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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73화 (273/497)

273화 전력 보충

정보부 소속이라고 하지만, 정식 직원이 아닌 그들은 완전히 암흑에 감춰진 존재였다. 미 대통령이라고 해도 접근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공화당 대통령에게 공개된 정보와 정보원이 있고 민주당 대통령에게 공개된 정보와 정보원이 있는 것이었다.

정권에 따라서 해오던 일들을 은폐하는 일은 정보부 측에서는 부득이한 일이기도 했다.

전쟁을 선호하는 정권 밑에서 전쟁을 책동하는 일을 해오던 이들이, 외교를 중시하는 정권으로 바뀌었다고 모조리 숙청당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묵인되거나 외면당하거나, 때로는 감춰졌다.

마츠모토 부녀는 그런 면에서는 줄을 잘못 탄 셈이었다. 현 대통령은 대표적인 비둘기파였고, 그들이 연결된 줄은 매파였다.

정권이 바뀔 때까지는 되도록 숨죽이고 있는게 일이었다.

물론 그들이 그렇다고 놀고 먹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맡겨지는 임무는 매파 정치가들의 뒤치닥거리였다.

스캔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3류 잡지사 기자에게 겁을 준다거나 정치가의 후원자 사업이 잘 풀리도록 거리의 갱들을 처리하는 등의 잡일 등이 주어졌다.

가끔 큼직한 일이라고 해도, 매파 정치가들의 가족이나 후원자의 가족들 가운데 유괴 등을 당했을 경우 그들을 구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매파 정권이 등장해서 국가 전복이라도 주문하면 모를까, 그들에게는 활약할 마땅한 무대가 주어지지 않았다.

초법적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행동을 최대한 삼가하면서, 숨죽이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그리 달가울리가 없었다.

“저건 또 누구지?”

“프리랜서입니다. 유괴범이나 인질 납치 사건 해결의 프로입니다.”

“그럼 우리가 나설 필요는 없지 않았나?”

“저 여자는 사람 찾는게 특기일 뿐입니다. 사이코 메트리라고 남겨진 물건이나 현장에서 흔적을 찾는게 특기라고 합니다. 좀 비싸긴 하지만, 비싼만큼 값을 한다고 할까요. 두 분께서는 저 여자가 범인과 위치를 알아내면 돌입하셔서 구출작전을 행하시면 됩니다.”

‘초능력이라니, 왠지 재수없군.’

츠루기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도 엑스칼리버라는 이능과 사이보그의 힘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뼈를 깎는 고련과 궁리, 경험없이 얻어지는 힘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카즈키는 그저 재미있다는 듯이 관심을 보였다.

‘저 둘은 분명 조제성님이 말씀하시던 이들이로군.’

사람들에게는 사이코 메트리라고 소개했지만, 그녀가 가진 이능은 바로 과거시였다. 그 장소의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특정 시간을 정해서 볼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에, 사건 발생 시각을 어느정도 알아야 쓸 수 있는 능력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이능은 프레이야를 통해 각성한 수신성 텔레파시 능력이었고, 그녀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엘프였다.

요인 납치나 유괴 등의 현장에서 활약하면서 미국 내에서 인맥을 쌓아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곤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일이긴 하지만, 고가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이 적지 않기 때문에 고가의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쉴틈도 거의 없었다. 고가로 10명을 구하나 저가로 10명을 구하나, 그녀가 구할 수 있는 사람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인명 구조를 위한 현장에서 엑스칼리버의 능력으로 자신들을 학살하던 부녀와 만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그녀는 재빨리 조제성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녀에게 붙어있던 발키리는 자연스럽게 카즈키에게 옮겨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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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럴수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비틀스트라이크인가.”

늑대족의 에인페리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의 강도단에는 희연의 쪼렙 학살을 견뎌낼 수 있는 강자가 하나나 둘 정도는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희연의 쪼렙 학살에 걸리게 되어 있었다. 희연이 눈으로 그들을 제압하고, 원기가 최대한 많이 걸리도록 격돌을 하는 것으로 전투를 시작했다.

원기의 경우 탄환 비행 자체는 직선에 가까운 돌진기이지만, 비행 기술에 익숙해 지면서 완만한 곡선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리디아는 뇌파를 통해서 희연에게 대상을 지정하고, 원기에게 방향과 코스를 지시했다.

이는 마치 볼링장에서 볼링을 치는 것과도 비슷했다. 원기는 리디아의 지시대로 최대한 많은 피해가 나도록 날아가는 궤도를 잡았다.

원기 일행이 노리는 강도단은 대부분 마을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학살한 악질적인 집단이었다.

도덕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아스가르드였기 때문에, 제정신인 놈들보다는 막나가는 놈들이 너무 많았다.

스키피의 경우에는 그녀에게 붙어있던 발키리가 그녀의 심성을 알았기 때문에, 흉악한 강도단의 부단장임에도 불구하고 스카우트 제안을 했을 뿐이었다.

대부분은 즉결심판 사형도 아까운 악질들이 많았다.

희연은 교묘하게 눈으로 상대를 묶으면서, 움직일 수 있는 에인페리아를 총으로 견제했다. 그리고 연하는 스페어 처리 역할을 맡았다.

원기가 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잡병들을 저격으로 처리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남아있는 하나나 둘 정도의 에인페리아들을 원기가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희연에게는 낫과 무기사랑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존재하긴 하지만, 최후의 수단에 가까운 것이어서 왠만해선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사용할 일이 아직까지는 없었다.

원기의 돌진기에 이은 격투전에서 살아남은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되도록 목격자가 안생기도록,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주의를 했지만 뿔달린 바퀴벌레가 쓰는 필살기인 ‘비틀 스트라이크’는 꽤 많은 이들이 알게 된 상태였다.

단단한 껍질과 무시무시한 생존력을 지닌 전사로 원기는 황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유일한 생존자에 가까운 늑대인간은 전신을 불길로 감쌌다. 그의 능력은 발신계와 방출계였다. 그는 불꽃을 몸에서 뿜어내면서, 발신계 능력으로 그 불꽃의 이미지를 몇배 아니 몇십배로 강하게 연출하는 것이었다.

작은 성냥불인데, 엄청난 화력의 모닥불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그러한 것이었다. 보통 마법사들의 경우 방출로 만들어낸 불꽃 같은 에너지를 타동으로 적에게 맞추면서, 발신계로 화려하고 강렬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3박자를 통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단순히 불꽃이 날아오는 것보다는 거대한 용이 하늘에서 불을 뿜어서 날아온다는 것이 더 위력적으로 느껴지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온 몸이 불꽃으로 감싸인듯 보이는데 몸에서 뜨거움이 느껴진다면 공포와 고통 절망으로 정신이 나가게 마련이었다.

화염의 늑대는 그런 계통의 이능자였다. 강력한 화염의 이미지와 충분히 사람 하나쯤은 구워버릴 수 있는 화력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온 몸에 화염을 두른 채로 원기의 몸을 끌어안았다. 하지만 원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용히 분노했을 뿐이었다.

끔찍한 화상에 시달려온 그는 불꽃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익숙함도 있었다. 화력이 몇배는 되어보이는 불꽃이지만, 두꺼운 껍질에 둘러싸인 탓에 뜨거움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불꽃의 고통을 다시한번 되살려 주는 듯한 상대의 행동에 내심 크게 분노한 원기는 상대를 맞서서 강하게 끌어안으며 옆구리에 발톱을 박아 넣었다.

“네 놈이 느껴봐라. 화상이 얼마나 끔찍한 아픔을 주는지!”

원기의 페인 마스터리는 자신에게 느껴지는 아픔이나 고통을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유용한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원기는 자신의 고통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하는데 사용하지 않았다.

아픔과 분노가, 원기의 페인 마스터리가 가진 공격적인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해주기 때문이었다.

“이런, 죽어버렸네.”

원기는 품 안에서 축 늘어져버린 화염 늑대의 시신을 보았다. 너무나도 강력한 고통에 죽어버린 것이었다. 사람들을 불태워죽이기를 즐긴 미친 녀석의 최후로서는 너무나도 맥없는 것이라, 원기는 허탈함까지 느꼈다.

“이 부근에서 우리가 잡을 만한 강도단은 다 잡은 것 같네요. 남은건…”

리디아는 리스트를 살펴보며 말했다. 하비에의 강도단은 위험도에 비하면 피해는 크지 않은 편이었다.

원기 역시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하비에 강도단은 1차 열차 강도가 되었든 강도단을 약탈하든 가리지 않았다. 자신들의 강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을을 약탈하기도 해서, 엘프 추격대의 블랙 리스트에 오르기는 했지만 자기들 편할대로 하는 말 그대로 무법자였다.

“이런, 우리 먹잇감을 먼저 가로채신 양반들이 있군.”

하지만 화염 늑대를 노린 것은 원기 일행만이 아니었다. 하비에의 강도단은 자신들보다 약한 놈들은 누구든 털어왔다.

그리고 우연히 목표물이 일치한 것이었다.

하비에와의 조우는 그다지 달갑지는 않았다. 강도단의 수가 백명을 넘는데다가 글로리 세이버의 싱글넘버였다. 희연급의 강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못본척 지나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하비에 역시 놓아줄 생각은 없는게 틀림없었다. 화염 늑대가 챙겨둔 약탈품도 제법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기는 희연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리디아의 공격 신호와 함께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올랐다.

갑충류의 탄환 비행은 무거운 몸체 때문에 자유롭게 날지는 못하지만, 가속도와 직진성은 무시할 수 없었다.

희연은 하비에 대신에 그의 군신마에게 눈길을 향했다. 말이 움직이지 못하면 원기의 공격에 직격당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연하는 저격총으로 하비에의 부하들을 향해 총알을 날렸다.

‘놈이 피하면, 뒤쪽의 부하들을 쓸어버린다. 희연이 말을 잘 묶어 둔다면 일격에 놈도 처리할 수 있겠지.’

원기는 탄환 비행 속에서 그렇게 판단했다. 하비에가 피할 가능성은 높지만 미처 못피할 가능성도 있었다. 뿔에 대한 생체 강화는 무기 만큼의 위력은 없지만, 충돌하면 같이 죽을 정도의 폭발력이 있었다.

설사 무기사랑으로 강화된 보검이라도, 강화된 뿔을 일격에 자른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상태로 충돌하면 강력한 충격파가 하비에를 휩싸게 될 것이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받아칠 생각인가?’

원기는 승리를 확신했다. 동시에 충돌의 순간에 대비해서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하비에의 움직임은 원기의 예성과는 달랐다. 그는 대검을 뽑아서 가볍게 위로 올린 다음 밑으로 후려치듯이 휘둘렀다.

그리고 직선으로 날아가던 원기의 몸이 그가 휘두르는 대검의 움직임에 맞춰서 하늘로 떠오르다가 땅에 처박혔다. 원기의 뿔이 땅에 박히며 그자리에서 목이 부러졌고 땅이 폭발하며 몸통이 튀어오르자 하비에는 그것을 양단해 버렸다.

그리고 희연과 눈길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하비에의 군신마는 앞발을 들어서 토막난 원기의 시신을 밟아 으깨어 터뜨렸다.

그의 기술은 ‘그래비티 소드’라는 이름의 기술이었다. 흡수계 능력으로 상대를 끌어당기는 힘을 검술의 일부로 승화시켰다. 그의 부하들을 노리고 날린 연하의 총알도 그의 대검에 붙어있다가 그가 검을 휘둘러 피를 떨어내자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희연은 호승심이 생겼다. 그녀는 티르의 에인페리아들과 전쟁터에서 싸워보았다. 하지만 하비에 같은 강자는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손목에서 낫을 꺼낸 다음, 하비에를 향해서 땅에 깔리듯 달려들었다.

먼저 군신마의 다리를 베어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비에가 검을 들어올리자, 희연의 몸이 하늘로 끌어올려가면서 다리가 바닥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몸에 대검이 날아들었다.

강력한 인력 덕분에 자석이 서로 달라붙듯이 하비에의 대검과 희연의 몸이 격돌했고 희연은 순식간에 두토막이 나서 바닥에 떨어졌다.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공격대상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검이라, 마지막 순간에 급작스럽게 빨라지는데다가 양 다리가 허공에 뜬 상태라 희연은 어떻게 대처할 수 없었다.

[승산이 없어! 그냥 피해!]

화살이 쏟아지건 총알이 쏟아지건 그는 검 하나로 모두 막을 수 있었다. 원기가 박살나고 희연이 토막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안 연하가 하늘로 날아서 도망쳤다. 리디아 역시 재빨리 말을 몰아서 도망쳤다.

하비에는 둘을 잠시 지켜보다가, 리디아를 포기하고 잠자리의 날개로 하늘을 나는 연하를 향해 자신의 대검을 힘껏 던졌다.

연하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대검을 감지하고 재빨리 몸을 피했다. 하지만 대검에서 발생한 강력한 인력 때문에 결국 대검에 꿰뚫려서 즉사한채 바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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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불여우가 당했다고?”

[예. 프레이야 여신님이 본래 계신 세상, 아스가르드의 강자들 중 하나가 상대였습니다.]

카즈키는 프레이야의 발키리가 들려준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츠루기 역시 관심이 없지 않았다. 대인전의 검술은 그가 보기엔 아직 미숙했지만, 전장을 읽는 감각이나 전장의 경험은 츠루기를 앞도하는 불여우였다.

카즈키는 꼭 한번 붙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상대였다. 내심 자신이 이길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대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를 간단히 꺾어버린 상대에 대한 호기심을 감출 수 없었다.

“왜 우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여신님은 도움이 필요하셔서 이 세계에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두분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신님께 충성을 맹세하신다면, 여신님께서 두분을 당신의 칼로 써 주실 겁니다.

물론 두분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배신할 수 없도록 모종의 제약이 가해질 것입니다..]

“왠지 살벌한 소리네. 그런 짓도 한단 말이야?”

[두분을 덮어놓고 믿을 수는 없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발키리의 냉정한 발언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현자회의 사이보그는 무한에 가까운 수명이 주어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생명 에너지를 충분히 받아들였을 때의 이야기였다. 지금처럼 필요한 만큼에서 조금 부족한 정도로 에너지가 공급되는 상황에서는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었다. 사이보그 파츠와의 적합성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미 몸 이곳 저곳이 욱신거리고 열이 나는 듯 했다.

‘어차피 자유는 없다고 봐야겠지.’

“그렇군. 난 받아들일 생각인데, 넌 어떠냐?”

“좋아요. 저도 받아들이겠어요.”

어차피 현자회에 있으나 미국에 있으나 자유롭지는 못했다. 규격을 넘는 힘을 가진 탓에 오히려 더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조제성이 던진 낚시밥인 ‘희연을 가볍게 해치운 강자’들에 낚여서 프레이야의 전사가 되는 것을 받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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