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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67화 (267/497)

267화 동상이몽

오딘과 로키의 대결은 예상 외로 진척되지 않았다.

오딘이 거대 로봇 지크프리드를 앞세웠다고는 하지만, 혼돈의 대륙은 오딘의 병사들이 활약하기엔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놀제로는 연하 대리를 맡은 엘프 에이마와 함께 용족과 수인족의 잔당을 모아서 효과적인 게릴라 전술을 펼쳤다.

거대 로봇 지크프리드는 순수하게 직립보행을 한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웠다. 밸런스를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몸의 중심을 제어하는 기술은 현대에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크프리드가 보행이 가능한 이유는 등부에 강력한 비행석이 붙어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풍선에 팔다리를 달아놓은 것과도 비슷했다. 팔을 이용해서 전투를 벌이고, 다리를 이용해서 걷기는 하지만 그 움직임은 마치 물에 반쯤 떠서 다리로 움직이며 노는 아이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약점은 로키가 곧 알아챌 수 있었다.

바람에 약하다는 사실이었다. 거대 괴수인 요르문간드가 숨을 토해내면 그것으로 지크프리드를 강제로 밀어낼 수 있었다. 중심이 흐트러지면, 다리가 질질 끌리면서 제 구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거대 바다뱀 요르문간드 역시 땅 위에서는 전투는 커녕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해서 숨을 내뿜는 공격이 고작이었다.

태풍급의 강한 바람을 브레스로 뿜어내는 요르문간드 때문에 지크프리드는 손발이 묶여서 쉽게 진행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식량과 무기는 비행선단으로 옮긴다지만, 인간들까지 비행선단을 사용해서 나를 수는 없었다.

바다뱀 요르문간드는 시시때때로 오딘의 수송선단을 공격했기 때문에 오딘으로서는 진흙탕 같은 교착 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대체 거미계집과 늑대새끼는 어디로 사라진 겁니까?”

요르문간드는 혀를 찼다.

그들이 보낸 선발대는 제대로 북유럽에 도착했다. 과거에 그들이 떠나온 그 지형, 그대로였다. 게이트는 예정대로의 모습이었다.

제대로 왕복할 수 있는 게이트로서 몬스터들이 들어갔다 나왔다를 자유롭게 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헬과 펜릴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미친듯이 공격적이라던 이상한 인간들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인간들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있는 것이라고는 사나운 맹수들 뿐이었다. 물론 맹수들이라고 해봐야, 로키 휘하의 몬스터들이나 수인족들에 비하면 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유럽에 사자가 떼를 지어 다니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들의 흔적이 좀 남아있을 뿐, 미드가르드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있는 것은 그저 풍요로운 자연 뿐이었다.

“아마도, 그때 열렸던 게이트가 잘못되었었던 것 같다. 시공의 틈에 빠졌는지도 모르지. 이번 게이트가 진짜 게이트로 보인다.”

“그럼, 헬과 펜릴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쩔 수 없지. 그들이 자력으로 되돌아오지 못한다면, 우리쪽에서 그들을 찾아갈 길은 없어보인다.”

로키는 씁쓸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지구에 진출하기로 마음먹었다. 풍요로운 자연환경이 있다면 그저 번식을 위해서 만들어진 특화종족 ‘오크’가 순식간에 불어날 수 있을 터였다.

혼돈의 대륙의 용족과 요르문간드의 용족도 역시 번식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간이 없는 남유럽과 아시아까지 장악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우선 미드가르드를 우리가 완전히 장악한다. 신규 게이트를 만들 수 있다면 설사 게이트를 빼앗긴다 하더라도 충분히 오딘에게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로키의 오크는 그 뛰어난 번식력과 공격성에도 불구하고,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엘프, 에인페리아 등과 비교하면 질적으로 많이 딸렸다.

신성력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양적 우위를 살리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세계수의 배치에 따라서 진격 루트가 제한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오크들이 다수의 잇점을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북유럽의 광활한 평원과 숲에서 오크가 증식한다면 로키의 신성력은 오딘을 압도할 수 있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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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잘 풀리는군요.”

“그럼. 누가 만든건데.”

장수한의 감탄에 프레이는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블러드 라인 2의 북반구에 지구의 북반구를 만들어 놓은 것은 완벽한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남반구에는 아스가르드를 흉내낸 대륙을 만들었다.

아프리카 남부와 남미, 호주 등 남반구의 대륙을 모두 없애고 아스가르드 대륙을 만들어서, 유저들을 남반구로 유도했다.

그리고 적도 부근에는 강력한 폭풍을 만들어서 남반구와 북반구를 차단해 둔 상태였다.

프레이는 블러드 라인1을 개조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 알아낸 상태였다. 그것은 게임에 참여한 이들의 사념 탓이었다.

게임의 설정을 세계의 법칙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의 사념이 세계수와 연결되어서 세상을 지탱하는 거였다.

그래서 프레이는 지구와 똑 같은 환경의 세상을 ‘설정’했다. 그리고 지형지물에 대해서는 원하는데로 개조했다.

인간들을 비롯해서 몬스터들이나 유사인종까지 유입되어 그들의 사념이 세상을 더욱 ‘리얼’하게 만들어 줄 터였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지구의 북반구, 중세의 유럽에서 전염병등이 돌아서 인간이 모두 멸종했다는 설정으로 만들어진 넓고 넓은 땅덩어리를 제공하면 그곳을 차지하기 위해서 로키와 오딘이 전투를 벌일 것이 틀림없었다.

“아시아 쪽 설정은 어떻게 되었지?”

조제성은 북유럽에 오크들과 용족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시아 쪽에는 일부 인간들이 기계 문명을 이루고 산다는 식으로 설정해 놓았다. 문명 수준은 1차세계대전 수준으로 맞춰놓았다. 사람은 없지만 건물이나 환경 등은 갖춰둔 상태였다.

프레이야 여신의 협력자들을 선별해서 로그인 시킬 예정이었다.

블러드 라인 2는 너무나 리얼해서, RPG게임으로서는 활용하지 않기로 발표했다. 그리고 블러드 라인 2용 고가의 캡슐을 발매했다.

가격은 억대로 발표되었다.

내부에는 생명유지장치와 모니터링 장치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 외에는 영혼을 끌어들이는 아티팩트가 장착되어 있었다.

유저들은 지나치게 고가의 장비라는 사실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조제성은 이 고가의 장비를 환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했다. 특히 화상 병원의 환자들에게 제공했다. 몸에 심각한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저가에 렌탈하는 서비스를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좋은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남반구의 블러드 라인2는 굳이 RPG일 필요가 없었다.

일부 프레이야의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RPG 구간을 제외하고는 유원지와 요양시설로 꾸몄다. 신체가 부자유할 뿐만 아니라, 고통받던 사람들은 그곳에서 삶을 되찾을 수 있었다.

눈을 잃은 이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고, 귀를 잃은 이들이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행복감과 만족은 반 신족의 신성력으로 변화되어 공급되었다. 원기는 화상 환자들이 남같지 않아 돕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예상외로 좋았다.

불행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던 그들이 블러드 라인을 통해서 얻게된 삶의 기쁨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에 비하면 평범한 이들이 게임을 통해서 얻는 만족감은 티끌이나 다름없었다.

장애인과 병자를 위한 복지로 게임이 부각되면서, 블러드 라인에 대한 사회적 호감도도 상승했다. 물론 유저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블러드 라인 2를 기대하던 유저들이 실망과 좌절감과 함께 블러드 라인으로 복귀하면서 다시금 블러드 라인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블러드 라인은 해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었고, 블러드 라인 2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오딘 녀석에게 따로 게이트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조제성은 어떻게 하면 블러드 라인2로 오딘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딘도 블러드 라인 2에 들어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로키의 예상치 못한 끈기가 방해가 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로키가 오딘에게 패해서 게이트를 빼앗기는 것도 곤란했다. 로키도 블러드라인2에 들어와주지 않으면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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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없으니 허전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은데.’

희연은 자신의 손목에서 들락날락하는 칼날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오딘에게 프레이야 여신은 혼돈의 대륙에 있어야 했다. 그리고 희연과 연하역시 마찬가지로 혼돈의 대륙에 있어야 했다.

그러므로 희연과 연하는 최대한 본모습과 다른 형태로 있어야 했고, 연하에게는 소총이 희연에게는 권총이 주어졌다.

검을 소지할 수 없는 희연에게 사마귀의 낫은 꽤 안심감을 주는 면이 있었다. 검을 역으로 쥐는 방식도 꽤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나쁘진 않았다. 특히 낫의 칼등 부분은 뭉툭하지만 무기사랑을 이용하면 충분히 예리하게도 뭉툭하게도 사용할 수 있었다.

희연은 원기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년의 사내를 지켜보았다. 그녀의 임무는 리디아의 경호였지만 원기에게서 눈을 떼지는 않았다.

희연과 연하를 비롯해 측근인 사람들은 프레이야의 카리스마에 압도될 수 밖에 없었다. 박승희는 프레이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원기를 온전히 받아들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프레이야의 존재를 감히 부정할 수 없는 이들에게 프레이야의 카리스마는 모든 것을 삼키는 강렬한 빛과도 같았다.

원기와의 인간적인 관계는 밤하늘에 영롱히 빛나는 별이라면, 프레이야에게서 받은 은혜와 신앙은 한여름의 태양과도 같았다.

별이 아무리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해도,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는 낮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희연은 원기의 곁을 지키면서 원기의 많은 모습을 봐왔다.

평범한 육체의 나약하지만, 다른 이들을 위해서 필사적인 그의 모습도 보았고, 강렬한 육체와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의 모습도 보았다.

그래서 그녀는 프레이야에게 압도된 듯 보이면서도 원기와의 인연을 더욱 깊게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낮에도 보이는 달처럼, 그녀는 프레이야의 빛을 넘어서 원기를 보고 있었다. 원기는 아직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은 많으니까.’

그리고 원기에게는 조금 유감스럽지만, 희연은 원기와 불타는 사랑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의 곁에서 수백년을 지킬 각오를 하고 있었다.

불타는 사랑을 하는 이들도 몇 년이 지나면 서로에게 식상하기 쉬웠다. 그렇기에 희연은 아주 천천히 관계를 진척시켜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날밤은 백년 후쯤 되어도 되지 않을까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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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살좋은 중년 사내는 그리폰 백작가의 후계자였다. 지구에서 아스가르드의 존재들이 탈출한 것은 로마제국이 성립된 후였다. 따라서 유럽쪽 신화의 존재들은 이쪽 세계에서도 어느정도는 알려져 있었다.

물론 그리스-로마, 이집트 등의 신화의 신들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저 그들은 신화적 몬스터 중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그리고 가문의 문장으로 몬스터를 채용하는 경우는 적지 않았고 그 경우 가문의 이름도 몬스터에서 따오기도 했다.

굴베이그 왕국에서는 꽤 유서깊은 가문이었다. 원기는 에드거 그리폰 백작 공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오, 그런가요? 그건 몰랐군요.”

“하하. 그렇지요? 중앙에서는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작 공자는 웃으며 이야기를 했지만, 상황은 꽤 심각한 편이었다. 열차 강도가 도를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딘이 보급 물자가 부족해지면서, 원정을 위한 보급물자를 얻기 위해서 프레이야 제국 내에 강도단을 본격적으로 파견한 것이었다.

대포가 조만간 보급되면 성벽 따위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 역들은 모두 방벽을 만들지 않았다. 탁트인 공간에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변경 지역의 역들은 성벽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이곳 그리폰 역은 중간 지점인 관계로 목책을 쳐 둔 상태라고 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작전의 부작용인가. 상정한 범위 내라고는 하지만.’

조제성과 장수한이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열차 강도로 식량과 무기를 강탈하기 위해서 강도로 위장한 정규군 특히 에인페리아들을 보낼거라는 사실은 예측했다.

주위 국가에서 보자면, 열차 강도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로키와 헬의 군세도 현재 펜릴 제국을 통과해서 프레이야 제국 내에 들어와 있었다.

실질적으로 펜릴 제국은 프레이야 제국의 통제 아래에 있지만, 그 사실은 철저히 감춰져야 했기 때문에 그들이 들어오는 것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티르와 토르, 오딘의 경우도 정체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눈감을 수 밖에 없었다. 노려지는 열차는 주로 화물 열차가 되도록 신경쓰고 있지만 강도단들이 들어오면서 민간 피해도 적지 않았다.

특히 에인페리아가 포함된 강도단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더와 랜슬롯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강도단들 가운데에는 어용 강도단도 있었다.

악명 높은 펜릴 제국 출신의 강도단은 백성들을 지나치게 억압하는 귀족들을 습격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귀족들을 프레이야 제국의 질서 내에 편입시키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리고 방치해서는 안되는 이들도 존재했다.

“문제는 앞으로 우리 가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가로군요.”

술기운이 좀 오르자, 에드거는 자신의 고민을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관심사는 평등에 있었다.

“여신님이 평등을 말씀하신다는 것은 귀족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귀족들을 몰락시키는 것이 여신님의 목적이 아닌가 싶더군요. 다들 그 부분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엘프라는 종족은 솔직히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말이지요.”

그는 흘낏 리디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엘프들은 모두 귀족이지만 기본적으로 집단행동을 하는게 원칙이었다. 엘프들에게는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하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게임 캐릭터가 된 엘프들만이 단독으로 움직이곤 했다. 물론 단독이라고는 해도, 인간 병사들을 대동해서 움직이는게 보통이었다.

그래서 그가 리디아가 포함된 일행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앞에서 대놓고 해도 되는 건가요?”

“엘프들은 진실의 눈을 갖고 있어서, 거짓말을 알아듣는다고 하더군요. 반면에 대놓고 욕을 해도 대부분 무관심하다고 하고 말이지요.”

“진실의 ‘눈’이로군요.”

원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들이나 드워프들의 귀는 인간의 청력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가까이에 있으면 상대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미묘한 음색의 차이도 느낄 수 있다.

이 두가지를 조합하면 거짓말 탐지기 수준은 아닐지라도 어느정도는 거짓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인간이 거짓말을 나눌 때 심장 뛰는 소리까지 조절해가며 거짓을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사람들에게는 ‘진실의 눈’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되어 전해지고 있었다.

드워프나 엘프들은 직설적인 화법을 주로 쓸 뿐만 아니라, 완전한 평등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욕설을 들어도 모욕이라고 느끼는 일은 별로 없었다.

상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었다.

리디아는 상대에 대해서는 일체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단 프레이야님이 귀족, 아니 신분제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귀족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귀족을 경애하고 있으니까요.”

인간은 무리를 짓는 짐승이었다. 그래서 강하고 지혜로운 우두머리를 따르고 싶어하는 마음이 존재했다. 그리고 귀족들이 바로 그런 존재였다.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추종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현대 사회를 생각한다면 귀족들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극복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원기도 조제성도 왕족을 비롯한 귀족을 폐지하지는 못했다. 가능한 빨리 귀족을 엘프로 대체하는 것이 목표였다. 엘프는 인간과는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다수결을 통한 민주주의가 항상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나치나 파시스트들을 통해 증명되었기에 엘프들을 매개체로 통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백성들에게 존경받기에 없앨 수가 없다라. 재밌군요.”

“그리고 가능하면 광산업을 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광산의 가치는 꽤 크니까요. 다양한 광물들을 모아서, 어느게 가치있는지 중앙에 타진해 보시면 조제성 재상님이 알려줄 겁니다.”

“흠, 광산업이란 말이군요. 광물은 무한정 나오는 것 아니었습니까?”

“철을 비롯해서 많이 쓰이는 금속은 그렇습니다만, 희귀 금속들은 여신님도 필요로 하고 계십니다.”

원기는 에드거와 새벽까지 술잔을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뒤늦게 잠이 들었다.

“일어나요! 당장!”

희연이 원기를 흔들어 깨웠다. 딱딱한 껍질로 싸였지만 두들기는 소리에 머리가 아픈 것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다. 숙취는 없었지만 잠이 부족한 탓에 정신을 차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역전 장터에서 장이 열렸다. 상인들은 새벽에 물건을 팔고 도매상에서 물건을 산다음 다음 역으로 가서 장사를 하는 방식을 많이 취했다.

따라서 물건을 팔러 오는 사람들, 사러 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이 기차가 머무는 아침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희연이나 연하, 심지어 리디아까지도 장터에서 이런 저런 물건들을 돌아보는 것을 좋아했고, 원기도 거기에 몇차례 따라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새벽장 때문에 희연이 자신을 강제로 깨울 리는 없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말을 타고 몰려오고 있어요.”

리디아가 조금 늦게 답했다. 희연과 연하는 더듬이를 통해서 땅의 진동을 느끼고 리디아에게 알린 상태였다.

“화물열차도 아니고 여객차를 노린다고?”

원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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