프레이야 여신과 조제성 회장, 그리고 혜서 학원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그정도 사실을 짐작하지 못한다면 정보 기관이라고 할 수 없었다.
물론 조제성도 그것을 예측했기 때문에, 게임 아바타를 이용해서 다양한 신분으로 각국에 위장 신분으로 기업들을 사들이고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조제성의 명의로 된 기업은 나름 성공한 수준으로 보였지만, 실제로 조제성이 장악한 모든 기업에 비하면 십분의 일 수준밖에는 되지 않았다.
밝혀지지 않는 비밀은 없다라는 신조로 밝혀질 것을 염두에 두고 은폐 작업을 펼치는 것이 조제성의 특기였고 그런 면에선 성공적이었다.
조제성의 계산으로는 약 두배 정도 사업이 확장된다면, 세상에 드러난다고 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조제성과 접촉해보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제성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도 극히 한정되어 있었다.
수시로 외국 각지에 출장을 가는 것으로 되어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우리 바니걸 여신님을 만나 볼 생각은 없습니까?”
‘우리 바니걸이라…’
나지예는 조제성 회장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사람들을 달지 않고 화상 전문 병원으로 나가기로 약속했다. 여신과 직접 대면하는 기회에 여신에게 어떤 태도로 나올지 모르는 초능력 연구소나 정보 단체 사람들을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신경 쓰이는 것은 조제성의 미묘한 태도였다.
조제성과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여신은 화상 병원에 올 예정이 없었다. 적어도 모르고 있고 지시를 내리거나 허가를 내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제성은 당연히 올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것은 조제성이 여신의 스케쥴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는 의미였다.
‘단순한 하수인은 아닌건가?’
그녀는 자신의 고민을 말했다. 여신의 신성력으로 국가에서 지정하는 유력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러자, 조제성은 별거 아니라고 단언했다.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을 들으며, 그녀는 당혹감을 느꼈다. 조제성은 그녀의 그 치유 활동을 일종의 로비 활동으로 사용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신규 치료 축복은 1회에 한해서 사용되고, 2회부터는 여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 비례해서 적용되는 식이면, 자연스럽게 국내의 유력자들이 프레이야 여신과 추종자들에 대해 호의적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그렇게 개량할 방법을 찾아볼 테니, 내용이 어찌되었든 치료 축복을 할 때에는 그렇게 설명하라고 말했다.
효과를 보고 싶으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는 효과의 변화가 없다지만, 감사의 마음에 따라 효과가 줄어들거나 없을 수도 있다고 한다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의 말에 따르면서도, 불안감을 느꼈다. 사람들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이 여신의 뜻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여신님을 뵈면 모든게 확실해 지겠지.’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여신님과 조우할 수 있었다. 바니걸 복장이 아닌 평범한 양복 차림이었다. 바지 차림의 활동적인 복장이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여신님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있었다.
“여신님을 뵙습니다.”
프레이야는 나지예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를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야가 망설이자, 함께있던 장수한이 나섰다.
“프레이야님의 유일한 지구인 신관이로군요. 이름이 나지예씨라고 했던가요? 처음뵙겠습니다. 장수한이라고 합니다.“
장수한의 경우에는 그다지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입장이 아니었으므로 소개에 별다른 거리낌이 없었다.
“아, 나지예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무슨 일로 여기에 온 거지요? 조사장님?”
프레이야 여신이 조제성 회장에게 묻자, 나지예는 예상이 어느정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당혹감을 느꼈다. 여신이 자신의 뜻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조제성 회장의 뜻으로 이곳에 왔다는 뜻이었다.
‘계약자라는게 그렇게 큰 의미를 갖는 것이었나?’
“여신님. 조제성 회장님의 뜻이 이쪽 세상에서의 여신님의 뜻이라고 봐도 되는 겁니까?”
“음. 그렇군요. 그렇게 보시면 될 겁니다. 그의 의사가 제 의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군요.”
“만약 여신님이 금지하신 것을, 조제성 회장님이 허가 하신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요?”
나지예 신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먼저 내려진 여신의 명과 후에 내려진 조제성의 지시가 다를 경우 어느쪽을 우선시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물론 원기는 조제성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그의 판단이 자신의 판단보다 더 옳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런 원기의 신뢰가 조제성의 충성을 끌어내고 있었다.
“일단 나중에 내려진 쪽을 우선해 주세요. 이쪽 세상은 조사장님이 담당하고 계신다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군요.”
“예. 알겠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요? 여신님의 영상을 좀 확보하고 싶습니다만…”
나지예의 말에 프레이야는 명백히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원기로서는 여장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사진을 찍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나지예의 옆에는 비디오 카메라를 든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 달갑지 않았다.
“아, 이쪽 비디오 촬영 기사는 제쪽에서 준비한 사람입니다. 왠만하면 같이 찍어 주시지요.”
“할 수 없지요.”
조제성의 말에 프레이야는 한숨을 쉬고는 사진 촬영을 받아들였다. 나지예는 여신님의 옆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영광을 맛볼 수 있었다.
“여신님은 조제성 회장님이 양잿물이 아니라 똥물을 마시라고 해도 마실걸요.”
“이봐. 아무리 농담이라도 말이 지나쳐. 여기 나지예 신관님도 계시는데. 그리고 절대 그런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여신님께서도 날 신뢰해 주고 계시는거야.”
장수한은 자신의 비유가 지나친 것을 깨닫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사과했다. 하지만 나지예는 ‘자신이 없으면’ 나올 수 있는 농담일 수 있다는 것이 더 신경쓰였다. 소위 계약자라고 불리우는 조제성과 장수한의 위치는 신관이라 불리우는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으, 양잿물도 그렇지만, 똥물은 사양하고 싶군요. 절대 안된다는 건 아니지만…”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나온 여신의 말에 나지예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제성 회장이 권하면 원치않는 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느껴지는 발언이었다.
‘이게 진정한 신뢰인건가. 나도 언젠가 여신님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될까?’
조제성이 화상 병원에 프레이야를 끌고 온 것은 나지예와 만나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주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진통의 능력을 갖는 이능력자 임상운을 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제성의 의도대로 프레이야는 화상입은 아이들을 위해 이능을 사용하는 임상운 부자의 모습을 보고는 좋은 의미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것도 상당한 충격이었다.
화상입은 환자들을 자기 자식처럼 돌보는 임상운과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살려서 환자들을 도와주는 아들의 모습은 심각한 화상으로 고통스러워했던 원기자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은 원기가 진정 하고 싶었던, 하지만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는 프레이야의 눈에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떨어졌다. 프레이야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은 붉은 색으로 빛나는 금으로 ‘진금’이라 불리우는 금과 비슷하지만 금과는 다른 귀금속이었다.
매우 귀중한 것이긴 했지만, 나지예는 물론이고 누구도 그것에 관심을 가지진 않았다.
여신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묶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약발이 너무 잘먹혔군. 아니, 상처가 컸던건가?’
조제성은 쓴 웃음을 지었다. 프레이야는 아스가르드의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프레이야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프레이야의 마음은 은연중에 상처를 받았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자기 만족적인 생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에 마음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생길거라는 사실을 조제성은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임상운 부자의 일을 알게되고는 이럴 때 써먹으려고 챙겨둔 것이었다.
이능력이 악용되는 사례나 임상운의 경우처럼 좋은 쪽으로 쓰이는 사례를 확보해 둠으로써, 프레이야의 멘탈을 케어하는데 활용하는 것이었다.
프레이야는 임상운에게 다가와서 그를 끌어안고 울먹이는 소리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임상운은 여신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에 순간적으로 경직되어 있었다. 보석처럼 빛나는 눈물을 흘리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 여신은 그를 품에 꼭 끌어안고 그저 고맙다는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제 마음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임상운은 그렇게 생각하며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아들이 다가왔다. 그러자 여신이 몸을 떼고는 소년을 바라봤다.
“천사님같아요. 혹시 누나가 절 고쳐주신 여신님이신 건가요?”
소년의 물음에 프레이야는 소년을 들어올려 안았다.
“그래. 누나가 널 고쳐준 천사란다.”
프레이야에게 소년은 과거의 자신과 같았다. 그렇기에 소년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졌다. 프레이야는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뺨에 키스를 했다.
“흠, 보기 좋은 모습이긴 한데 말이지요.”
장수한이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기선 그냥 입 다물고 있는게 좋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저 눈물 챙겨라. 저게 다 돈이다.”
조제성은 장수한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도 허리를 숙여서 눈물이 굳어서 만들어진 진금의 구형 구슬을 주웠다.
금이지만 신성력이 깃들어 붉은 색으로 빛나는 진금은 아티팩트의 재료로서 대단히 중요한 물건이었다. 특히 이능과 궁합이 좋았다.
드워프들이 좋아하는 재료로, 신의 일부로 만들어진 무기들은 신검 등에 사용될 수 있었다.
조제성이 데려온 촬영 기사는 그런 그들을 잘 피해가면서 여신과 부자의 모습을 촬영했다.
‘하아. 부럽군.’
나지예는 조제성과 장수한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움을 강하게 느꼈다. 프레이야 여신의 모습은 그녀가 상상하던 그대로였다.
사람들을 돕고 싶어하는, 사랑이 깊은 여신이었다. 여신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도 여신의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자신의 힘이 부족함을 안타까워하는 여신의 모습이야말로 그녀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 모습을 보면서, 저럴 수 있다는 것도 참…’
장수한은 조제성에게 시덥지않은 농담을 건네면서 눈물을 줍고 있었다. 여신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나칠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한가지는 확실해 졌다. 조제성의 판단을 여신이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날 새로운 신관이 한명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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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 게임 블러드 라인 2는 생각보다 많은 문제점들을 않고 있었다. 도저히 상용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을 듯 보였다.
보안 서비스를 최대한으로 강화한 블러드 라인1이 재개되긴 했지만 블러드 라인2 에 대한 기대 때문에 동접자수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현실세계와 구별이 안되는 리얼함이 블러드 라인 2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이었다. 동물을 잡는 것도 힘들 뿐만 아니라, 식욕을 비롯한 다양한 욕구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특히 치명적이었다.
게임으로 구동시키기 위한 변형이 결코 쉽지 않았다. 따라서 조제성은 아예 게임 자체를 바꿔 버렸다.
골프장과 테니스장, 스키장, 자동차 경주장을 만들어 놓았다.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레저 시설을 그대로 옮겨 이식하는 방식이었다.
거대 유원지를 옮겨놓아서 각종 놀이기구도 옮겨 놓았다. 게임이라기보다는 레져를 즐기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었다.
RPG 게임만 게임은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FPS 대신에 서바이벌 게임장을 만들었다. 페인트탄을 사용한 서바이벌 게임장은 나쁘지 않았다. 현실 세계에서 느끼는 감각과 다르지 않은 감각을 느끼기 때문에 호평을 얻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 점을 고려해서 게임 내 서비스는 현실 계좌와 완벽하게 연동하게 만들어 놓았다. 현실의 돈을 게임 내부에서도 똑같이 쓸 수 있게 해놓은 것이었다.
물론 게임 내의 물가는 현실보다는 싸고, 게임 내에서도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돈을 긁어 모을 수 있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사를 양성하기 위한 훈련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실제 총기와 같은 파괴력과 부상을 가져오는 가상 현실의 총기를 이용해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었다.
프레이 특제의 진통제를 사용하면 고통만을 줄여서 실제 상황과 거의 같은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부상과 죽음의 고통까지 재현하는 것은 훈련이 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멀린이 얻어온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진 특수 훈련소가 있었다.
“엑스칼리버 습득실이라.”
서유리는 이능 엑스칼리버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아더왕, 블레이드가 사용하는 엑스칼리버의 이능에 대해서 설명하고, 어떤 마음가짐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설명해 주는 영상이 있었다.
서유리는 이능 엑스칼리버에 대한 이미지를 머리속에 새기고, 엑스칼리버 습득실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거기에는 검사의 모습을 한 인형이 존재했다.
“버튼을 누르면 시작인건가.”
서유리는 숨을 골랐다. 설명에 따르면 손에 든 목검으로 수리검을 쳐내면서 전진, 목검으로 인형의 머리를 때리면 되는 것이었다.
“이걸로 정말 엑스칼리버를 얻을 수 있는 걸까?”
서유리는 인형의 머리를 때리는 것으로 엑스칼리버를 얻을 수 있다는게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수리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유리는 목검으로 수리검을 쳐내려고 했지만, 목검은 수리검과 부딛치는 순간 아주 가볍게 잘려나갔다. 그리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수리검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수리검에 몇십방을 맞으면서 죽었다.
현실 세계의 죽음과 거의 차이가 없는 죽음을 맛봐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죽어가면서 깨달았다.
인형의 머리를 때리면 엑스칼리버가 생기는게 아니라, 엑스칼리버가 생겨야 인형의 머리를 때릴 수 있는 것이었다.
“정말 저 무식한 짓거리로 엑스칼리버가 생기는거 맞는건가요?”
장수한은 미심쩍은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미소녀가 수리검에 난자당해 꿈틀거리며 죽어가는 모습은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찝찝했다.
“생길 수도 있다고 하더군. 안생기면 할 수 없는거지.”
“안생기면, 어쩌라는 겁니까. 그냥 개죽음인가요?”
“근성은 길러지지 않을까?”
조제성은 무심하게 말했다. 멀린이 조사한 현자회의 엑스칼리버 각성법에 비하면 목숨의 희생은 없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극한 상황을 통해서 다양한 이능을 각성시킬 수 있다면 결코 나쁘지는 않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몇번 혹은 몇십번이나 죽음의 고통과 공포를 맛보고, 각성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역시 곤란한 것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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