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283화 (283/497)

283화 상성

“덤벼라. 불효자식.”

“흥, 불량중년 주제에. 엑스칼리버도 없이 날 당해낼 수 있겠어?”

부모로서의 위엄이나 신뢰, 부모에 대한 공경심은 부족하지만, 의외로 사이는 좋은 부녀였다.

“엑스칼리버라. 그거 별거 아니거든?”

츠루기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엑스칼리버는 무기를 강화하는 힘이었다. 부러지지만 않으면 프라이팬 정도는 자를 수 있는 카타나를 부러지지 않게 만들고 강화해 주었다.

그로 인해서 무엇이든 벨 수 있듯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소설에 나오는 검강처럼 닥치는데로 잘라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사이보그의 무시무시한 괴력이나 에인페리아의 초인적인 힘과 결합되면 잘리지 않는 것이 드물다고는 할 수 있었다.

칼날의 예리함은 희연의 무기사랑이 최강이었다.

그리고 츠루기는 그런 희연의 무기사랑에도 자신의 무기를 지켜낼 자신이 있었다. 그는 목검으로 진검을 든 이들을 상대해 본 경험도 많았다.

사실 그 정도의 실력이면, 목검이 진검보다 좋은 면도 많았다.

들고 돌아다녀도 되는데다가, 사람을 죽이는 것도 쉽고 죽이지 않는 것도 쉬웠다.

실제로는 목도도 필요없었다. 그는 죽도만으로도 사람의 목뼈를 가볍게 분지를 수 있었다. 검도의 고수가 아닌 야쿠자 정도는 그가 노리는 타이밍에 얼마든지 간단하게 목뼈를 부숴버릴 수 있었다.

그가 검도에 우승해서 명성을 날리게 되면서 경찰 경비대의 검술 지도를 하게 되었고 그 탓에 야쿠자들의 습격을 받게 되었다. 총을 든 삼인을 들고있던 죽도로 일순에 제압했고, 그 과정에서 한명이 사망했다.

수련중이던 경찰등이 증인이어서 표창을 받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 되었지만, 사실 그는 누구도 죽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보복성 습격에서 다섯명을 불구로 만들어 버리는 것으로 그는 뒷세계에서도 악명을 날렸다.

그는 강함으로 활검을 얻은 것은 틀림없었다. 그가 자신을 습격한 이들을 죽이지 않은 것은 그저 시시했기 때문이었다.

빗자루든 자든 죽도든 손에 잡히는 무엇으로든 왠만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그였다.

물론 카즈키급의 실력자를 무기를 가리지 않고 상대할 수는 없었다.

에인페리아의 파워가 있으니, 부러지지 않는 쓸만한 검을 제작할 수 있었다. 굳이 날카로울 필요는 없었다. 그런 감각은 확실히 뛰어났다.

“굴욕전 어때?”

카즈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블러드라인 캐릭터 간에는 결투가 가능했다. 결투로 죽으면 죽음에 의한 페널티가 일체 없었다. 굴욕전이라는건 진 쪽은 시체 상태로 바닥에서 10분간 부활 못하고 있어야 하는 벌칙을 주는 것이었다.

“바라던 바다. 망할 딸내미야.”

옵션에 굴욕전을 건 대전을 둘은 벌이기 시작했다. 카즈키의 공격형 엑스칼리버는 온 몸을 둘러싼 보호막 자체를 돌출시켜서 공격하는 능력이었다.

몸에서 벗어나면 급격하게 확산되었다.

보통 원거리 공격을 위해서는 몸에서 방출된 에너지를 타동 능력으로 감싸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지만 전신에서 칼날이 튀어 나오는 듯한 카즈키의 공격은 그녀의 자유분방한 공격과 상성이 좋아서 츠루기는 막느라 고전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츠루기는 카즈키가 검을 뻗는 순간 그녀의 무릎 뒤쪽을 살짝 밀었다.

‘헛점 만들기’ 능력의 발동이었다. 그녀의 무릎에서 힘이 빠지면서 그녀의 자세가 무너졌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츠루기의 검이 그녀의 목을 꿰뚫었다.

“음, 내 손으로 딸내미의 목을 꿰뚫다니 기분이 좀 더러운걸.”

그는 시체 상태로 바닥에 쓰러진 카즈키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말했다. 곧 되살아난다지만 목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그녀의 모습을 보는건 굉장히 묘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카즈키에게 당해서 자신이 그 꼴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십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갈 때에는 혹시 못되살아나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십분 만에 되살아난 카즈키는 기세등등하게 설욕전을 선언했고, 잠시 후 다시 바닥에 드러누웠다.

자그마치 열번의 결투를 반복해서 벌였고, 카즈키는 8번이나 시체가 되는 굴욕을 맛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나머지 2번은 카즈키의 판정승이긴 했지만, 시간 내에 쓰러뜨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완패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엉성한 엑스칼리버 따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야. 우리 귀여운 아가야.”

츠루기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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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 부녀가 새로운 이능을 얻고 게임 캐릭터를 이용한 전투 훈련을 시작했다. 비행정 탈취를 위해서 전력을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서로의 이능과 전투 스타일을 모르면 제대로 전투를 벌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훈련을 위해 블레이드도 일시적으로 굴베이그의 곁을 떠나서 원기 일행에 합류했다.

현재 희연과 블레이드가 가장 강력한 카드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두 사람이 합류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원기와 연하 역시 상당히 중요한 카드라고 할 수 있었다.

“제가 원기님의 전투를 살펴봤습니다만, 참담하더군요.”

블레이드가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아더의 ‘진짜’ 엑스칼리버는 그가 가진 왕으로서의 사명감에서 태어났다. 원기는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좋아해도, 자신을 위해 누군가가 희생당하는 것은 싫어한다.

그런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제일 먼저 가장 앞장서서 적에 맞선다. 그리고 가장 먼저 죽는다.

“그게 도피라는 겁니다.”

블레이드는 원기를 보면서 말했다. 원기는 블레이드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지휘관은 부하가 다 죽는 순간까지 살아남아야 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부하들을 지휘해야 합니다. 그들이 개죽음당하지 않도록, 그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살아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원기님은 자신이 제일 먼저 죽는 것으로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려고 드는 듯 싶습니다.”

엑스칼리버는 공격이 아닌 방어를 위한 기술이었다. 부하들이 죽어가는데 지휘관이 안전하게 살아남는 것은 추하다. 하지만 지휘관이 멋지게 죽고나면 부하들은 어찌하지 못하고 혼란속에 헛되이 죽어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전장에서 부하들을 지키기 위한 힘을 원했다. 그 염원이 구체화된 것이 바로 엑스칼리버였다.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전장에서 책임을 지기 위한 힘이 아더의 엑스칼리버였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신이 먼저 죽겠다는 자세로 제일 먼저 뛰어들어서 박살이 나버리는 원기의 전투법에는 문제가 있었다.

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마지막까지 전장을 지키려는 의지보다는 그저 자신의 몫을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이 존재했다.

“정말 필요한 일을 하시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건 간단히 자신을 내던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원기는 블레이드의 말이 옳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원기는 사람들을 잃는게 두려웠다. 겁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조제성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원기는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 것에 대해서 원한을 품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 것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두려워하는 면이 있었다.

그의 뜻이 굴베이그령의 인간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인간들에 대한 애정이 극도로 식어버린 것은 그때문이었다.

버림받을 것이 두려워서, 거리를 두는 쪽을 택하는 것이었다.

리디아의 인간 혐오, 희연의 약자 혐오 등의 오해아닌 오해 때문에 가장 가까운 두 사람에게도 마음을 편히 열지 못하고 있었다.

원기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쉽게 극복되지 못하는 문제였다. 리디아가 자신에게 호의를 품고 있음도 희연이 말한 강함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원기는 전투에 돌입하면 조심성이 없어졌다. 무모할 정도로 용감해지는 것은 그때문이었다. 신중해 질 필요는 있었다.

“기다리셨군요. 희연양에게 제 새로운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세심하게 장비를 점검한 츠루기는 대뜸 희연에게 도전했다. 완패를 당한 카즈키는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희연을 바라보았다.

희연과 츠루기의 대결은 평범한 결투로 진행되었다. 굳이 굴욕전 같은 것은 필요없었다.

츠루기는 정신을 집중해서 희연의 검이 움직이는 순간을 기다렸다. 헛점 만들기라는 기술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대가 움직이는 순간을 정확히 노려야 했다.

희연의 무기사랑은 가장 강력한 무기 보강 이능이었다. 그런 면에서 츠루기는 마음이 편했다. 어차피 왠만한 엑스칼리버는 희연의 앞에선 의미가 없었다.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아더, 블레이드의 엑스칼리버조차 몇번 못버티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온다.’

츠루기는 희연이 검을 휘두르면서 튀어나오는 순간, 그녀의 팔꿈치를 밀었다. 그리고 균형을 잃을 것을 예상하고 검을 찔렀다.

“아, 안돼!”

츠루기는 자신의 예상과 달리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날아온 희연의 검격에 일도양단 당해서 바닥에 쓰러졌다. 헛점 만들기가 불발된 탓이었다.

츠루기는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는 날아오는 칼끝을 교묘하게 뒤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을 무시하듯이 희연의 검은 아름답게 휘둘러졌고, 덕분에 츠루기의 목이 날아가버렸다.

몇번이고 재도전하면서 이곳저곳을 찔러봤지만, 츠루기의 이능은 희연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츠루기는 자신의 이능이 왜 희연에게 통하지 않았는지를 깨달았다. 희연의 폼은 너무나 완벽했다. 기본에 충실한 그녀의 검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보고 있으면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완벽함이었다.

희연은 에인페리아 상태에서도 검을 계속 휘둘러왔고, 그 결과 에인페리아 상태에서의 완벽함까지 손에 넣은 것이었다. 완벽한 폼과 완벽한 힘의 분배는 그녀의 전 동작을 굳건하게 만들었다.

왠만한 힘으로는 그녀의 동작을 방해할 수 없었다. 츠루기는 자신이 아직 멀었음을 깨달았다.

사이보그의 파워와 엑스칼리버보다 현재의 에인페리아가 가진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헛점 만들기의 이능이 나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희연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도전해 볼께요.”

카즈키가 츠루기의 뒤를 이어 희연에게 도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카즈키의 압승이었다. 카즈키의 지나칠정도로 자유로운 검과 뻗어 나오는 엑스칼리버의 칼날은 희연에게 위협적이었다.

츠루기처럼 틈을 만들 수도 없었고, 무기사랑으로는 전신을 방어하지 못했다. 부상이 겹치면서 희연이 패배했다.

“다시 한번 해보고 싶군요.”

이번엔 희연이 의욕을 불태우며 재도전했다. 그리고 그녀가 꺼내 든 것은 이도류였다. 츠루기는 그녀의 이도류가 상당히 불완전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충분히 헛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카즈키에게는 위협적이었다. 카즈키의 엑스칼리버는 분산된 희연의 무기사랑을 막아낼 방어력이 없었다. 카즈키의 엑스칼리버가 희연을 상처입히듯, 희연의 이도 역시 카즈키를 유린했다.

희연은 이도류로 호각을 이룬 뒤에 한손에 방패를 들고 다시 결투를 벌였지만 방패로는 카즈키에게 상처를 입힐 수가 없었다. 반면 카즈키의 공격형 엑스칼리버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는 것은 안되었기 때문에 결국 희연의 열세였다. 다만 왠만한 시간으로는 희연의 방패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블레이드와 마츠모토 부녀의 대결은 완벽한 무승부에 가까웠다.

두 사람은 단단한 블레이드의 엑스칼리버를 뚫을 수 없었다. 그리고 블레이드의 검술로는 두 사람을 상처입히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번엔 제가 한번 싸워보고 싶군요.”

원기는 은빛 호랑이와 합체하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평가는 들어왔다. 그저 초보자가 조급한 정도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아더왕의 지적은 통렬했다.

어차피 죽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 누가 죽는 꼴을 보느니 자신이 먼저 죽는게 속 편하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게 도피였다는 거지.’

원기는 신중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평소에 듣던 희연의 충고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과감한 돌진이 원기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살을 주고 뼈를 가르는 육참골단의 전투 스타일이 아니고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에게 승산이 없었다.

츠루기와 원기의 격돌에서 츠루기는 또 낭패를 당했다.

승률은 츠루기가 좀 더 높았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하기는 힘들었다.

결정적인 것이 헛점 만들기가 원기에게도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기의 움직임은 꽤 다듬어졌지만, 츠루기가 보기엔 초보자의 발악에 가까운 것이었다. 원래 헛점이 많은 움직임이다가보니 헛점을 추가로 만드는 것에 큰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원기는 상대의 공격을 받은 경험은 굉장히 많았다. 제일 먼저 전장에 뛰어들어서 제일 먼저 죽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갑옷을 이용하는 방어가 뛰어났다. 공격을 받았을 때 그것을 흘려내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요령이 있었다. 게다가 신체 강화의 이능이 함께 움직이면서 왠만한 이들의 공격은 몸으로 맞아도 즉사하는 일이 없었다.

원기는 치명상을 입어도 즉사만 하지 않으면 상대를 향해 발톱을 휘두를 의지가 있었다. 투지라고 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고통은 그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진 않았다.

그리고 그의 팔에 걸리면 페인 마스터리에 의해서 확실하게 무력화되었다.

검을 비롯한 무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지는 페인마스터리와 달리, 직접 살과 살이 맞닿으며 발생하는 페인 마스터리는 사람을 즉사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츠루기가 고전하는 모습을 본 카즈키도 원기와 결투를 했고, 그녀 역시 원기를 상대로 고전했다.

그녀의 엑스칼리버는 상대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날리는 형태가 아니라, 상대를 견제하며 상처를 입히는 형태였다.

마츠모토 부녀의 약점이 포인트제의 스포츠 경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격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전장과 스포츠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치명타를 입고도 붙들고 늘어지는 원기 스타일의 적에게는 약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희연은 원기에 대해선 절대적 우위에 있었다. 그녀의 일격은 원기를 즉사시킬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하고 강력했으며, 죽음의 미학으로 불리는 이능을 이용하면 원기를 경직시킬 수 있었다.

카즈야의 이능이 상대의 전의를 상실시키는 것이라면, 희연의 이능은 상대가 방어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원기의 뛰어난 방어 기술도 그녀의 이능 앞에는 무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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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은 최고에요. 고전부터 접근하는게 최고지요.”

서유리는 거대한 몬스터인 헬의 옆에서 대형 화면을 통해서 공포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과연, 인간의 본질적인 공포라는 건가.”

“B급 공포영화들도 재밌는게 많아요. 기존의 코드들을 세련되게 처리하기 시작했거든요. 고전만큼 가치가 있는건 아니지만, 고전보다 더 세련된 B급 영화가 많지요.”

헬 역시 기분 좋게 서유리와 영화 감상을 나눴다.

장수한은 신들의 처지에 대해서 눈치챘다. 야만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지적 자극, 문화에 굶주린 존재였다. 오래살면 오래 살수록 지적 자극에 굶주리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삶을 포기했다. 로키와 오딘의 비정상적인 집착이 아니고는 수천년을 살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장수한은 펜릴의 소개를 통해서 서유리와 헬을 만나게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둘은 죽이 잘 맞았다.

서유리는 공포영화를 무서워하기보다는 공포영화에 숨어있는 공포에 관한 코드를 즐기는 쪽이었고, 이는 헬과도 딱 맞아 떨어졌다.

“생각보다 헬이 넘어오는 것도 빨라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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