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02화 (302/497)

302화 로키

헬의 제국은 기본 3가지 세력의 집합체였다.

언데드, 뱀파이어, 충인족이었다.

인간들은 이 세 종족의 식량이자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언데드라고 해도 좀비보다는 구울 같은 것이었다. 비정상적인 회복력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몸을 거의 암세포 같은 것으로 변화시켜서 고기를 먹는 것만으로 몸이 회복되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언데드라는 표현 자체는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회복력이 뛰어난 생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가 안통해서 전신이 썩어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멋대로 세포가 증식해서 생명활동을 계속하는 탓에 죽은 시체가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주었다.

그래서 언데드로 불리웠다.

지나친 회복력, 균형을 무시한 회복 중시의 설계로 생명으로서의 외견을 상실한 종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재생이 어려운 뇌세포의 문제가 있어서 이들의 지능은 극히 떨어지는 편이었다. 종족도 따로 없이 체급이나 형태로 나눌 수 밖에 없었다.

죽지않는 군단을 만들려는 헬의 계획이 성공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형태로 완성된 탓에 헬은 뱀파이어라는 종족을 만들었다.

이들은 고기를 이용해 회복하는 언데드와 달리, 인간의 생기를 빨아들여서 사는 불로불사의 아름다운 종족이었다.

헬이 가장 총애하는 종족이지만, 증식력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인간과 벌레의 양쪽 성향을 합쳐놓은 충인족이었다. 이들이 질과 양에서 가장 뛰어난 종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충인족은 다양한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4개 세력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거미일족을 포함한 절지동물 종족이 가장 강한 편이었다.

그리고 개미와 벌은 각각 여왕을 중심으로 파벌을 만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여왕이 아니라 왕을 중심으로 한 갑충일족이 있었다.

현제 헬 제국에서 최대 세력인 거미여왕이 헬 제국을 대표하는 황제를 맡고 있었다.

“상대가 헬 제국의 황제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종족들의 여왕이라 쉽지는 않을 겁니다. 다행이라면 로키와 전쟁중이라는 거로군요.”

나이트 굴베이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은 반투명했다. 그리고 어린 굴베이그는 비숍 굴베이그의 품에 안겨서 동화책을 보고 있었다.

반투명한 모습이지만, 인간 수준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숍과 나이트가 그저 환영이 아니라, 발키리에 투영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여신 본체가 곁에 있으면, 발키리가 어느정도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한 것이었다.

자신이 자신을 안고 돌봐주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게 신비라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나이트 굴베이그로 이번 작전에 참여하기로 결정된 상태였다. 여신 본체가 위험하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여신 본체가 만들어내는 성역은 전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인족의 신들이 거대 마수 형태의 육체를 지닌 것도 그때문이었다.

반면 아스신족의 신들은 발할라와 같은 세계수가 심겨진 거대 이동 건축물들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굴베이그가 만드는 성역 범위 안에서는 발키리가 정찰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뱀파이어 퀸을 확인하면, 엘프 부대가 침투해서 뱀파이어 퀸을 납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다섯대의 리베로는 각각 굴베이그, 아더, 랜슬롯, 멀린, 연하가 이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달 기지에서 리베로 적응훈련을 받을 때와 달리, 새로운 계약자와 결합할 경우에는 ‘백’자체가 달라져서 새로 적응을 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의식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이미 경험적 지식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적응 과정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부가적으로 이 적응 과정에서 빠르게 계약자의 운동신경이 발전한다는 장점도 있었다.

덕분에 아더와 랜슬롯의 무술 실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힘을 위주로 전장을 누비던 형태에서, 유연함과 기술을 바탕으로 전투하는 요령이 붙었다고 할 수 있었다.

연하의 활 솜씨 자체는 엘프보다 뛰어나지만, 이동 사격이라는 측면에서는 엘프들과 달랐다. 엘프들은 자세가 불안정하거나 이동중에도 화살을 날릴 수 있었지만, 양궁 선수가 뛰어다니면서 화살을 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하 역시 이동하면서 화살을 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최루탄 사용을 위한 기체는 멀린과 연하가 맡았고, 나머지 세 대가 전선에 나가서 근접전을 벌이기로 되어 있었다.

엘프들의 라면 적응 훈련은 예상 못한 결과를 낳았다.

엘프들은 라면 냄새가 나면 자연스럽게 코가 막혀왔다. 그 사실은 엘프들이 라면을 끓이고 먹을 때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자동으로 코를 막아서 후각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인간의 경우에도 건조할 경우 자연스럽게 한쪽 콧구멍을 막고 한쪽 콧구멍으로 숨을 쉬는 것과 비슷했다.

매운 맛에는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세계수의 가호 덕분인지 위에 염증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식성이 바뀌려면 몇 달에서 몇 년은 걸려야 할 지도 몰랐다.

최루탄에 익숙치 못한 이들을 위해 방독면을 보급하는 것도 고려는 해봤지만, 방독면 자체가 호흡을 방해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신에 산소탱크를 짊어지는 방식의 간이 잠수헬멧을 보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뱀파이어 습격을 위해 프레이야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 때, 오딘의 진형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로키와 오딘이 손을 잡는 순간, 오딘은 로키를 꺾었다고 생각했고 로키는 뒤통수를 칠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토르와 티르의 설득이었다.

그가 제시한 것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천공의 성좌가 가진 비밀이었다. 오딘은 세계수에 장난을 쳐서 모든 세계수에서 벌어지는 일을 엿본다는 사실을 토르와 티르에게 알린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펜릴과 헬의 실종이었다.

펜릴과 헬이 이계로 들어가서 차원의 미아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오딘이 토르와 티르 역시 차원의 미아로 만들어 버릴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혼돈의 대륙을 만든 것도 오딘의 눈을 피해서 힘을 기를 준비를 했다는 로키의 말과 세계수에서 도청과 관련된 마법진의 일부를 발견한 탓에 토르와 티르는 오딘에 대한 경계심을 품었다.

그리고 고의적으로 세계수 내에서 특정 정보를 흘렸다. 그리고 오딘은 그 미끼를 물었다.

토르와 티르는 혼돈의 대륙에 있는 에인페리아를 통해서 오딘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로키의 예상대로 오딘이 토르와 티르에게 차원의 벽을 넘어갈 것을 권하자, 반란을 일으켰다.

오딘은 주 전력을 혼돈의 대륙에 투입한 탓에 그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딘도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설사 그가 방심을 했다고 하더라도 절대적 방어요새인 발할라가 있기 때문이었다.

대량의 총기와 하늘을 나는 요새인 발할라가 나타나면 티르와 토르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토르의 해머도 발할라의 성역에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티르와 토르는 기동력을 살린 게릴라 작전을 펼쳤다. 발할라는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도 느렸다. 물론 24시간 쉬지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리 빠른 군대라고 할지라도 행군으로 도망치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거인족 에인페리아들은 물론이고 군신마를 탄 티르의 에인페리아들은 어렵지 않게 게릴라전을 펼칠 수 있었다.

조제성과 원기는 이 소식을 뒤늦게 듣고는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함정일 가능성도 있다는게 무섭군요.”

조제성은 망설였다. 원기 역시 결단을 내릴 자신은 없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발할라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딘은 무적입니다.”

장수한은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발할라의 이동 속도는 시속 약 2키로. 하지만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는 약 40키로 정도였다. 공중을 날아서 직선거리로 이동하는 만큼, 이 거리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었다.

어떤 보병 부대도 이보다 빨리 이동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발할라에 머무를 수 있는 인간은 10만 이상이었다. 약탈을 중심으로 사람만 태운다고 생각하면 약 50만 이상을 태우고 다닐 수 있었다.

50만 군대를 태우고 이동할 수 있는 요새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결코 녹녹치 않았다.

아스가르드에서는 식량이 없을 때, 인육을 먹는 것은 잘못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로키쪽에는 식량이 남아 돌아도 인육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종족들이 여럿 존재하는 판국이었다.

피난민들을 비롯해서 적의 보병들은 그 자체로 식량이 될 수 있었다.

오딘의 천공의 성좌가 있는 한, 사람들을 피신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발할라와 에인페리아들이라면, 과연 현세의 무기로 당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신성력의 방어벽은 두텁고, 궁그닐은 대단히 정확하며 강력한 요격무기였다. 전투기나 미사일이라고 할지라도 궁그닐을 피할 수는 없었다. 화학병기나 생물병기도 성역도가 높은 곳에서는 효과가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로키에게 뭔가 생각이 있을 겁니다. 두고 보는 쪽을 권하고 싶습니다. 오딘이 어떤 놈인지는 그가 가장 잘 알테지요. 토르와 티르도 뭔가 없이는 그런 태도를 취했을 리가 없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뱀파이어 퀸의 포획은 서둘러야 할 겁니다.”

조제성은 그렇게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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