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화 세이프
오딘은 혼돈의 대륙에서 벌어지는 진흙탕 싸움에 곤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로키가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고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는 교묘하게 중간에서 조종하고 있는 조제성이 있기 때문이었지만, 그 사실을 눈치채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제성은 혼돈의 대륙의 전투가 길어지고 소모가 심해지도록 삼분지계를 사용했다. 오딘과 로키, 그리고 프레이야 세력이 그것이었다.
단순한 삼분지계였다면, 오딘이 이렇게까지 질질 끌 이유는 없었다. 중간에서 이간질하는 세력이 있다고 알게 된다면 철저하게 두들겨 부수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제성은 세력을 완벽하게 둘로 나눴다.
용신을 믿고 따르는 리자드맨들과 놀제로가 수습한 수인제국의 잔당이었다.
용신을 믿고 따르는 리자드맨들은 친오딘 정책을 폈다. 요르문간드라는 명백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날개달린 여성형 용신을 믿는 이들과 거대한 뱀 모양의 괴수형 용신을 믿는 이들로 리자드맨들은 갈려 있었다.
오딘은 필사적으로 자신들을 지원해주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친오딘 세력으로서 이 용족들과 손을 잡았다.
그리고 놀제로가 이끄는 수인제국의 잔당은 외부에서 침입해온 인간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약탈하는 쪽으로 노선을 잡았다. 그리고 펜릴을 따를 것을 주장하고 친로키 노선을 폈다.
로키가 불리하면 놀제로가 이끄는 수인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도와주었다. 오딘이 불리하면 용족들이 필사적으로 도와서 전세를 회복할 수 있게 도왔다.
결국 드러난 형태는 4파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용족 잔당은 성심껏 필사적으로 오딘을 도왔고, 수인족 잔당 역시 몸을 아끼지 않고 로키를 도왔다.
그리고 양측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조제성은 지침을 내렸다.
오딘이 승기를 잡을 때, 용족은 수인족에게 습격을 받거나 문제가 생겨서 오딘을 돕지 못했고 로키가 승기를 잡을 때에는 수인족들에게 사정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는 쉽게 눈치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로키와 오딘이 대립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게다가 조제성은 얻게된 정보를 그대로 사용해서 정보원을 노출시키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사소한 정보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 정보들만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오딘도 로키도 교활해서, 수인족과 용족들에게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 등으로 시험을 했지만 그 시험에 걸려들지 않았다.
얻기 힘든 정보는 애써 모른 척했다. 참고만 해두는 형태였다.
협력 관계만 성실하게 구축해도, 맵핵을 킨 것이나 다름없이 상황을 읽을 수 있는데 굳이 중요도 높은 기밀 정보에 의존할 필요따위는 없었다.
그로 인해서 오딘과 로키는 상당한 심력과 전력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꼬이는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누가보기에도 전쟁은 잘되어가고 있었다. 작전들은 성공하고, 위기 상황도 잘 극복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잘 맞아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길어져만 가고 있었다.
운좋게 만들어진 4강, 아니 2강2약 실질적으로는 2강 1중의 체계가 조제성으로 하여금 오딘과 로키를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일행을 어느쪽으로 투입시킬지가 고민이로군.”
몬스터 계열은 곤충계열부터 파충류계열, 포유류, 조류까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블러드 라인에는 어류 계통 몬스터들도 길들여서 합체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연하가 포함된만큼 용신족 쪽으로 집어넣어서 오딘 진영에 집어넣어서 정보 수집을 할 수도 있었다.
반면 수인족 진영에 집어넣어서 오딘 진영을 습격하는 역할을 맡길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메리트는 있었다.
“역시, 이 경우에는 양쪽 모두 보내는게 좋겠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 승상님 생각에 동의합니다.”
장수한이 장난삼아서 붙인 승상이라는 표현을 원기, 곧 여신이 받아들였다. 자동적으로 조제성의 직함은 승상이 되어 버렸다. 황제의 승상이 아니라, 여신의 승상이라서 황제보다 상위의 직급이 되어있기는 했다.
“일단 연하와 리디아는 용족 쪽에 가는게 좋겠지요.”
연하의 대리 역할을 하는 엘프들이 리자드맨 일족을 효과적으로 장악한 상태였지만, 자칭 용족들인 리자드맨들이 아는 용신의 이미지는 연하였다.
연하역시 리자드맨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비행 전투 능력은 연하를 따라올 수 있는 엘프가 없었기 때문에, 연하의 완전한 대체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람을 읽고 활강을 하는 기술도 있지만, 교묘하게 날개와 꼬리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연하만의 재주였다.
“그리고 습격 조에는 원기님과 희연양을 넣을까 생각 중입니다.”
반오딘 세력인 수인족에 은호와 불여우의 존재가 들어가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다크엘프 에인페리아인 미라엣과 그렌이 두 사람의 대역을 해서 항해에 나섰지만 얼마 안가서 배는 침몰당했다.
오딘의 짓인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가능성이 높았다.
그들을 잠수함으로 몰래 회수해 오기는 했지만, 프레이야의 현신이 익사했다고 오딘이 믿지는 않을 터였다.
은빛 호랑이와 붉은 여우가 혼돈의 대륙에 다시 등장한다면, 오딘은 안심하게 될 터였다. 그리고 둘의 전투력은 이 형태일 때 가장 강력하기도 했다.
원기가 신체의 일부를 강화하는 기술을 얻으면서, 검보다는 맨손을 사용하게 된 것도 영향이 있었다.
원기가 얻고 싶어한 것은 엑스칼리버나 무기사랑 같은 이능이었다. 하지만 검을 신체의 일부로 느낄만한 기량이 없이는 무기사랑이나 엑스칼리버 같은 이능은 얻기 힘들었다.
아더왕이 엑스칼리버의 이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전쟁에서 갑옷의 중요성과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전장을 누비면서 늘 갑옷을 입고 생활했다. 좋은 검과 좋은 갑옷이 있어야만, 지휘관으로서 사명을 다 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이 엑스칼리버를 탄생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의 소년병들이 탄생시킨 엑스칼리버는 총알에 대한 공포가 만들어낸 것이라면, 아더왕의 엑스칼리버는 사명감과 사명을 이루어줄 수 있게 해주는 방어구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것이었다.
원기가 검은 아니지만 신체의 일부를 강화할 수 있었던 것은 앞의 두사람과는 좀 다른 이유였다. 바로 통증이었다.
통증은 신체의 일부를 강하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었다. 손가락이 발가락이 손등이 발바닥이 배가 가슴이, 말 그대로 전신이 비명을 질러대는 것을 원기는 들어왔던 것이었다.
보통때는 자신에게 신체가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잊는다. 왼손이 왼손 자리에 있어도 의식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할 뿐이다.
하지만 왼손에 상처를 입으면,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통을 통해 존재감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원기는 늘 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체의 일부가 불타오르는 듯이 보이는 그 형태는 원기의 이미지가 만들어 낸 것이기도 했다.
서유리의 훈련을 통해서 카즈키는 단숨에 엑스칼리버를 얻어냈다. 그리고 츠루기는 멋지게 실패했다.
엑스칼리버를 각성하는 조건이 몇가지 더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하나는 방어구에 대한 신뢰와 의지였다. 방어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만이 방어구를 원하게 되어 있었다.
희연이 엑스칼리버를 각성하지 못한 것은 그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성이었다.
서로 대칭되는 적성은 둘 다 각성하기 힘들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뿐이었다. 조제성과 유혜서의 정신 연결은 그런 면에서 특수했다.
쌍방향 통신은 간단해보이지만 거의 없는 능력이었다.
엑스칼리버는 정신계와는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에너지를 몸 밖으로 발산하는 방출형과 자신의 신체를 강화하는 자동형의 혼합 이능이었다.
때문에 두 적성이 없는 사람은 각성할 수 없었다.
이는 엑스칼리버를 각성할 가능성은 전체 숫자의 25%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방출형이 에너지 필드를 만들고, 자동형이 신체와 무기의 강도를 높여준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카즈키는 마침 발신계-방출계-자동계 능력자였다. 이능에 있어서도 희연과 완전히 같은 계통의 능력자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엑스칼리버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갖고 있었다. 어떤 느낌으로 어떻게 보호받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로 인해서, 카즈키는 단숨에 엑스칼리버를 각성시키는데 성공했다.
반면 츠루기는 실패했다. 츠루기는 자동형 능력자가 아니라, 타동형 능력자였다. 염력으로 사물을 움직이는 능력자였다.
1키로의 아령을 들 수 있는 염력을 0.5초동안 쓸 수 있다고 할 때, 자신의 몸을 통해 발휘되면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파괴력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자신의 몸과 별도로 작용한다고 하면 그다지 큰 힘이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츠루기는 자신이 타동계 능력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대단히 기뻐했다.
그는 일류의 검사였다. 그리고 상대의 실끝 같은 허점을 놓치지 않고 잡아채서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능력자였다.
그렇기에 그는 상대에게 허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
“장수보다는 암살자에게 어울릴 듯 하기는 하지만.”
츠루기는 그렇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수와 싸울 때는 도움이 못된다. 조무래기들을 일일이 허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소수와 대결을 펼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좋을까? 확산형은 아니고, 공격형 엑스칼리버? 방출형 엑스칼리버?”
카즈키는 자신의 엑스칼리버가 기존의 엑스칼리버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녀의 엑스칼리버는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보다는 상대의 공격을 파괴하는데 주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아더왕의 엑스칼리버가 아르마딜로라고 한다면, 그녀의 엑스칼리버는 고슴도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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