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화 신들의 정체
[안녕하세요. 바니걸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돌연 들려온 바니걸 통신에 늘 기다리던 이들은 마음속으로 기뻐했지만, 왠지 모를 비장함이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이들이 많았다.
바니걸 통신은 그리 자주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원기 자신이 바니걸 통신이 사람들의 생활에 방해되는 차단 불가능한 스팸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약 삼천년 전, 우주에서 하나의 운석이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운석에는 외계 몬스터의 씨앗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왠 SF지? 몬스터라니.’
사람들은 모두 당황했다. 하지만 프레이야의 이야기인 이상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군. 내게 생긴 바니걸 여신님의 초능력은 몬스터와 싸우기 위해서 있는 건가.’
‘나도 빨리 싸움에 도움이 되는 초능력을 각성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전의를 일깨우기 시작했다.
[그 몬스터는 인간의 영혼에서 정신 에너지를 빨아먹는 식물형 몬스터로 사람들은 이 몬스터를 세계수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세계수는 인간형 아바타를 만들어서 인간들에게 신으로 군림하며 인간들의 영혼을 착취했습니다. 그들 중의 하나가 바로 저 바니걸입니다.]
‘진짜야? 말도 안돼.’
바니걸 통신을 듣던 사람들은 경악으로 놀라서 경직되었다. 혼란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엘프들이나 다크 엘프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들도 SF물들을 보긴 했지만, 별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지키고 이끌어준 존재들이 없었던 시절 따위는 모른다.
[이런 설정은 어떨까 싶은데 말이지요. 그럴 듯 한가요?]
뒤이어 나온 프레이야의 메시지에 사람들은 기운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허리를 삐끗한 사람들까지 다수 발생했다.
[사실은 저도 제가 어떤 존재인지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피조물이고 인간들의 마음을 먹고 산다는 것이고 후계자를 남기고 사라지는 필멸자라는 것이지요. 제가 말씀드린데로 외계에서 온 몬스터라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밀리터리 매니아인 호철과 마법소녀 매니아인 찬균은 둘 다 SF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원기도 SF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나왔던 설정이었다.
[제가 생각하는 신은 불멸자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의 창조자입니다. 저를 비롯한 오딘과 로키등의 잡귀들은 인간 이전에 존재하진 않았습니다. 목숨을 바쳐서 섬길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그리고 저를 믿는 종교라는건 외계인이나 잡귀, 에일리안을 믿는 사이비들과 큰 차이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진짜 종교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니, 절 위해서 죽겠다는 멍청한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절 이용해서라도 사셔야 합니다. 엘프들을 도와달라고 말씀드렸지만, 이 통신을 듣는 모든 이들도 제게 소중합니다.]
사람들은 바니걸 통신이 끝나자 피식 미소를 지었다. 왜 이런 통신이 왔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멍청한 녀석들이 여신님께 심려를 끼쳐드린 모양이군.’
사람들은 바니걸 통신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여신이 자신들을 걱정해 준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좀 혼란스러웠지만, 엘프들처럼 아무래도 좋은 문제였다.
바니걸이 여신이든 서양잡귀든 에일리언이든 상관 없었다. 자신들은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받았다. 이능을 받은 이들도 있고, 이능을 아직 깨닫지 못한 이들도 있지만, 바니걸 통신을 듣고 있으면 그건 정말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효과밖에는 안날텐데.”
조제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목숨을 아끼라는 지시를 내렸으니 좀 더 조심스러워지기는 할 듯 싶었다.
프레이야가 여신이라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프레이야를 좋아하기에 여신으로써 섬기고자 하는 것이었다.
바니걸 통신이 가진 부가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원기의 성격상 이 부가 능력을 알게되면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는커녕 최대한 회피할 가능성이 컸다.
‘적당한게 좋은거지. 다음엔 무슨 일로 부탁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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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가 그렇게 나왔다고?”
헬의 제국은 로키의 오크들에 의해서 유린당하고 있다는 소식에 헬의 눈살이 찌푸려들었다. 이미 미련의 상당부분을 버리고 있었지만 로키가 자신을 잘라 내버렸다는 사실에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헬 역시 자신의 종족과 추종자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
추종자들의 욕망이나 공포, 본능이 헬을 구성하기 때문이었다.
추종자들의 살고싶은 마음을 외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딘이나 로키가 아무리 미친놈 같더라도, 추종자들이 따르는 것은 그때문이기도 했다.
“믿을 수 없군. 아니 믿고 싶지 않아.”
헬은 서유리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미 헬은 서유리에게 씨앗을 넘기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로키에 대한 미련 때문에, 자신이 로키를 배신할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에 주저하고 있을 뿐이었다.
“너희가 말한 것이 거짓이 아닌 증거를 보여줬으면 좋겠어. 이 거짓된 세계 안에서는 어떤 거짓도 가능하겠지. 뱀파이어 퀸을 데려다 다오. 내 에인페리아인 그아이의 증언이라면, 믿고 네게 내 모든 것을 넘겨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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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을 걸다니 꽤 째째하군.”
조제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헬의 제국 역시 몇 개의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주로 언데드 계통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잡기 힘든 종족들이 역시 뱀파이어들이었다.
그들은 박쥐로 변신을 할 수는 없지만, 박쥐를 패밀리어로 사용해서 정찰과 보급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뱀파이어 퀸이라면, 쉽게 잡아들일 수는 없어요.”
리디아가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뱀파이어 일족은 엘프 종족보다 훨씬 강대한 종족이었다. 청각이 엘프못지않게 좋을 뿐만 아니라 박쥐들이라는 강력한 패밀리어들을 자유자재로 조종하기 때문이었다.
헬의 신성력을 듬뿍 받고 자란 그들은 지구상에 남겨진 뱀파이어들과는 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당장은 공략이 불가능하겠군.”
총기의 보급으로 전력이 꽤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에인페리아를 비롯해서 다양한 이능을 가진 인간을 초월하는 종족들이 있었다.
총기만으로 뱀파이어 일족을 압도하고 퀸을 잡아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리베로 개발을 서두르는 수밖에 없겠군. 하이 리베로 A형의 완성을 기다려서 공격하기로 하지.”
리베로는 현재 개발 초기 단계였다. 그리고 다양한 용도에 맞춰서 개발 중이었다.
하이 리베로 A형은 아스가르드용 엘프 사양이었다. 아스가르드에서 사용할 것을 전재로 만들어져서, 화기의 장비는 상정되지 않았다.
엘프 게임 캐릭터와 엘프 정령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공격용 기체를 상정하고 있었다. 부유석 없이 아스가르드를 누빌 수 있도록 만들고 있었다.
반면 지구상에서 판매용으로 개발하는 것이 다크 리베로였다.
다크 엘프의 정령을 투입해서 인간과 계약을 맺고 움직이게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인간은 다크엘프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을 유저 등록으로 알고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
성격 좋고 인내심 있는 다크엘프들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실제로 정령화된 엘프들의 절대 다수는 다크 엘프들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다. 수천 단위의 다크엘프들의 원혼이 정령화되어 있었다.
다크 리베로는 작업과 화기 사용을 위주로 개발되었다. 전쟁터에 팔아서, 실전 데이터를 축적하고 리베로를 개발하는 자금을 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다크 리베로가 파괴되어도 정령은 죽지않고 돌아오기 때문에 전투 경험을 축적해서 학습이 가능했다. 남의 돈으로 전투 훈련을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토 리베로라고 불리우는 인공지능 리베로도 개발 중이었다. 정령들을 이용하지 않는 리베로였다.
하지만 아직 실현 가능성은 희박했다. 정령들과의 격차가 너무 컸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기술 쪽은 세계 1류는 커녕 3류도 못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었다.
정령칩과 발키리칩의 활용을 제외한 부분의 기술력은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엘프들의 경우 게임 캐릭터를 이용하면 인간으로 위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파일럿까지 함께 공여하는 식의 장사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마력로입니다. 마력로는 정말 매력적인 물건이로군요.”
장수한의 말에 조제성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딘의 기술은 엄청난 것이지만, 프레이야 진영측이 접근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프레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오딘의 기술을 전부 아는 것은 아니지만, 해석하고 재현할 수 있을 만한 기술력은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흉내는 낼 수 있었다.
프레이를 통해서 새롭게 고안된 마력로의 시작기 또한 제작되었다.
마력로는 오딘이 만들어낸 고안품으로서 대단히 훌륭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성력을 물리적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였다.
“단순히 회전 운동만이 아니라, 에너지 발생 장치로도 쓸 수 있다는 건가?”
[그렇지. 하지만 효과적이려면 좀 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빔병기의 구현은 가능하지만, 에너지 효율은 극히 적다고 해야겠지.]
마력로에서 빛과 열을 발생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장거리까지 공격하기는 쉽지 않았다. 빛과 열에 직진성을 부여하는 장치는 아니었다.
[좀 더 개량하면 발전기로서 만들 수 있다. 그 경우에는 활용 가치가 엄청나게 높아지겠지.]
조제성과 장수한은 발전기로서의 마력로에 대해서 듣고는 그 가능성에 가슴이 설레이기는 했지만 위험성 역시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오딘이었다.
오딘이 전기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나아가 마력로를 발전기로 쓸 줄 알게 된다면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마력로의 강점은 연료가 따로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모터에 전기를 흘려 넣듯이 신성력을 불어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다량의 에너지를 불어넣으면 출력 또한 기계의 한계만큼 방출할 수 있었다.
단점은 마력로는 게임 캐릭터로는 작동을 시킬 수 없다는 점이었다.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에인페리아나 신관이 아니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마력로의 내구력은 크면 클수록 올라가기 때문에 출력을 높이려면 어차피 대형이 되지 않으면 안되었다.
연료나 충전지를 싣지 않고 모터를 구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테스트 용으로 3기 가량이 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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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능력자들은 기업과 국가들이 자신들의 탐욕대로 쓸 수 있는 재원이었다.
인간들 가운데 이능을 각성하는 비율은 줄었지만, 문제는 그 절대수는 줄지 않았다. 아니 더 늘어났다.
그것은 바로 세계수의 성장 때문이었다. 순간이동 게이트를 배치하기 위해서도 세계 각지에 세계수를 배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세계수가 각지에 배치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일부 국가들은 조제성에게 직접 세계수의 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순간이동을 위해서라고는 알지 못하지만, 세계수를 원하는 곳에 배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있는 것이었다.
조제성으로서는 순간이동 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공식 요청으로 세계수를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세계수 배치를 허락했다.
템플 기사단에서는 세계수의 확산 배치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지만, 국가의 요청으로 심어지는 세계수에 대해서 터치할 권한은 없었다.
조제성은 템플 기사단에게 미리 세계수 배치에 대한 통보를 함으로써 템플 기사단이 세계수의 혜택을 최대한 누리도록 배려함으로써 불만을 조금이나마 억누르도록 유도했다.
프레이야의 존재를 알고 정신적으로 연결되면 세계수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되지만, 세계수가 존재하는 곳에 사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 배치된 세계수 중 몇은 꽤 특수한 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후쿠시마 현이었다.
방사능 누출이 심각한 지역으로 인도적 차원에서 요청한 곳이었다. 프레이야 측에서도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사능을 과연 어느정도나 상쇄해 줄 수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문제는 일본에 현자회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었다는 것과, 방사능의 폐해와 세계수의 치유가 충돌하면서 특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세계수의 가호 안에 있으면 방사능의 피해를 받지 않는다. 프레이야 측은 이 사실만 확인했지만, 방사능의 피해를 입은 인간들이 세계수 안에서 어떻게 되는지까지는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현자회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던 요츠비시에서 현자회의 기술을 토대로 인체실험을 벌이기 시작했다.
“방사능에 의한 돌연변이의 영향인지, 건강 악화로 인한 생존 본능의 발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프라나를 더욱 강하게 빨아들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츠비시의 기술자는 신성력 대신에 프라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힌두 철학에서 등장하는 모든 생명력의 근원이었다.
요츠비시 그룹의 고위층은 굳이 프레이야의 존재나 세계수의 존재를 밝히지 않았다. 프라나라는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발생원이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인체를 회복시키고 활성화시키는 것이라는 사실만 알리고 실험을 시켰다.
의료진은 프라나를 통한 인체 회복의 가능성을 보고서, 방사능 후유증 뿐만 아니라 각종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로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인간을 강제적으로 치사량의 방사능에 노출시키고, 높은 수준의 성역에 옮길 경우 치유를 위해 다량의 축복을 빨아들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것을 반복함으로써 강력한 이능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물론 이 반복 행위는 엄청난 고통을 동반한 것이었다.
낫고 싶다는, 살고 싶다는 의지를 가진 환자들을 속여서 이런 과정을 거치게 함으로써 강력한 수준의 초능력을 각성시켰다.
그리고는 죽여서 혈정의 재료로 삼아버렸다.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죽음을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유족들조차 치료비를 받지 않고 치료를 해준 그들에게 감사할 뿐이었다.
강력한 초능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혈정은 요츠비시의 스파이들에게 제공되었다. 그들은 그것을 통해서 요츠비시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했다.
철저한 비밀 엄수, 그것을 통해서 그들의 사업은 무난하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절 이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살아야 합니다. 당신들은 제게 있어 소중한 존재입니다.]
실험 대상으로 혹독한 고통속에 시달리던 소년 오가와라는 마음 속에서 울려퍼지는 호소력있는 따뜻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가 각성한 능력은 독심술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 수신계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실험대상이며, 자신이 이런 쓸모있는 능력을 각성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간절히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던 그는 자칭 바니걸을 칭하는, 사람들이 여신으로 섬기는 존재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따뜻한 목소리의 주인이라면 날 도와줄거야. 하지만 그분은 내가 처한 상황을 몰라. 어떻게든 탈출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오가와라는 자신이 각성한 능력에 대해서 비밀로 하고 있었다. 그가 가진 능력은 사실 제한적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은, 그가 가진 생각 모두를 읽는 것과는 달랐다.
사람들은 의식 부분에서 생각할 때에 ‘언어’를 사용한다. 이 언어를 사용하는 생각만을 주워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장시간 생활하다보면 이 언어를 통해서 들은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는 있었다. 그는 조용히 탈출을 위한 정보를 모아들이기 시작했다.
‘젠장. 이런 비밀 따위는 모르는 편이 좋았는데. 지하에서 이런 더러운 연구가 이뤄지는지 윗층 녀석들은 모르고 있겠지.’
‘불쌍한 녀석들. 받지 않아도 될 고통을 받고 있군. 이미 몸 속의 암세포는 다 사라졌는데 치료랍시고 방사능 구덩이 속에 던져져야 한다니.’
‘미친 놈들, 이런 연구를 시킨다는게 말이 되는거야?’
‘신기해. 대체 이 프라나라는 에너지는 뭘까? 이걸로 뭘 더할 수 있을까? 잘린 손가락이 다시 난다던가 하지 않을까?’
‘요즘 실적이 안좋아. 누군가 각성하는 놈이 나와야 하는데. 각성한 걸 감추는 녀석은 없겠지?’
오가와라는 연구원들의 마음을 읽으면서 상황을 파악했다. 상당수의 연구원들이 지하의 연구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은 약점을 잡히고 있거나 위협당해서 마지못해 참여하고 있었다. 물론 고액의 보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마음이 침식되어 가고 있었다.
자신들이 하는 짓에 점점 무감각해져가는 것이다.
그저 연구를 즐기는 이들도 있고 권력과 출세, 돈을 탐해서 자진해서 일을 벌이는 이들도 있었다.
오가와라는 최대한 표나지 않게 정보들을 차곡차곡 머리속에 넣었다. 각종 비밀번호와 패스워드 또한 외워두었다.
하지만 소년이 원하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늘 맞는 주사가 문제였다. 몸상태를 강제로 악화시키는 주사였다. 기운이 빠지고 열이 올라서 꼼짝을 못하게 되는 주사를 매일 맞으니, 탈출을 시도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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