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화 대체역사
“총통은 어찌 되셨나?”
오딘측의 요구 물자는 꽤 많았다. 오딘은 쥐어 짤만큼 쥐어 짤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딘의 요구 물자를 안다는 것은 꽤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바로 오딘의 계획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오딘이 요구한 자원들 가운데에는 니켈과 크롬이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독일에서 만든 표면 경화장갑의 재료였다.
전차를 대량으로 생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총통? 독일에 총통이 있었나? 모르겠군.”
“우리의 퓨러를 모른단 말인가? 위대한 선지자 아돌프 히틀러 총통을?”
“이상하군. 내가 아는 아돌프 히틀러는 화가일세. 유명한 예술가지.”
“뭐라고?”
물건을 인수하러 온 나치는 당혹감을 느꼈다. 총통 히틀러가 없고 유명한 예술가 히틀러가 있다는 소리는 생각도 못해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는 히틀러의 위대한 영혼이 있다면, 충분히 예술가로서 유명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혼란을 최대한 감추고, 물건을 전달하러 온 대표자인 장수한에게 자신들이 떠나온 세상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보였다.
“아, 그렇군. 소련과 싸웠군.”
장수한은 역사를 날조했다. 히틀러는 정치가가 되지 않고 예술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독일은 세계와 싸운 것이 아니라 미영프와 손을 잡고 소련의 공산주의와 싸웠다고 말했다.
“독일의 기술력은 대단히 뛰어나서, 아인슈타인, 폰 브라운 등의 학자들이 손을 합쳐서 원자폭탄이라는 걸 만들었소이다. 그런데 참가한 유태인 학자들 가운데 하나가 소련에 그 설계도를 팔았군요. 그 결과 원자폭탄을 실은 V4 로켓들이 전유럽과 소련까지 초토화 시켰소이다. 남은 건 미국과 아시아 지역이었소. 그리고 남미와 중국도 공산화가 되었고 지금도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소이다. 원자폭탄의 여파로 유럽 대륙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게 되었지.”
“그 놀라운 무기는 아직도 사용중인가?”
“그건 아니오. 유럽과 소련이 초토화되면서 그 기술은 사장되었소이다. 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거요. 특히 독일의 선진적인 기술들은 완전히 역사속에만 남아있소이다.”
나치는 독일을 칭찬하자 긴장이 느슨해졌다. 게다가 유럽이 초토화되었다는 이야기에 아주 약간의 실망을 느꼈을 뿐이었다. 그건 장수한과 조제성의 계획이 맞아 떨어졌다는 뜻이었다.
나치들이 지구의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독일인이기 이전에 히틀러에 대한 광신자였다.
그 점을 이용했다. 히틀러의 보잘것없는 예술로 대성할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만약 성공했다는 가정으로 소설을 쓰다시피 한 것이었다.
독일은 유대인을 탄압하지 않았고, 공산주의는 세력을 뻗치고 자본주의는 경제난에 위기감을 느낀다.
결국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규모 한판 승부가 벌어질 거라는 계산이었다.
“게임은 위대한 문화 유산이라니까요. 판타지 소설도.”
장수한은 조제성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미 게임이나 소설 등에서 많이 거론된 시나리오였다. 히틀러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치는 충격을 받았지만, 강한 설득력을 느꼈다. 그리고 핵미사일의 설계도를 훔친 것이 독일계 유태인이라는 설정에 홀랑 넘어갔다.
아인슈타인은 이미 그 시점에서도 유명한 유태인 학자였다. 폰 브라운 역시도 나치가 들어본 바 있었다. 그들이 독일인으로서 무기를 개발했다고 하니 납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럽이 그 꼴이 된 것인가.”
“원자탄이 떨어진 곳에는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도 살 수 없다는게 중론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은 옅어졌소이다. 하지만 그런 땅에 살고 싶어하는 인간은 없지요. 게다가 아직도 전쟁중이기도 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경험한 나치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역사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총통이 존재하지 않는 독일은 그가 사랑하던 독일이 아니었다. 그는 비슷하지만 다른 평행세계로 이해했다.
히틀러가 찾던 것은 아스가르드가 아니라, 과거로 가는 포탈이었다. 패러럴 월드, 평행 세계에 대한 관심하에 이뤄진 탐색 작전이었기 때문에 지휘관이었던 그는 상황을 납득했다. 아니 속아 넘어갔다.
‘이걸로 나치를 통한 정보 수집은 회피할 수 있게 되었군.’
대놓고 무역이라든가 외교를 시작하면 이런 사소한 대화를 통해서도 상대의 정보를 빼낼 수 있었다. 이 점을 고려해서 나치에게 약을 친 것이었다.
나치들의 관심은 유럽 뿐이고, 유럽이 초토화되었다. 이미 그 시절은 전설이나 신화에 가까운 것이 되어버렸다고 약을 쳐버린 것이었다.
아시아는 중국과 일본이 싸우고, 아메리카는 남미와 북미가 싸운다는 설정에다가 연표까지 미리 만들어 두고 장수한은 미리 그걸 달달 외워놓았다.
그 보람이 있는 듯, 나치는 건성으로 지구의 상황을 물어보고는 반쯤 귀로 흘리면서 듣다가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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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야. 전차대를 만들 생각이로군. 하지만 쉽진 않을거다.”
조제성은 미소를 지었다. 프레이는 오딘이 나치를 감췄다는 사실은 몰랐지만, 그래도 오딘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오딘은 공장이라는 것의 놀라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장을 만들고, 거기에서 숙련공을 키워서 수율을 높이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모르는 듯 했다.
대량의 전차를 뽑으려면 대량의 공장이 필요했고, 일할 인재가 필요했다. 프레이가 아는 오딘의 인간들은 그렇지 못했다.
공장을 돌리고 대량의 전차를 뽑아내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정도 시간이면 상황은 충분히 바뀔 것이다.
‘대량의 신성력만 사라진다면, 우리측의 승리는 보장된 거나 다름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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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 뱀파이어라고 불리우는 이들은 매우 아름다운 존재로 묘사된다. 그리고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린 사람들은 뱀파이어가 된다는 속설이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뱀파이어들은 미남, 미녀의 피만 빨아야 한다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적어도 아스가르드의 뱀파이어는 외모로 차별해서 피를 빨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종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인간이 피를 빨린다고 뱀파이어로 변하지는 않았다.
헬이 시험적으로 만든, 가장 아름다운 종족이 뱀파이어였다. 불로의 종족인 것이다. 헬이 가장 총애하는 두 종족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뱀파이어와 거미인간들, 인주족이었다.
자신을 본떠 만든 인주족보다 뱀파이어들을 더 아낄 정도였다.
하지만 헬이 부재중이고 로키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구심점이 딱히 없는 것이었다. 각 종족들은 나름대로 이합집산을 시작했고 뱀파이어들은 약체 종족으로 분류되었다.
그렇다고 자존심을 꺾고 다른 종족의 아래로 들어간다는 것도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뱀파이어 퀸은 고심중이었다. 오크 군단의 일부가 이미 뱀파이어들의 영토를 향해 진격중이었다.
뱀파이어들은 발신계 이능에 특화되어 있었다. 자신들이 피를 빠는 대상을 제압하는 일종의 최면술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리고 상대의 생기를 흡수해서 체력을 회복하고 에너지의 원동력으로 삼는 흡수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크들의 경우는 몬스터를 지배하는 발신계 능력과 분노로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방출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흡수계의 특징은 전투중에 에너지를 보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방출계의 특징은 전투 전에 에너지를 축적해 둔다는 것이었다.
오크들은 서로에게 최면 효과가 있는 전투 함성을 사용하기 때문에 뱀파이어의 정신계 효과가 잘 듣지 않는다.
그리고 축적해둔 에너지를 일거에 사용해서 적을 몰아치는 단기전이 특기였다. 뱀파이어는 게릴라전과 장기전에 유리한 쪽이었다.
오우거를 비롯해서 다수의 몬스터들을 끌고 쳐들어오는 오크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헬 여신님. 정말로 돌아올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리신 건가요?’
뱀파이어 퀸은 신전에서 세계수를 바라보면서 헬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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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좋은 편이군요. 오크들과 뱀파이어들이 교전할 때 돌입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뱀파이어들은 농성을 시도하고 있었다. 뱀파이어 퀸에게 헬의 메시지를 전하면 자발적으로 따라올지 모르지만, 그건 헬과 펜릴이 프레이야 진영에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 만큼 강제로 납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의 목적은 뱀파이어 퀸의 납치에 있습니다. 혼란을 불러오는 것이 양동작전의 목적임을 잊지 마십시오.”
거대한 오우거들이 다수 공성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성벽은 순식간에 부서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 틈을 노려서 돌입한다는게 멀린의 계획이었다.
어차피 리베로들은 뱀파이어 퀸을 납치하러 잠입할 수는 없었다.
“리베로가 오우거들을 상대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문제로군요.”
아더와 멀린, 굴베이그, 랜슬롯, 연하는 5기의 리베로와 함께 성문 앞에서 전투를 벌일 예정이었다.
그리고 원기와 희연, 카즈키가 뱀파이어 납치 작전을 위해 불려왔다. 납치에는 희연과 원기만큼 강력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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