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화 라면 보급
[안녕하세요. 아스가르드의 여러분. 저는 프레이야입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말을 걸게 된 것은 처음이로군요.]
바니걸 통신이 최초로 아스가르드의 신자들에게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갑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프레이야 여신의 목소리에 당황하고 한편으론 감동했다.
전대 프레이야 여신이나 굴베이그, 프레이의 신탁이 내려진 적이 있었지만, 결코 이런 마음의 충족감은 없었다.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존재로서 아낌을 받는 다는 것은 대단히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저는 라면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이 ‘卒(졸)라면’이라는 음식이 없으면 못살 정도로 말이지요. 여러분들도 이 맛을 같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네요.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울지 몰라도, 여러분들도 언젠가는 이 맛에 중독되실거라고 믿습니다. 자매품으로 열라 매운면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얼 들었는지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기념할만한 아스가르드의 첫 신탁은 여신의 라면 광고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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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님, 라면 광고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면 광고라고요?”
조제성은 멀린에게 아스가르드에서의 군사 작전 권한을 모두 넘겼다. 그리고 지휘는 아더에게 맡겼다. 굴베이그를 지원하면서 아더와 멀린은 안정적인 활약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에인페리아와 몬스터, 이종족이 넘치는 아스가르드에선 여전히 칼과 창 등의 냉병기가 총기보다 유리한 점이 있었다.
날아오는 무기나 간접적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초능력이나 비정상적인 신체 회복력, 혹은 무거운 갑옷을 가뿐하게 걸칠 수 있는 괴력, 질긴 가죽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지구에서의 표준적인 소총 화력을 씹어버릴 수 있는 이들이 있기에 냉병기 전투는 꽤 중요했다.
“냉병기 전투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체력과 호흡입니다. 방아쇠만 당기는 지구의 전장과는 다르지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 가장 쓸모있는 무기는 최루탄입니다.”
“최루탄이라, 확실히 그렇겠군요.”
짬타이거로 많은 전장에서 활약한 원기였기에, 호흡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일반인의 체력은 전력 질주하면 10초가 한계였다. 그리고 체력을 배분해서 싸워도 3분 싸울 체력은 나오지 않았다.
최대한 가볍게 입고 스태미너 배분을 익힌 복서도 1라운드 3분은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아마추어 주니어의 경우엔 1라운드 2분이 고작이었다.
전력으로 움직이며 검을 휘두르는 것은 큰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탱해주는 것은 호흡이었다.
멀린은 자신의 리베로에게 투구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동시에 리베로용의 투척 최루탄을 개발하도록 요청했다.
적병들이 기세를 살려 달려오는 한 가운데 최루탄을 던져넣는 것이 멀린의 아이디어였다.
달려오던 중에 최루탄 가스를 맡으면, 일시적으로 전투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것으로 꽤 효과적으로 진형을 파괴할 수 있을 터였다.
“생각보다 효과가 뛰어납니다. 한국에서 개발된 최루탄은 장난이 아니더군요. 게다가 몬스터들에게도 더 강력한 효과를 보여주더군요.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면요?”
“엘프들과 다크엘프들에게도 효과가 지나치게 좋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들은 꽤 예민하고 섬세한 종족이니까요. 그걸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했습니다.”
멀린은 화생방 훈련을 도입했다. 그리고 인간만이 아니라 엘프와 다크엘프들까지 참가시켰다. 엘프와 다크엘프들이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훈련에 임하는 자세는 인간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들은 인내했고, 침착하게 행동할 줄 알았다.
문제는 훈련 결과가 아니었다. 그들은 최루탄의 연기 속에서도 침착하게 할 일을 할 줄 알았다. 문제는 최루탄 범위 밖에서 나타나는 문제였다.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한 탓에 최루탄 범위 밖에서부터 기침을 해대는 것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둔감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군요.”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강한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둔감해지게 되있지요. 그래서 엘프들에게 라면을 먹여 봤습니다만, 다시는 먹으려고 들지 않더군요. 혀를 고문하는 미친 짓이라고 말이지요.”
매운 것에 익숙하지 않은 엘프들은 卒라면이나 열라매운면을 먹고는 폭풍 설사를 겪어야 했다. 게다가 매운 맛에 혀는 물론이고 장도 익숙하지 않은 탓에 항문이 화상을 입은 듯 화끈거리는 격통까지 겪었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냄새만 맡아도 눈물, 콧물을 쏟으면서 기침을 해야했다. 최루탄이 지근거리가 아니라 수백미터 밖에서 터져도 기침을 하면서 전투력이 떨어질만 하다고 할 수 있었다.
후각과 미각이 둔감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익숙해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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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효과로군.”
사람들은 보급품으로 주어진 라면에 열광했다. 맛을 보지도 못했지만, 여신이 직접 좋아한다고 말해준 것이었다. 이미 뜨거운 맛을 보고 질려버린 엘프들까지도 라면을 끓여먹기 시작할 정도였다.
본래 엘프들은 자극적인 음식도 싫어하고, 불을 쓰는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았다. 향초를 물에 띄워서 먹기는 하지만 물을 끓여서 차를 마시지도 않았다.
그런 그들이 프레이야 여신의 신탁이랄지 광고랄지 모르는 모호한 공지에 라면을 열심히 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멀린 역시 조제성을 통해서 프레이야 여신의 성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바니걸 통신이 세뇌에 가까울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최소한으로 사용을 억제할 것이 분명했다.
‘계몽을 위해서 바니걸 통신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득해 볼 필요가 있겠어.’
매운 맛 라면에 적응하는데는 상당히 오랜 시일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물을 많이 넣고 끓인다던가, 끓인 다음 찬물을 부어서 먹는다던가, 생으로 먹는 등 엘프들은 나름대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데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라면을 끓이는 냄새를 맡는 정도로 호흡 곤란이 오지는 않게 되었다.
후각이 둔해져서 과일이나 약초를 찾는 능력이 저하된 이들은 꽤 많았지만, 사실 과실이나 약초를 찾을 필요성은 없어졌다.
그리고 인간들은 지금까지 보급해주던 가축사료보다 월등히 맛있는 음식이라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했다.
가축사료보다 많이 비싼 음식이라 재정 지출이 늘었다는 부작용은 있지만, 제성 기업의 성장속도에 비하면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바니걸 통신과 장기 공장을 통해서 인맥이 대폭 확보되었다.
박승희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단기 투자에 한해서는 달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녀가 있기에 조제성은 멀리 앞을 보고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
“리베로는 지나치게 고가인데다가 생산이 오래걸리니, 그게 가장 큰 문제로군.”
멀린은 조제성이 정한 ‘설정’에 따라서 고민을 토로했다. 조제성은 초기 리베로의 생산수를 열기로 한정지었다.
그리고 최초 투입된 다섯기를 기본으로 한달에 한기씩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아직은 실전 테스트 단계이고, 개량의 여지가 많아서 양산시기를 늦출수록 이득인데다가 오딘의 눈을 속일 필요가 있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프레이야측의 이득이기 때문에 리베로를 대량생산할 수 없다고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혼과 백이라는 개념은 전혀 몰랐군.’
현자회의 블러디 코어 연구 덕분에, 정령에 대해서도 많은 것이 밝혀졌다. 결정적인 것은 정령은 ‘백’이 없고 ‘혼’만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령은 생전의 이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생전의 운동신경도 사라졌다. 정령은 계약자의 백을 나눠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나눠쓴다는 사실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었다.
혼에는 지식과 경험이 포함되어 있었다. 운동신경은 사라졌어도, 어떤 식으로 움직이면 된다는 경험을 통한 지식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엘프들의 정령들은 생전에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기억하고, 그렇게 움직이려고 들었다. 하지만 운동신경이 사라졌으니 몸이 안따라주었다.
하지만 곧 자신이 경험한 움직임을 강제적으로 재현시켜 운동신경의 공백을 매워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계약자의 백이 가지고 있는 ‘이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아더왕과 계약한 정령은 아더왕의 이능인 엑스칼리버를 사용할 수 있었다. 거대한 리베로를 엑스칼리버로 감싸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 소모가 필요해서 아주 짧은 시간 활용할 수밖에 없지만, 탑승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더왕과 리베로가 동시에 엑스칼리버를 쓸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었다.
그리고 운동신경을 강제로 발전시키는 장점이 있었다.
엘프가 생전의 움직임을 재현하면서, 부족한 운동신경이 보완되었다.
아더왕은 그 결과 자연스럽게 몸놀림이 부드러워졌다. 특히 현재의 육체가 블레이드라는 미소녀의 육신이기 때문에, 어느샌가 생전의 남자다운 움직임은 사라지고, 엘프의 우아하고 자연스러운 섬세한 움직임을 구사하게 되었다.
정령이 리베로를 사용해서 쌓인 경험은 자연스럽게 계약자의 ‘백’에 쌓이게 되는 것이었다.
멀린 역시, 균형감각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미끄러져서 넘어질 뻔 했을 때, 놀라운 균형감각으로 자세를 되잡을 수 있었다.
굽이 높은 신발을 신어도 자연스럽게 자세가 잡혀서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멀린의 운동신경으로는 에인페리아의 육체를 전혀 살릴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꽤 높은 수준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정령들이 프레이야와 친분이 깊은 계약자가 아니면 왠만해서 계약을 해주지 않지만, 그것이 가능하면 엘프의 능력을 어느정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슬슬 뱀파이어 퀸 포획작전에 돌입해도 될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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