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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60화 (260/497)

260화 늑대인간

“멋진 능력이네요.”

원기는 리디아의 능력을 보면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리디아의 능력 인간방패는 주위에 있는 인간이 그녀의 사념에 이끌려서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몸을 던지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그리고 리디아의 능력이 늘 그렇듯, 엘프들은 예외였다.

원기는 본체로 돌아오고 난 후에 깨달았는데, 영혼이 본체를 오래 떠나있는 것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는 사실이었다.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목마름 보다는 향수병과 비슷한 것 같았다.

조제성은 영혼이 다른 육체에 적응하는데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일지 모른다고 했다. 이런 스트레스는 즉시 회복되는 것과 누적되는 것이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누적된 스트레스가 어느정도는 한계에 달한 것이라는 평가였다.

사실 게임에서 얻은 육체는 본래 가지고 있는 육체보다 월등히 뛰어난 것이기 때문에 게임쪽 육체에 머무르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었지만, 조금씩 모르게 누적된 피로가 있는 듯 했다.

때문에 원기와 희연, 연하 모두가 게임 캐릭터를 벗어나서 당분간 본체로 돌아와서 지내기로 했다. 장기간 게임 캐릭터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올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리디아의 인간 방패는 매우 유익한 것이었다.

주위의 호위를 엘프 출신으로 두고 있으면, 아군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목숨값에 귀천은 없다고 하지만, 원기의 목숨에는 이미 수십만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원기의 비정상적인 집착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환자들이나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이 모르는, 자신과 무관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저 평범한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프레이야는 애초에 박애적인 여신이 아니고, 그저 엘프를 위한 여신이었다. 원기 역시 자신이 책임을 진 이들에 대해 중심을 두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시험을 해보지는 않았다.

이번 영혼의 누적 스트레스 사태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분명했다. 원기의 본체는 지금까지 살아온 그 육체였다.

이 본체가 죽는 날,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확신하기 힘들었다. 아무일도 없을 수도 있었고, 그냥 덜컥 죽어버릴지도 몰랐다.

굴베이그나 펜릴, 프레이등 종속신이 원기를 에인페리아로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종속신들도 신성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 리디아가 주위의 인간들을 이용해서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문제는 희연과 연하인건가.’

재미있는 것은 에인페리아로서 얻는 육체는 본체와 다를 바 없이 거부 반응 – 곧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희연과 연하의 경우엔 에인페리아로서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돌아왔어요. 원기님. 잘했지요.”

남유럽에서 돌아온 놀원이 원기에게 애교를 부렸다. 그녀는 펜릴의 신성을 일부 이어받았다. 그것을 이용해서 현자회의 흑막들 중 늑대인간 일파들을 포섭하러 갔다.

펜릴의 신성을 가진 늑대 소녀는 펜릴의 화신으로 늑대인간들의 지지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그로 인해서 남유럽쪽 현자회 일파는 완전히 놀원에게 복속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늑대인간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농업과 축산업이었다. 그들은 목축과 와인 재배 등에 관심을 가졌고, 드넓은 대지와 식량, 그리고 부를 획득할 수 있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농장주들 가운데 현자회의 흑막 중 일파인 늑대인간들이 다수 존재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현자회를 지지해왔다. 숨을 수 있는 은거지를 제공하고, 식량과 부를 통해서 현자회를 지탱해왔다.

하지만 늑대인간들은 먹거리와 힘을 사랑하는 이들이었고, 세상은 머리를 쓰는 이들의 사회로 바뀌었다.

산업혁명 이전부터 농장을 운영하며 먹거리를 생산하던 그들은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 총기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늑대인간들의 전투력은 급감했다.

굳이 회복력을 저하시키는 은총알이 아니라도, 쏟아지는 기관총알에는 그들이 버틸 수 있을리가 없었다. 하물며 폭격이나 포격하에서 그들의 무용은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농장주로서 여전히 돈을 벌고는 있었지만, 대기업을 경영하며 의료, 화학, 첨단기술로 진출한 뱀파이어들에 비하면 그 비중은 날로 줄어만 갔다.

강하고 부유한 지지자들에서 무식한 촌것들로 전락하게 된 것은 필연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랐다.

조제성의 말을 빌리면, 그랬기에 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뱀파이어 일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템플 기사단과 함께 어둠 속으로 숨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들이 가진 첨단 테크놀로지와 권력은 어차피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남 유럽쪽에 넓은 토지들이 프레이야의 세력하에 들어온 것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무식한 촌 것 취급을 받아왔다지만, 늑대인간들은 오랜 역사를 가진 대지주들이었다.

작위를 가진 이들도 많았다. 프랑스 대혁명의 혼란 속에서도 그들은 살아남는게 가능한 생존력도 가지고 있었다.

지역 유지로서 그들은 공권력이 침범하기 힘든 자신들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첨단 산업처럼 큰 돈이 되지는 않는다고 해도 넓은 영토와 좋은 품질의 생산품을 가진 유서깊은 농장주들은 힘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뱀파이어 일족과 늑대인간 일족은 손을 잡고는 있다지만, 펜릴과 헬이라는 서로 다른 두신의 추종자들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근본적인 신뢰 관계는 없었다.

일단 농장주 가문이라고 하지만, 늑대인간들의 피는 대거 희석되었기 때문에 피가 진한 일부 인물들만이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흡혈귀처럼 확실하게 갈라지는 종족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이 평범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고, 현자회에 대해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따라서 뱀파이어들과 갈라선다고 해도 정보 누출로 곤란을 겪을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실제로 순혈의 늑대 인간들은 극소수였고, 대부분 인간의 피가 섞인 이들이었다.

순혈의 늑대인간들은 자신들이 원할 때, 늑대로도 인간으로도 변할 수 있었다. 달이 뜰 때만 변하는 그런 이들은 극히 피가 옅은 편이었다.

불완전한 각성을 이룰경우, 공격적인 야수의 본능에 이끌리기 쉬웠다. 게다가 강력한 힘과 능력을 악용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기도 쉬웠다.

결국 폭력과 범죄로 흐를 수 있었다.

현자회를 이루는 순혈 늑대들이 그런 이들을 제어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었다.

사고를 치는 뱀파이어들과 늑대인간들을 처리하는 뱀파이어 헌터들의 역할을 이 순혈의 늑대인간들이 주로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간의 형상을 할 경우, 인간과 구별을 할 수 없었다.

템플 기사단들도 이들에 대해서는 딱히 구별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의심이 가는 이들을 죽을 정도로 고문하기도 했다.

죽으면 인간, 죽지 않으면 늑대인간이라는 식이었다.

인간을 능가하는 신체 능력과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수에 불과하지만 순혈의 늑대들은 인간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그들이 현자회와 손을 잡은 것은 약육강식의 질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늑대 인간의 전염 능력이었는데, 실제로는 늑대인간의 능력은 일체 전염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늑대인간들의 혈족은 모여서 사는 편이었다.

늑대인간이 나오는 지역에는 알게 모르게 늑대의 피를 이은 인간들이 많았다. 그래서 미친 늑대에게 습격을 당해 물리게 되면, 잠재된 늑대의 피가 방어본능으로 각성하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특히 늑대인간들에게 치명적인 광견병이 발병될 경우, 광견병은 인간들에게도 감염이 되는데다가 늑대의 본능이 각성될 수 있기 때문에 대량의 늑대인간들이 튀어나와서 광견병으로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광견병 피해가 도는 시기에는 순혈족의 뱀퍼이어 헌터들도 몸을 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들 역시 광견병에 걸려서 죽어가는 상황에서는 미쳐 날 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광견병이 철저히 관리되고, 백신이 보급되면서 늑대인간들이 세상에 전혀 출몰하지 않게 된 것은 바로 그때문이었다.

“자제력이 있는 집단이라는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로군요.”

“약육강식의 야만인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조제성은 말꼬리를 흐리면서 놀원에게 시선을 향했다. 원기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약육강식을 추구하는 폭력적인 가치관을 지닌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원기는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조르는 놀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든, 자신에게 의지하는 이들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그게 원기의 집착이라면 집착이었다.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타인에게 대해서는 냉정함을 가지고 있었다.

병상에서, 집안에서 홀로 외로이 지내면서 그는 세상을 원망했기 때문이었다. 평범하게 건강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만 소외되었다는 느낌에 사로잡혀서 그들을 질투했다.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은, 원기를 정신적으로 죽음보다 더 괴롭게 만들었다.

자신의 존재를 필요로 해준 누나가 아니었다면, 그는 죽음을 택하고도 남았을 터였다.

자신을 신뢰하고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자신을 의지하는 이들은 원기에게 살아가는 의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들을 위해 몸을 바쳐 싸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들을 대신해서 죽을 수 있다면,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원기에게 필요한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을 각오였다.

리디아의 이능에 대해서 별다른 느낌을 받지 않은 것은 그때문이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싶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원기는 놀원의 턱을 살살 긁듯이 만져 줬다. 개를 쓰다듬 듯이 쓰다듬어 주는 것을 정말로 좋아했다.

“저도 그게 좋다고 봅니다.”

조제성은 그렇게 답했다. 리디아는 딱히 입을 열지 않았다. 원기에게 있어서 엘프들 역시, 다른 종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에 드는 성향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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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회도 템플 기사단도 모두 잠수할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그리고 가장 큰 미지수는 프레이야 교단이 되겠군.”

“그들을 딱히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만.”

“누가 적으로 돌린다고 했나. 그럴 생각은 없네. 하지만 프레이야 교단에 대한 정보는 필요하지.”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잠수함을 탐지하는 소나의 원리를 알고 있나? 물 속에 소리를 내면 그 소리가 반사되어 돌아오지. 그걸 통해 잠수함을 찾아내는 거야. 얼마나 큰지, 어디에 있는지.”

“그 말씀은?”

“우리를 대신해 누군가가 그들을 두들겨 주면, 우리는 그들의 실체를 알 수 있게 되겠지.”

그들이 보는 화면에 조제성과 조제성을 돕는 이들의 사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안에는 박승희와 장수한의 모습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들을 습격하도록 사주해 보는게 좋겠지.”

“그들이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겠군요.”

현자회가 찢어져서 잠적하게 되면서 전투 부대들의 일부는 각국 정보기관에 포획되었다. 현자회와 아폴로는 그들의 소유권을 각국 정부에 팔아 넘겼다.

전투 부대들은 범죄자가 아닌 전투요원으로서 그들의 협조자가 되었다.

특히 아폴로는 북미의 첩보조직에 마츠모토 부녀를 포함한 전투 부대를 엔터프라이즈 승무원과 함께 넘겼다.

국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범죄행위를 저질러온 첩보 조직은 선출직 대통령이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런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엑스칼리버들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마츠모토 부녀를 포함한 현자회의 전투 부대는 싸우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도 혈정이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그들에겐 고용주가 필요했다.

마츠모토 부녀를 포함한 전투 부대가 은밀하게 한국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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