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263화 (263/497)

263화 여신님과 짜장면

“바니걸이라니요. 이 옷이 바니걸 옷으로 보이세요? 머리카락 색깔도 다르지 않나요?”

프레이야는 시치미를 떼기로 마음 먹고 밀고 나갔다. 물론 리디아나 소개한 비서는 무리한 시도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토를 달지는 않았다.

비서는 심장에 나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여신님이 종종 방문할 때마다 박승희의 여동생이라고 소개하면서 들리지만 설득력이 너무 없었다. 박승희를 신뢰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여신님이라는 것을 감추고 싶다면 좀 더 그럴 듯한 설정을 해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전 박희연이라고 해요. 동생이에요. 이쪽은 리디아라고 유학생인데 제 친구예요.”

프레이야가 박희연의 이름을 대자, 박승희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희연의 이름이 불쾌한 것은 아니고, 이름까지 만들어서 캐릭터를 만드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프레이야의 모습을 싫어하는 것은, 굳건한 마음을 가진 그녀 조차도 프레이야의 모습을 한 원기를 보면, 유일한 가족인 원기가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가족은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뿌리였다. 때로는 자유를 방해하는 족쇄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의 상실감은 결코 말로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가족은 평소엔 공기와도 같은 존재라,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듯 느껴지지만 연인이나 친구와 비교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때로는 원기가 그런 그녀의 마음을 몰라주는 듯해서 야속한 기분도 들었다.

박승희가 퉁명스럽게 대하는 데에는 그런 마음이 깔려있었고, 프레이야는 그녀의 그런 반응에 미안한 감을 가지면서도 미소 지었다.

“식사 안하셨을텐데, 같이 식사나 하시지요. 밥 좀 사줘요.”

“그럼 짜장면이나 시켜 먹자.”

“전 간짜장 곱배기요.”

“됐어. 넌 음식물 찌꺼기라도 상관없으면서. 좋은 거 먹일 ‘사람’은 따로 있어.”

“’걘’ 늘 좋은 거 먹으면서 호강하고 있어요.”

승희와 프레이야는 본체에 대한 이야기를 두고 제 삼자처럼 말을 나눴다.

“그냥, 짜장면이나 먹어. 쿠폰 모였으니 탕수육시켜줄께. 리디아씨는 뭘 드시겠어요? 혜나 너도 적당한 거 주문해.”

리디아는 같은 걸 달라고 말했다. 일단 친구라고 소개된 것이 기쁜데다가 여신과 한 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은 영광이라기보다는 죽을 죄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영광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혜나는 같은 걸로 통일하겠냐는 질문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금방 중국집에서 배달이 도착했다. 보통 제성 빌딩에는 잡상인이 출입금지였지만, 승희가 배달을 시킬 경우엔 안내 데스크에서 바로 통과시켰다.

배달원은 자신이 타고가는 엘리베이터가 VIP용 고속 엘리베이터라는 사실도 몰랐다. 안내하는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지정해 주었기 때문에, 배달원들이 이용하는 하급자 전용 엘리베이터라고 생각했다.

그저 이 사치스러운 빌딩은 배달원이나 하급자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도 고급스럽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실제로는 이 건물 내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은 승희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민감한 엘프들이 많이 활동하는 터라, 음식 냄새를 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승희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경우, 평소에는 도시락을 지참하는데다가 그녀가 음식 배달을 시킬 경우는 보통 동생인 원기나 프레이야 여신님이 동생이라며 방문했을 때 뿐이었다.

조제성과 장수한, 그리고 박원기는 프레이야 제국의 최상위 계약자로 엘프들도 극진한 공경을 표하는 초VIP였고, 프레이야 여신은 두말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승희는 제성 빌딩 내에서 음식을 먹는 일 자체가 암묵적인 금기라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아, 또 담겼다.’

손혜나는 짜장면을 맛있게 먹는 여신님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녀의 윤기나고 아름다운 머리칼이 짬뽕 국물에 빠지거나 탕수육에 들어갔다 나오는 모습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걸까?’

손혜나는 마술쇼에서 바니걸 여신의 모습을 본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몇차례 들려왔던 그녀의 목소리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강하게 매료시켰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뺨을 꼬집었다. 그런데 별로 아프지 않았다.

“아, 쫌. 왜 이런 ‘꼴’을 하고 와서는.”

승희가 살짝 짜증을 내면서 티슈로 여신님의 머리칼을 대충 닦아주고는 노란 고무줄로 여신님의 머리칼을 대충 묶는 장면을 보니 정말로 현실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용기를 내서 물었다.

“여신님. 여신님 진짜 이름은 어떻게 되시지요? 바니걸이나 바퀴 같은 것 말고 진짜 이름이요. 꼭 알고 싶었어요.”

필사적으로 용기를 짜내서 물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여신과 승희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전 바니걸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승희누, 아니 언니의 동생이라고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보세요. 눈동자 색도 다르지 않나요?”

손혜나는 현실감 없는 상황에 기대서 용기를 냈다.

“여신님께는 죄송한 일인데, 여신님이 승희언니 동생이라는 건 무리가 있어요. 우선 외모가 전혀 달라요. 그리고 제가 바니걸 여신님이 아니냐고 여쭤봤는데, 머리색이 다르다던가 눈동자색이 다르다고 말씀하시는 건 바니걸 여신님을 알고 계시다는 뜻이거든요. 보통이라면 바니걸님이 누군지 물어보는게 먼저일 것 같아요. 그리고 전 여신님이 여신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왜인지 딱히 말씀은 못드리지만.”

그녀가 말을 멈추고 숨을 들이삼키는 순간, 프레이야는 리디아를 바라봤다.

“신앙심이 어느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여신님을 못알아보는건 말도 안됩니다. 이쪽 세계의 비유를 따르자면, 자기 목자를 못알아보는 양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프레이야에게 다행한 일이라면, 자신이 여신이라는 사실은 감출 수 없었지만, 승희가 여신의 ‘누나’라는 사실 역시 밝혀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프레이야 여신이 원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데,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프레이야 여신이 누군가의 여동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저 여신이 총애하는 계약자로서 동생 행세를 하면서 방문하신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식사하시는 흉내도 좀 부족하셨어요. 진짜로 머리가 긴 사람이 식사할 때는 좀 더 자연스럽고 요령있게 식사를 하거든요. 여신님께서 식사를 하실 리가 없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요. 인간들 속에 어울리시려면 좀 더 익숙해지셔야 할 것 같아요.”

손혜나의 말에 프레이야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여자 모습으로 식사를 한 횟수는 거의 없었다. 프레이야의 아바타는 식사를 할 필요가 없었고, 다른 여자 캐릭터를 만들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리디아는 손혜나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손혜나는 바니걸 여신의 음성을 들은 뒤, 어떤 세력과도 접촉할 생각을 갖지 않았다.

자신에게 어떤 특별한 능력이 생겼는지, 생길 수 있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바니걸 여신이 알려준 연락처로 연락을 걸었다.

주로 미국의 첩보부와 한국의 초능력 연구소에 연락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젠가 자신이 여신을 위해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호기심과 금전적 사회적 이익을 외면하고 조용히 자신을 감춘채 기다려왔다.

실제로 그런 이들이 절반 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프레이야가 손혜나를 지그시 바라보자, 그녀의 이능이 보여졌다.

그녀의 이능은 점치기였다. 그것도 수신성이 아닌 발신성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별점이나 카드점에 관심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그녀의 점괘를 믿어주기는커녕, 들어주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취미삼아 점치기를 계속했는데, 그녀의 이능이 초감각이나 미래 예지쪽으로 재능이 없어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 쪽으로는 깨어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친 점괘를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걸 상대가 믿도록 만드는 힘이 생겼다. 결국 여전히 점괘는 근거없이 제멋대로 나오기는 상황이었다. 적중률은 전혀 오르지 않았지만, 들은 사람들이 믿게 되는 효과가 생겼을 뿐이었다.

사기꾼이나 신흥종교를 만들기에 이상적인 강력한 이능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점이 적중률이 형편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남들에게 말을 하지 않아서 이능이 그대로 묻혀버린 케이스였다.

진흙속의 진주 같은 능력이지만, 조제성이라면 꽤 유용하게 쓸만한 능력이기도 했다.

“제 이름은 프레이야에요. 북구 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그 프레이야랍니다.”

“너무 잘 어울리세요.”

손혜나는 미의 여신 프레이야의 이름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바니걸 소동 이후에 이런 저런 신화의 유명한 여신들에 대해서 알아봤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다.

미의 여신이라고 하니, 아주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가끔씩 이렇게 찾아와서 승희씨의 동생행세를 하곤 해요. 앞으로 그런 경우가 생기면 잘 부탁해요. 승희씨의 힘은 제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답니다. 그러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아니 언제든 승희씨를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혜나씨가 가능할 경우 만이라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영광이에요.”

손혜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직도 그녀는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잘 안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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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이 들어간 게 분명한 것 같군.”

마츠모토는 잠시 망설였다. 마음 같아서는 프레이야 여신을 습격해 보고는 싶었다. 틀림없이 호위로 불여우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여우와 겨뤄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엑스칼리버는 확실히 강력한 기술이었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검 한자루에 모든 것을 걸고 외줄타기를 하는 듯한 긴장감을 맛보고 싶었다.

검 한자루에 모든 것을 불어넣는 불여우의 이능을 생각하니 전율감이 돌았다. 진짜 전장에서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총탄을 겪어본 희연으로서는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마츠모토는 대규모 전장을 겪어보지는 못했다. 설사 겪어본다손 치더라도 그런 로망도 없는 학살극은 그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는 학살자보다는 구도자에 가까웠다. 스포츠로 만족을 못해서 수라의 길로 뛰어들었지만, 약자를 괴롭히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프레이야 여신을 습격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무모했다.

우선 그들의 목적은 전면전을 벌이는 것이 아니었다. 요인의 암살도 목적이 아니었다.

그들의 임무는 그저 정보 수집이었다.

요인을 유괴, 납치해서 프레이야 교단의 대응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모처럼 얻은 안식처를 잃을 수는 없지.’

모든 걸 욕심대로 할 수는 없었다. 칼끝에 지는 것은 마츠모토로서 원하던 것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헛되이 쓸 생각은 없었다. 특히 딸인 카츠키까지 끌어들인 지금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들을 끌어들인 조직은 프레이야 교단에 대한 정보를 원할 뿐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해서 적대 관계에 돌입하게 된다면 자신들은 도마뱀의 꼬리처럼 잘려나갈 수도 있었다.

미국 정보국에 손이 닿아있는 그들에게 버림받는다면, 살아남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들어지게 될 터였다.

‘어차피 저놈의 요새를 뚫을 수는 없지.’

제성 빌딩은 말 그대로 요새였다. 주변에 심어진 조경수에는 방탄막이 나무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교묘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게다가 나무 위에는 활과 표창, 단검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하로 연결되는 구멍도 곳곳에 준비되어 있었다. 참호 형식으로 활용해서 적과 대치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엘프들의 청력과 적외선 시각은 참호전에서도 효과적이었다. 어둡고 시야가 확보 안되는 참호 속에서 엘프들은 소리로 상대가 누군지 알아채고 준비할 수 있었다.

제성 빌딩을 공략하려면, 중화기를 사용해서 쑥대밭을 만드는 길 밖에는 없었다. 엘프들은 빌딩 내부의 총격전이나 시가전에서도 충분히 진가를 발휘하는 종족이었다.

장애물이 전혀 없는 공터나 개활지가 아니고서는 비슷한 역량을 가진 인간으로서는 당해내기 쉽지 않았다.

문제는 중화기의 사용은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프레이야 교단을 감시하기 위해서 프레이야 교단의 숨겨진 전력을 드러내게 만드는 것이 목표지, 돌이킬 수 없는 원한을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납치의 타겟은 정했다. 박승희. 그녀로 해두지.”

마츠모토는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납치를 의뢰할 적당한 범죄 조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직접 개입했다가는 프레이야 교단과 원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여타 범죄 조직이나 테러 조직에 의뢰를 하는 편이 좋았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조직들은 조건만 갖춰진다면 어떤 나라에든 진출할 용의가 있었다.

중동의 테러 조직들도 금전적 지원만 약속된다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가장 극성인 것은 중국계 폭력조직들이었다. 급격한 자본주의화의 진척으로 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기존의 윤리가 파괴되면서 자포자기형 폭력 범죄나 부유층에 대한 증오가 넘치면서 조직폭력의 도를 넘어선 집단들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거친 놈들이 좋겠지.”

마츠모토는 중국쪽으로 은밀히 의뢰를 넣도록 지시했다. 제성 금융의 숨은 실세로 몇조원의 돈을 움직이는 젊은 여성이라면, 그들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컸다.

여신이 특별히 아끼는 존재라면, 프레이야 교단이 총력을 기울일 것임에 틀림 없었다.

인질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그 혐의가 자신들에게 미치도록 처리할 생각은 없었다.

‘카츠키 녀석이 잘 처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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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돼!”

“그렇게 보이는 것도 이해는 가.”

카츠키는 검에서 피를 떨쳐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곁에는 피와 시신이 즐비했다. 삼합회를 건전한 시민처럼 여기게 만드는 신진 폭력 조직인 블랙 드래곤의 본거지를 달랑 검 하나로 치고 들어와서는 보스의 목에 검을 갖다 대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담담하다 못해 지루해 보였다.

“이게 엑스칼리버의 위력이라고 할 수 있을거야. 칼 좀 쓰는 놈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있겠지?”

그녀는 일본어로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전화기에서 중국인이 그것을 번역해서 보스에게 들려줬다.

“걱정마. 난 시시한 것들을 학살하는 취미는 없어. 아마 절반쯤은 살아날거야. 그보다 좀 적을지도 모르겠네.”

“원하는게 뭐지?”

“장사. 총알을 튕겨내고, 무기를 강화하는 능력이지. 그리고 이런 힘을 인간에게 부여하는 사이보그 기술이야. 가격은 좀 비싸지만. 네 부하중에 싸움 좀 잘하는 놈이 이런 힘을 갖게 된다고 생각해 봐. 설레지 않아?”

그녀는 왼손으로 보스의 멱살을 잡고 가볍게 들어올렸다. 체중이 120을 넘는 거한을 평범해 보이는 소녀가 가볍게 들어올렸다. 보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지만, 그렇다고 쉽게 꼬리를 내릴 수는 없었다.

“이 지경을 만들어 놓고, 거래를 하자고?”

“싫어? 그럼 할 수 없지.”

그녀는 보스의 목을 가볍게 날려버렸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들 가운데 두려움과 경악의 비명들이 살짝 섞였다. 이들이 모두 목격자가 될 터였다.  다음 거래 상대는 좀 더 유연하게 나올 가능성이 컸다. 너무 많이 죽이지만 않으면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이 힘을 원하는 자들은 나올 것이었다.

카츠키는 힘을 보여주어 그들의 욕망을 부추키는 역할을 맡았다. 이 힘을 탐내는 자들은, 돈이 필요해질 터였다. 그리고 돈이 될만한 정보를 살짝 흘려두면 된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대신 움직여 줄 것이었다.

“학살하는 취미는 없지만, 시간 때우기로는 나쁘지 않겠어. 몇 개나 더 들쑤셔 주면 좋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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