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화 황야로
광활하고 척박한 황야, 금광이 나는 것도 아니지만 이 황야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난민들이었다.
풍족한 식량이 존재하는 프레이야 제국을 찾아서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프레이야 제국에서 제공하는 식료는 기본적으로 ‘인간 사료’라고 부르는 식량이었다.
가축용 사료와 비슷한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영양가를 배려해서 곡물을 조합해서 만들었지만, 맛도 없고 그저 살아남기 위한 먹이나 다름 없었다.
지구인들이라면, 줘도 안먹을 그런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개나 고양이용 통조림 사료가 훨씬 더 맛있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런 식량이었다.
이 저렴한 식량은 프레이야의 제국민들 모두에게 무상으로 배급되었다.
1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각지를 대규모 식량 열차가 찾아갔다. 이 식량 열차에는 거북 열차가 붙어있었다. 어차피 오딘에게 들킨 거 이제 감춰도 소용없다는 판단하에 거북 열차는 프레이야 제국의 유일한 오버테크놀로지라고 해도 좋았다.
그리고 이 식량 열차에서 제국민 모두에게 배불리 먹을 수 있을만한 1년분의 사료가 귀족을 통하지 않고 직접 분배 되었다.
그리고 추가분의 식량과 무기, 자재 등은 귀족들에게 별도로 배달되었다.
문제는 개인에게 주어진 이 사료들이 이 굶주린 대지에서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이 사료를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동물들이나 식물들을 채취해서 함께 끓이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면 양도 늘어나고, 맛도 좋아졌다. 결정적으로 식량이 남았다.
이 남는 식량을 여러가지 물건으로 교환했다. 시장이 생기고 경제가 발생했다. 모두에게 식량이 충분할 만큼 주어진다면 식량에게 가치는 없을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각지에서 난민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식량을 위해 자신들이 가져온 물건을 팔고, 노동력을 팔고 몸을 팔았다. 모두에게 배급되는 식량이 돈으로 환산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배급받은 1년분의 식량을 제대로 1년동안 나눠서 먹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치나 욕심 때문에 식량을 팔아먹어 버리고 뒷 감당을 못하는 이들도 발생하고 있었다.
난민이 들어오는 변경 지역에서는 식량이 모자라고, 제국 중심부에서는 식량이 남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도 무역이 발생했다.
귀족의 성들은 방어에 유리한 지역에 만들어졌고, 역은 교통이 유리한 장소에 만들어졌다.
역들의 관리는 파견된 중앙관리들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귀족들은 불만이 많았다. 역 주변에 시장이 생기고, 그 주위로 거주하는 거주민들이 생겨났다. 역사깊은 굴베이그 왕국 출신들과 역 주위에 거주하는 난민들로 나뉘어졌다.
원기에게 있어서 엘프는 특별했다. 정말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실제로도 쓸모있었고, 프레이야 여신을 승계하면서 얻게 된 어떤 사명감 같은 것도 존재하고 있었다.
반면 굴베이그 왕국의 인간들이나 난민들이나 원기에게 있어선 별 차이가 없었다. 책임지고 돌봐줘야 할 인간들이며 야만적이고 쓸모가 별로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원기의 복제나 다름없는 굴베이그 역시, 딱히 굴베이그 왕국에서 살아온 인간들을 우대할 생각은 없었다. 인간은 인간, 최대한 많이 최대한 행복하게 해주면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굴베이그 왕국 출신의 유서깊은(스스로는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었다) 제국민들은 그런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난민 등록만 하고 절차만 좀 밟으면 온전히 제국민으로 인정받는 시스템을 그들은 납득할 수 없었다.
제국군으로 3년간 복무함으로써 제국민이 되는 정책은 난민들에게 있어서는 희망이나 다름없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는 않았다.
난민으로 들어온 이들 가운데는 범법자도 많았고, 무법자 기질의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가족 단위로 제국민이 되는 관계로, 무법자의 가족은 제국민이 되는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꽤 많은 수의 난민들이 역 주변에 모여 살게 되었다.
수렵용의 총은 물론이고 귀족들이 몰래 팔아먹은 총, 탈영병이 들고나간 무기들까지 총기가 넘쳐나다보니 치안 확보는 대단히 까다로워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장수한이 엘프들에게 교육을 핑계로 보여준 서부극들 덕분에, 엘프들은 이런 급격한 변화에 정신적으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총기로 무장한 티르와 토르의 에인페리아들이었다. 황야에서는 말을 타야했고, 말을 타게 되면 엘프들에게는 메리트가 없었다. 그들의 뛰어난 청각도 그리 큰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빛을 발하는 능력이 이미우와 김민정의 동물과 소통능력이었다.
이들은 언어를 갖지 못한 동물들과 의사 소통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의외로 범위가 넓어서, 갓난 아기들을 돌보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갓난 아기들이 울어대는 것은 표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갓난 아기에게 이미우의 뜻은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이 새퀴야. 자꾸 울면 밥 안준다.]
언어도 모르는 갓난 아기조차 그런 그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배고프면 한번만 울어. 불편하면 손을 흔들고.]
아기에게 텔레파시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아기를 돌보는데 대단히 편리하지만, 아이의 지능이 발달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인간이 특화된 텔레파시계 이능이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말도 안되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 차츰차츰 밝혀지고 있었다.
재밌는 것은 비문명인인 아스가르드인들은 발신계보다는 수신계에 특화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대 문물에 휩싸여서 생각이 많은 지구인들은 수신계보다는 발신계의 능력이 특히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미우와 김민정이 손을 잡고 길러낸 말들은 엄청난 지능과 판단력을 보여 주었다.
이미우가 ‘자동차키’라고 불리우는 패가 각 말에게 지정되어 있어서, 이 패를 보여준 사람을 주인으로 인식했다. 그 패가 다른 사람에게서 제시될 때까지 말은 주인의 곁을 함부로 떠나지 않았다.
게다가 전투 훈련까지 되어 있어서 적이라고 판단된 인간을 발로 걷어차거나 몸통 박치기를 거는 것도 가능했다.
이미우를 제외하고도 발신계 능력자 중에는 곤충들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버그 마스터 같은 능력자들이 있었다.
곤충들의 경우에는 ‘설득’의 과정이 필요없는 경우가 많아서 아주 유용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마치 기계처럼 지시대로 움직여주는 벌레들이 대부분이었다. 독자적 사고나 판단보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동물들이 조종하기 더 쉬운 편이었다.
초능력 연구소쪽에는 기생충 마스터도 있었다. 인간이나 동물에 기생하는 기생충에 특화된 조종자였는데, 몇몇 뇌에 영향을 미치는 기생충을 이용하면 사고사를 가장한 암살이나 중요한 자리에서 광란을 일으키고 죽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생충에 감염된 사람들에게서 기생충을 강제로 나오게 만드는 역할만 하고 있었다. 메스로 출구를 만들고, 지시를 내리면 자연스럽게 기생충이 출구로 기어나오게 할 수 있었다.
무협소설에 나오는 고충처럼, 인간을 원격조종하는 방식으로 쓰고 싶어하는 연구자들이 많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쪽에 대해서는 협력하고 있지 않았다.
국가를 위한 악용(특히 정권을 위한)도 악용이라고 프레이야가 단정짓고 금지해 놓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협조는 철저히 거부하고 있었다.
“받으세요. 이 녀석들의 시동 키에요.”
이미우는 원기 일행에게 자동차키로 칭하는 ‘마패’를 넘겼다. 인간이 알아보는 마패가 아닌, 말이 알아보는 마패였다.
원기와 희연, 연하, 리디아는 평소와 다른 종류의 몬스터와 합체했다.
원기의 경우엔 딱정벌레였다. 총알이 난무하는 전장에서는 호랑이보다 유리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합체하는 몬스터를 바꾼 결정적 이유는 오딘이 원기가 프레이야 제국에 돌아와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희연은 불여우 대신에 사마귀를 선택했다.
원기의 경우에는 블러드라인의 특성상 전신이 그 합체 동물의 형상을 하기 때문에 번쩍이는 갑옷으로 둔갑했다. 엑스칼리버만큼은 아니지만 소총이나 권총으로는 흠집도 안나는 강력한 갑옷이었다.
반면 희연의 경우엔 사마귀라고 해도 여성 캐릭인만큼 일부만 변화되었다. 양 손에 신축 가능한 낫과 허리 부분에 스커트처럼 날개가 붙어 있었다.
연하의 경우에는 잠자리를 골랐다. 등부분에 달린 두쌍의 투명한 날개와 긴 꼬리가 특징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희연과 연하 두사람 모두 머리카락 사이로 더듬이가 튀어나와 있었다.
나름 패션으로 봐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리디아는 그냥 평소의 모습 그대로를 선택했다. 물론 그녀도 원기처럼 곤충과 합체할 생각이었지만, 엘프 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평소의 가슴이 풍만한 게임 캐릭터를 버리고, 원래 모습과 거의 같은 엘프 캐릭터로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귀족들의 비리를 파헤치고 도적단의 정보를 얻으려면 그녀의 능력은 꼭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원기가 여신이고, 조제성이 재상이라고 해서 비리 귀족들을 간단히 처치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국가가 개인의 변덕에 의해 움직일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국가의 구성원은 국가에 대한 신뢰심을 잃어버린다.
변경의 귀족들 역시 국가의 구성원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한 방식대로 살아왔다.
그들을 끌어안을 필요도 있었다.
법을 무시하고 처벌하면, 사람들은 불안감을 갖게 된다. 자신이 권력자의 변덕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무기력한 서민들은 몰라도, 귀족들은 국가에 대한 신뢰심과 충성심을 상실하고 모두 자기 살 길을 찾게 된다.
올바른 국가는 구성원에게 ‘법을 지키고 사는 사람은 보호받는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인 나라에서 준법 정신을 기대하기는 힘든 법이었다.
절차에 따라서, 증거를 모아서 확실하게 잘못이 큰 자들부터 정리해 나가는 것은 그런 면에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리디아를 호위하면서, 여행하는 것은 그런 면에서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이녀석은 람보르기니, 이녀석은 페라리, 이녀석은 포르쉐라고 해요.”
이미우가 붙인 말들의 이름에 원기 일행은 쓴 웃음을 지었다. 원기는 자신을 위한 검고 큰 말을 보면서 ‘오, 흑왕호’라고 생각하며 이미우에게 물었다.
“제 말이름은 뭔가요?”
“덤프트럭이요.”
흑왕호는 아니더라도 뭔가 멋진 스포츠카 이름을 기대했던 원기는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어울리는 이름일지도 몰랐다.
여성 세사람이 타는 말은 날렵하고 아름다운 경주마같았지만, 원기가 탈 말은 좋게말하면 군마이고, 나쁘게 말하면 짐말이었다.
위압감이 강렬하고 큰 말이었지만, 경주마 같은 날렵하고 유려한 느낌은 별로 없어보였다.
원기는 마패를 덤프트럭에게 보여준 다음 콧잔등을 쓰다듬었다.
“잘 부탁한다. 덤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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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제국의 영토는 대륙 내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제국이라고 이름을 대는게 애처러울만큼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10배가 넘어가는 크기였다.
증기기관차의 경적 소리와 함께 원기 일행을 실은 기차가 남부쪽 국경을 향했다. 펜릴 제국과 이어지는 서부쪽 국경이 더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펜릴 제국과는 현재도 순조롭게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놀원을 비롯한 놀 자매들이 펜릴 제국의 중추가 되는 늑대 부족들을 차츰차츰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펜릴 제국을 다 집어 삼키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내버려둬도 언젠가는 해결될 문제였다.
하지만 남부쪽은 달랐다. 티르와 토르의 에인페리아들이 암약하고 있었고, 펜릴 제국과 내통하는 귀족들이야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지만 티르와 토르쪽과 내통하는 귀족들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할 수 있었다.
남부쪽을 빨리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멋진 기차로군. 생각보다 타는 느낌도 나쁘지 않아.”
프레이야 제국에서 철도는 사실 철도가 아니었다. 애초에 철도가 생겨난 것은 기차가 생겨나기 이전으로 광산 등지에서 사용되었다. 한칸짜리 짐차를 노새나 당나귀 혹은 사람이 끌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서 최초의 철도는 레일을 나무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철광산이 많이 개발되고 철이 꽤 남아도는 시점에서 철도가 만들어지고 그 이후에 기차가 만들어졌다.
기차가 만들어진 다음에는 나무로 만든 레일을 쓸 수는 없게 되었다.
문제는 사료에 가까운 식량이 고가에 거래되는 이 세상이었다.
철은 소중한 자원, 그것도 전략자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게 길바닥에 깔려있으면 뜯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프레이야 제국이 선택한 것은 콩크리트로 만들어진 선로였다.
고무 바퀴를 이용한 고무차륜식 증기기관차를 도입했다. 일본의 유리카모메와 비슷하게 고무 타이어를 사용한 기차라고 할 수 있었다.
콩크리트로 만들어진 선로를 훔쳐가는 이들은 없었기 때문에 선로의 손실은 적었지만, 대신에 선로를 훼손시키고 타이어를 터뜨려서 기차를 멈추는 놈들이 나왔다.
물론 철로로 했다고 해서 그런 자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고무로 해서 손해를 봤다고 할 수는 없었다.
타는 느낌이 좋은 것은 그때문이었다. 고무 차륜을 사용하는 방식은 소음이 적어지고 진동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증기기관차에 적용된 기술은 후진적이기 때문에 지구의 열차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는 했다.
객실은 완전히 분리된 형태로 4사람이 서로 마주보며 가는 방식의 열차였다. 물론 나름 고급형 차량이라서 방 안은 그다지 좁지는 않았다.
그리고 말들은 뒤쪽 화물칸에서 여물을 먹으면서 함께 이동하고 있었다. 아침과 점심 식사는 방으로 배달을 시킬 수도 있고, 식당차에서 먹을 수도 있게 되어있었다.
‘생각보다 손님이 많은걸.’
열차삯은 지구 기준으로는 대단히 저렴한 편이지만, 이쪽 기준으로서는 대단히 비싼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승객은 많았다.
남쪽 변경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약 일주일이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야간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저녁에는 역에 멈춰서 열차에서 지정한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잠을 잔 다음 아침에 출발하는 방식이었다.
열차 강도들을 피하고 대형사고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나름대로는 다양한 지역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었다.
보통은 며칠씩 묵으면서 끝에서 끝으로 여행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역에서 역으로 이동하면서 장사를 하는 보따리 장사들이 많았다.
여비를 아끼기 위해서 호텔이 아니라, 역 대합실에서 잠을 자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정말 답안나오는군.’
원기는 한숨을 쉬었다. 제3세계에 여행온 관광객 기분으로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합실에서 잠을 자는 가난에 찌든 이들도 원기가 돌봐야 할 이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중앙역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특이한 외모의 종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인족들을 비롯해 오크를 비롯한 유사 종족들이 그러했다. 토르의 종족인 거인족들도 종종 보였다.
화물칸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거인족의 모습도 심심치않게 보였다.
토르와 대립상태인 프레이야 제국에서 거인족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조금은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했다.
열차에서 지정한 호텔은 3일째까지는 청결한 비즈니스 여관 같은 느낌이었다면, 4일째에는 술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몸을 파는 화류계 여성으로 보이는 이들도 다수 보였다.
테이블 한쪽에서는 도박판도 벌어지고 있었다.
‘도박이라. 역시 이런 데서는 포커판이겠지?’
원기는 도박을 벌이는 사내들의 모습을 보았다. 두 사람이 카드를 쥔 채 서로 노려보면서 담배를 물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테이블 한쪽에는 총과 금화가 쌓여 있었다.
프레이야 제국 중앙 정부에서 지폐를 발행하고는 있지만, 프레이야 제국 외부에서도 통용되는 금화가 아직 선호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쪽 세계에도 포커가 있었나? 설마 고도리는 아니겠지?’
장수한과 호철, 찬균을 떠올린 원기가 피식 웃었다. 조제성은 세상의 틀을 만든다면 그 안을 채워넣는 것은 주로 장수한과 찬균, 호철이었다. 사실 원기도 그 안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기의 예상처럼 고도리나 화투는 아니었다.
“푸른 눈의 저글링 공격! 공격력 1500!”
“트랩카드 발동! 스파이더 마인! 방어력 일만 이하의 근접 지상 유닛은 덱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드!", "라!", "군!"
두 사내의 공방에 주위에 있던 남녀들이 탄성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원기는 할 말을 잃었다. 희연과 연하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중앙에서 오신 분들은 이런 것도 잘 모르시나 봅니다. 유행에 늦으시는 것 같군요.”
인상 좋아 보이는 40대의 사내가 원기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시선은 일행 중에 있는 엘프인 리디아를 의식하고 있었다. 변경으로 향하는 엘프 일행이라면 당연히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원기가 나서면서 물었다. 대외적으로 원기와 희연, 연하는 엘프 귀족인 리디아의 경호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원기가 그 리더 역할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여행의 묘미는 사람을 사귀는데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실례지만 좀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넉살좋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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