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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61화 (261/497)

261화 제성 금융

‘경영학이나 경제학도 좀 들어둬야 하지 않을까?’

승희는 졸업 학점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이나 경영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경영과 경제에 대해선 문외한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반면 주위에 있는 이들은 경영학이나 경제학의 전문가들이었다. 온갖 화려한 경력들로 도배가 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예외는 없었다.

그런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이능을 보다 잘 활용하기 위해서도 지식은 필요했다. 그리고 그녀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기에는 여기보다 좋은 여건은 없었다.

“언니. 오늘도 바쁘신가요? 공동 과제물 때문에 그러는데.”

같은 수업을 듣는 후배 학생이 다가와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승희에게 살갑게 구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승희는 엄청난 거액을 다루고 있었고, 그녀의 계좌에 급여로 들어온 돈이나 회사의 지분 등을 고려하면 그녀는 이미 억만장자의 반열에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능이 생길정도로 돈을 아끼는 그녀의 성격 덕분에 그녀는 자신에게 돈을 쓰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스스로도 궁상떨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돈을 지불하려고 하면 손이 움직이지를 않는 것이었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필요한 돈을 아낌없이 쓰는 면이 있어서 자린고비 같은 구두쇠와는 다르지만, 지나치게 검소해서 없어보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학교에서 사람들과 친교를 맺으며 보낼만한 시간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좋은 면에서 눈에 띄는 상태는 아니었다.

여전히 중고 경차를 끌고 다녔고, 교회나 복지 시설에서 판매하는 중고 옷을 구해입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의 소지품이 모두 싸구려인 것은 아니었다.

업무 관계상 어울리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선물이었다. 사소한 탓에 거절하면 결례가 되는 선물들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일개 대학생들이 알아볼 수 있는 물건들은 아니었다.

소지할 수 있는 작은 물건들만 가지고 다니는데다가 그런걸 과시할 성격도 아니었다.

그녀는 친한 사람들에게 돈을 쓰는 것을 아깝게 여기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부를 과시하는 것이 교우 관계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그녀는 검소하고 촌스러운 ‘공부도 잘 못하는’ 공부 벌레였다. 그녀가 제성 금융에서 인턴 비서로 일한다는 사실만 알려져있을 뿐, 그녀의 남동생이 잘나가는 훈남배우이자 쿨뷰티 한희연의 남편인 박원기라는 사실도 학교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 인턴일 때문에 바쁜데. 미안해.”

“언제 끝나요? 혹시 끝나고는 안될까요?”

승희는 후배 여학생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녀가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것도 그녀가 도와준 덕분이었다. 사서 고생하는 타입의 성실한 학생이었다.

공동 과제하는 조원들이 모두 자기 일들 때문에 바쁘다고 땡땡이를 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 홀로 고생하고 있었다.

승희 자신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미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꽤 호감이 가고 신뢰가 가는 후배였다.

“그럼, 회사 회의실을 빌려볼께. 7시쯤이면 괜찮을거야.”

“언니 회사요?”

승희는 집이나 회사로 친구를 부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회의실 하나 정도 빌려서 같이 과제를 하는 정도는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대외적으로 그녀는 비서직 인턴으로 행세해왔기 때문이었다.

학업과 병행해서 지금의 업무를 계속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믿을 수 있고 호감가는 손혜나라면 함께 일을 해도 좋을 듯 싶었다.

박승희는 그녀에게 만큼은 자신이 하는 일을 어느정도 밝히고, 일을 해도 좋을 것같았다. 신뢰하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손혜나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중의 소문 탓이었다.

제성 금융은 사실 일반인에게 유명한 기업이 아니었다.

제성 그룹에는 사성 전자나 근대 자동차처럼 회사를 대표할만한 간판 기업이 없고, 대중적인 브랜드도 없었다.

초일류 브랜드인 브리싱가멘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상류 계층에만 알려진 브랜드일 뿐이었다.

드워프가 가공한 보석으로 장식되고 신성력을 부여해서 수억에서 수십억하는 물건들을 주로 팔아먹는 레어 브랜드였다.

초기에만 일반인들에게 팔릴만한 가격인 수백에서 수천만원짜리 물건을 만들었다.

엘프와 드워프들을 노동력으로 밖에 활용할 수 없었던 시기의 산물이었다. 지금은 엘프의 전투력을 활용해야 했다. 귀족이자 장교로서 그리고 나이트 엔젤로서 엘프들은 양쪽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드워프들은 과학 문물을 익혀서 초정밀 엔지니어로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드워프들은 타고난 장인 정신 탓에 엔지니어로서의 적성은 최상이지만, 과학자로서의 자질은 거의 없었다.

아스가르드의 노동력은 그다지 기대할 수 없었다. 일반 인간들의 노동력의 질은 중국은 커녕 북한만도 못했다.

펜릴 제국 역시 교묘하게 장악중이지만, 펜릴 제국의 늑대인간들의 노동력은 원숭이만도 못했다.

늑대인간들을 모아놓고 일을 시켜본 결과, 차라리 비글들을 조련시켜서 일을 시키는게 낫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비글들은 건물 벽을 부수지는 못한다는 면에서였다.

결국 브리싱가멘 브랜드는 고급 귀금속과 초인적인 기술력을 가진 일부 장인들, 그리고 신성력을 통해서 만들어진 아티팩트급 물건만을 만드는 브랜드로 바뀌어 버렸다.

엘프와 드워프의 손재주 없이 품질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서, 초기 브리싱가멘의 생산품은 프리미엄이 붙어서 몇배의 가격에 거래되는 물건이었다. 일반 여성들이 허영심에 들고 다닐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특히 제성 금융은 일반인 상대로는 영업하지 않았다. 제성 그룹이 사들인 수많은 기업들을 움직이는 심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들어보지 못했고, 신문기사 등에서도 취급되지 않았다. 특히 제성 그룹은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인수한 기업들은 대부분 도산 직전까지 몰렸거나 실제 도산 당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라, 세상의 인식이 미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제성 기업이 주로 사들인 것이 아스가르드에서 유용한 식량과 무기 관련 기업들인 것도 거기에는 꽤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제성 금융이라는 회사는 승희가 다니는 학교에선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듣보잡 회사였다.

그리고 사교성이 별로 안좋던 승희에 대해서 삐딱하게 던진 말들이 불어나서, 제성 금융은 조폭들이 운영하는 조그마한 사채업자라는 소문 등이 돌았다.

사채업자라는 이야기는 믿지 않는 이들이 많았지만, 금융업의 이름을 빌린 취업 피라미드 회사라는 소문은 꽤 신빙성있게 퍼졌다.

승희에게 호감을 가졌다지만 여학생이 대뜸 찾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 그렇게 할까요.”

손혜나는 살짝 경직된 표정으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가 본 박승희는 검소하고 자기 본분을 다하는 성실한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승희가 가르쳐 준 주소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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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주소가 정말 맞는 걸까?’

혜나는 자신의 핸드폰에 표시된 화살표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조금 낡은 빌딩에 있는 작은 사무실을 연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성 금융이 들어가 있는 건물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건물이었다. 특히 주변을 공원처럼 조성해 놓은 부지가 생각보다 컸다.

주위에 빌딩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데다가, 사무실들은 부산했지만 외부인들은 오가지 않는 듯 보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빌딩 외부를 지키는 경비실에서 멋진 제복의 경비원 아가씨가 물었다.

‘정말 미인이다.’

동양인이면서 동양인같지 않은 미모를 지닌 여성이었다. 경비원 제복이 잘 어울리긴 했지만, 경비원을 할 외모가 아닌 듯 싶어 보였다. 재밌는 것은 주위에서 얼쩡거리는 구경꾼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저, 제성 금융이라는 곳에서 일하는 선배를 만나러 왔는데요.”

“그럼 빌딩으로 들어가셔서 안내 데스크로 가세요. 그런데 혹시 손혜나님 아니신가요?”

미모의 경비원이 묻자, 그녀는 내심 당황했다.

‘아, 혹시 승희언니랑 친한가보다. 미리 부탁해 둔거겠지?’

“예. 그래요.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아, 그럼 제가 안내할께요.”

손혜나는 그녀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비실에는 또다른 미모의 여성이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경비원을 미모로 뽑는 이상한 회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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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엘프 년이로군. 엘프 년이 대체 몇마리나 되는거야.”

제성 빌딩 경비소를 무선 카메라를 통해서 감시하던 사내가 혀를 찼다. 제성 빌딩을 경비하는 경비원들은 하나같이 엘프들이었다. 빌딩 주위에는 빌딩 탓에 눈에 잘 안들어오지만 제법 큰 나무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엘프들의 움직임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현자회 출신이었던 그들은 엘프들과 충분한 전투 경험이 있었다. 엑스칼리버 건너라는 인간 탱크들을 가지고서도 엘프들에게 고전한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은 엘프들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경험이 부족했다면, 그들은 이미 엘프들에게 눈치를 채였을 터였다. 그들은 원거리에서 네트워크 카메라를 이용해서 엘프들의 동향을 살폈다.

“템플 기사단에 엘프 혼혈들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엘프들이 솟아 나올줄은 몰랐어. 게다가 템플 기사단하고는 따로 움직이는 것 같으니.”

“저곳은 완전히 요새라고 봐도 될거야. 역시 습격은 무리인가. 그건 그렇고 지금 들어간 계집은 누구지? 엘프가 안내역을 자처한다는건 드문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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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나는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돌아가는 상황에 내심 당황했다. 자신을 안내해주는 경비에게 사람들이 깍듯이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보통 경비에게 취할 태도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레이니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얼핏 봐도 큰 회사 사장님 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로비 부근에서 붐비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회사에서의 지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자신을 안내해주는 젊고 아리따운 여성에게 모두가 정중히 인사를 취하는 것이었다.

“이쪽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아니, 실례했습니다. 제가 도울 일이라도 있을까요?”

“필요없습니다. 제 일이니까요.”

레이니의 말투는 정중했지만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느낀 혜나는 당혹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레이니의 상급자는 이 제성 빌딩에선 오직 한사람, 박승희 뿐이었다. 그런 만큼 레이니가 직접 움직이는 것은 박승희의 일이라고 봐도 좋았다.

박승희의 경우 사적으로 아는 사람을 회사로 불러들인 예가 없었다. 그런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것이었다.

“언니, 혹시 재벌 2세셨어요?”

레이니의 안내로 회의실로 안내를 받은 혜나는 대뜸 물었다. 승희는 그 말에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회의실은 작고 아담한 편이었다. 회의실 자체의 설비는 모두 비슷하지만 제성 빌딩의 수준이 높은 편이라 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아니. 아는 사람이 대단한 사람이 있어서 소개받아서 얻은 자리야. 연줄은 있는 편이지.”

“다들 피라미드 회사가 아닌가 하는 소리가 있어서 내심 걱정했는데,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르네요.”

혜나는 그냥 담백하게 받아들였다.

“괜찮아 보이면, 함께 일해보는 건 어때? 내 보조로.”

“예? 그런 재량이 되시는 거에요?”

“그럼. 보수는 괜찮게 챙겨줄께.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아르바이트 형식이 되겠지만.”

손혜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렇게 가볍게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엄청난 거액을 다루는 회사일거라는 사실은 그녀도 분위기로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주먹구구로 운영될리 없는 회사에서 ‘보수를 챙겨줄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은 엄청난 것을 의미했다.

“역시 재벌 2세인거 아녜요?”

“아니야. 그냥 능력있는 거라고 말해두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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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 빌딩 감시반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성 빌딩에 프레이야 여신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보고를 받고 벌떡 일어선 마츠모토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는 기색이 보였다.

“카메라를 통해 확인한 것입니다만, 마술쇼에 등장했던 여신의 얼굴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합니다. 특유의 분위기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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