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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14화 (314/497)

314화 정령 매매

“학습형 컴퓨터? 정말 저 수준의 학습형 컴퓨터가 가능한가?”

“그럴리가 없지요. 저건 말 그대로 ‘정령’입니다. 프레이야 여신의 수작이라고 봐야 할겁니다.”

“양산형 컴퓨터가 나올 리가 없겠군.”

“보통 저런 병기의 실용화에는 적어도 몇 년에서 몇십년은 걸릴 테니, 그걸 감안하면 눈속임이 될겁니다.”

“하지만 탐나는군. 우리 미군에 저런 병기가 우선적으로 있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그도 그렇긴 합니다.”

실전 테스트에서 리베로는 그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생물처럼 움직이는 기계라는 것은 뇌에 직접 이미지를 보내는 가상 현실이 나온 시점에서도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였다.

생물의 움직임을 구사하는 것은 하드웨어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였다. 인간이나 동물이 살아오면서 학습한 데이터를 소프트웨어화 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정령은 놀라운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운동신경 부분이 빠져있다고는 하지만, 계약자의 것을 빌려서 기계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보아하니, 이 임시계약이라는 것 자체가 재미있더군. 교묘하게 얼버무리고 있지만, 중요한 내용은 철저하게 담겨있어. 이건 완전히 불공정 계약이 아닌가.”

“일단 현자회나 템플 기사단 등을 통해 획득한 정보에 따르면, 계약은 절대적인 것에 가까운 듯 합니다. ‘언어’는 상위 존재일수록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고 하더군요.”

“그래. 그래서 말이지. 프레이야측, 그러니까 리그 사무소측에 연락을 넣어보도록 하지. 학습형 컴퓨터 ‘정령’을 미국에 공여하도록 말이지. 물론 계약서는 우리측에서 작성하도록 하고 말이지. 미군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고 임무중에 얻어진 정보에 대해서는 절대 비밀을 엄수하도록 말이지.”

“흠. 절차에 맞춰어 주어진 임무에 철저하게 임한다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명령에 대한 절대 복종은 아마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프레이야 여신이라면 말이지요.”

“일단 교섭은 해보게. 안전과 존중을 약속하면 충분히 공여받을 수 있겠지. 가능한 많은 수를 확보해보게.”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부 유럽 국가들은 프레이야 여신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정령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탐을 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컴퓨터 기술에 대해서 잘 아는 일부 국가들에겐 실용화해서 양산 보급한다는 이야기는 통용되지 않았다.

간단한 명령은 알아듣는 음성인식 기술은 발전했지만, 진짜 대화가 가능한 컴퓨터는 아직도 꿈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정령은 그런 면에서 본다면 SF의 영역에서나 볼 수 있는 인격형 컴퓨터였다.

“미국 측이 꽤 강경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팀에서 뽑은 우수한 정령을 미군에 대여해달라는 요청입니다. 최소 백명은 확보해야겠다고 합니다.”

“정령의 한계에 대한 것은 알고있나?”

조제성은 담담하게 되물었다. 이것은 조제성이 상정한 범위 내의 일이었다. 이미 수차례 발키리칩이나 정령칩이 도난 당한 사례가 있었다. 물론 훔쳐간 이들은 빈깡통을 가져간 것이나 다름없지만, 실체를 짚어나가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예. 이미 꽤 많은 분석을 한 모양입니다. 전투기나 전함등의 조작법을 가르치면 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발키리와 정령의 차이는 발키리는 비인간형의 물체도 자신의 신체처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물과 같은 움직임이나 놀라운 균형감각은 발휘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기계를 최대한 잘 조종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반면 정령은 기계를 자신의 몸처럼 조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육체를 움직이듯, 사지를 조작하는 것은 가능했다. 살아있는 듯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나 엘프 특유의 인간을 초월한 균형 감각을 활용할 수 있었다.

현재 죽어서 정령이 된 엘프와 다크엘프의 수는 가볍게 천을 넘기고 있었고,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전투, 사고, 범죄, 노화로 인해 죽는 엘프와 다크엘프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하나의 장사가 될 수도 있겠지. 이 문제는 여신님께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군.”

전투기의 모든 부품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전투기 조종사가 전투기를 조종하듯 조종하는 것은 정령에게도 가능했다.

그리고 전함 같은 경우에는 꽤 유용할 가능성이 컸다.

함장의 지시를 받아서 그것을 즉시 함의 운용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전투기나 전함에는 발키리가 더 어울린다고 할 수 있었지만, 정령칩을 유효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프레이야 측에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먼저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정령칩이 장착될 병기는 하나같이 최첨단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정령칩이 장착된 무기가 프레이야에게 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건 프레이야 측에도 이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꽤 신뢰를 얻고 있군. 역시 프레이야 여신님이라고 해야할까.’

정령칩을 원한다는 것은 프레이야가 그것을 악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프레이야가 악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판단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바니걸 통신의 힘도 많이 작용했다.

“계약 조건을 좀 수정해야 할 것 같군.”

조제성은 살짝 고민했다. 정령들이 프레이야 여신에 대해 비밀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하면 기밀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가능했다. 프레이야 여신이 누설하지 않을거라고 약속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본 조제성은 고개를 저었다. 기밀 정보는 충분히 발키리들을 이용해서 모아들일 수 있었다. 정령칩의 비밀은 어느정도 노출되었지만, 발키리 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정령칩에 대해 알게된다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동되는 발키리 칩이 더 안전할 수 있었다.

정령칩은 전기 신호를 통해 통신이 불가능했다. 영상신호나 음성신호로 바꾸지 않으면 인식할 수 없는 것이었다. 기본이 엘프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발키리는 전기 신호에서 정보를 뽑아내고 편집해서 내보내는 것까지 가능했다.

정령칩은 인간처럼 모니터와 스피커가 없이는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리고 정보를 보내는 속도도 한계가 있었다. 인간이 타자를 치는 속도의 몇배 가량이 한계라고 할 수 있었다.

반면 발키리칩은 정보가 가능한 집중되는 장소에 삽입해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미 정령칩으로 얻을 수 있을만한 정보는 발키리 칩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 정보는 포기하는게 좋겠지.’

기밀을 지킬 것은 계약 사항에 넣는다면, 정령칩의 활용도는 높아질 터였다. 조제성은 프레이야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령들의 권리나 여건 등에 대한 내용을 추가해서 계약을 조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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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한과 프레이는 블러드 라인 2에 리베로 리그를 구현했다. 실제 리베로를 조종하는 감각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정령들의 존재를 크게 부각 시켰다.

“가상 리베로 리그에서 우승하면, 진짜 리베로 리그 선수가 된다는 이야기 들었어?”

“아, 나도 들었어. 조건이 우승은 아니라고 하던데?”

“그래. 정령에게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

“학습형 프로그램이라지만, 꿈에 그리던 완전한 인공지능이지? 정말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던데?”

사람들의 관심은 엘프 정령들에게 쏠렸다. 장수한은 엘프의 미모는 돈이 된다고 판단했다.

인공지능이라고 믿어도 미모의 여성이라면 사람들이 끌릴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다크엘프 남자 전사들도 집어 넣었다.

고속이동과 사격등에서는 엘프가 우위지만, 검투나 격투에서는 다크 엘프들도 결코 엘프들에게 떨어지지 않았다.

유명 미남배우들을 흔남으로 만들어버리는 다크엘프 남성의 미모도 꽤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야성적이며 동시에 중성적인 미모는 남자들에게도 꽤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생전의 외모가 그대로 반영된 덕분에 대단히 매력적이면서도 인공적이지 않은 생동감있는 미모를 자랑했다.

일본에서는 정령들을 이용해서 가상 아이돌로 데뷔시키자는 제안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장수한은 초기 투입될 백 명의 정령들을 상품화 시켰다.

블러드 라인 2에서 가상 리베로 리그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이 백명의 정령 중 하나를 선택해서 자신의 파트너로 삼고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 때는 그냥 컴퓨터 프로그램이 만든 적당한 대체물이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최상위 랭커가 될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매일 저녁 10시에 최상위 랭커 중 참가 가능한 백인의 랭커들을 뽑아서 실제 정령들을 투입해서 게임을 벌이도록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정령과 상성이 좋을 경우, 정식 계약자를 삼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정식 계약자는 실제 리베로 리그에 출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파트너인 정령과 기본 1년간 파트너로 있을 수 있게 해준다는 포상이 걸려 있었다.

아름다운 정령에게 선택받아 리그에 출전한다. 이건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숨겨진 무언가의 요소를 달성하면, 이 정령이라는 이름의 학습형 컴퓨터를 죽을 때까지 자신의 것으로 소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정령들은 단순한 컴퓨터가 아니라서, 유저들과 대화를 나눴다. 기본적으로 엘프들은 생전에 전사들이었던 만큼, 그저 상냥하지만은 않았다. 유저가 실수를 하거나 지나치게 무모하면 고함을 치기도 하고 비아냥을 던지기도 했다.

유저와 정령들간의 대화가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불타올랐다.

과묵하고 조금은 퉁명스런 다크엘프 전사의 팬클럽도 만들어졌고, 자존심 높은 엘프 누나의 팬클럽도 생겼다. 상냥하게 격려해 주는 엘프 미녀도 그리 개성적이진 않지만 많은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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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엇, 어젠 재미있게 놀더군요. 맘에 들던가요?”

[건방진 꼬마였어. 내게 반말을 찍찍해대더군. 설정을 존중할 줄 모르는 놈이야. 난 설정상 분명히 53이라고.]

“그렇지요. 설정은 존중해야지요.”

미국의 테스트 파일럿인 스티브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정령의 실체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설정’이 아니라 실제 그녀가 53세의 나이에 전사한 여전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정하고 외모하고 안맞는 것 같아요.”

[우리는 노화가 늦으니까. 아니, 늦다는 설정이지.]

러시아팀은 초기에는 미국팀을 압도했지만, 그들은 정령의 정체를 몰랐다. 그저 학습형 컴퓨터로만 알고 있었다. 따라서 정령들의 성격을 그저 ‘설정’으로만 이해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다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미국팀은 공식적으로는 설정으로 되어있는 정령들의 성격이나 과거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그것은 꽤 높은 연결성을 만들어냈다.

러시아의 특수부대원들은 자신들이 최고라고 믿었다. 반면 미국의 파일럿들은 엘프의 전투 경험과 실력을 신뢰했다.

그리고 그들은 엘프의 전투기술을 체험하고 몸에 익혀나갈 수 있었다.

‘특수부대 커리큘럼에 리베로 조종이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겠는걸.’

엘프들이 이런 저런 생전의 테크닉을 발휘하려고 들면, 대게 실패로 이어졌다. 운동신경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조종사들은 학습형 컴퓨터가 시원치않다고 여겨서 자기 주도로 조종하려고 들었다.

반면 미국 조종사들은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엘프들이 자기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양보했다. 그리고 리베로에서 내린 뒤에는 그들의 운동신경이 확연히 성장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무를 자유자재로 타고, 체조선수급 몸놀림을 구사할 수 있었다.

“전 해리엇하고 함께 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흠, 난 아직 잘 모르겠네. 넌 인간치고는 마음에 들지만, 어제의 그 건방진 자식은 정말 짜증나더군. 누드 패치는 없냐고 끈질기게 묻더군. 정령의 알몸을 보는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지.]

스티브는 그녀의 말에 분노를 느꼈다. 해리엇은 경험많고 존경받아 마땅한 훌륭한 여성이었다. 그녀가 이미 살아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낄 뿐이었다. 물론 그 안타까움은 그녀를 위한 것이지, 그 자신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의 해리엇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프레이야 여신을 믿으면, 해리엇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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