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엘프와 엑스칼리버
‘휴우. 마음이 진정이 안되는군.’
레이니는 숨을 고르면서, 마음을 가라앉쳤다. 장수한이 보여준 엑스칼리버의 시범을 떠올리자, 미소가 나왔다.
엑스칼리버의 이능은 엄청났지만, 마치 해변에서 수박깨기하는 듯한 어설픔 움직임으로 어기적어기적 달려(?)가서 후려치는 모습은 안스럽기까지 했다.
그나마 이종족사랑의 스킬 덕택에 귀엽게 봐준다는게 다행일지 몰랐다. 엘프들 가운데 터득하는 엘프가 나오면 시범보이는 일조차 짤리게 될 것이었다.
‘진정하자. 지금까지 화살이나 총알에 맞거나 상처입은 적은 많아. 견디는거야. 그리고 몇번이건 시도해서 엑스칼리버의 이능을 획득하는거야.’
레이니의 각오는 장렬했지만, 멋지게 오답이었다. 이능은 절실한 마음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었다.
고통과 공포는 연결되어 있는 듯 하지만, 별개로 존재했다.
맞았을 때의 고통과 맞기 전의 두려움은 전혀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고통에 익숙해진 백전연마의 전사들은 고통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통이 70%정도로 줄어든다면, 공포는 10%혹은 그 이하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반면 맞아보지 않은 사람은 맞기 전의 공포가 실제 당할 고통의 몇십배나 몇백배에 달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몇 번이고 시도해서 엑스칼리버를 획득하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기회가 한번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과는 절박함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절박할 정도의 절실한 염원이 이능 각성의 열쇠였다.
‘왠지 불안하군. 왜 이리 불안해 지는 거지.’
레이니는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당황했다. 그리고 갑자기 날아올 화살과 총알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실패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몇번 씩 시도해도 결국 실패하고 여신님을 실망시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서유리의 이능인 실제보다 더한 두려움이 작용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이능은 순간적으로 적을 경직시키는 효과는 없었지만, 다수의 적군과 대치할 경우 점진적으로 두려움과 불안감을 불러일으켜서 사기를 꺾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스파이로 적진에 넣어서, 몇마디 선동을 섞기만 하면 싸우기도 전에 군대를 와해시키는 것이 가능할 정도였다.
여신을 실망시키고, 여신에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상처입는 것과 죽음을 맛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도로 증폭시키자, 자연스럽게 레이니는 ‘필사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절박하고 간절한 바람이 구체화 되었고, 그녀는 단 한 번에 엑스칼리버를 터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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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그저 그렇군.”
“좀 아쉽기는 합니다.”
조제성은 엑스칼리버 각성 결과를 보고 혀를 찼다. 결과는 생각한 것만큼 좋지는 않았다.
서유리의 공포가 없으면 각성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공포하에서 각성하는 각성자들이 나왔다. 문제는 엘프들 가운데서 약 10%만이 엑스칼리버를 얻었다.
생기는 사람은 대부분이 첫번째 시도에서 생기고 세번째 이후에는 성공하는 케이스가 아예 없었다. 몇십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일 것이 틀림없었다.
“생기는 놈만 생기고 안생기는 놈은 안생기는게 참 그렇군요.”
“그렇지? 너도 참 용하다. 어찌 그 와중에 생겼냐? 엘프여친도 그렇고 엑스칼리버도 그렇고.”
조제성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장수한의 엑스칼리버 각성 가능성은 사실 30%도 안될거라고 생각했다. 서유리가 이능을 시험하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라고 시킨 것이었는데, 멋지게 두 번 만에 성공했다.
희연은 엑스칼리버 획득에 실패했다. 무기사랑이라는 비슷한 이능 때문이었다.
원기 역시 획득에 실패했다. 고통에 익숙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다만 육체의 일부를 강화하는 능력을 획득했다. 목검이 부러진 상태에서 앞발로 후려쳐서 기계장치는 물론이고 기계실까지 박살을 내버렸다.
가상현실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금방 복구 되었지만, 파괴력 높은 타격기를 얻은 것은 전위적이었다.
다만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그의 성격 탓에 엑스칼리버의 능력은 얻지 못했다.
연하 역시 얻는데 실패했지만, 그녀는 바리어와 유사한 능력을 얻었다. 바리어 윙이라고 명명한 이능이었는데, 무형의 날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었다.
이 날개는 총알이나 화살을 튕겨내는 역할뿐만 아니라, 실제 날개처럼 움직여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했다.
엑스칼리버 각성 대신에, 평소에 원했던 능력이 구현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바리어 윙과 드래곤 윙 네장을 동시에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
장수한은 그것을 두고 ‘단엽기’에서 ‘쌍엽기’로 퇴화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날개가 늘어난다고 빨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어력이 상승한데다가 체공능력이나 비행 능력이 현저하게 상승되었고, 제트 가스가 전부 소모되더라도 날개를 움직여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은 파격적인 성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네장의 날개를 이용해서 공중에서도 멈춰서 사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서브 머신건을 이용해서 비행중 공격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스나이퍼 라이플을 공중에서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던 점을 떠올리면 큰 진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엘프들 가운데 적의 총알을 흘려보내는 능력이나, 보호막을 만들어내는 이능을 얻어낸 경우들은 있었다.
원하는 이능을 각성시키지는 못해도, 죽음을 앞둔 절박함을 이용해서 전투에 유용한 이능을 각성시킬 수 있다는 것은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엑스칼리버 이능을 가진 엘프가 아홉명이나 만들어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혼돈의 대륙에서온 몬스터들은 어떤가?”
“잘 적응하고 있는 듯 합니다.”
조제성의 경우, 각지에서 벌이는 사업에 대해서도 관여해야 하기 때문에 아스가르드쪽 일은 장수한이 관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조제성은 혼돈의 대륙 통로를 블러드 라인 2로 연결시켰다. 프레이에게 아프리카 대륙을 그대로 재현하게 시켜놓고 거기로 연결해 버린 것이었다. 이로 인해서 헬 여신은 전력 충원을 받을 수도 없고, 아스가르드와의 연결 고리도 끊어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이번 통로는 쌍방향으로 오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야생동물들과 몬스터들이 사는 광활한 대륙을 그들에게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복놀이 하느라 정신이 팔렸으면 좋겠군.”
대륙이 넓기도 넓지만 바다도 넓었다. 게다가 뇌전이 포함된 오로라의 장막을 쳐놓은 탓에 대륙쪽에서 게임쪽으로 건너올 수도 없게 되어 있었다.
오갈 수 있게 되면, 오딘이건 로키건 정복사업을 벌일 것이고, 상당량의 전력을 투입하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통로는 언제든지 조제성의 지시로 간단하게 차단될 것이었다.
전력이 많이 투입되면 투입될수록, 적의 전력을 잘라먹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혹시 로키나 오딘이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그들의 최후가 될 터였다.
“프레이와 펜릴은 뭘 하느라고 바쁘지? 슬슬 헬을 제압해도 되지 않나?”
“그들은 지금 붉은 장닭에게 도전 중입니다. 펜릴도 만렙을 한 덕분에 프레이와 대등한 조건이라 서로 자존심을 걸고 경쟁중입니다.”
“그래? 헬을 제압하고 나서 붉은 장닭을 잡아도 되는거 아닌가?”
“그게, 붉은 장닭을 테이밍하고 나서 잡을 몬스터가 없으면 허전하다고 하더군요. 붉은 장닭을 테이밍해서 헬을 제압한다는게 그들의 목표입니다.”
“이런, 그럼 헬을 그들이 제압하는건 무리로군.”
“가능성 없지요. 적어도 이번 세기에는 무리라고 봅니다.”
장수한도 혀를 차면서 말했다. 조제성은 조바심내지는 않았다. 아스가르드에서 조제성이 노리는 것은 경제 전쟁이었다. 실제 무력을 사용하기 보다는 경제적 혁명을 통해서 전쟁없이 세상을 석권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 이후에 성공한 것이 바로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었다. 외교력이나 군사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진정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세계 제 1의 경제대국이 되는데 꼭 피를 흘릴 필요는 없었다.
무력은 전쟁을 막기 위한 수단이고, 경제적 문화적 혁명을 일으키는 수단이었다.
“우선 현자회에게 우리 엑스칼리버 엘프들의 맛을 보여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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