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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13화 (313/497)

313화 리그 발족

“프레이야 여신이 자비로운 건 알겠지만, 결국 살아남지 못하면 의미가 없지.”

“확실히 그건 그래. 역시 신은 강해야 한다고 봐.”

“하지만 다른 신들은 프레이야님처럼 우리를 아껴주진 않는다고 들었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는 신들에게 있어서 소중한 재산이라고. 자녀처럼 아껴주지 않는다고 해도 재산으로서 소중히 여겨지는건 어디나 마찬가지야.”

“그래. 살아남는게 우선이지. 죽고나면 아무 소용도 없어.”

프레이야의 바니걸 통신의 여파는 엄청났다. 단 한번의 바니걸 통신만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확 뒤바뀌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사람들은 어떤 세상이나 좌익과 우익으로 나뉜다. 판타지에서 흔히 분류하는 Lawful과 Chaos로 나누는 것과 같다.

질서와 혼돈이라기보다는 질서와 자유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질서를 추구하는 자들은 독선적인 엘리트 의식을 갖는다는 약점이 있으며, 자기 보호와 집단의 이익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자유 추구자들은 질서에 얽매이기를 싫어하고, 약자를 돕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특성이 있었다.

로플은 관료주의에 가까울만큼 질서에 집착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법을 무시하고 선을 행하는 의적이나 슈퍼 히어로 등도 적에 지나지 않는다.

슈퍼 히어로들,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 등은 정의를 위해 법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혼돈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스가르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약육강식은 절대적 질서였다. 강함과 생존만이 최우선 과제인 세상이었다.

따라서 프레이야가 바니걸 통신을 사용해서 사람들의 호감을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전부 돌릴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거지.’

신근호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프레이야를 배신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사람들의 여론을 교묘하게 조종해서, 프레이야에 적대하는 동지들을 모았다.

그리고 그는 프레이야의 최중요 전략 시설인 리베로 제조 시설을 탈취할 예정이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계획이 프레이야의 바니걸 통신에 의해서 급격하게 흔들리게 되어 버렸다. 동조자들의 일부가 프레이야 측에 귀순하려고 들었던 것이었다.

그것을 단속하기 위해서 신근호는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목표는 리베로 제조 시설 탈취와 기술자들의 납치, 그리고 강력한 아스 신족인 토르에게 귀순하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프레이야. 날 이런 야만적인 세상에 방치하고 천대하다니.”

그는 그렇게 혼잣말을 되뇌었다.

[이봐. 근호군. 또 배신자가 발생했네. 조금 더 신중하게 해줬으면 좋겠네. 물론 자네가 고생하는 것은 잘 알고 있네. 스티브와 마틴일세. 그들은 억류해 뒀으니 걱정하지 말게.]

조제성의 메시지가 신근호에게 도달했다. 신근호는 마틴의 이름을 듣고 속으로 한숨을 삭혔다. 상당한 외골수에 말 그대로 꼴통이라고 생각해서 배신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신근호의 실제 임무는 토르에게 리베로 제작 기술을 넘기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사회적으로 불만을 가진 자들을 색출함과 동시에 화근이 될만한 이들을 외부로 방출하는 역할도 맡고 있었다.

그의 특기인 위험 감지가 꽤 큰 역할을 했다. 위험한 인물들, 영향력있는 인물들을 파악해서 그들의 환심을 사고, 그들을 끌어 들여서 음모를 펼치는 것이었다.

그는 계약자이면서 프레이야에게 불만을 가진 듯 연기했다.

그리고 계약자의 신분을 이용해서 한탕 크게 벌일 듯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 뒤에는 조제성이 늘 존재하고 있었다.

신근호는 조제성이 신뢰할만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교활함과 신중함, 그리고 결정적인 소심함이었다.

그는 야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특한 정신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중학생 시절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는 중학생 시절 야구부에서 밝은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던 학생이었다. 그가 꿈꾸는 것은 언젠가 에이스가 되어 마운드에서 적 타자들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마운드에 설 기회는 의외로 빠르게 다가왔다.

‘정말 최악이었지. 차라리 잘된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신근호는 타임아웃이 없는 시합의 악몽을 고스란히 맛봐야만 했다.

1회에 에이스가 4번 타자를 상대로 역투하다가 어깨를 다쳤다. 계투진들이 분발해서 어떻게 2점 차이로 9회까지 왔고, 신근호가 마운드에 서게 되었다.

“이기는 건 기대하지 않으니까, 점수 몇점쯤 준다고 생각하고 던져. 볼 위주로 던져서 맞춰 잡는거다.”

감독의 말에 그는 내심 코웃음을 쳤다. 그의 꿈은 마운드 위의 영웅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타자들은 신들린 듯이 쳐댔다. 볼로 유인해도 넘어오지 않았다. 어디로 던져도 쳐내는 통에 그는 패닉에 빠졌다.

타자를 향해 볼을 던질 용기가 나질 않았다. 하지만 그를 제외하고는 투수가 남아있질 않았다.

실력이 없진 않았다. 그는 다른 투수들보다 어리고 경험은 없었지만, 충분히 타자를 잡을 수 있는 구위가 있었다. 적어도 6할 정도의 확률로 타자를 잡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확률이라는 것은 때로는 극히 가혹했다. 타자들의 운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의 불운은 절망과 악몽으로 둔갑했다. 그리고 그와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는 포수는 그에게 작은 위안도 되어주지 못했다.

“고생 많았다. 미안하다.”

감독이 그렇게 말했지만, 그의 눈빛엔 동정과 안타까움 외에도 실망감이 실려있었다. 선배 야수들 역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경멸에 가까운 눈빛이 숨어 있었다.

신근호는 야구부를 그만두고 불량학생이 되었다. 운동부에서 단련된 육체로 그는 불량학생들 사이에서 잘 나가는 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사고를 치고 소년원에 들어간 짱을 대신해서 그가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느낀 것은 피쳐의 악몽이었다.

잘해볼려고 노력해도, 불량학생들은 미친듯이 사고를 쳐댔다. 자살하는 학생이 등장하고, 그 책임은 엉뚱하게 자신에게 돌아왔다.

그는 결국 전학을 당해야만 했다. 그는 피쳐도 보스도 비슷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잘나갈 때는 참 좋지만, 잘못되면 정말 수렁에 빠진 것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지옥을 맛보게 되는 것이었다.

조제성은 그런 그의 ‘자기 분수를 아는’ 측면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기에 극히 위험한 이 임무를 맡길 수 있었던 것이었다.

신근호는 계약자의 신분을 이용해서, 토르를 지원하기 위한 뒷 공작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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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정말 멍청한 놈들이군. 내가 믿을 거라고 생각한건가?”

물론 오딘은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조제성을 알기 때문이었다. 신근호가 배신하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미 신근호의 배신을 알리려던 이들이 격리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오딘이 천공의 성좌를 사용해서 모든 곳을 감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그것을 방지하는 수법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세계수를 새로 키우지 않고는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여전히 오딘은 정보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뭐, 눈가리고 아웅이지만 나쁜 일 만은 아니군.”

오딘의 관심사는 슈탈 크리그의 개량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많은 전투가 필요했다. 슈탈 크리그가 진정으로 완성되는 날에는 아스가르드는 물론이고 지구에도 상대할 이가 없을 것이라고 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미 슈탈 크리그의 핵심적인 부분은 완성되어 있었다. 핵심을 살릴만한 하드웨어가 부족할 뿐이었다.

드러난 면만 본다면 리베로와 슈탈 크리그는 비슷했지만, 슈탈 크리그가 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깨닫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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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제 그 영상 봤냐? 죽이더라.”

“로봇들의 집단전이라,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

“우리나라 팀도 만들어진다지? 정말 기대되는걸.”

정식 팀들의 발족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리베로 리그는 순조롭게 준비되기 시작했다.

“미모의 여성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하는 학습형 컴퓨터라는거 은근히 끌리던데.”

“아, 나도 그런 컴퓨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컴퓨터가 인간을 선택한다는건 좀 웃기긴 하던데.”

“상성이라는게 있다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

정령칩과 정령의 존재는 특수 사양의 학습형 컴퓨터로 소개 되었다. 그리고 리베로 리그에 투입되는 정령들의 존재도 공개 되었다.

토탈 100명의 정령들이 리베로 리그에 투입되었고, 그들은 이름과 모습이 홈페이지를 통해서 공개 되었다.

양산형 컴퓨터를 제작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한 특수 학습형 컴퓨터라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소개 되었다.

“리그 오브 리베로는 기본적으로 스포츠의 성격을 가집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공평한 조건에서 시합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리그 측에서 제공하는 기본 몸체와 학습형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며 이들의 개조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부가 장갑과 전술 등을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본 몸체를 건드릴 수 없다면, 너무 폭이 좁아질텐데요?”

“여러분들이 개선이나 개량을 원하는 부분이 있으면, 리그 사무소에 신청해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리그 사무소측에서 여러분들의 요청에 맞춰서 개량해 드립니다. 예를 들자면 미국형 프레임이라는 식으로 만들어질겁니다. 다만, 그렇게 개량할 경우 공정한 승부를 위해서, 다른 팀에서 신청할 경우 제공될 수 있습니다. 각팀별로 열기씩의 기본 프레임이 배정될 것이고, 원하는 프레임수대로 배정될 것입니다.”

미, 영, 프, 러, 독, 이, 한, 일, 중, 호주의 총 10개팀이 각 열기씩의 기체를 배정받게 되어 있었다.

각 팀은 다섯기를 출전시킬 수 있으며, 경기는 세 종류가 있었다.

육탄전, 검투전, 총격전이었다.

먼저 도심을 형상화한 전장에서 10기가 전부 출전해서 서바이벌 모의전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각각 육탄전과 검투전이라는 이름으로 다섯기 씩의 기체들이 전투를 벌이게 되는 것이었다.

모의 총격전을 먼저 하는 것은 육탄전과 검투전에서 기체 손상이 클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학습형 컴퓨터는 사용자와 뇌파 상성은 물론이고 전투 스타일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한달에 한번씩 추첨으로 각 팀에 재배분 될 겁니다. 재배분 시기에 고성능 10기와 저성능 10기가 교체될 겁니다. 여러분들은 다른 팀에 주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고성능 한기와 우리팀으로 다시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저성능 한기를 결정해 주시면 됩니다. 고성능 컴퓨터의 데이터는 양산형을 위해 쓰여질 것이고, 저성능 컴퓨터는 포맷되어 새로운 학습형 컴퓨터로 대체될 겁니다.”

실제로는 높은 성적을 낸 정령들은 아스가르드의 전선에 배치될 예정이었다. 물론 양산형 컴퓨터도 개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제대로 된 성능을 내는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예정이었다.

정령의 숫자는 충분하기 때문에, 교체 투입되는 정령들의 수는 그렇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이 학습형 컴퓨터를 ‘정령’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디자인을 엘프처럼 한 것도 그때문이지요.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불러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어느정도 인간적이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지만, 너무 정을 주시면 안됩니다. 한달 뒤에는 헤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공개된 것이 미국측에서 파견된 검증팀과 러시아에서 파견된 검증팀간의 모의시합이었다.

양측 모두 특수부대 출신의 인물들로 실제로 어느정도 리베로가 재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었다.

[정령과의 임시 계약에 동의하십니까?]

“정말 귀찮군. 매번 확인해야 한다는게. 예스다. 예스.”

파일럿들은 약정에 대해서 별다른 확인도 하지 않고 예스를 눌러댔다. 정령에게 무조건 유리하게 되어있는 계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읽어보는 이들은 없었다.

각팀의 변호사들이 있었지만, 확인해보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금전문제에 대한 조항이 아니면 대부분 무시하고 넘어갔다.

‘정령의 사용은 급격한 정신력의 소모를 불러올 수 있으며, 현기증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진의 정기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문구가 붙어있지만, 이런 문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이들은 없었다.

“과연 학습형 컴퓨터인건가. 확실히 매번 움직일 때마다 움직임이 좋아지는군.”

총격전의 경우에는 미국측과 러시아측이 호각의 전투를 벌였지만, 육탄전과 검투전의 경우에는 러시아측 요원들이 승리를 거두었다.

거대한 로봇들이 파편을 날리면서 부딛치는 전투는 인터넷에 공개되자마자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들이 스포츠화되어 나타난 것이었다.

팔이 잘리고 다리가 꺾이고 목이 뽑히는 그런 전투 장면들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로마의 검투가 현대에 부활했다는 타이틀로 뉴스란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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