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화 바운티 헌터
아스가르드에서 에인페리아만으로 전쟁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다수의 병과와 병력이 존재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력이 에인페리아임도 분명했다. 상대적으로 소수이지만, 가장 정예화된 전력이었다.
그리고 프레이야 제국의 황야는 그런 에인페리아들의 무덤이 되도록 의도되어 있었다.
우선, 조제성과 장수한이 만든 현상금 시스템이 있었다.
열차를 강탈한 강도단이 있을 경우, 강도단이 약탈한 물자는 강도단을 토벌한 자들의 소유가 된다. 물자를 아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지만, 대단히 효과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열차를 강탈하면 현상금이 걸리고 현상범이 되지만, 강도단을 털면 덤으로 현상금까지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현상범을 넘기면, 신분을 묻지 않고 현상금을 전액 지불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신이 현상범일 경우에는 현상금을 타러 올 수는 없지만 현상금이 걸리지 않은 부하를 한명 보내서 타오면 되는 것이었다.
추가로 바운티 헌터 길드에 돈을 내면, 현상범들에 대한 꽤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전파 탐지기를 이용해서 현상범들에게 달린 태그를 추적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오딘의 눈에 띄는 곳에서 전자 장비를 운용할 수도 없고, 오딘이 애완동물용 전자 태그에 대해서 눈치채면 곤란하기 때문이었다. 프레이를 통해서 알아낸 사실 중 하나는 오딘의 마법 중 작은 것을 보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었다. 현미경 수준의 작은 것을 보는 마법이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이었다.
의료에 대한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명이 더할나위 없이 가벼운 취급을 받는데다가, 언제든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특히 신성력으로 강화된 인간의 내성은 극히 불결한 위생 상태에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조제성의 생각대로 높은 방사능 수치 속에서도 인간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즉효성의 위협에는 약하지만, 지속성의 위협에는 상당히 강한 것이 세계수의 효과라고 할 수 있었다.
애완동물 태그는 미래를 위한 보험이고, 바운티헌터 길드에서 사용하는 것은 좀 더 단순하고 원시적인 것이었다.
바로 동물들이었다.
현상금 사냥꾼 길드에서 주역은 이미우나 김민정 같은 동물들과 교류가 가능한 능력자들이었다. 길들인 매와 늑대 등을 통해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었다.
매와 늑대들은 강도단을 추적해서 정보를 알려주고 고기를 얻어먹는 것이 사냥하는 것보다 훨씬 더 편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깡통 속에 든 고기들은 육즙도 많고 중독적인 맛이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 늑대들과 매, 독수리 들이 황야를 어슬렁거렸다. 토끼가 눈앞에 있어도 거들떠보지 않고, 인간들의 움직임만 주시하다가 가까운 현상금 길드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땅에는 늑대와 개들이, 하늘에는 독수리, 까마귀, 매 등이 있어서, 사람들은 이들을 황야의 고자질쟁이라고 불렀다.
추가로 난민들 가운데에도 현상금 헌터를 지향하는 이들이 생겨나는 결과가 나타났다. 강도단만이 아니라 다양한 범죄자들에게 현상금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치안의 확보와 일자리 제공이라는 역할을 하면서, 황야는 새로운 번영을 맞이하고 있었다.
현상금 사냥꾼들의 증가는 결국 거인족 강도단과 아스신족 강도단의 충돌을 불러왔다.
1차 열차 강도로 약탈당한 물품이 2차 3차 새로운 싸움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었다. 그 결과 1차 열차 강도가 줄어드는 결과를 불러왔다.
괜히 귀찮은 엘프 자전거 부대 같은 것에 시달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물자를 공급하는 것은 같은 강도단을 약탈하는 것으로 가능해지는 것이었다.
현상범이 되면 여러모로 귀찮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은행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은행은 단순히 돈을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 교역소의 역할도 했다.
은행에 강도단에게서 빼앗은 물자를 팔면, 돈으로 지불하고 그 돈으로 다른 은행에서 고대로 되살 수 있었다.
모든 물건들을 사고 파는 것은 아니고, 국가에서 취급하는 보급품에 한해서였다. 다만 무기나 화약류는 은행에 팔 때, 특별히 받는 티켓이 있었다. 이 티켓을 가지고 있어야 무기나 화약을 구입할 수 있었다.
식량을 팔아 무기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기나 화약을 정체도 모를 이들에게 판매한다는 것은 과감하고 무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감함이 조제성의 장점이었다.
추가로 보급물자들은 강도단에게서 빼앗은 것이 확인되었을 때에만 은행에서 구입해 주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약 1년의 시간이 지난 것이 확인되어야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제한된 물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강도단으로 투입된 이들은 선택을 해야 했다. 열차를 털 것인가, 열차를 턴 놈들을 털 것인가.
열차에는 현상금 사냥꾼 길드의 고자질쟁이들이 다수 타고 있었다. 주로 까마귀 들인데, 이들은 열차를 타고 있으면 먹이를 얻어먹는데다가 열차 강도가 습격하면 얼굴을 기억해서 현상금 길드에 있는 엘프들에게 알렸다.
엘프들은 기본적으로 뇌파 능력에 있어서는 수신형이었다. 발신형인 리디아가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물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사용되는 것은 ‘언어’라기보다는 ‘이미지’였다. 명령을 전달하기보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했다.
엘프들 가운데 까마귀가 본 이미지를 수신할 수 있는 엘프들이 있고, 그들은 그것을 이용해서 몽타쥬를 만들어서 배포했다.
열차를 털면서 열차에 접근하기도 전에 눈도장 찍고 튀는 까마귀들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자들은 별로 없었다.
열차를 털면 현상범이 되는 것을 막기 힘든 것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열차를 털고 싶어도, 누군가가 먼저 열차를 털어버린다면 그때는 열차를 턴 놈들을 털 수 밖에 없었다.
1차 열차 강도단들은 물자들을 은행에 맡길 수가 없었다. 적어도 현상범인 다른 강도단을 잡지 않고서는 물자를 은행에 처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최소한 1년 이상, 대량의 보급물자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황야의 곳곳에 강도단들이 아지트를 만들고 보급 물자들을 숨겨 놓았다.
그 결과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같은 행운을 바라는 이들도 있었고, 보급물자들을 숨겨둔 지도 같은 것이 나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난민들의 희망이 되어 황야로 모여들게 만들었다. 강도단과 강도단이 격돌해서 공멸하고, 그 결과 물자와 현상금을 모두 얻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않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명성을 떨치는 이들도 있었다.
5대 강도단이다, 10대 강도단이다 하는 분류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5대 강도단들은 엘프 추적대가 포기한 상대로도 유명했다. 엘프 자전거 부대에게 추적 및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진 이들이었다.
“다 덤벼라. 이 멍청한 것들. 무자비하고 교활한 엘프들이 왜 나만 보면 도망치는지 알려주지.”
글로리 세이버의 싱글 넘버인 하비에는 자신의 군신마 위에서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상대는 거인족의 에인페리아들이었다.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들로 이루어진 현상금 사냥꾼들이었다.
실제로는 강도단으로 보내졌지만, 현상금 사냥꾼으로 전직한 이들이었다. 열차를 털어서 쫓기기 보다는 다른 놈들이 약탈한 것을 가로채는게 더 편하고 많이 벌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이들이었다.
사실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주점에서 즐기는 카드게임이라든가, 엘프들의 노래들을 공연장에서 당당히 들을 수 있다던가 하는 이유도 작지 않았다.
하비에는 흡수형과 자동형의 능력에 특화된 이능자였다. 그는 자신에게 뛰어드는 늑대인간을 보면서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리고 그 순간 늑대인간은 검으로 휙 빨려 들었다. 검이 끌어당긴 것이었다. 허공에서 강력한 이능으로 끌려가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무식한 검에 단박에 두토막이 났다.
엘프들이 피해다닐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군신마는 말을 초월한 말이지만, 땅을 박차고 달리는 달리기의 한계상 시속 130을 넘길 수가 없었다. 중력가속도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엘프들이 모는 자전거는 비포장된 평지에서 시속 150을 가볍게 넘겼다. 문제는 순간 가속력이었다.
군신마는 빠르게 최고 속도에 달하는데, 자전거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상대를 끌어당겨서 잘라버리는 그의 검은 엘프들에게 있어선 악몽이나 다름 없었다.
원거리에서 부하들을 공격하고 도망치는 것은 타이밍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하비에의 강도단은 접근 금지령이 떨어져 있었다.
상황이 여의치않게 되자, 다른 늑대인간들과 뱀파이어들이 도망치려고 했지만, 하비에는 그런 그들을 두고보지 않았다. 군신마의 속도와 끌어당기는 검의 앞에서 그들은 도망치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흡혈귀라고 해도, 피를 흡혈해서 체력을 보충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놈들이라 목이 잘리거나 재가 된 상태에서 부활하는 재주는 없었다. 뱀파이어가운데에도 헬의 에인페리아들은 부활해서 보복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와전된 소문일 수도 있었다.
“뒤져라.”
하비에가 말하자, 부하들이 죽은 현상금 사냥꾼들의 시체를 뒤졌다. 그러자 그들의 품에서 록커 키와 비슷한 열쇠가 나왔다. 현상금 길드에서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가져가면 그들이 모아둔 전재산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본인 인증 제도를 만들어 두면 이야기는 달랐겠지만, 그것은 일부러 누락시켜둔 상태였다. 강도단들간에 피튀기게 싸우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동하는 강도단들이 프레이야 제국에서의 생활에 의외로 빠르게 물들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본인 인증 제도를 만들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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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고작 이런 것들을 상대하려고 내몸을 포기한건 아닌데.”
카즈키가 검에 묻은 피를 털면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녀의 앞에는 피를 흘리며 두려워 떠는 이들이 있었다. 마약 카르텔의 본부 중 하나였다. 그녀역시 쪼렙 학살과 비슷한 이능이 있었다. 다만 그녀의 능력은 전의를 상실시키는 점에서 희연의 것보다는 서유리의 것과 닮아 있었다.
그녀는 약한 놈들은 학살하는 것조차 귀찮다고 여긴다는 점에서 희연보다 더 높은 프라이드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엑스칼리버에 사이보그 육체까지 가진만큼 그녀를 상대할 수 있는 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핸디캡을 주고 승부를 즐기는 취미는 없었다. 전력을 모두 쏟아부어서, 그 속에서 승부를 즐기는 것이 좋았다.
“유감이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구나.”
마츠모토 츠루기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미국의 용병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들의 능력은 지나치게 강했다. 맡겨진 전투 임무는 가혹한 것이어야 하지만, 방청소하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의 전투 능력을 경계해서 전투시에만 사이보그의 능력이나 이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연료 공급을 제한하고 있었다.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폴로 녀석과 결별하지 말 것을 그랬군.’
츠루기는 후회에 가까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이 미 정보부의 불신을 불러오고 있었다. 전투에 중독된 전투 중독자인 만큼 요인 경호 같은 중요 임무에 투입할 수 없었다.
사실 그런 임무에 투입된다고 해도, 그들 부녀가 기뻐할 이유도 없었다.
그것이 그들의 문제였다.
전투에 목말라 어둠의 세계에 뛰어들었는데, 더 목마르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특히 희연과 제대로 검을 섞어보지 못한 카즈키의 불만은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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