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화 리베로 양산 계획
오가와라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신중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나이에 맞지않는 신중한 대처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에다씨는 어떻게 되었지요?”
‘초능력을 각성한 덕택에 살처분 당했지.’
“상황이 호전되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 갔단다.”
“연락 방법은 없나요?”
“글쎄. 타인의 개인정보를 알기는 쉽지 않구나.”
‘짜증나게 왜 자꾸 물어보는거야.’
오가와라는 상대가 짜증을 내는 것을 확인하고, 살짝 물러나는 태도를 취했다. 그가 굳이 상대가 짜증낼 때까지 물어본 것은 너무 쉽게 수긍하면 되려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왠지 몸이 안좋아요. 오늘은 약을 좀 많이 주셔야 될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오늘은 투여량을 좀 늘일게. 좀 편해질거야.”
‘이런, 약효가 강한가 보다. 좀 줄여야겠어.’
오가와라는 약의 투여량을 줄여달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안좋아지고 힘들다고 말하면서 약을 좀 더 써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 마음 약한 연구진은 약의 양을 줄여줬다.
자신이 맞는 수면제의 부작용을 확인해 뒀기 때문에 약의 부작용에 해당되는 증상을 날조하면 의료진들은 쉽게 속아넘어갔다.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과학자들이나 의료진들이 더 속이기 쉬웠다. 그들에게 있어서 검증된 사실은 종교적 진리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이자식이 꾀병을 부리는 건 아니겠지? 두통을 호소하려면 손발이 저리는 증상도 동반되는 건데.’
“배도 아프지 않니? 배가 아픈 경우가 일반적인데.”
“아니요. 배는 그다지 아프지 않아요. 그보다는 손가락 끝부터 저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아. 발쪽도 조금 그런 느낌이 들고요.”
‘이런. 진짜 부작용이 맞군. 약의 양을 좀 줄여야 할 것 같은데?’
“그래? 일단 약을 좀 더 먹으면 괜찮아 질거다.”
오가와라는 그런 식으로 의료진들에게 병약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프라나의 영향을 적게 받아서 방사능 피폭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심어 주는데 성공했고, 경계가 약화되었다.
체력이 약해져서 혼자서는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다는 것이 의료진의 판단이었다.
어떻게 꾀병을 부려야 의료진을 잘 속일 수 있을지는 의료진들이 스스로 가르쳐 주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탈출해야 하나?’
모든 병실에 카메라와 마이크가 존재했다. 의료진들 역시 자신들의 말이 기록된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경계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들이 속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설득하고 함께 탈출하기가 어려웠다.
“뭔가 이상한게 들리거나 보이지는 않니?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그런 환상 같은 것은 없니?”
연구진들이 매뉴얼을 통해서 익힌 전형적인 문구였다. 약효가 발휘되면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래서 이능을 발현하게 되면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잘 안되었다.
그래서 연구진이 저렇게 물어보면 대부분, 아니 모두가 순진하게 털어 놓았다. 뭔가 이상한게 보인다던지, 방안에 물건이 날아다니는 꿈을 꿨다던지 하는 소리를 하면 곧 특수 연구실로 옮겨져서 분석당하고 살처분 당하는 것이었다.
오가와라가 가장 화가나는 것은 연구진들 가운데에는 애국심을 앞세우는 우익 또라이들도 제법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지금의 우익화된 정부도 맘에 안든다고 전복시키고 싶어하고 있었다. 평화에 물든 일본인들을 강제로 세뇌해서라도 세상을 뒤집어 엎어야 한다는 또라이들이 의외로 많이 잠복해 있었다.
‘헤이와보케(평화치매)’라고 부르며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일본인들을 증오하는 괴물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외세와 싸우는 신선조라고 자칭하고 있었다.
‘프레이야 따위는 서양 잡귀에 지나지 않아. 천황폐하만이 진정한 신이다. 그걸 모르는 비국민들이 문제야.’
오가와라는 자신이 의지하는 바니걸 여신의 이름이 프레이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름을 알아낸 것 만으로도 왠지 가슴이 벅차왔다.
‘프라나의 정체가 프레이야 여신님의 축복인건가.’
오가와라는 외국까지 탈출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칭 신선조는 프레이야 여신에게 자신들의 작업이 들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있는 시설 가까운 곳에 여신의 축복을 내려주는 세계수와 신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럴 때일수록 신중해야 해.’
오가와라는 기회를 기다리기로 했다. 다른 환자에게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다른 환자들에게 있어서도 자신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들은 어린아이들로 실험 대상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실패한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가진 자가 감시자로 오게 된다면 그때는 만의 하나의 가능성도 없어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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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가봐야 할 듯 합니다.”
조제성은 귀국행 비행기에서 프레이야에게 말했다.
“일본이요? 갑자기 무슨 일이지요?”
“리베로의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입니다. 현재 독일의 업체들도 알아보고는 있습니다만, 공장에서 사용하는 공작기계는 아직 일본산도 많습니다. 특히 로봇 제작에 관련된 기술이 많습니다.”
로키의 헬과 펜릴 제국 침략은 착착 진행중이었지만, 로키는 헬이 거느렸던 종족들을 거느릴 수는 없었다.
따라서 제국 침략은 인종청소의 성격을 띄게 되는 것이었다. 뱀파이어를 비롯해 거미등 절지인간족들과 언데드 종족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게 마련이었다.
게다가 펜릴 제국과 헬 제국은 같은 운명 공동체라서 자연스럽게 협력이 이뤄졌다. 반면 요르문간드는 어차피 펜릴과 헬 제국이 멸망할 거라고 보았기 때문에 로키에게 협력하지 않았다.
신들이 없는 이상 펜릴과 헬이 멸망하는 것은 운명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요르문간드가 지금 끼어 봐야 로키에게 단물만 빨리기 딱 좋았다. 요르문간드는 뒤에서 구경만 하기로 마음 먹었다.
로키가 펜릴과 헬을 흡수하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얻는 것은 적어지고 잃는 것은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조제성은 뱀파이어 퀸 포획작전에 리베로들을 대량 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럴려니,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도 로봇 기술도 부족해서 일본측과 협력할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 가운데 하나가 군수 산업으로 유명한 일본 기업 요츠비시 중공업이었다.
“어떻습니까? 카즈키양도 일본에 들릴 일이 생긴 모양인데, 함께 일본에 가보시는 건. 잠시 숨을 돌릴만한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카즈키는 모터 스포츠 때문에 일본에서 제법 화제가 되고 있었다. 그녀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면서 스폰서들이 나서고 있었다.
열다섯살의 미소녀 드라이버라는 것이 가진 상품 가치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한다 자동차였다.
레이싱용 엔진 개발로는 제법 유명한 기업이고 F1 리그에도 들락날락 하고 있었다.
광고도 찍고 스폰싱으로 엔진 지원도 받기로 되어 있었다. 에인페리아의 육체라고는 해도 카즈키에게는 본 육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영혼의 휴식을 위해 이 기회에 일본으로 갈 수 있게 해준 것이었다.
그리고 카즈키는 희연을 꼬셨다.
“나쁘지 않겠네요. 희연이도 가고 싶어했으니.”
카즈키와 달리 희연의 경우에는 레이싱도 좋아하는 편이었다. 고출력 오토바이로 달려보고 싶은 코스들이 좀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원기의 호위로서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들었다.
원기는 희연과 함께 느긋하게 여행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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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시작형 리베로입니다.”
조제성은 후쿠시마에 준비된 자위대 비밀 사격 훈련장에서 리베로를 선보였다.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군관계자들과 군수사업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했다.
조제성이 선보인 리베로는 머리는 전형적인 로봇처럼 생겼지만, 몸은 군복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곳곳에 장갑차의 장갑판과 같은 것이 보강되어 있기는 했다.
“로봇이 옷을 입고 있군요.”
“생각한 모습과는 좀 다르겠습니다만, 현실은 로봇 만화영화처럼은 되지 않습니다. 관절부가 노출되면 파괴되기도 쉽고 돌이나 이물질이 관절부에 끼어들어갈 위험성도 생기지요. 옷을 입힘으로써 방호력도 얻고 안전은 물론 소음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귀국에서 만들어진 로봇 애니메이션에도 옷을 입은 로봇이 등장한 적이 몇차례 있지요. 태양의 이빨, 더그람에 나오는 솔틱이라든가.”
“방호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예. 저 옷은 꽤 두꺼운 재질인데다가 방화와 방탄, 방검의 성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라믹과 금속실, 그리고 특수 섬유를 섞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조제성이 말한 특수섬유중 하나는 거대 거미형 몬스터의 거미줄이었다. 거대한 거미가 뿜어내는 로프와 같은 거미줄은 어떤 화학섬유나 금속 섬유보다 질기고 단단했다. 불에는 약하지만 특수 코팅으로 보완해서 로봇용 껍데기에 사용했다.
아스가르드에 투입할 때에는 금속 장갑판을 떼어내고 몬스터들의 가죽이나 뼈, 껍질 등을 이용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가슴과 어깨, 팔꿈치와 무릎에는 보호구로 보강을 해놓았습니다. 왠만한 공격이나 충격에는 파손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가슴의 보호구에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밖으로 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방열판도 있습니다.”
“사타구니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꽤 중요한 곳 아닙니까? 관절부가 겹치는 곳일텐데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곳에 장갑을 붙이면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집니다. 인간처럼 사타구니가 약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머리와 어깨, 그리고 가슴 갑옷의 장갑판은 로봇이나 기사를 연상시켰고, 팔꿈치와 무릎은 스케이트 보더를, 장갑과 부츠는 오토바이 라이더를 연상시켰다.
“이 새로운 개념의 무기를 가장 먼저 도입한다면 역시 귀국의 자위대가 아닐까 생각되어서 이렇게 가지고 온 것이기도 합니다. 팔과 다리 등의 모듈은 일본에서 일본 기술로 생산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조제성은 뒤에 비서 차림을 한 리디아에게 눈짓을 했고, 리디아는 사람들에게 차를 돌렸다. 미세한 느낌의 차이만으로도 꽤 큰 효과가 날 수 있는 것이 이런 거래였다.
제성은 리베로의 라이선스 생산과 공동 개발을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 리베로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우리측 기술자가 도면을 확인했습니다. 팔과 다리의 설계에 대해서 혹평을 하더군요. 이런 구조로는 충분한 반응 속도를 낼 수 없다고 말이지요. 동영상을 보고는 사기라고 하더군요. 실제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요츠비시 중공을 대표하는 이사가 자신들의 기술력을 은근히 어필하면서 딴지를 걸었다.
조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봇 기술은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령의 뛰어난 균형 감각은 세상을 놀래키고도 남았다.
인간은 의족을 가지고도 뛰어다닐 수 있다. 그리고 정령은 그런 인간보다 더 뛰어난 균형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뇌파를 이용해서 조종하는 방식이라, 근거리에서 외부 조종도 가능합니다. 뇌파인 만큼 해킹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꽤 지근거리가 아니면 안됩니다. 수십미터 거리가 현재로서는 최대입니다.”
직접 타지 않고 조종이 가능하다는 것은 매력이지만, 수십미터의 조종 한계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뇌파에 의한 원격조종이라. 나쁘지 않군요.”
엄폐물을 만드는 작업이나, 엄폐물을 이용한 전투에서는 꽤 쓸만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럼, 리베로의 기적적인 성능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조제성이 사인을 보내자, 다크 리베로 프로토타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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