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화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지만, 뿔달린 바퀴벌레 이야기는 기차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일종의 무용담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터였다. 스톤골렘에 짓밟혀서 박살이 나고도 금새 멀쩡해진 투구벌레 형태의 충인의 이야기였다.
거기에 웃긴 이야기까지 덤으로 딸려 있으니 사람들의 화제거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프레이야 제국의 중앙부엔 다양한 문화가 도입되고 있었지만 변경에는 문화생활이라고 할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중앙에서 전래되었다는 독특한 카드 게임을 비롯해서 음악 등이 알려지고는 있지만, 결국 소문 이야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소문의 중심에는 강도단의 이야기와 강도단을 토벌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엑스칼리버를 휘두르는 미소녀 블레이드라고 할 수 있었다.
“자네, 그 소문 들었나? 강도단 속에 울브스 크로우가 있다는 소문.”
“울브스 크로우만이 아니야. 글로리 세이버도 있다고 들었어. 엘프 토벌대 한 부대가 손도 못쓰고 전멸했다더군.”
“아니, 내가 들은 이야기와는 다르군. 그 자전거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꽁지빠지게 도망쳤다더군. 엘프들은 전멸당할때까지 싸우지는 않는다고 들었어.”
“아, 습격받은 마을이 전멸당했다고 했던가. 엘프들은 도망이라도 칠 수 있으니 좋겠군.”
“여신님의 뜻이라고 하니 어쩌겠나. 죽은 용사보다 살아있는 겁쟁이를 원하는 여신님이라니.”
“난 마음에 들던데. 엘프만큼은 아니라도 여신님은 내가 살아있기를 바라신다는 뜻이니까.”
“그건 그렇고 우리 마을은 괜찮을까? 내겐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도 없는데 말이지.”
“끔찍한 일이야.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에인페리아들에게는 총도 통하지 않는다지. 그런 놈들이 습격하면.”
티르의 기사단은 무기의 이름을 상징으로 삼았다. 글로리 랜스와 글로리 세이버는 온전히 에인페리아만으로 이루어진 부대였다.
특히 글로리 세이버는 30명의 최강급 에인페리아로 이루어져서 단독으로 움직이거나 군을 지휘하는 등의 역할을 맡았다.
글로리 세이버는 물론이고 글로리 랜스만 되어도 희연의 쪼렙 학살이 통할 상대는 아니었다.
물론 검을 든 희연이나 엑스칼리버를 사용하는 블레이드라면 글로리 세이버에서도 최상위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쟁의 신인 티르의 경우, 에인페리아의 수가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글로리 세이버나 글로리 랜스의 경우에는 다른 신들의 에인페리아들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다는 평이었다.
울브스 크로우 역시 펜릴 제국에서 알아주는 강자들의 집단이지만, 최상위의 전사들은 울브스 투스라는 이름으로 따로 있었기 때문에 글로리 세이버들에 비하면 이름값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다만 적을 죽이고 시체를 뜯어먹는다는 점에서 민중에게는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놀원이 펜릴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고는 하지만, 드러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자매들이 각 부족의 강자들을 제압하고 영향력을 키웠다고는 하지만 그 시간이 그리 오래지는 않았다.
펜릴 제국 역시 진짜 강자들은 에인페리아로서 모아들인 상태였다. 그리고 그 부분까지 파고들어 가지는 못했다.
그래서 펜릴 제국에서 파견된 강도단 역시 통제 불능의 흉포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우선 제거해야 할 상대는 울브스 크로우 넘버 8. 크리그. 이능은 탐식의 발톱이로군요.”
“탐식의 발톱?”
“흡수계와 자동계 능력의 혼합 능력이에요.”
아스가르드에서 이능은 ‘초능력’이 아니라 ‘마법’으로 불리웠다. 근본적으로는 그리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이능이 6가지 분류를 갖는 것처럼 마법도 6가지 타입으로 나뉘어졌다. 특히 방출계의 경우가 흔히 말하는 마법과 비슷했다.
생명에너지나 빛, 열기 등을 방출하는 것이 방출계였다. 매직 미사일이나 파이어 볼이라고 흔히 부르는 마법과 유사한 형태로 사용되었다.
매직 미사일처럼 유도되는 마법은 방출계와 염력에 가까운 타동계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흔히 판타지 소설에서 등장하는 서클계처럼 특정 단계에만 오르면 그 단계의 마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스가르드에서는 마법사라고 해도, 자기가 가진 마법 하나를 중점적으로 파고들어서 강화하고 진화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방출계와 타동계의 적성이 있어야만 매직 미사일과 같은 유도형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법사들은 하나나 두개의 마법을 단계별로 나눠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마법의 주문은 그저 정신을 집중하고 이미지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강력한 위력을 가진 에너지를 방출할 시에는 정신을 장시간 집중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 때문에 정해진 문구를 외우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의 작업을 통해서 정신 집중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가장 흔한 마법은 파이어 볼과 비슷한 방식의 화염탄 마법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불구슬을 앞으로 쏘는 것에서 시작해서, 집중력과 심상력을 높이고 이능 자체의 강화를 통해서 점점 크고 아름다운, 아니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계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집중하는데 소모되는 시간과 심상력을 조절해서 화염탄, 대화염탄, 초화염탄 식으로 나눠서 사용하는 것이다.
흡수계는 보통 자신과 접촉한 상대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능력이었다.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 형태도 각성한 이능에 따라서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생명력을 흡수하는 흡혈계, 열기를 흡수하는 냉기계, 이능을 흡수하는 흡마계가 있었다. 물론 이능을 흡수한다고 해도, 마법 같은 형태로 구사된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을 의미했다.
자동계는 염력을 통해서 자신을 강화하는 능력이었다. 생명력이나 힘, 내구력을 높이는 것이 가능했다.
탐식의 발톱은 발톱으로 적의 생명력을 뽑아서, 자신의 신체를 강화하는 능력이었다. 펜릴의 고위 부대에 어울릴만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발톱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강해진다는 점에서 최악이지요. 전투가 벌어지면 빠르게 제압하는게 좋을 거에요.”
생명력을 흡수하는 흡혈계의 경우 거인족이 만들어낸 종족들에게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이 흡혈계를 터득한 자들은 예외가 거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한 자들이 많았다.
타인의 생명력을 흡수하면, 힘이 솟고 머리가 맑아지며 의욕적이 된다. 마치 마약을 하는 것과도 비슷한 쾌감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흡혈 중독자가 되어 버린다. 딱히 흡혈을 하지 않아도 살 수는 있지만 흡혈을 하면 더 생생하게 산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거인족들의 나라에서는 인간을 가축처럼 양성되고 있었다.
“부대는 전원 늑대인간 계통이에요. 에인페리아는 추가로 한명이 더 있군요. 이능은 화염계열 불꽃을 날리는 마법사에요. 유도가 가능한 새 모양의 화염을 날리는 것으로 되어 있군요.”
리디아는 차분하게 그리고 상세히 크리그 강도단의 프로필을 읽어 나갔다. 펜릴 제국의 고위층에 스파이들이 많이 박혀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위치에 대한 정보나 전력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었다.
“시작 상대로는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원기는 살짝 의욕을 불태웠다. 지난번의 실패를 바탕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에 노력한 결과 뿔도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는데 성공했다.
돌격기 탄환 비행의 위력이나 안전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연하가 네장의 날개를 신체의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받은 결과였다. 물론 허리에 달린 네장의 날개로 비행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적어도 몬스터를 활성화시킨 동안은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
헬기처럼 공중에 정지한 상태에서 엄청난 정확도의 저격이 가능하다는 것은 적에게 있어선 악몽과도 같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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