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03화 (303/497)

303화 라스트 바탈리온

“그렇지 않아도 슬슬 재미를 볼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지.”

오딘은 자신의 비밀병기를 꺼내기로 마음 먹었다. 아니, 비밀병기라기보다는 장난감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발할라 궁의 앞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열린 앞문에는 네줄의 선로가 깔려 있었다. 프레이야가 열차를 보급한 것은 최근이었지만, 선로는 오랜 세월 깔려있었던 듯 보였다. 풍화된 흔적으로 보면 수십년은 족히 흐른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철도는 어디로도 이어져있지 않았다. 앞마당에서 끊어져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마력로의 굉음과 우르릉 거리는 지축의 진동을 동반하고 문 안에서 거대한 열차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열차에는 나치를 상징하는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거대 열차포, 슈베러 구스타프를 연상시키는 열차포가 발할라의 앞에 등장한 것이었다.

“지크 하일!”

수백명의 나치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오딘이 있는 궁성 한복판을 향해 경례를 올렸다.

“안레겐! 포이어!”(조준! 발사!)

오딘의 지시가 떨어지자, 초거대 열차포 구스타프가 아스가르드에서 굉음을 내면서 발사되었다.

히틀러가 예언한 라스트 바탈리온의 등장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히틀러는 광신적 프로테스탄트 신자로 행세했지만, 실제로는 온갖 점술이나 미신적 행위를 행하던 인물이었다.

나약한 병사, 실패한 예술가였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마치 기적처럼 출세해서 총통의 좌에 올랐고, 전쟁을 일으켰으며 대량 학살을 벌였다.

그 모든 것은 그가 현자회에 포섭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현자회는 히틀러를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했다.

그리고 히틀러는 전국을 타개하기 위해서, 이계로 떠난 게르만족의 군신인 ‘오딘’을 소환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오딘을 소환하기 위해서, 병사들을 오딘에게 보냈다. 대량 학살을 통해서 그는 병사들을 오딘에게 보내는데 필요한 마력을 모아서 보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게르만족의 군신과 함께 마지막 병대가 귀환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것이 라스트 바탈리온이었다.

오딘을 찾아 떠난 히틀러의 친위대였다.

물론 그들은 되돌아 갈 수 없었다. 그들을 보내기 위해서 학살당한 이들의 수가 수십만에 달했다. 오딘에겐 몇백명의 인간을 지구로 돌려보내는데 비축한 막대한 신성력을 소모할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 미드가르드와 연결되는 큰 게이트를 열고 양 세계를 정복할 생각이었다.

다만, 오딘은 그들에게서 들은 정보를 토대로 미드가르드의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는 인간들의 기계 문명이 나름대로 진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내진 병사들은 오딘을 위해서 자신들이 아는 지식을 토해내는 역할을 맡았다. 아름다운 처녀들과 식량과 안정적인 삶이 주어졌다. 그들은 총통의 전쟁에 다시 참여하는 것은 포기했지만, 총통의 뜻을 이어 게르만족의 영광을 지구에서 되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군신과 함께 지구로 영광스러운 귀환을 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들이 과학자가 아닌 군인들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과 가족들을 과학자로 양성했지만 한계는 있었다.

마력로가 빠르게 등장한 것도, 지그프리드라는 인간형 기계가 만들어진 것도 그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석유를 캘 수 없어서 내연 기관을 재현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엄청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트랜지스터는 2차세계대전 이후의 발명이며, 전기의 시대를 넘어서 전자의 시대로 이끌어간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전자공학에 대해서는 아무 지식도 없었다.

오딘이 프레이야를 자극하지 않고 스토커처럼 지켜본 것은 그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의 기술들을 빠르게 재현할 수 있다고 믿은 것도 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재현하고자 한 것 중 하나는 독일의 영광인 거대 열차포 구스타프였다. 구스타프의 경우 선회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선로를 이용해서 좌우를 트는 것이 고작이었고, 전장으로 운반하기 위해서는 해체해서 옮겨야 했다. 해체하는 작업도 재조립하는 작업도 몇주 이상을 잡아먹는 대공사였다. 하지만 발할라는 달랐다.

발할라라는 거대한 이동 요새의 요새포로서 구스타프는 매력적인 존재였고, 그들은 수십년에 걸쳐서 대를 이어 만들어 온 것이었다.

토르는 오딘과의 접경도시에 갑자기 날아온 거대 포탄에 당황했다.

신성력을 이용해 날아오는 궁그닐과 달리 5톤 무게의 고폭탄이 성역을 뚫고 들어온 것이었다. 일격에 도시의 중심에 있는 신전이 부서지고 세계수가 박살이 나버렸다.

“말도 안돼!”

토르의 놀라움과 관계없이 고작 10분도 안되서 두번째 포탄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병력이 집중된 곳이었다.

토르의 특수 스킬은 뇌신의 해머인 묘르닐이었지만, 묘르닐은 요격용 기술로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발키리에 물리력을 담아서 포탄에 격돌시켰고, 포탄은 자체가 가진 충격력 때문에 공중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역시, 장난감은 장난감이군.”

오딘은 피식 웃었다. 그의 지시에 다시 포탄이 날아갔다. 이번에는 철갑탄에 가까운 것이었고, 토르의 발키리가 격돌하는 것은 철갑탄 앞에는 무의미했다. 토르의 방어벽도 꿰뚫고는 거인 에인페리아들 중심에 떨어졌다.

약 6톤에 이르는 탄환이었다. 그리고 포탄이 떨어진 후에 폭발이 일어났지만, 땅속 수십미터에 박힌 다음에 폭발한 것이라서 사상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시한 신관의 작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듯 합니다.”

“상관없다. 이미 충분한 타격을 입혔으니.”

오딘에게 있어서, 이것은 그저 유희에 지나지 않았다. 신형 구스타프포의 사거리는 40키로미터, 약 10분 간격으로 쏠 수는 있지만, 3발 정도의 연사가 한계였다.

보급 도시의 세계수가 날아간 이상, 성역은 곧 흩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되면 포격에는 무방비해질 수 밖에 없었다. 원기가 터득한 프레이야의 이능 ‘절대 수호영역’처럼, 레벨 3 이상의 성역만 되어도 바리어 기술을 이용해서 포탄을 막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토르가 아직 그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오딘 스스로가 이 열차포와 유사한 공격에 대한 방어법을 익히 연구한 바가 있었다. 아직 성역이 남아있기 때문에 토르가 힘을 쓸 여지가 있었다. 굳이 방어 요령을 익히게 해줄 필요는 없었다.

“발할라를 전진시켜라. 굳이 황무지로 만들 필요는 없지.”

오딘은 피식 웃었다. 토르의 성역이 사라진 여파로 황폐화되는 것은 달갑지 않았다. 발할라를 전진시켜서 도시를 장악하고 새로운 신전에 새로운 세계수를 심으면 되는 것이었다.

어차피 모든 것을 황폐화 시킬 수는 없는 것이었다. 천천히 토르와 티르를 말려죽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었다.

--------------------------------------------------------------

“오딘이 숨겨둔 카드가 있긴 있었군요. 열차포라니.”

“슈베러 구스타프! 오딘은 로망이 뭔지를 아는군요!”

밀리터리 오덕인 호철이 신나서 외쳤다가, 주위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으니 입을 다물었다. 발할라를 멀리서 주시하던 발키리를 통해 얻은 정보였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습니다만, 당혹스럽긴 당혹스럽군요.”

거대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지그프리드와 마력로 같은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프레이에게도 철저히 비밀로 했던 것을 보면, 확실히 용의주도 하군요.”

[놈은 누구에게도 자기 속을 털어놓지는 않아. 조승상과의 차이점이라고 봐야겠지. 아니, 그 점에 있어서도 동류일려나.]

프레이가 조금은 착찹한 기색으로 영상통화를 통해 말했다. 조제성은 사람들이 묻는 건 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편이었다. 문제는 묻지않는 것까지 가르쳐주기엔 조제성이 벌여 놓은게 너무 많았다.

“한계는 있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문명 수준은 2차 세계대전 당시에서 그다지 나아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백명 남짓의 독일 군인들이 이루거나 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도 광신적인 군인이라고 한다면, 더블 크리티컬이라고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방독면 보급이나 화염방사기에 대한 대비도 해야할지 모르겠군요. 발전기 기술도 이미 있다고 봐야될 것 같군요. 그건 좀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군요.”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전기는 중요하다면 중요했지만, 그 역할은 한정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전기였다. 그리고 전등이 그 다음이었다.

마력로를 이용해서 발전을 해서 모터를 움직이는 것보다는, 그냥 마력로를 움직이는게 더 효율적이라는 발상을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실제로 그들은 꽤 소형의 마력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력로는 모터와 달리 전기선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지그프리드의 각부 관절에 장착된 마력로는 독립적으로 에인페리아인 지그프리드의 사념에 의해서 작동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마력로를 선택한 오딘 측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 문명은 전기 문명이자 전자 문명이었다. 전기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했다. 독일 기술자들은 마법에 반해서 전기를 버렸지만, 컴퓨터라는 마법의 기계와 다양한 전자, 전기 장비의 놀라움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숨구멍은 아직 남아있는 셈인가.’

미사일이나 야포 등은 보호막에 극히 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번 충돌하면, 그 시점에서 대부분 폭발해버린다. 오딘은 그것을 고려해서 시한 폭탄을 장착한 특수 포탄을 사용한 듯 싶었다.

그렇다고 해도, 적절하게 대처하면 궤도를 바꾸는 것은 가능할 것이었다.

“막상 실체를 드러내니, 참 암담하군요.”

“위성을 이용한 정보 수집 같은 것은 불가능할까요? 이쪽에서 위성을 띄운 다던지.”

원기의 질문에 조제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현재 이 아스가르드의 대기권이 얼마나 높은지, 대기 구성이 얼마나 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정지 위성 궤도의 고도가 어느정도인지 모르지요. 지구에서 로켓을 쏴올리는데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많은 데이터가 축척되어서 비로소 가능했던 것이지요. 그걸 가능하게 할만한 과학자들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나로호를 쏴올리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복잡하고 힘들 겁니다.”

조제성 역시 위성에 대한 고려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초기투자 비용이 지나치게 큰데다가 오딘의 눈을 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바다에서 로켓을 쏴올릴 수도 없었다. 바다에 야마토를 숨겨놓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노출되면 어찌될지 몰랐다.

발할라에서 열차포가 발사되면, 야마토는 손쓸 방법도 없이 격침당할 수도 있었다. 야마토에는 현재 변변한 무장도 하나 없었다.

승무원들이 생활하는데 지장 없는 수준인 레벨 2의 세계수까지 성장시키는데만 수년이 걸렸다.

“약 20미터 사이즈의 인형 병기들이 다수 등장했다고 합니다. 하늘을 날고 있다고 합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기관총을 들고 있다고 합니다.”

오딘이 만든 양산형 인형 기체인 슈탈 크리그의 등장이었다. 강철의 전사라는 뜻의 독일어였다.

“산너머 산이로군.”

--------------------------------------------------------

“어떤가? 이곳이 그대들이 살던 독일이 맞는가?”

혼돈의 대륙에서 게이트를 통해서 무전기를 짊어진 독일 병사가 오딘의 에인페리아의 인도로 블러드 라인2에 진입했다.

“어떻게 된거지요?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겁니까?”

“그걸 모르니까, 너희를 데리고 온 것이다.”

2차세계 대전 당시의 무전장비로 열심히 무전병이 콜해봤지만, 아무도 나올리는 없었다.

“저건 알프스 산이 아닌가? 알프스가 맞군.”

이탈리아부터 독일, 스위스 등 많은 국가들이 알프스를 나눠가지고 있었다. 유럽 지형을 그대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 착각할 수는 없었다.

“독일이 맞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우리가 떠나온 곳은 아닌 것 같소이다.”

“총통께서 하신 예언중에 달에 갔다가 오는 이들은 그곳이 독일인지 못알아볼 것이다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우리가 그 ‘달’에 갔다가 돌아온 이들이 아닐까요?”

무전병의 말에 지휘관의 얼굴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그럴지도 모르겠소. 우리는 사실 이미 늙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니.”

아스가르드 도착 당시의 젊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그들의 평균 나이는 백에 가까웠다.

“시간의 흐름이 다를지도 모르겠소이다. 알프스산을 보면 여기가 우리가 떠난 독일이 맞을 거요. 아름다운 라인강도 볼 수 있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