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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06화 (306/497)

306화 오딘과의 교섭

슈탈 크리그들의 초전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거인족들의 위에서 탄환을 발사해서 거인족들을 다수 학살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좋았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것은 에인페리아들의 반격에 5기나 격추당했다는 사실이었다.

토르의 에인페리아 중 하나가 던진 창에 10여기가 피해를 입었다. 하우니브의 느린 속도 때문에 떠있는 표적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에인페리아는 결국 힘이 다해서 기관포에 맞아 죽었지만 슈탈 크리그에 대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슈탈 크리그의 기관포는 꽤 강력한 편이었지만 토르의 에인페리아들이 가진 두꺼운 방패와 그것을 강화하는 이능을 동시에 뚫기에는 무리였다.

그리고 죽은 에인페리아들은 이번 전투의 경험을 뇌리에 깊이 새기고 부활해서 다시 덤벼올 것이 분명했다.

하늘에서의 공격을 막는 이능을 가진 이들과, 창대신 화살 혹은 새총을 장비하고 나오는 적도 있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시원치 않군.”

“면목이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기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량의 화약과 연료, 이것만 있다면 무적의 군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제국이 만든 티이거 전차는 최강입니다. 최첨단이자 최강의 쾨니히스 티이거를 재현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닙니다. 또한 연료만 충분하다면 제트 엔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독일 제국이 만들어낸 기적의 기술입니다. 그걸 사용하면 슈탈 크리그의 속도는 꽤 빨라질 거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슈탈 크리그의 한계에 대한 것은 이미 나치의 개발자들에게서 들은 바 있었다. 부유석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슈탈 크리그의 몸체는 그렇게까지 장갑이 두껍지 않았다.

신성력을 소모해서 움직인다고 하지만 그것역시 무한한 자원은 아니었다.

그리고 제트엔진의 폭발적인 출력이 있다면, 하우니브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회전익기나 움직이는 거북형태의 전차를 만든 것은 놀랍습니다만, 제국에서 만든 제트엔진은 흉내도 못낸 것으로 보입니다. 거북 형태의 전차 역시 마찬가지지요. 보기엔 대단해 보입니다만, 저런 놈은 제국의 4호 전차 정도면 충분히 박살내 버릴 수 있습니다. 하물며 제국의 자랑인 티이거 전차나 쾨니히스 티이거라면 이 아스가르드의 전란을 종식시키는 것쯤은 문제가 아닙니다.”

나치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아스가르드에 등장한 회전익기, 곧 헬리콥터가 에어울프를 코스플레한 상업용 헬기라는 것에서 기인했다.

그래서 기관총을 장착하는 김에, 터보 제트엔진의 모양을 흉내낸 장식이 붙어 있었다.

당연히 제대로 작동하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나치들은 독일의 제트 엔진을 재현하는데 실패했다고 간주하고 있었다.

거북 열차도 마찬가지였다. 화학무기나 화염방사기, 자폭장치 등 현대에는 사용해서 안되는 최악의 무기들을 장비하고 있지만, 근본은 유원지에 쓰이는 가동 구조물 회사의 기술을 채용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중장비 기술과 장난감 기술로 만들어진 장갑만 두꺼운 물건이었다.

2차세계대전 당시의 전차와 싸운다면, 이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대전차 무기도 없고, 전차전을 상정해서 만든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오딘 측이 거북 열차를 포기한 것도 그때문이었다.

다만, 거북 열차를 탈취했을 때, 팔다리를 발키리나 유사한 존재가 컨트롤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슈탈 크리그가 개발될 수 있었다.

“충분한 연료와 충분한 화약만 있다면, 아스가르드는 오딘님의 것이 될 겁니다. 수많은 전차와 전격전의 교리만 있다면, 다른 것은 필요 없습니다.”

나치 친위대는 제 3제국의 위대함에 세뇌된 인간들이며, 티이거를 비롯한 전차들의 성능에 과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추가로 2차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회복되는 것은 오랜 세월이 필요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유럽이 초토화되었기 때문이었다.

라인강의 기적이 일어나, 패전국이었던 독일조차 엄청난 속도로 회복해서 상상도 못할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총통을 잃은 미드가르드에 번영은 없을 것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스가르드에 오게된 친위대 병사들은 최초에는 단순히 탐색하다가 넘어오게 된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확신을 얻은 히틀러는 현자회의 주술을 이용해서 대대 규모의 병사들을 보냈다.

과학자들은 아니지만, 혹시 아스가르드에서 무기를 생산할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기술자와 무기 설계도를 포함시킨 부대였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는 그들을 기다리며, 그들을 탐색하기 위한 병사들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에 들어온 이는 소련의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나치들에게 잡혀서 고문 당하고 처형당했는데, 그가 가져온 소식은 히틀러가 자살하고 독일은 항복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럽이 전쟁의 혼란에서 벗어나면서 길잃은 사람조차 아스가르드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피로 열린 차원의 균열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나치들은 자신들이 가진 쾨니히스 티이거, 곧 킹타이거의 설계도를 이용해서 전차 시제품을 만들었다. 자그마치 30년이나 걸렸다. 그리고 그 이후로 개량을 시도해서 성능을 향상시켰다.

부유석과 마력로를 이용해서 평지에서 시속 백키로미터를 넘는 고속 주행이 가능한 타이거 전차를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마력로를 이용한 전차는 1대를 제외하고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았다. 신성력의 낭비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었다.

신성력이 넘치는 오딘이라고 해도 대량의 병기를 돌리는 것은 위험했다.

신성력의 특성상, 전장을 쓸고다니는 한대의 슈퍼로봇을 만드는데 유리하지 대량의 군대를 양성하는데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나치들은 전차 부대를 양성하는 것이 최고라고 믿고 있었다.

티이거 전차 같은 중전차를 파괴하는데는 적어도 토르의 해머 같은 강력한 공격이 필요했다. 궁그닐도 중전차를 파괴하는 것은 무리였다.

거인 에인페리아들이 던지는 창이 슈탈 크리그를 손상시킬 수는 있어도 중전차의 장갑을 뚫을 수는 없었다.

“전쟁의 신은 포병입니다. 대포와 전차, 이보다 더 강력한 전쟁 수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 공군에 뼛속까지 털려버린 독일군이지만, 초기 전투에서 가졌던 전격전의 환상은 광신자인 나치들에게선 벗어날 수 없는 것과도 같았다.

“기름과 화약, 철이 어떤 기적을 이룰 수 있는지 저희에게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요.”

오딘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좋다. 하지만 슈탈 크리그의 성능 개선에도 노력하기 바란다. 지금보다는 고성능의 기체가 나와야겠지.”

슈탈 크리그는 모두 같은 성능은 아니었다. 발키리를 이용한 기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에인페리아를 태운 기체도 있었다.

지그프리트처럼 강력한 에인페리아들이 존재했다.

그중 두드러진 것은 발드르와 호드였다. 그들은 신격을 박탈당하고 프레이처럼 발키리화되어 있었다.

발드르는 태양의 신이라는 이명에 어울리게, 열과 빛을 이용한 공방일체의 기술을 사용했다. 날아오는 창들을 녹여 버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호드는 중력을 이용했다. 현자회의 아폴로와 하데스와 비슷하지만 한단계 더 강력한 이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중력을 이용하는 호드의 슈탈 크리그는 하우니브 없이 단독으로 비행하거나 걷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대량의 신성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단시간의 전투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결점이었지만, 비행유닛인 하우니브를 장착하고도 월등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다.

발드르는 흰색의 기체를, 호드는 통상의 세배의 속도에도 불구하고 검은 색의 기체를 사용했다.

“토르와 티르도 내 컬렉션의 하나로 만들면 좋겠지.”

오딘은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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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오딘님께 조력함으로써 아스 신족의 안정을 이루고자 합니다.”

“좋은 이야기로군. 프레이야가 날 그렇게 생각해 주고 있는 줄은 몰랐어.”

“저희는 최고신인 오딘님을 언제나 존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을 뿐입니다.”

“그래. 싸움이 아닌 타락한 나태 속의 행복 말이로군.”

아스 신족에게 평화는 게으름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이를 타락한 나태라고 불렀다. 투쟁이 인간의 본질인데, 나태함에 물들어서 투쟁을 외면하는 돼지나 다름없다고 여겼다.

“저희 엘프들은 열등한 종족이라, 투쟁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미소녀로 보이는 남성 엘프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엘프들은 외교 사절로 나이든 남성 엘프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처형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살만큼 다 산 쓸모없는 남성 엘프가 죽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외모는 인간들의 기준으로는 가슴이 없는 금발 미소녀였다. 삶의 연륜이 녹아있는 깊이있는 눈동자가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었다.

“그 볼품없는 꼬라지를 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군.”

아스 신족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이고 천박한 면이 많았다. 그들이 근본적으로 전쟁의 신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프레이야의 호의를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하지. 기름과 화약의 지원 또한 고맙게 받아들이겠다. 답례로 프레이야 여신을 내 처로 맞이하도록 하지. 나와 대등한 자리, 프리그의 빈 자리를 채우도록 하지.”

“그, 그런…”

“설마 내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아니겠지? 프레이야 여신의 취향은 알고 있다. 남성 아바타를 선호한다고 하더군. 그래서 나도 준비했지.”

비어있던 오딘의 의자에 아름답고 요염한 미녀가 나타났다. 에인페리아의 육체와 같이 만들어진 신들의 그릇이었다. 다만 이 그릇은 신이 깃드는 것만으로도 붕괴되어간다는 약점이 있었다.

보통은 하루도 못가지만, 오딘 같은 강력한 신은 자신의 신성력을 억제함으로써 한달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

“프레이야의 취향에 맞춰주는 정도는 할 수 있지. 내 호의를 받아들여 줄거라고 생각하네. 결혼식의 일정을 잡도록 하지.”

엘프 사절은 당황해서 어쩔줄을 모르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해가 안갑니다. 어째서 그런 조건을 내세우신 겁니까?”

오딘의 비서 역할을 하면서 나치를 관리해온 여신 엘룬이 반문했다. 엘룬은 오딘과 프리그의 딸로 달의 여신이며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신으로 되어 있었다.

오딘의 총애를 받는 이유는 말귀는 잘 알아듣지만 잔머리는 그렇게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나치를 등장시키면서 엘룬 역시 비밀 기지에서 나올 수 있었다.

“외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협력하는 것이고, 하나는 쥐어짜는 것이지. 내가 강하고 상대가 약한데 협력하는 길을 택할 이유가 있나? 최대한 쥐어 짜야 하는 거야.”

“기름과 화약만 얻어도 기갑 사단을 만들 수 있을텐데요. 잘못되면 저들이 포기하고 물러날 가능성도 있어요.”

“나태함과 생에 대한 집착의 대명사인 반 신족의 프레이야다. 자기를 따르는 인간들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지. 조제성이라는 놈은 프레이야가 간단히 인간을 버릴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엘프들과 다크 엘프들만 데리고 도망친다는건 놈의 희망사항이지.”

“그럼, 어떻게 나올까요? 설마 결혼을 받아들일까요?”

신들의 결합은 결코 대등할 수 없었다. 오딘이 주신이 되고 프레이야가 종속신이 되는 것이었다. 프레이의 종속과는 대우가 다르기는 해도, 오딘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었다.

“그것까지는 기대할 수 없지. 대신에 놈을 최대한 쥐어짤 수는 있지. 그게 목적이고 말이야.”

결국 엘프 사절은 몇차례의 실랑이 끝에 오딘에게 많은 것을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차원 이동에 대한 기술이 포함되어 있었다. 상대 차원의 자원을 가지고 오는 기술, 그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오딘은 대거 만족을 얻었다.

석유와 화약 뿐만이 아니라, 차원 이동 기술로 지구의 자원을 가지고 올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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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로군요.”

조제성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딘은 절대적 갑이었다. 을을 쥐어짜는 것은 갑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약육강식의 수라장이 바로 아스가르드였기 때문이었다.

조제성이 넘긴 차원 이동 기술은 프레이가 정교하게 만든 사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오딘이 차원 이동 기술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쯤은 예측할 수 있었다. 자원 획득을 프레이야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컨테이너에 새겨진 마법진은 대량의 신성력을 충전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컨테이너 내부의 물체를 잘게 부수는 마법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액체 혹은 가루 상태로 만들고 신성력을 불어넣는 마법진인 것이었다. 차원의 벽을 넘기 위해서 입자단위로 신성력을 코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조제성이 생각한 명분이었다.

그 다음, 블러드 라인에서 지구를 거쳐가는 과정에서, 가루 혹은 액체 상태의 자원은 거품처럼 사라진다. 대신 지구에서 준비해 둔 자원을 채워서 아스가르드로 보내는 것이었다.

블러드 라인에서 프레이는 오딘보다 더 강력한 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를 추적해서 그 안에 무엇이 담기는지 정도는 미리 확인할 수 있으니, 내용물을 미리 준비해두면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오딘은 자원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 대가로 막대한 신성력을 소모하지 않으면 안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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