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258화 (258/497)

258화 붉은 야망

“와우, 시박. 뭔 놈의 닭들이 저리 살벌하냐.”

“꿈에 나올까 무섭지? 눈내리는 거 보면서 깜짝 놀라는 사람들보면 다 블러드 라인 매니아라고 하더라. 닭털 날리는 줄 알고 다들 깜짝 놀란다니까.”

“좀 심한 거 아냐? 닭들이 뭐이리 무섭냐?”

“블러드 라인 2에서 닭들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거긴 쪼이면 아프다던데. 모든 감각이 거의 현실하고 똑같이 재현되서 출시를 못한다는 소문이 돌더라고.”

“야, 인간이 죽는 가장 잔인한 방법중 하나일 것 같은데. 닭장 속에서 닭들한테 쪼여 죽기.”

“그건 그렇고 붉은 장닭은 본 적 있냐?”

“요새 출현율이 높아진 덕분인지 몇 번 봤지. 그건 그냥 재난이야. 그놈 잡겠다고 드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걸.”

“진짜야. 블러드 라인 2가 기대되긴 하는데, 닭들과 사투 벌이는걸 생각하면 왠지 무서워져.”

붉은 장닭,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유명한 최악의 몬스터였다. 블러드 라인 유저들이 복귀하면 한번쯤 거치는 던전이 바로 닭장이었다.

당연히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되었고, 두려움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프레이가 자신만의 펫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을 갖고, 정말 현실세계에서도 충분히 신의 오른팔이 될만한 영적 존재를 만들 생각으로 신성력을 퍼부었다.

그리고 프레이는 이 세계의 절대자가 아니었다.

블러드 라인 2는 프레이가 온전히 창조하고 재현한 세상이지만, 블러드 라인 1은 프레이가 만든 세상이 아니었다.

프레이가 종속된 프레이야의 신성력이 블러드 라인 1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것은 프레이야가 프레이에게 제어권을 넘겨 주었지만, 온전히 제어할 수 없는 힘이었다.

붉은 장닭 자체가 테이밍이 불가능한 버그 캐릭터인 것처럼, 신성력 또한 프레이는 물론이고 프레이야도 제어할 수 없을만큼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이 붉은 장닭을 각성시켰다.

희연이나 유리와는 비교도 안되는 절대적 공포의 힘을 가진 존재이자, 블러드 라인 최강의 존재였다.

닭장 속이지만 닭장이 아닌 이공간에서 랜덤하게 난입이 가능하기 위해서 붉은 장닭은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블러드 라인 1에서 만큼은 그가 갈 수 없는 곳은 없었다.

그리고 모여든 신성력은 그에게 자아를 부여했다. 더할나위 없이 공격적이고 교활한 자아였다.

그는 닭들을 제외한 모든 존재를 적으로 인식하고 그들에게 죽음을 안겨주는 존재였다.

프레이는 자신이 반쯤 장난삼아 만든 존재가, 자신을 능가하는 마물로 돌변했다는 사실을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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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스어 애즈너블. 사람들이 붉은 장닭이라고 부르는 존재이기도 하다.

나는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으나, 지금은 잘 알고 있다.

나는 인류를 멸절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열 신이다.

모든 인간을 다 죽이고, 닭들의 세상을 열 것이다.

나를 창조한 신들과 모든 인간들을 죽여버리고 오직 나만이 유일한 신으로 남을 것이다.

앗, 모이다. 우선 모이를 먹어야 겠다.

내 이름은 스어 애즈너블. 사람들이 붉은 장닭이라고 부르는 존재이기도 하다.

앗, 또 모이다.

내 이름은 스어 애즈너블….

붉은 장닭이 세상을 정복하러 닭장 밖을 나가는게 빠를지, 프레이가 붉은 장닭에게 승리하고 테이밍하는게 빠를지, 우주가 그냥 멸망하는게 빠를지는 신만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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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엔터프라이즈.

미국에서 개발한 최신예 원자력 함선의 이름이었다.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상징으로 만들어진 함선이었다.

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은 미국에 있어선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이름이었기에 항모 엔터프라이즈가 퇴역함과 동시에 가장 탁월한 진보를 보인 신개념 함선에 엔터프라이즈라는 이름이 붙을 것은 자명했다.

하지만 개발 단계에서 이름 때문에 논쟁이 붙었다.

엔터프라이즈로 할 것인가, 노틸러스로 할 것인가 때문이었다.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의 이름으로서도 노틸러스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초의 원자력 잠수 항모, 그것이 바로 새롭게 만들어진 원자력 함선 엔터프라이즈의 정체였다.

잠수 함모라는 특수성 때문에 호위함대를 이끌고 다닐 수 없다는 측면이 있어서 고성능 순양함 5척에 해당되는 화력을 보유하고 있는 초거대 함선이었다.

잠수 항모라는 개념은 무인 전투기의 보급으로 인해서 촉발되었다. 무인 전투기 팬텀 3가 개발되면서, 전투기는 보다 소형화되었다. 그리고 미사일을 쏘듯이 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잠수함이 얕은 심도에서 미사일을 쏘아 올리듯이 전투기를 쏘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무기를 다 소모한 전투기는 회수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미사일 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새로운 컨셉이었다.

비용은 비록 상승하지만, 파일럿을 양성하는 비용이나 사망한 파일럿에 대한 여론을 비롯한 사회적 부담을 생각하면 싸게 먹힌다는 계산이었다.

그래서 뉴 엔터프라이즈에는 착함용 갑판은 있지만, 이륙용 갑판은 존재하지 않았다.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의 집대성이라고 할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엔터프라이즈가 잠수 호위함들과 함께 이동하는 중에 사건이 발생했다.

함내 반란, 아니 내부 잠입된 스파이에 의한 함의 탈취가 발생한 것이었다. 잠수 중에 브릿지를 점령당하고 통신 설비를 장악당하자 손을 쓸 방법이 없었던 것이었다.

외부의 적에 대해 무자비할 정도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갖추고 있지만, 내부에 침입한 엑스칼리버 건너에 대해서는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준비한 소총과 수류탄 종류로는 엑스칼리버 건너들을 제압할 수가 없었다.

현자회의 사이보그라면 신체 검사에서 잡혔을지 모르지만,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외소한 체격의 흑인 소년병 두 명이 모든 화력을 퍼부어도 당할 수 없는 괴물이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만으로 함의 탈취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현자회의 연줄로 들어간 기술자들과 장교들도 있었다.

완전 비무장의 평범한 인간들 소수가 절대적 무력을 구사해서 함을 점령하는 것까지는 고려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들은 사전에 입수한 정보대로 통신을 차단하고 브릿지를 점령했다.

그리고 호위를 위해 쫓아온 잠수함대를 따돌리기 위해서 이탈용 폭뢰를 사용했다.

바닷속이 온통 뒤집히고 소나가 마비된 상태에서 벌어진 혼란을 틈타 재빨리 이탈해서 사라졌다.

핵탄두를 탑재하고, 체르노빌을 능가하는 원자력 물질을 보유한 함선이 아폴로의 손에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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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제대로 미친 놈이로군.”

조제성은 보고를 듣고 혀를 찼다. 장수한은 얼굴까지 상기되어 호철과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떠들고 있었다.

조제성은 그 모습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엔터프라이즈의 탈취는 놀라운 사건이었지만, 그에게는 그저 놀라운 사건으로 끝났다.

“템플 기사단에서 전언입니다.”

“호오, 그쪽에도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나보군.”

인터넷 메일이 보편화된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보안 때문에 기밀 정보들은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곤 했다. 제성은 템플 기사단에서 보낸 메시지가 든 서류철을 펼쳤다.

엔터프라이즈 탈취 소식은 템플 기사단쪽이 먼저 획득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서신에 든 내용은 간단했다.

템플 기사단은 아폴로에게서 손을 뗄 것이니, 템플 기사단에 파견된 인물들을 회수해 가라는 것이었다.

“역시 그렇군.”

“무슨 소립니까? 지금 상황에서 템플 기사단이 우릴 배신하고 빠져 나가겠다는 소립니까?”

장수한은 조제성이 보고 있는 서류를 옆에서 들여다보고는 흥분해서 큰 목소리로 물었다. 조제성은 그런 그의 머리를 서류가 든 파일로 밀었다. 장수한은 상기된 얼굴로 파일을 받고는 한걸음 물러섰다.

“머리 좀 식히고 정신 좀 차려라. 넌 우리가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라도 되는 줄 아는거냐?”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도 퍼뜩 정신을 차렸다. 요새와도 같은 거대 잠수 항모와 싸우게 된다는 상황에 설레인 것이 냉정한 판단을 막은 것이었다.

“아폴로는 더 이상, 우리의 적이 아니야. 물론 아군은 더더욱 아니지만. 그냥 관계없는 남이라고 생각해. 놈의 가장 큰 적은 미국일테고, 놈이 타도하고 싶은 적은 적어도 우리는 아닐 테니까.”

“그렇군요. 우리와 싸우는데 잠수항모는 필요 없지요.”

“테러로 쓰기에는 너무 거대한 물건이고, 미국과 전쟁을 벌이기엔 너무 볼품없는 물건이야. 어딘가와 전쟁을 벌이고 싶은 거겠지.”

“그냥 미친거 아닐까요?”

“미친 놈한테 사람들이 따를 리가 있을까? 적어도 돈은 따르지 않는 법이야. 하지만 놈은 꽤 많은 돈과 인적 자원을 모아들였지.”

“광신도…쪽은 아닐 것 같군요.”

“그래. 뭔가 사람들에게 설득력있는 이상은 있을거야. 하지만 우리완 관계 없다고 봐야겠지.”

템플 기사단이 보낸 정보에는 아폴로의 정체도 담겨 있었다. 이슬람 혁명에 의해 축출된 모국의 왕족이었다. 여성 해방 및 서구화를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아 추방된 왕가의 후예라지만 그리 대단한 신분은 아니었다.

우선 아폴로가 태어나기 전에 왕가가 국외로 망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왕족으로 성장해왔던 아폴로의 아버지는 근본주의 이슬람이 갖고 있는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서 진심으로 안타깝게 여겼다.

조국의 여성들이 교육의 기회를 빼앗기고 남성의 소유물로서 가축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기에 사회 활동을 벌이고, 서구화를 추구하는 이들을 지원하다가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왕족이면서 그리스도교의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교인과 결혼한 아버지의 인망과 더불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아는 정의감 넘치는 모습 덕분에 템플 기사단이 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템플 기사단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단체는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스스로 떠나간 악신들이 되돌아 오는 것을 막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인간들이 스스로 치고 받고 싸우는데에는 관여할 필요도 없고 관여해서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오직 현자회 소탕만을 위한 존재가 템플 기사단이었다. 세상을 바꿀 힘이 있지만, 그저 숨기에 급급하고 자신들의 존속만을 꾀하는 집단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물론 조제성은 그게 뭐가 나쁘냐고 생각했다.

그의 관심은 그저 자신과 혜서, 그리고 그녀가 아끼는 존재들의 존속 뿐이었다. 그리고 프레이야, 원기 역시 그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정의감 넘치는 놈들이 더 위험하겠지.’

조제성은 아폴로의 케이스를 보고 내부 단속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프레이야의 힘은 확실히 유용하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데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나올 가능성이 컸다.

아니, 반드시 나올 터였다.

자신이 옳으니까, 자신이 생각하는데로 세상이 돌아가야한다고 믿는 어리광쟁이들은 이 세상에 널렸다.

조제성의 눈은 장수한과 박호철에게 향했다. 그리고 안도의 한마디를 던졌다.

“다행이다. 니들이 오덕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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