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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274화 (274/497)

274화 격돌

미국 정보부에서 탈출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아니, 탈출이라고 말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몸속에는 폭탄이 장착되어 있었다. 사이보그의 신체를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몰래 설치해 둔 것이었다.

특히 고약한 점은 관리자가 가진 장치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폭발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이 풀려나서 제어불능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 처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서 전파가 차단될 수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 두 사람이 이동했고 발키리의 말대로 두 사람의 몸이 폭발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대체 무슨 일인가. 어째서 폭발한거지?”

“전파가 차단되어 버렸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장치는 신호가 가까이 없을 경우 폭발해 버리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부실하게 만들지는 않았을텐데? 그들이 얼마나 중요한 전력인지는 알고있지 않나? 그들 같은 슈퍼 솔져는 한두푼으로, 아니 돈으로 만들 수 있는게 아니네.”

“불법으로 개조 증폭된 휴대폰 전파 차단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고출력 장치라고 합니다. 아마도 초보자가 무리하게 출력을 올려 만든 장치가 아닌가 판단됩니다. 인질범들 대부분이 사망한터라 어떤 경로로 구했는지는 불명입니다.”

“젠장.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지만, 이런 식으로 잃어서는 안된느 존재들인데. 할수 없지. 그들에 대한 기록은 모두 삭제해 버리게. 잔해는 회수되었나?”

“대부분의 부품과 신체 파편이 회수되었습니다. 폭탄에 의해 타버린 부분을 포함하면 거의 전부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리측 인명 피해가 그 두사람에게 국한된게 불행중 다행이로군.”

이미 죽어버린 사람을 추적할 이유는 없기에 미 정보부에서도 두 사람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은폐되었다.

“좀 심하군. 이런 식의 족쇄였다니. 말그대로 문답무용이 아닌가.”

영혼이 되어버린 츠루기는 착찹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폭탄에 대한 정보와 주파수에 대해서만 알아내면 간단히 처리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건 두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것보다는 두 사람을 두려워한다는 의미가 더 크긴 했다. 카즈키는 그런 츠루기의 낙심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성격도 아니고, 아버지인 츠루기에게 모든 걸 맡겨뒀기 때문이었다. 배신감과 허탈함을 느끼는 츠루기와 달리 현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고 있었다.

“이왕이면 좀 예쁜 모습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네요. 눈매가 조금 사나우니까 살짝 부드럽게요.”

카즈키는 그렇게 말하며 새로 얻게 된다는 육체의 디테일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녀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행동에 츠루기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좀 건방지고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부모 실격인 자신을 끝까지 따라준 알고보면 착한 딸이기도 했다. 그녀를 본받아서 그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사이보그의 육체가 아닌 영원히 늙지않는 불로의 육체를 얻게되는 셈이었다. 불사는 아니지만 부서지면 신품으로 교환(?)해주는 서비스까지 붙어 있었다.

배신할 수 없다는 것은 동시에 절대적인 신뢰를 얻는다는 의미도 있었다. 미정보부에 대한 실망감에 가득찬 츠루기로서는 차라리 잘되었다는 느낌이었다.

그도 카즈키처럼 검을 휘두르는 것에 만족하는 한낱 무인에 지나지 않았다. 신경쓸 것이 줄어들면 그만큼 편하고 좋았다.

“난 그냥 좀 더 신장이 컸으면 좋겠군.”

카즈키는 원래 미소녀였지만, 그녀가 아쉽다고 생각하던 부분을 수정한 외모로 업그레이드해서 부활시켰다. 츠루기는 체육계 인간들이 늘 그렇듯이 커다란 체격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다.

키는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나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무리하면 일반인으로 봐줄 수 있는 190의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의 미중년으로 바뀌었다.

원기 같은 초보들은 북두의권에 나올듯한 근육질의 육체가 강해보이지만, 근육이 많으면 힘이 생기는대신에 유연함이 줄어든다. 관절의 가동역도 줄어드는 편이었다.

그래서 츠루기는 신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몸매를 택했다. 인간을 초월한 육체 능력이 발휘되는 만큼, 좋은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사이보그의 신체는 아깝기는 했지만, 두 사람을 아스가르드에 투입할 생각인만큼 어차피 쓸모가 없었다.

사이보그에 관련된 정보는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입수했다.

물론 프레이야 진영측에서 그것을 만드는 것은 무리였다. 파인애플사의 제이폰을 몇대 가지고 분해했다고 동급의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당장 활용가능한 사이보그 두체는 아까운 것이지만, 미 정보부에 쫓기는 것은 더 곤란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노림수인 엑스칼리버를 지닌 블러디 코어는 확보할 수 있었다.

프레이는 오딘을 제외하면 아스 신족 가운데 최강의 마술사이기도 했다. 따라서 아스 신족의 기술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블러디 코어에 대한 것은 알지 못했다.

쓸만한 이능을 가진 영혼은 에인페리아로서 수집하는 것이 가능한 신족들에게 ‘이능’만을 뽑아서 다른 자에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그다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과 많은 영혼들을 다뤄온 아스 신족들의 신들에겐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연구라고도 할 수 있었다.

프레이는 블러디 코어에 대해서 이미 어느정도 연구를 마쳤기 때문에, 블러디 코어를 사이보그가 아닌 아티팩트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엑스칼리버의 전설처럼 검에다가 장착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무기는 파손되기 쉽고 분실가능성도 있었다. 특히 상황에 맞는 무기의 사용도 필요했다.

따라서 몸에 늘 지닐 수 있도록 가슴 부위의 방어구인 호심경에 설치했다.

이로 인해서 두 부녀는 엑스칼리버의 이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문제가 있다면, 블러디 코어의 효율성과 제약이었다.

블러디 코어는 극히 효율성이 떨어졌다. 한번 사용할 때마다 들어가는 신성력의 양은 인간 하나를 되살리는 에너지보다도 컸다. 현자회가 인간 여러명을 갈아서 한번 전투벌일만한 연료를 만들어낸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블러디 코어를 장착해서 사용할 경우에는 사용자의 이능가운데 중복되는 계통의 이능이 전부 사용불능이 되어 버렸다.

엑스칼리버는 방출계와 자동계의 합체 능력이었다. 이경우 흡수계의 능력과 타동계의 능력까지 함께 봉인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엑스칼리버의 이능이 가로채기 때문이었다.

반면 쪼렙학살 같은 정신계 능력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희연이나 원기가 블러디코어로 엑스칼리버를 사용하게 되면 무기사랑이나 육체강화 같은 능력은 사용할 수 없었다.

에인페리아로 오래 묵히다보면 다양한 이능을 각성해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아스 신족들이 굳이 이능만을 고착시키는 블러디 코어 같은 기술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츠루기는 그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기뻐했다. 주어진 힘보다는 자신의 노력으로 획득할 수 있는 힘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검도의 장점은 말이지. 져도 죽지 않는다는 점이야. 패배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지.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건 너무 매력적이로군.”

블러드 라인2의 엑스칼리버 각성 코스를 들은 츠루기는 도리어 기뻐했다. 그는 패배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서 성장해왔다.

[여신님이 오셨습니다.]

의욕을 불태우는 그들의 앞에 여신이 나타났다.

‘어린애 아냐?’

‘아, 세비지 빗치즈의 마스코트다. 자칭 리더라고 하던데.’

원기 일행이 황야에 있었기 때문에 동원될 수 있는 여신은 놀원 뿐이었다. 프레이는 게임 세계에서 꼼짝을 할 생각을 안했다. 마술적 서포트를 해주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 들린다. 자칭 리더도 어린애도 아니야.”

놀원이자 늑대의 여신 펜리아는 고압적인 태도로 말했다. 운명의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그녀의 카리스마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거인신족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어린 용모랑 어느정도 상쇄되는 측면이 있었다. 카리스마는 그 신을 믿는 이들에게 크게 힘을 발휘하는 특성이 있어서 프레이야에게 속하게 된 두 사람에게는 절반 이하의 영향력이 주어질 뿐이었다.

“난 이미 열세살, 아니 열네살이고 충분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어른이다.”

‘이런, 정말 애아냐.’

‘신인데 열세살? 몇천살 아니 적어도 몇백살은 되어야 하는거 아냐?’

“다 들려. 열네살이라고 했다. 내가 살던 세상에선 충분히 어른이야. 그리고 내 원래 몸은 이런 몸이 아니었어.”

“펜리아 여신님. 영광입니다.”

영혼 상태라서 생각을 하는 것과 입밖으로 내는 것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츠루기가 입밖으로 말을 꺼냈다. 입밖으로 말을 꺼낼 때는 그래도 자연스럽게 생각이 걸러지기 때문이었다.

“펜리아보다는 놀원이라고 부르는게 좋아. 프레이야 여신님이 주신 이름이니까.”

놀원은 자신이 애취급 당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기 보다는 이미 납득하고 있었다. 이쪽 세상의 기준에 맞출 필요는 있었다.

늑대는 일부일처제가 기본이지만, 그녀는 늑대보다는 하이에나쪽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보스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것은 암수의 차이만 있을 뿐, 사자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에인페리아의 육체를 부여했다.

“그럼 난 돌아가야겠군. 젠장 망할 놈의 학교 같으니. 나이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육체는 어른이고 정신은 폭군이었던 놀원은 육체 정신 모두 애취급받으며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기본 상식이 너무 부족한 탓이었다.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어른 취급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놀원은 투덜거리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츠루기와 카즈키는 에인페리아의 육체와 블러디 코어가 박힌 장비를 장착하고 원기 일행이 있는 황야로 향했다. 실전 테스트를 위한 것이었다.

에인페리아의 육체와 아티팩트형 이능 발생장치의 테스트였다.

그들은 순조롭게 강도단을 퇴치하면서, 몸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하비에의 강도단과 조우하게 되었다.

‘저놈이 그 불여우와 맞서 승리한 놈이란 말이지?’

“이번엔 카즈키 차례에요. 뒤로 빠져요.”

카즈키가 대뜸 나서면서 말했다. 하비에는 달랑 두사람만 나타난 것을 보고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었다. 상대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서 부하들에게 사격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총알들을 피하지도 않고 튕겨내는 모습을 보고 인상을 썼다.

“재밌는 능력을 가진 놈들이로군.”

하비에는 칼을 빼들고 말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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