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278화 (278/497)

278화 군단의 잉여

“전기 능력자의 레일건 프로젝트, 정말 멋지지 않아? 조승상도 군말 없을 것 같은데.”

장수한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찬균과 호철도 그에 동의했다. 그리고 장수한은 의기양양하게 조제성 회장에게 기획서를 들고 갔다.

“발상’만’ 좋네. 기각이야.”

“왜요?”

“그냥 총쏘면 되지. 이걸로 뭘 하려고. 전차 잡을 출력이 나올 리도 없고 그냥 총으로 해결할 일을 굳이 이런 걸 쓸 필요가 없어.”

“일단 무기를 소지하기 어려운 곳에 갈 때라든지.”

“이봐. 우린 테러리스트도 아니야. 그리고 연하양과 희연양이 동전 튕기는거 본적 있어?”

“없는데요.”

“에인페리아의 손힘을 이용해서 튕긴 동전은 충분히 사람 잡고도 남아. 관통력은 희연양이, 명중률은 연하양이 좋더군. 동전 가지고도 사냥할 수 있어. 놀들이 그짓을 못할 것 같나?”

“아, 예. 그럼 할 수 없지요.”

“하지만, 발상’은’ 좋아. 그건 틀림없군. 전기 능력자를 군사적으로 이용하지 않는게 멍청한 일이 되겠지.”

“어떻게 이용할 생각이십니까?”

“먼저 테이저에 맞고 과충전 상태가 되었다는 점이야. 백팩에 대량의 배터리를 짊어지게 하는건 어떨까 생각되는군. 그럼 평소에 자체 발전을 통해서 전기를 충전시키고, 그걸 필요한 상황에서 일거에 역류 시키면 가진 능력의 몇배로 전기 위력을 증폭시킬 수 있겠지.”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놀제로를 비롯한 전기 능력자들은 상대와 접촉하거나 수십센치 정도로 접근하지 못하면 전기로 공격할 수 없었다.

전기를 자유자제로 조종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전압 아니 전기의 절대량이 부족해서였다.

“채찍이나 그물, 단검, 동전 등에 전기를 주입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전기로 가열시킨 동전을 날린다거나, 전선이 달린 단검이나 표창을 상대방 몸에 박아넣고 전기를 흘린다거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파워드 슈트야. 동력 문제가 해결되지.”

뜬금없는 발상은 장수한과 오덕팀의 장기였지만, 그런 발상을 현실화시키는 면에선 조제성이 압도적이었다. 전기 자동차나 전기 스쿠터 등을 장기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놀들의 이용가치는 급상승한다고 봐도 좋았다.

특히 전기 능력자들은 돌연변이에 가까운 존재라서, 놀제로와 그 자녀들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것이 놀들의 가치를 높여주는 한편, 실용화의 벽일 수도 있었다.

“프레이와 서유리양과 이야기 나눠봐. 엑스칼리버처럼 전기 능력을 각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조제성은 등에 짊어지는 배터리와 전기 스쿠터를 이용한다면 놀들을 지구에서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을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엘프 자전거 부대는 예측을 상회하는 뛰어난 전력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놀원도 대단하긴 대단하군.”

“어떤 면에서요?”

“계산 없이 감으로 행동하는 듯 보이면서도 중요한 핵심을 놓치지 않는 것 같아.”

“무슨 말씀이시지요?”

“그녀가 거둬들이려는 아이들이 꽤 큰 역할을 하게 될 듯 싶어서 말이야.”

“왕따 어린이들 말입니까? 어떤 면에서 그렇지요?”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큰 에너지가 열등감이라는거 알고 있나? 아돌프 히틀러도 나폴레옹도 토요토미 히데요시도 조조도 변변치 않은 외모로 알려져있지. 출신 신분들도 그리 좋지 않아. 조조가 그나마 낫긴 하지만 환관의 양자로 멸시당하는 신분이었지. 기본 루져들이라고 할 수 있어. 그것도 어린 시절에 그런 굴욕을 맛본 이들이지. 그래서 그들은 강한 욕심을 가지고 있었지. 비정상적인 우월감은 열등감의 반영이라고도 하니까. 사실 나도 열등감은 꽤 가지고 있었던 편이고.”

“의외로군요.”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생각, 남이 날 이해해 줄 수 없다는 생각도 배부른 고민처럼 보여도, 사람을 충분히 죽을만큼 괴롭게 해줄 수 있지. 그게 내 집착의 원천일지도 몰라. 중요한건 그 열등감이 강한 집착, 의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 어린시절에 쌓인 열등감은 강력한 에너지가 될 수 있지. 게다가 어린아이들은 길들이기 쉬워. 놀원은 강력한 친위군단을 얻게될 가능성이 크지.”

“그게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군요.”

장수한은 조제성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놀원의 보스 기질은 확실히 대단한 것이었다. 그녀는 실제로 자신의 ‘언니들’을 굴복시킨 막강한 보스라고 할 수 있었다.

소심하고 상처입은 소년소녀들을 휘어잡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몰랐다.

--------------------------------------------

“야, 때려 보라니까. 네 주먹따윈 아무렇지 않아.”

놀원의 으름장에 통통한 소년은 주먹을 들고 바들바들 떨었다. 남을 때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봤기 때문이었다.

“쳐!”

갑작스런 놀원의 외침과 밀려든 살기에 소년은 무심코 주먹을 뻗었고 그 주먹은 놀원의 뺨에 적중했다.

“봐. 하면 되잖아. 그건 그렇고 중심이 실리지 않았어. 다시 한번 해봐.”

놀원의 육체는 에인페리아의 것이었다. 체격은 작지만 내부는 이상적으로 강화되어 있었다. 초등학생에게 맞는 정도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번 경험한 것은 조금 더 쉬워지는 경향이 있어서, 소년은 조금 더 체중을 실어서 쳤다. 하지만 역시 마지막 순간에 멈칫했고 놀원의 뺨에 가볍게 닿는 정도에 끝났다.

‘아, 주먹이 입술에 닿았다.’

“그게 아니지. 끊어치는건 좀 더 속도가 필요해. 이렇게.”

놀원이 가볍게 손을 휘둘렀고, 소년은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입술 한쪽 끝이 이빨에 부딛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 이런. 실수했네. 아깝다. 내용물이 흐르네.”

놀원은 소년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더니, 소년의 머리를 잡고 소년의 입술에 흐르는 피를 핥았다. 부드러운 혓바닥과 입술의 감촉이 입술 한쪽 끝과 뺨에서 느껴지자, 소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음, 통구이를 해먹으면 딱 좋을 육질인걸. 맛을 보니 알겠네. 너, 앞으로 통구이라고 해두지.”

소년은 통구이라는 말에 당황했지만, 어차피 놀원은 지금까지 몇번이나 말해도 자신의 이름을 외우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을 기억해준다는 것 자체가 왠지 기쁜 감도 들었다.

놀원은 학교 내에서 빠르게 잉여군단들을 모아들였다. 그녀의 청각은 학교 내의 구석 구석에서 벌어지는 일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요주의 몇사람들에게 철저한 징계를 내렸다. 귀신으로 협박하는 것도 방법이었고, 전기로 지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선생님. 놀원이 절 전기로 괴롭혔어요.”

덩치 크고 다른 놈들을 괴롭히며 어깨에 힘주고 다니던 녀석이 황당하게도 선생과 부모에게 고자질을 했다. 하지만 놀원의 백은 든든했기 때문에 부모가 와서 윽박을 지른다고 통할 리는 없었다.

“전기로 괴롭혔다는데 어떻게 된거지?”

“애들을 괴롭히길래 말리려고 팔꿈치를 잡았어요. 그랬더니 전기가 온다고 하면서 비명을 지르면서 날뛰더라고요.”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놀원이 말하자, 전기고문을 당한 소년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놀원이 어떤 도구를 쓴 것도 아니었다. 흉터가 남은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겉으로 보기에는 그녀가 팔꿈치를 가볍게 잡은 것 뿐이었다.

스스로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소심하고 약한 아이를 괴롭혀서, 제가 말리려고 한 것 뿐이었어요. 그런데 설마 부모님과 선생님을 불러올 줄은 몰랐네요.”

“아니, 아이들 싸움에 전기 충격기를 쓴건 아닌가 해서. 죄송합니다. 미처 확인을 못했군요.”

쌈닭처럼 기세 등등해서 온 부모도 할 말을 잃었다. 괴롭힘을 당했다는 아이가 당당하게 증언을 한데다가, 그녀가 맨손으로 소년의 팔꿈치를 잡는 CCTV화면이 명백하게 남아있었다. 누가봐도 엄살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자신이 당한 끔찍한 고통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이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렸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미안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애들한테 좀 더 친절하게 대해줬으면 좋겠어.”

놀원이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소년은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전기가 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소년의 부모님과 선생님은 소년에게 악수를 하도록 강요했다.

소년은 두려워하다가 악수를 했고, 그다음 강렬한 전기 충격에 비명을 질렀다.

“앗 따가와. 정전기가 올랐나봐요. 죄송해요.”

놀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귀여운 미소로 주위 사람들에게 사과했다. 그러자 소년만 난처해졌다.

“아, 얘가 왜 이리 엄살을 부리지? 너. 좀 똑바로 해라.”

부모가 부끄럽다는 반응을 부리며 짜증을 부렸다. 그리고 놀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어리지만 유명인인데다가 생각보다 얌전하고 천사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야생의 동물들이 얼마나 조심성깊고, 연기의 달인인지를 몰랐다. 사냥 한번을 위해서 숨죽이고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있었다.

자존심을 내세워 처세술을 활용못하는건 의외로 인간일수도 있었다.

게다가 놀원은 학생들의 비밀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협박용 소재를 가지고 학생들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그리고 잉여 군단들을 소집해 나갔다.

“뭔 고깃집을 차렸나.”

경호원이자 운전수인 김진광은 놀원의 실상을 그래도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놀원은 사람들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했고, 그래서 적당히 자기 본위로 이름을 붙였다.

통구이, 양념구이, 찜, 백숙, 고깃국, 카레, 전기구이, 육회와 사시미 등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는 타고난 리더였다. 왕의 재목으로 태어나 신의 자리까지 얻었으니 전설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괴롭힘을 당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던 소년 소녀들에게는 눈부실 정도였다.

그녀는 아이들을 들볶았다. 격투기 훈련을 시킨다던지 체력 훈련 등을 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괴롭힘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그녀의 지배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보호와도 같았다.

그녀가 생각하는 보스는 보호자이며, 베푸는 자였다. 그 대가로 충성과 헌신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다.

한희연의 도장으로 잉여군단을 끌고가서 격투기 훈련을 시키곤 했다. 주로 때리기보다는 오히려 맞아주는 역할을 했다.

누군가를 때려보는 것에서 배우게 되는 것도 많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약점 중에서 쉽게 노릴 수 있는 건 명치야. 가슴의 중심부에서 약간 아랫부분이지. 자. 한번 때려봐.”

“하지만 가슴이 있는데.”

“그래. 가슴을 때리라고. 중심부 좀 아래.”

소년은 놀원의 가슴부를 때리라는 요구에 심하게 동요했다.

“안돼. 아무리 보스가 강하다지만, 여자의 가슴을 때리는건 무리야.”

“야, 니가 내 젖통 걱정하냐? 내 젖통을 걱정할 건 내가 낳을 새끼 뿐이야. 넌 내 새끼들 먹이통 걱정안해도 되거든.”

‘놀원이 엄마라, 좋겠다.’

통구이라고 불리우는 소년은 불현듯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보다 어려보이고 순진해 보이는 작은 체구의 소녀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 당혹스러웠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다.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소녀들은 대부분 부모님이나 어른들과 상담을 하지 못한다. 부모님들이 바쁘고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고, 서로간에 문제가 있어서일 수도 있었다.

놀원은 그런 면에서 놀라운 존재였다. 그녀는 무엇이든 알고 있는 듯 보였고, 거침이 없었다. 그녀에게 휘둘리는 것은 충실감을 안겨 주었다.

소년은 이미 놀원의 신자나 다름없었다.

“이얏!”

소년은 결의를 다지고 놀원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망설임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놀원을 여자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좋아. 너 맘에 든다. 난 겁쟁이 고기는 먹지 않아. 네 고기라면 먹어줄 만 할 것 같군. 내게 잡아먹히고 싶지 않으면 죽지 마라.”

놀원의 상식에는 교접행위는 오로지 번식을 위한 것 뿐이었다. 건강하고 좋은 자식을 낳기 위해서만 성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번식행위는 적에게 노림을 받을 수 있는만큼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해치우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믿었다.

천사의 모습을 했지만 내면은 마치 세기말 패왕과도 같은 놀원에게 잉여군단은 조금씩 물들어가고 있었다.

소년소녀들은 펜릴이 말하는 ‘잡아먹는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에로한 표현이 아니라, 진짜 음식으로서 먹힌다는 표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그녀를 위해 싸우고, 그녀를 위해 죽어서 그녀에게 먹혀서 그녀의 일부가 되는 것을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저것들이 정말로 강력한 이능자로 각성할 수 있을까? 확실히 눈빛이 다르긴 한데.”

장수한은 조제성의 예측을 떠올리면서 잉여군단을 주시했다. 놀원은 완벽하게 아이들의 마음을 장악했다. 그들은 이미 놀원의 충실한 신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