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281화 (281/497)

281화 장기 공장

조제성은 의료사업과 무기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의료사업은 대량의 돈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아스가르드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제성이 사들인 제약회사에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장기공장 시스템이었다.

신성력을 퍼부으면 장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공장이라고 불릴만큼 대량 생산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것을 적은 신성력을 들여서 생산하게 만들어낸 아이디어는 최찬균이 낸 것이었다.

그의 관심은 인조인간이었다. 그래서 인공장기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가 알게 된 것이 바로 3D입체 프린터였다.

합성수지를 뿜어내서 입체를 만드는 기계였다.

합성수지 대신에 배양된 체세포를 이용해서 장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연구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세포를 결합시키는 것이 불가능해서 아직은 현실화가 불가능한 꿈의 기술이었다.

그리고 신성력을 통한 치유는 세포의 회복력을 높여서 세포를 되살리고 세포를 재결합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처입은 외상에 잘 통하지만, 질병이나 독에 대한 효과는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이는 세포를 쌓아서 장기의 형태를 만드는 입체 프린터와 결합하기 좋은 기술이었다. 치료마법의 빛을 프린터가 세포를 뿌려서 쌓아나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비춰주는 것이었다.

세포들은 배양액과 함께 뿌려져서 옆의 세포와 결합해 나갔다.

세포를 배양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굳이 줄기세포는 필요치 않았다. 세포가 완전히 죽거나 변질되지 않았다면 충분히 되살려서 빠르게 배양할 수 있었다.

장기를 만들기 위해 세포를 추출해서 배양하는데 약 1주일, 그 세포들을 프린터에 넣고 돌려서 장기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한 시간이었다. 세포가 결합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분당 몇장씩으로 뽑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인간의 팔이나 다리도 제작이 가능했다. 접합부를 자르고 재 봉합 수술을 실시하고 치료 마법을 사용하면 잃어버린 팔다리를 다시 붙이는 것도 가능했다.

장기 이식을 받고, 신성 마법을 사용하면 10분만에도 생생하게 될 수는 있지만 이식 후에는 신성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신성력 없이 완쾌가 되는데다가, 자기 체세포로 만들어진 장기이기 때문에 거부 반응도 없었다. 그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달 정도 요양만 시키면 되었다.

신성력도 낭비할 수 없는 자원이었고, 굳이 치료기간을 줄여서 의심을 더 키울 필요는 없었다.

다만, 조제성은 인류의 복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장기 공장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해도 수혜자의 수는 정해져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만큼, 조제성은 자신의 기준으로 평등하게 일을 추진해 나갔다.

세상의 소위 유력자들에게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구입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서비스를 받을 대상 1인당 100억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했다. 가장 권력과 돈이 많은 이들 가운데 100명에게 제시했다.

제성의 계산으로는 약 삼백명 정도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순번을 정해놓고 윗번호가 거부하면 아랫번호의 사람들에게 계약을 타진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백자리는 최소 경매가 150억으로 경매에 붙였다.

마지막 백자리는 프레이야를 위해 일하는 이들을 위한 것으로 보관해 두었다.

“호오, 좀 특이한 서비스로군. 하지만 난 건강한데 굳이 백억을 들여서 이 자리를 살 필요성이 있겠소?”

“아, 이건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입니다. 한사람 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인만큼, 각하의 가족 중 누군가를 위해 빌려주실 수 있는 겁니다. 이를테면 콘도 같은 것일까요. 세포를 동시에 배양할 수 있는 자리는 200자리 뿐입니다. 그래서 회원만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각하께서 사용하실 필요가 없을 때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 누구든 빌려 주시면 됩니다. 물론 치료비는 별도로 받습니다. 장기별로 제작 비용과 이식수술 비용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식 수술은 원하는 병원에서 받으셔도 됩니다. 그리로 장기를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눈 같은 고도의 예민한 장기도 가능합니다. 젊고 생생한 각하의 세포로 만들어진 눈동자로 교체하면 질병은 물론이고 노안도 깨끗하게 해결됩니다. 당분간은 남을 빌려주실 틈도 없을 겁니다.”

“호오, 그런가? 말 그대로 회춘이로군.”

“물론입니다. 심장과 생식기를 교체하면, 성생활도 왕성하게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심장이나 눈의 경우에는 제작 기간도 좀 길고, 비용도 비싸긴 합니다만, 그래봐야 백만불은 넘기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백억이라는게 좀 걸리는군.”

“현재 경매에서 10자리가 낙찰되었습니다만, 낙찰가가 이미 이천억을 넘겼습니다. 물론 그들은 당장 목숨이 위급한 사람들입니다만…그리고 아직 미심쩍다는 이유로 가격이 낮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효과가 입증되면 낙찰가는 몇십배는 뛸거라고 합니다.”

“호오, 그걸 생각하면 꽤 낮은 가격이로군. 대체 왜 이렇게 싼 가격에 제공하는거지?”

“이 서비스가 오랫동안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안전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각하께서도 모처럼 이 서비스에 가입했는데 서비스가 중단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공급이 늘어나서 가격이 떨어지면 어떻게 할 셈인가?”

“경매에 올리시면 됩니다. 가격과 관계없이 권리를 판매하시면 저희쪽에서 백오십억에 무조건 되사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백오십억에 무조건 되사들인다는 조제성의 제안은 효과가 있었고, 90%에 달하는 권력자들이 권리를 사들였다. 권력자들의 비호를 돈을 받으면서 얻어낸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교회측과도 교섭을 벌였다. 성기사단을 통해서 벌인 것이었다.

“향후 삼십년 내에 프레이야 신도들은 지구를 떠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양해없이는 지구에 발을 딛지 않을 겁니다. 물론 신자의 수도 함부로 늘이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을 것이고 선교활동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도 성장률은 년간 10%를 넘기지 않을 것이고, 삼십년까지는 최대 십만명 이상의 신도는 만들지 않을 겁니다.”

“이자가 말한 것은 진실입니다.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고 그 스스로도 믿고 있습니다.”

프레이야 교단의 혹세무민을 경계하는 이들에게 조제성의 선언은 나름대로 안심할 수 있는 근거를 주었다. 지구에서의 안전은 꽤 확보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형님. 정말 삼십년 내에 모두 아스가르드로 이주하는 겁니까? 좀 가혹한 것 아닐까요?”

“무슨 소리야? 누가 아스가르드로 전부 이주한다고 했어?”

“아니, 형님이 지구를 떠나겠다고 계약을 맺고 오신 거 아닙니까?”

“그래. 분명히 말했지. ‘지구를 떠나겠다고.’말이야. 이 세상엔 지구만 있는게 아니지. 달도 있고 우주도 있지않나.”

조제성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미 뱀파이어들과 드워프들이 달기지 건설에 착수해서 순조롭게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달의 표면에선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지만, 달 내부에는 제법 큰 지하 기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향후 십년 정도 후부터는 달 지하에 거대 도시 건설에 착수할 계획도 잡고 있었다.

저중력 문제를 제외하면 공기와 생명력이 넘치는 쾌적한 공간이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달 기지를 토대로 우주 공간에서 원심력으로 중력을 얻는 우주선형 도시도 만들 예정이었다. 지구를 떠난다는 약속은 그를 토대로 만든 것이었다. 동 차원에 거점을 확보한다면, 도망치듯이 영영 지구를 뒤로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그리고 무기 생산을 위해서 택한 것이 바로 2족 보행병기였다.

부유석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두 다리로 이동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었다. 이는 당장 아스가르드에 투입할 생각은 없었다.

대외 수출용으로 제작할 생각이었다.

미국과 한국등 우방국으로만 수출하는 조건으로 대량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드나드는 물자를 군과 나라에서 관리하는 관계로 시제품 몇기 정도면 모를까, 대량 생산해서 빼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생산 설비를 갖추고, 기술 데이터를 축척하는 것은 가능했다. 사람과 시스템, 데이터만 빼돌릴 수 있다면 양산 체제를 비밀리에 구축하는 것은 가능했다.

조제성은 달 기지에 지구에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공장을 제조하는 것을 고려중이었다. 드워프들이 다양한 금속들을 채굴하고 있었고, 오염물질은 그냥 우주에 흘려 보내면 되기 때문이었다.

땅에 묻어버린다고 환경이 파괴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국가의 엄중한 관리를 받는다면, 무기를 빼돌리는 것이 불가능해지지만 대신에 다양한 데이터와 기술을 얻을 수 있었다.

전차나 전투기라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없지만, 새로운 종류의 병기라면 그것이 가능할 터였다.

“부유석을 확보하는게 선결 문제로군. 혼돈의 대륙이라는게 다행인가.”

거대 비행정은 세계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오딘의 눈에 발각될 위험성이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비행정들은 세계수가 없는만큼 오딘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대형에는 에인페리아들의 탑승 가능성이 있지만, 중소형에는 에인페리아도 타고 있지 않았다. 소형함이라고 해도, 대륙간 왕복이 가능한 함선인만큼 부유석의 양은 두세기 정도의 시작기를 만드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조제성은 부유석 확보를 위해 최정예 부대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자연스럽게 원기와 희연이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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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키. 임무다. 오딘의 비행정을 한척 탈취해 오라는군.”

“생각 없네요. 댁이나 다녀오시죠.”

“그래? 할 수 없지.”

“응? 왠일이야? 뭐라도 잘못 주워먹은거야?”

순순히 그녀의 거부의사를 받아들인 츠루기에 대해서 카즈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좋을대로만 살아온 츠루기였다.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은 드물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임무를 받은 이상 갈 수 밖에 없다고 내심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너랑 희연양이랑 사이가 안좋은 것 같으니 할 수 없지. 같이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무리일거라고 생각했다.”

“음, 신참자인데 함부로 빠질 수는 없지. 너무 놀면 감을 잃어.”

카즈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 그래? 그럼 희연양은 올필요 없겠군.”

“무슨 소리야? 걘 안가는데 나만 가야된다고? 그럼 나도 안갈거야.”

카즈키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츠루기는 혀를 찼다. 지금 것은 그냥 떠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츠루기가 자신을 놀렸다고 생각하자 카즈키는 방으로 돌아와서 인형을 침대 위에 내던지며 화풀이를 했다.

‘희연, 그년만 생각하면 짜증나는군.’

카즈키는 승부사였다. 승부를 위해서 자신을 억누르고 자신을 관찰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어려서 외조부와 어머니의 엄격한 지도하에 기초를 충실히 닦은 그녀였다. 츠루기라는 완성된 천재를 상대하려면 의표를 뛰어넘는 기괴함에 가까운 자유분방함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기본을 무시하는 듯한 파격을 추구하는 듯이 보일 뿐이었다. 그녀는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충분하고 남을 만큼 탄탄한 기초가 있었다.

츠루기는 일반적인 기준을 넘어서는 기초 위에 격을 무너뜨리는 수준으로 나아간 검사였다. 카즈키처럼 재능과 파격에 넘치지는 않지만, 그의 검은 충분히 다양한 경험으로 상궤를 넘어섰다.

반면 한희연은 검을 겨룰 상대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상운의 지도하에 기초만을 닦았다. 수싸움을 해보지도 못했고, 파격을 통해 승리를 얻어 본 적도 없었다. 넘치는 재능으로 기초만을 우직하게 팠다고 할 수 있었다.

그저 탄탄한 기초를 토대로 파격을 초대한 카즈키와 기본에 충실했지만 그것을 넘어선 츠루기와 기본 말고는 추구할 것이 없었던 희연의 길은 미묘하게 달랐다.

그리고 서로의 대단함은 서로가 잘 알고 있었다.

카즈키는 희연을 본 순간, 그녀가 하늘이 자신에게 준 라이벌이라고 직감했다.

문제는 그 라이벌이 자신을 봐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츠루기는 젊은 시절부터 명승부를 많이 남겨온 검도계의 스타였다.

그가 최강의 전설을 이루고, 당해낼 사람이 없는 수준까지 오르는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면에서 츠루기는 희연이나 카즈키처럼 라이벌에 목마르지 않았다.

온갖 시련과 라이벌 속에서 어느날 절대자가 되어있는 무림고수 같은 존재가 츠루기였다.

희연은 아예 상대할 사람이 없었고, 카즈키는 검성의 딸로서 기대주로서 자라왔다. 재능도 충분했다. 특히 여자에서는 당할 자가 없었다.

카즈키는 실력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만 센 남자 선수들을 경멸했다. 상대도 안되는 주제에, 여자라서 상대할 수가 없다느니 하는 소리를 떠들면서 정신 승리를 주장하는 입만 산 놈들이 천지였다.

그녀가 검성의 딸이라서 강해졌다거나, 뒤에서 심판들이 봐준다는 음해에도 시달렸다.

카즈키가 자신의 실력을 전력으로 부딛쳐가면서 함께 성장해 나갈 이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희연의 고독이 무인도의 고독이라면, 카즈키의 고독은 군중속의 고독이었다.

무인도의 고독도 힘들지만, 군중속의 고독은 그 이상으로 아플 때가 있었다.

보고도 못본척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녀가 츠루기에게 반감을 갖고 있고, 검놀이에 미친 어린애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머니가 아니라 츠루기와 함께 사는 것을 택한 것은 그래도 자신을 봐주는 것은 츠루기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여자애에게 졌다는 사실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검사는 거의 없었다. 진지하게 검을 추구해오면 올수록 더 그러했다.

외조부도 어머니도 그녀와 눈을 맞추기를 꺼렸다. 말로는 도장의 기대주라고 하면서도, 그들의 자존심을 상처입히는 그녀의 존재를 끌어 안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모처럼 만난 소중한 라이벌은 츠루기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동경하던 스타나 다름없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편해지는건 절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도 있는데다가, 되게 아끼는 듯이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눈꼴 사나웠다.

무기 사랑은 그녀 자신의 능력이고, 엑스칼리버는 빌린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도 기분이 안좋았다.

진검을 목도로 베어버릴 정도의 예리한 검격은 이기는데만 집착한 카즈키에게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경지의 완벽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한방 먹여줬지.’

그녀가 애지중지하던 남자에게 키스를 한방 먹였을 때의 희연의 얼굴 표정을 떠올리니 유쾌한 기분이 들어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확실히 카즈키를 보고 있었다.

‘두고 봐.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니.’

카즈키는 원기의 정체가 짬타이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희연에게 원기는 자신이 될 수 없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전장의 영웅을 꿈꾸는 순진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즈키는 남자 검사들을 경멸했다. 자존심만 있고 뇌는 없는 겉만 번지르르한 비겁자들이었다. 그런 멍청한 놈들이 벌이는 칼싸움에 로망따위는 느껴본적 없었다.

신체조건만 좋은 얼간이들이 잘난척하며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칼싸움의 확대판이 전쟁이라고 여겼다.

등빨좋은 성능좋은 육체에 기대서, 무모하게 싸워서 승리를 거두는 원기의 모습은 카즈키에게 있어선 ‘지저분한 막싸움’에 지나지 않았다.

상대를 일도양단하는 아름답고 산뜻한 희연의 전투방식이 카즈키의 이상이었다.

‘꽤 꽉막힌 우등생 같은 꼴을 보니, 둘 사이가 어떤지 알겠어.’

그녀는 희연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 수단으로 원기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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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키와의 결전 이후, 원기의 아침은 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아침 소독’으로 눈을 뜨게 된 것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모닝 키스’였다.

희연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틀에 박힌 꽉막힌 점이었다.

그리고 그 기준은 한번 정해지면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옷갈아입을 때 속옷모습까지는 노출한다고 정한 다음, 그것을 철저히 지켰다. 운이 좋아서 목욕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사고’일 뿐이지, ‘일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한번 사고가 생기면, 왠만해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철저한 성품도 있었다. 잠을 잘때도 노출이 거의 없는 단정한 파자마를 입고 바른 자세로 잠을 잤다.

원기는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녀는 원기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확실하게 챙겼고, 그것을 존중했다.

그리고 소독 사건이 있은 다음에, 일상에 ‘소독’이 추가 되었다.

‘사고’가 아니라 ‘일상’으로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인 다음부터는 그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보이진 않았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하루에 두세번은 ‘소독’을 할 수 있었다.

원기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사무칠정도의 외로움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곁에 사람들이 많은게 좋았다.

누군가에게 미움받을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희연, 리디아, 연하 누군가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것은 다른 이들과 거리를 만드는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누군가와 깊은 관계가 되는 것보다도 자신의 주위에 사람들이 있는게 더 좋았다.

오래도록 자신의 곁에 사람들이 있어주면 좋겠다고 하는 생각 때문에 원기는 본의아니게 어장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원기의 다다익선은 성욕보다는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원기의 절반쯤은 거세된 남성성이 ‘소독 사건’을 계기로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금까지는 만족하고 살았지만, ‘소독’ 이후의 단계로 좀 더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 것이었다. 그리고 희연이 자신에게 질투를 했다는 사실이 내심 기쁘기도 했다.

‘카즈키와 친하게 지내면 어떨까.’

여전히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카즈키를 이용하면 희연과의 관계가 좀 더 전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기는 희연이 자신을 좀 더 좋아하게 만들어 줄 매개체로 카즈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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