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298화 (298/497)

298화 보이 미츠 보이

“크흐흐. 이 순간이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지.”

타니가와는 손을 비비며 기계에 다가갔다. 따끈따끈하게 만들어진 블러디 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인간의 인지를 넘어서는 미지의 테크놀로지, 분석은 할 수 없었지만 접하는 것만으로도 타니가와는 신이 났다.

하지만 그는 오가와라의 이능, 상대방과 접촉하지도 않고 상대의 생각을 읽는 능력을 떠올렸다.

이건 그냥 좋은 능력이 아니었다. 조직을 붕괴시킬 수도 있는 능력이었다. 그 여파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틀림없이 이 능력은 조직의 보스에게 넘어갈 것이었다. 보스 말고는 이 능력을 가져도 좋을 이가 없을 터였다. 조직의 깊은 생각을 멋대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과연 누가 용인해주겠는가.

그런데 보스가 가져도 문제였다.

이런 조직은 미쳐버린 우익 광신도들도 있지만, 과거를 숨긴 이들도 많이 들어온다. 이런 조직에 맨정신으로 가담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이다.

대게 성장과정에서 남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큰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이 많았다.

타니가와는 그저 강력한 초능력을 얻게된다고 좋아했지만, 단순히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제거당하는 것 아냐?’

이제야 떠올렸다는 것이 한심할 지경이었다. 보스에게 어울리는 능력이지만, 그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은 완전한 비밀이어야 했다. 보스가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적어도 절대 대다수의 인간들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인간을 가까이 하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

타니가와는 당연히 했어야 했을 이 생각을 이제야 떠올린 자신을 한탄했다.

‘충성 맹세를 하고, 내 마음을 읽게 하면 날 살려두지 않을까? 난 그냥 연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과학자에 불과하니까.’

연구대상을 괴롭히고 분해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자신을 평범한 과학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블러디 코어 생성 장치를 열었다.

“으아악!”

그는 무심코 비명을 질렀다. 블러디 코어가 있어야 할 장소가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보스의 최측근이자 보안요원인 이들이 연구실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블러디 코어는 어찌 되었나?”

“사, 사라졌습니다.”

“뭐? 그게 말이라고 하는 건가?”

보안요원 중 하나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타니가와는 머리가 꽤 좋은 편이었다. 평범한 쪽으로 잘 안돌아가는 문제가 있었을 뿐.

그리고 현 상황에선 평범한 쪽으로도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정말인데. 믿어주시지 않겠지요?”

“끌고 가. 초능력 없이도 네 놈이 무얼 생각하는지 알아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타니가와는 오가와라의 초능력, 마음을 읽는 능력이 조직의 손에 있었으면, 쉽게 죽기라도 할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수시간의 철저한 고문 끝에 자신이 개발한 혈정 생산기, 오토 메이든에 던져져서 최후를 맞이했다.

“이상한 일입니다. 오토 메이든에서 혈정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일이야. 놈은 이능력자가 아니다. 블러디 코어가 나올 수는 없지.”

“물론 블러디 코어는 생기지 않습니다만, 블러디 리퀴드 크리스탈, 혈정은 생겨야 합니다.”

“뭐? 혈정조차 생기지 않았다고?”

“예. 분석해봤습니다만, 에너지가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그냥 평범한 피일 뿐입니다. 이런 경우가 없었습니다.”

“주술적인 장치에 문제가 생긴건가? 타니가와 녀석. 정말로 블러디 코어 건에 대해서 모른건가?”

“녀석이 블러디 코어를 빼돌릴 틈은 없었습니다. 정말로 생성이 안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프레이야의 특수 발키리 파워드가 지켜보고 있었다.

“할 수 없다.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오토 메이든의 사용을 중단한다.”

인간의 영혼을 표현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혼백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리고 혼은 하늘로, 백은 땅으로 흩어진다고 일컬어졌다.

현자회에서는 혼백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현자회 기준에서 본다면 인간의 육체는 컴퓨터의 하드웨어였다.

그리고 혼은 유저였다. 컴퓨터를 쓰는 유저였다.

그리고 백은 OS라고 할 수 있었다. 하드웨어를 적절하게 다루기 위해 존재하는 무의식과 경험의 집합체였다.

죽어서 인격인 영혼이 빠져 나가서 천국이든 극락이든 어디론가 가버린다고 할 때, 육체를 컨트롤하기 위한 OS인 ‘백’은 필요가 없었다. 더 이상 육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격과 운동신경을 비롯한 잠재능력이 분리되는 것이다.

현자회가 만들어낸 블러디 코어는 혼과 백을 분리시켜서 백을 피에 깃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어차피 혼과 백은 분리되는 것이지만, 철저한 고통을 가해서 혼과 백의 분리를 빠르게 해서 죽음의 순간에 백을 육체의 일부인 피에 가두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블러디 코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능도 결국 혼이 아닌 백에 깃들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발키리였다. 에인페리아는 새로운 육체를 얻어서 죽음 이후에도 신을 위해 봉사하는 노예전사였다. 당연히 새로운 육체를 움직이기 위해서 혼만이 아니라 백도 필요했다.

에인페리아가 이능을 이어받는 것은 이때문이었다. 그리고 게임 캐릭터에도 역시 혼백의 이동은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이어다.

오토 메이든과 발키리 가운데 어느쪽이 혼백에 대한 장악력이 강한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오가와라의 혼백은 온전히 발키리에 의해서 에인페리아에 옮겨진 것이다.

당연히 블러디 코어가 형성될 수는 없었다.

그리고 후속 대책으로 원기는 프레이야 여신으로 갈아탔다.

프레이야 여신이 아니면 특수한 발키리인 파워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파워드는 대 현자회 대책으로 프레이와 펜릴, 그리고 헬의 지식을 이용한 개조가 이뤄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혈정의 에너지 흡수였다. 혈정의 에너지를 빨아들여서 평범한 피로 바꾸는 능력이다.

조제성은 오토 메이든을 비롯해서 혈정 제조장치만 ‘고장’을 내버리면 당분간 내버려둬도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블러디 코어가 만들어지지 않는데, 초능력 각성자를 갈아버릴 리가 없는 것이다.

파워드를 이용하면 굳이 신성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혈정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것은 간단했기 때문이었다. 타니가와 같은 인간을 에인페리아화 시킬 이유는 없었다.

조제성은 몇몇 사람이 희생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고 보았지만, 타니가와가 희생해준 덕택에 무고한 희생자의 발생까지 차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타니가와씨에게 감사해야겠네요.”

오가와라는 사건의 전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네가 감사해하고 있다는 걸 안다면, 아주 기분이 더러울거다. 그 녀석.”

프레이야의 상태인 원기는 오가와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열세살밖에 안된 소년이지만, 꽤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소년이었다.

자신의 능력이 ‘일본어 한정’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는 오히려 기뻐했다.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고 꺼려지게 마련이었다.

“전 일생 외국어 안배울 생각이에요.”

“외국어를 배운다고 꼭 외국인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구나.”

파워드를 오토 메이든에 배치하기 위해서는 원기 상태로는 안되었다. 한가지 다행한 것은 치료 시설이 세계수의 중심 신전과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프레이야가 가까이 있지 않아도 파워드가 제 성능을 충실히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프레이야 상태인 원기는 오가와라와 희연, 카즈키의 안내로 일본 이곳 저곳을 관광삼아 다니고 있었다.

원기는 오가와라에게 꽤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다. 왠지 남같지 않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나이에 맞지 않는 그런 분위기 때문이었다.

방사능 피폭에 의한 피해로 병원을 전전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꿈도 희망도 모두 잃어버리고 남은 것은 오직 주위에 있는 사람들 뿐이었다.

부모님도 피폭자였지만, 같은 시설에서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오가와라는 요츠비시의 시설 자체에 대해서 그리 원한은 없었다. 불필요한 고통들을 겪었다고는 하지만, 요츠비시의 치료소가 없었다면 그는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승상님이 돌아오면, 요츠비시를 공략할거야. 그걸 네가 도와줬으면 좋겠구나. 그래야 네가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날도 가까워질거야.”

프레이야의 말에 오가와라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안색은 어두워졌다.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도 될지 걱정스러운 것이었다. 부모님의 마음을 읽게 된다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았다.

“괜찮아. 네가 원하면 네 능력을 봉인해 줄 수도 있어.”

간단히 키고 끄도록 만들 수는 없지만, 프레이야 여신에게서 비롯된 능력이었다. 오가와라도 그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프레이야 여신을 부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걸 원치는 않았다.

오가와라는 카즈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카즈키는 꽤 대범해서 마음을 읽힌다는 것을 별로 꺼리지 않았다.

그래서 꽤 많은 정보를 주워읽을 수 있었다. 카즈키가 프레이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카즈키는 사실 현자회에 가담하기 전에는 그리 생각없이 낙천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현자회에 흥미본위로 가입했다.

전투의 재미를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목숨의 위협을 느끼게 된 것은 달갑지 않았다. 전투중에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위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변덕에 의해 처분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투가 아니라, 흑막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걱정해야 하는 삶은 은근히 피를 말리는 것이었다.

현자회가 붕괴되고 아폴로가 잠적하고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그런 기분은 점점 증폭되기만 했다. 세상이 자신을 적대하는 기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기분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전투를 원하던 카즈키로서도 결코 끌어안을 수 없는 그런 최악의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부녀를 프레이야가 맞아들였다.

라이벌이라고 생각했지만, 적임이 분명했던 두 사람을 희연 부녀가 열렬히 환영해 준 것도 큰 힘이 되었지만, 프레이야 진영에 들고나서 바니걸 통신을 듣게 되면서 얻은 위안은 결코 작지 않았다.

세상이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죽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도 들었지만, 프레이야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있었다.

세상을 적으로 돌린, 악의로 가득찬 세상을 맛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저런게 츤데레라는 건가.’

오가와라는 피식 웃었다. 카즈키의 프레이야에 대한 충성심은 누구에게도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희연의 마음은 읽을 수 없었지만, 그녀의 충성심이 아무리 강해도 카즈키보다 강하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카즈키는 프레이야에게도 희연에게도 호의를 보이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전, 부모님하고 영상통화만 할 수 있어도 충분할 것 같아요. 제 능력을 여신님을 위해서 쓰고 싶어요.”

오가와라는 살짝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감사의 마음도 카즈키 것에 비해 작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고맙구나. 감사의 뜻으로 엘프 친구라도 한명 소개시켜 줄께.”

프레이야 상태에선 사람들의 마음 소리가 들리진 않지만, 상태창을 통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물론 단편적인 한마디만 올라와 있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해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오가와라는 엘프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엘프들은 사생활이라는게 거의 없었다. 나무로 집을 짓고 사는 그들의 생활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었다. 방음은 안되는데 귀는 너무 밝았다.

따라서 누군가가 마을에서 한 대화는 모든 사람들이 듣는 것이다.

게다가 누군가와 대화할 때는 심박수로 상대의 심리 상태까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엘프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으며, 남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엘프들은 지구상의 언어가 아닌 아스가르드어를 사용했다.

거짓을 모르고, 감추는 것을 모르며, 자신이 모르는 언어를 사용하는 만큼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오가와라는 프레이야 일행을 경호하는 레이니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이성적인 의미보다는 엘프라는 존재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프레이야는 원피스를 입은 오가와라 또래의 아름다운 엘프를 데리고 와서 오가와라에게 소개 시켜주었다.

“이쪽은 엘런이라고 해.”

“엘런, 이쪽은 오가와라야. 친구가 되어줬으면 싶네.”

오가와라는 지금까지 본 어떤 미소녀보다도 아름다운 엘런의 모습에 얼굴을 붉혔다.

“열세살이라고 했지? 난 요번에 막 스무살이 되었지. 잘 부탁한다. 형(아니키)이라고 부르렴.”

“아, 아니키?”

오가와라가 당황하는 모습을 본 프레이야는 땅바닥을 구를 기세로 웃었다. 자신과 닮았다고 느끼기 때문인지,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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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비시를 비롯해서 로봇 공학에 숙련된 일본을 비롯해 미국, 독일의 회사들이 리베로의 팔, 다리를 개량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들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발키리를 이용해서 기술을 훔칠 수 있었다.

그래서 뱀파이어 퀸 포획 작전에 필요한 리베로의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머리속에 든 기술을 훔치기는 쉽지 않지만, 리베로를 개발하기 위해서 설계 도면으로 끄집어 내면 그 다음엔 훔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팔과 다리의 개량 덕분에 리베로의 성능은 향상되었고, 그로인해 정령의 적응도 빨라졌다. 그리고 결국 아스가르드에 투입될 최초의 리베로들이 만들어졌다.

기사에 가까운 외형을 한 신기술이었다.

오딘의 눈을 피할 수는 없지만, 다른 이들의 눈은 최대한 피해서 작전을 결행할 계획을 세웠다. 오딘의 눈도 피할 수는 있지만, 들킬 가능성을 없앨 수는 없었다. 그리고 눈을 피하다가 들키면, 그 악영향은 예측을 불허할 것이 틀림없었다.

“이 놈들이 내 지그프리드를 베꼈군.”

오딘은 새롭게 등장한 리베로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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