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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04화 (304/497)

304화 어부지리

조제성은 2차 세계대전 독일이 관계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짤즈부르크 남서쪽에 존재하는 운터스베르크산에 다차원 포탈이 있다고 믿었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영화에도 등장한 히틀러의 별장, 일명 독수리 요새가 그 지역에 있었다. 하지만 주인인 히틀러는 고소공포증이라서 단 세번만 그곳에 갔다고 한다.

문제는 고소공포증인 그가 하필 그 지역에 별장을 지었다는 것, 그리고 고소공포증임에도 불구하고 세번이나 그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이었다.

“다차원 포탈을 수색하던 이들이 다수 실종되었다는 기록을 감안한다면, 그들과 연결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운터스베르크는 요정산이라고 불리웠다고 합니다. 엘프가 살고 있다고 믿는 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믿기 힘든 이야기로군요.”

“저도 살펴봤습니다만, 현자회 쪽의 기록에도 운터스베르크 산 부근에서 부유석이 발견된 바가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토대로 나치에서는 원반형 비행체를 연구했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호철이 녀석이 2차세계대전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헛소문에 가까운 것도 찾아봤더군요.”

장수한도 한마디를 거들었다. 히틀러는 헛소리에 가까운 예언 비슷한 것들을 제법 흘렸다.

마지막 날에 나타난다는 아리안 족의 부대인 라스트 바탈리온 같은 것이 그것이었다.

“유럽에 흘러내린 대량의 피가, 라그나로크의 흔적인 차원의 문을 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근거없는 추측입니다.”

조제성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증거나 근거 없이 추측만으로 상황을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프들을 다수 파견해서 운터스베르크산과 히틀러의 별장 인근을 탐색시켰다.

“그리고 그 추측을 뒷받침 하는 것이 템플 기사단입니다. 그들은 2차세계대전 이후로 그 지역을 암암리에 장악하고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곳에 통로 혹은 균열이 있을 거라는 판단은 가능합니다. 오딘은 2차세계대전 수준의 문명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보입니다. 그를 토대로 판단한다면 군수 공장등도 이미 가동중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화약 무기나 근대 무기가 등장 안한 건 무엇때문이지요? 독일군의 병기 기술이라면 대단했을텐데.”

2차세계대전 매니아인 호철이 질문했다.

“그건 아마 연료때문이겠지. 그리고 화약의 재료가 되는 초석 문제도 있지 않을까? 화학자가 포함되어 있다면, 질소고정으로 화약을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아.”

장수한의 말에 호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약과 기름, 이 두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2차세계대전의 기술은 아스가르드에서는 쓸모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터였다.

칠레의 초석광산이나 하버보쉬의 질소고정법이 아니고서는 화약을 대량으로 생산할 방법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우리가 내연기관이 아닌 증기기관을 사용하는 것도 오딘과 그의 수하들을 납득했을 겁니다.”

증기기관차는 실제로 한국의 경우 1967년까지 사용되었다. 나라에 따라서는 더 오래 사용된 예도 있었다. 은하철도999의 모델이 된 기관차 C62형은 1952년에 제작된 물건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오딘과 그 수하들로서는 꽤 현대식이고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컸다.

“제가 판단하기에 오딘은 정신적으로는 미숙하다고 할까, 비정상적인 집착이 있습니다. 그건 자신이 최고여야 한다는 것, 자신이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덕택에 그는 과학 문명도 몰래 자신만의 것으로 숨겨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우리가 지금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이긴 합니다만, 역으로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조제성의 판단은 정확했다. 오딘이 프레이야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언제든 쓸어버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아스신족의 반오딘 진영과 손을 잡는 것은 그런 면에서 극히 위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딘과 손을 잡는 것이 어떨까 생각됩니다.”

조제성의 말에 모두의 안색이 변했다. 가장 강력한 적인 오딘을 돕겠다는 것은 자살행위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오딘은 가장 강력한 적이 아닌가요? 우리가 처리해야 할 궁극의 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원기의 반문에, 조제성은 고개를 저었다.

“저로서는 잘못생각하셨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적은 오딘이 아닙니다. 바로 아스가르드 전체입니다. 거인족도 아스신족도 모두 우리의 적입니다. 토르가 오딘과 싸운다고, 토르가 우리와 공존할 수 있는 세력은 아닙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딘과 손을 잡는다면, 오딘은 토르와 티르, 나아가서는 로키를 때려잡는 순간까지, 우리에게 유예를 줄 겁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게 될겁니다.”

조제성의 말에 모두가 생각에 잠겼다. 적의 적이 꼭 아군이 되라는 법은 없었다. 프레이야 진영이 성장한다면 모두가 적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독선적인 오딘이 칼을 빼들었다. 토르와 티르가 패한다고 해도, 그걸 소화하는데에는 시간이 걸리게 되어 있었다.

상잔을 시켜서 둘이 함께 쓰러지는 것도 좋지만, 하나만 남기는 것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전쟁으로 늘어나는 것은 영토 뿐, 대량의 신성력이 소모될 것이고 인구는 급감할 가능성이 커졌다. 설사 늘어났다고 해도 병력 뿐이었다.

“우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를 경계해서 아스가르드 전체가 적으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이 기회에 로키와 본격적으로 붙어보는 것도 좋겠군요. 오딘의 동맹으로서 말이지요.”

조제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장기적으로는 로키도 적이었다. 어설프게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았다.

물론 로키와의 싸움에서 모든 것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다면, 오딘은 동맹으로서 도우러 올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냥 어설프게 오딘을 돕는다고 했다가는 공연히 많은 쓸데없는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컸다.

군대를 요구받는다던지, 기술 혹은 자원을 요구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로키와 불리한 상태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면, 오딘은 동맹으로서 무리한 요구는 할 수 없게 될 터였다.

“일단 사신을 보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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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넘어온 차원의 틈은 운터스베르크 산에 있었소. 그리고 독수리 요새가 차원 탐색반의 사령부였지. 그곳을 우선 찾아보는게 좋을 것 같소이다.”

“그런가. 우선 그쪽을 향해 보도록 하지. 문제는 오크들인데.”

그들이 위치한 영역은 북유럽 방향이었고, 로키가 차지한 것은 남유럽 방면이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잘즈부르크 지방은 독일 남부에 위치해 있었다.

로키와 교섭에 의해서 혼돈의 대륙 포탈을 나눠쓰고 있기는 했지만, 로키의 책동으로 아스신족간의 내분이 일어난 이상은 상황이 어찌될지 확실치 않았다.

오크들 가운데는 테이머의 이능을 가진 오크들이 많았다.

이능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꿈꾸는 힘을 구현하는 것이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기본적으로는 자신보다 낮은 지능의 몬스터를 길들일 수 있었다.

다만 새끼 상태에서 길들일 경우에는 그 지배 상태가 성체가 된 상태에서도 유지된다는 특성이 있었다.

모든 날아오는 병기를 막는다는 이능의 경우에도, 이능을 소유한 자의 정신력과 신성력이 받쳐주는 범위까지만 막아줬다.

그런 면에서 희연과 카즈키의 이능, ‘자신보다 명백히 약한 자에게 한해서’ 경직 혹은 공포를 부여하는 것은 대단히 효율적인 능력이었다.

보다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공포와 경직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눈을 보는 모든 이에게 경직을 준다’는 이능은 드러난 면으로 보면 더 효과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직을 줄 수 있는 대상이나 효과면에서 희연의 것보다 더 떨어졌다.

오가와라의 이능인 ‘일본어에 한해서’처럼 조건 한정의 능력이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건 한정이라는 것 자체가, 이능을 소유한 자의 집착이나 강박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집착과 강박은 인간의 이능을 더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었다.

인간의 정신력은 기도나 명상, 혹은 감정(공포, 욕망, 행복)등에 의해서 각자 섬기는 신들에게 흘러들어가서 신성력이 된다.

이 순수한 정신 에너지는 인간이 갖는 정신 에너지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자신이 각성한 이능은 자신이 갖는 정신에너지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었다.

에인페리아는 자신의 정신이 가진 이능과 몸에 깃든 신성력을 함께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능 면에서 더 강력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몸에 깃든 신성력을 이용하는 것은 ‘성역’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에인페리아의 육체는 자신의 신이 다스리는 성역에서 강화되고, 적대 신의 성역에서는 약화된다.

반면 프레이야 세력의 게임 캐릭터들은 이능은 약하지만, 성역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능력을 발휘한다는 장점도 있었다.

“엘프들입니다! 빌어먹을 엘프들이 나타났습니다!”

“과연 요정들의 산인가.”

운터스베르크의 이명, 엘프들이 사는 요정산을 떠올린 나치 지휘관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엘프들의 요새가 보입니다. 저 놈들이 아마도 저곳의 차원 포탈을 점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이 복잡해 질 것 같소이다.”

지휘관으로 나선 에인페리아는 나치 지휘관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게이트를 통해서 오딘에게 보고하러 가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였다.

“칠레의 초석광산과 북해 유전, 그리고 운터스베르크산 만큼은 확보하지 않으면 안될거요. 오딘께 그렇게 보고해 주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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