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화 교도대 창설
“스포츠의 본질이 뭔지 아나?”
“글쎄요? 재미?”
“그건 아니지. 스포츠의 본질은 향상일세. 건강해지는 것, 강해지는 것, 질겨지는 것 등이 포함되겠지. 스포츠를 통해서 인간의 육체는 향상되는 것일세.”
“일리가 있어보이네요. 하지만 재미도 빠질 수 없는 것 같은데요?”
“재미는 말이야.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의 본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축구, 야구 등은 스포츠이면서 동시에 게임이지.”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스포츠와 게임을 분리한데에는 이유가 있을 듯 해서였다.
“게임의 본질은 재미외에 무엇이 있다는 겁니까?”
“게임의 진짜 본질은 차별에 있다네. 강함, 승패 등으로 차별하는 것이지. 승자는 영광을 패자는 푸대접을 받지. 강자가 이기고 약자가 지는 거야. 얼마나 자신을 향상시키고 그것을 통해 차별을 받는가. 아니, 차별을 얻는가가 스포츠와 게임이 결합된 것들의 본질이지.”
“차별입니까? 스포츠 애호가들이 들으면 열받겠군요.”
“농구를 생각해보게. 키가 큰 사람은 키가 작은 사람에 비해 우대받지. 그게 차별 아닌가?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렇지. 자네가 즐기는 게임들도 그렇지 않은가? 레벨이 높으면 우대받지. 레벨이 낮으면 굴욕을 당하고 말이야. 스테이터스, 레벨, 아이템, 스킬 등으로 차별을 추구하는게 게임의 본질이지. 차별이야말로 생명이야. 페어플레이같은건 어린애 얼르기 같은 거야. 경쟁은 차별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지.”
“굳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있겠군요.”
“그래, 리베로 리그, 리그 오브 리베로의 방식에 대해서 좀 더 고려해 보는게 좋을거라는거지. 동급의 리베로로 실력을 겨룬다는 것은 매력이 없어. 리베로를 통한 차별도 매우 중요하지. 물론 페어플레이 같은 우중을 현혹하기 위한 수단은 필요하지.”
“듣는 우민 좀 서럽습니다.”
“우민으로서 즐기는 걸 말릴 생각은 없지만, 자네도 슬슬 자신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을 걸세. 자네는 차별을 추구할 필요는 없지만, 차별을 제공해줘야 할 입장이지. 사람들은 차별을 정당한 대가라고 착각하기도 하니까 말이지.”
“하지만 차별은 좋지 않습니다. 없애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자네, 만화영화를 너무 많이봤군. 중2병이라도 옮은건가? 도박은 나쁜거지. 하지만 도박장을 없애면, 도박 중독자들이 자네에게 찬사를 보낼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아니야. 그들은 자신이 도박에 빠져 죽어간다고 할지라도 도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더 좋아해. 도박이 나쁘다고 도박을 없애는건, 그들에게서 도박할 권리, 자유를 빼앗는 것이고 자네의 이상을 강요하는 것이지.”
“도박과 차별은 다릅니다.”
“글쎄. 대졸자와 고졸자가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면,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대학을 가겠지. 그게 이상일지도 몰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 대졸자에게 고임금을 주고 고졸자에게 저임금을 주지. 직급에서도 차별을 두고 말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그 차별 때문에 대학이라는 경쟁에 빠져들게 되지. 그런데 말이야. 갑자기 차별이 없어지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모두가 기뻐할 것 같나?
전혀 안그래. 고생해서 좋은 대학갔으니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 보상은 실제로는 ‘차별’이지만 말이지. 남보다 잘살기 위해서, 남보다 호강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세상이라는건, 결국 차별을 원하는 세상인거야. 자넨 그들의 노력과 삶을 부정할 권리가 없어. 만약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면, 아스가르드에 만들도록 하게. 여신님이 원하면 이루어질 수 있을거야.”
“납득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습니다만.”
“납득하길 바라지는 않네. 하지만 자네의 이상을 위해서 헛되이 자원을 낭비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 모든 자원은 유효하게 쓰여야 하네.”
조제성은 그렇게 말하고, 리베로 리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프레임의 제작은 본사측에서 맡는다는 것에 대한 변동은 없었다.
대신 발전기와 발전기용 엔진, 그리고 전력을 통해서 제작되는 모터는 각 팀에서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유명 자동차 회사의 엔진이라든가 전기 회사의 모터를 채용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성능의 차별을 제공하는거야. 억울할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서 사람들은 더 불타오르겠지.”
유명 브랜드의 강력한 엔진과 고출력을 가진 기체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그로 인해서 더 불타오를 것이었다.
그리고 불리한 상황에서 승리를 거두는 강자가 있다면, 사람들은 더 불타오를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럴 역량이 충분히 원기에게는 있었다.
“희연양은 새로 주어진 밴이 마음에 드는 건가?”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입니다.”
희연과 카즈키에게는 새로운 소형 밴이 한대씩 주어졌다. 그녀들은 에인페리아로서의 전투 능력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에 굳이 리베로에 탑승시킬 필요가 없었다.
대신 비탑승형인 소형 리베로를 소형 밴으로 변형시켜서 원격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정령은 계약자와 무의식을 공유하기 때문에 대단히 호흡이 맞는 짝이 될 수 있었다.
약 3미터 가량의 소형 기체이지만, 카즈키와 희연의 전투 기술을 구사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리베로의 성능이 생각보다 뛰어나군.”
“저도 그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장수한도 조제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기의 말도 안될 정도의 방어기술을 감안해서 실제 무기에 대한 방어 능력을 테스트했다.
본래라면 거의 모든 대전차 미사일에 대해서 무력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원기가 조종하는 기체가 대전차 미사일들을 거의 모두 피하거나 튕겨내는게 가능했다.
이는 레이더 정보를 시각 신호와 음향 신호로 바꿔서 정령칩에 전달하는 방식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시속 150키로미터의 강속구가 마운드에서 타석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0.44초가 걸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 타자는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를 판단하고 배트를 휘둘러 때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대전차 미사일의 경우에는 초속 약 200미터에서 300미터 남짓이었다. 그리고 엘프들의 판단은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한 편이었다.
독일제 신형 전차포의 탄속은 초속 2키로를 넘겼지만, 엘프들의 감각을 사용하면 약 800미터 안쪽에서는 거의 백퍼센트 피해낼 수 있었다.
원기의 경우에는 회피가 아닌 포탄을 튕겨내는 도탄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전차포의 경우 2차세계대전 당시에는 경사장갑의 효용성이 매우 뛰어났다. 장갑 자체가 탄에 대해서 방호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탄을 튕겨내는 도탄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차의 장갑 자체가 발전하고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차포의 성능도 향상되어 경사장갑의 가치는 대폭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사장갑이 통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탄환이 날아오는 진입 각도에 따라서는 여전히 탄을 튕겨내는 도탄 효과가 발생했다.
특히 리베로로 전차포를 맞을 경우, 심하게 휘청거리거나 튕겨 나가는데 이 탓에 도탄효과는 역으로 더 커진다고도 볼 수 있었다.
방패가 부서지고, 방패와 연결된 팔과 어깨가 부서져 나가는 것까지는 피하기 힘들지만, 일격에 파일럿 사망의 완파에 이르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테스트 결과는 어떻게 되었지?”
“도탄을 중시한 장갑 설계 및, 피탄시의 관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데이터를 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테스트 파일럿은?”
“역시 프레이야님이 신임하는 에인페리아라고 할까요. 약 2백발의 테스트를 했습니다. 기체만 50대가 파괴되었는데 콕핏은 모두 무사했습니다. 아무리 부활 능력이 있다지만, 직접 타고 싸우는 건 무모하다고 생각했는데 한번도 죽지를 않더군요.”
연구원의 보고에 조제성과 장수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원격 조종이 가능한데 굳이 직접 탑승해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아무리 죽지 않는다고 해도,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만큼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죽는데 이골이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더 쉽게 안죽는 흡사, 좀비나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는 생명력을 지니게 된 것이었다.
“능동 방어 시스템의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을 능가하는 움직임에, 레이더에 연동하는 엘프의 반응속도까지 포함된다면, 능히 대전차 미사일의 격추가 가능할 것으로 파악되었다.
0.5초의 시간이라면, 아이언 피스트처럼 리베로의 샷건을 사용해서 적의 탄환을 요격하는 것이 가능했다.
“글쎄. 생각처럼 잘 될까?”
밀리터리에 관심이 있는 두사람은 열성적이었지만, 조제성은 회의적이었다.
“시간만 확보된다면 충분히 샷건으로 요격이 가능합니다. 탄체를 중간에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폭발한 파편은 어떻게 되지?”
“대부분 리베로에 쏟아지겠군요.”
대전차 능동 방위 시스템의 경우, 파편이 전차 주변으로 쏟아지는 것을 상정하고 요격만 하는 경우가 있었다. 전차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리베로라면 무리였다.
원기의 방어 능력도 적의 공격을 예측하고 인식했을때만 가능했다. 수류탄처럼 다수의 파편이 동시에 날아드는 상황에서는 웅크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일단은 리베로의 완성도를 높이는데에만 치중하게. 공연히 경계받는 것도 달갑지 않아.”
리베로가 강력한 무기체계로 인식되는 것보다는 사람들의 오락도구나 건설 장비로 여겨지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
미국 측은 발전기와 엔진, 모터 등을 자신들이 개발한다면, 군사적으로 이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그 노하우는 결과적으로 프레임 제작에 반영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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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마력로가 폭발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신성력의 과도한 유입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신성력을 받아들이는 양에 비하면 그 출력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에너지가 누수되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폭탄인건가?”
“가능성은 높습니다. 베껴서 만들경우 신성력을 과도하게 흡수해서 폭발하도록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현재 생산된 마력로 이천기가 모두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프레이를 연결해 주게.”
[아, 나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지. 오딘이라면 하나쯤 묻어둘만한 덫이라고 생각해. 내가 새롭게 설계한 마력로는 폭발하지도 않고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으니까. 오리지널의 생산은 중단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글쎄요. 전 그렇게 간단한 덫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조제성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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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로 리그에 참가하는 기업들을 끌어모으자, 제법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었다. 자동차 회사를 비롯해서, 전자 회사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학습형 컴퓨터와 리베로의 프레임이 제공된다는 것은 참여 기업측에서도 많은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미국측과 러시아측 테스트 파일럿들이었다. 그들은 정령들과 호흡도 많이 맞춰본 상태였고, 게이머들과 같은 조건에서 싸우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그들에 대해서 리베로 전술 훈련 교도대라는 이름을 붙이고, 각 팀들과의 모의전을 통해서 팀들의 발전을 돕는 집단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과도 큰 격차를 보이는 원기는 전술 개발 교도대라는 이름을 붙여서 별도로 팀을 짰다. 팀원은 엘프 및 주요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했으며, 파일럿의 신원은 비밀에 붙였다.
실버 타이거, 블루 폭스, 레드 폭스, 슈팅 치킨 등의 코드네임으로만 소개되었다.
그럼으로서, 신생 리거들과 훈련 교도대, 개발 교도대라는 차별을 만들었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게 되었다.
“교도대라면 당연히 ‘궁극 리베로 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의무가 있어.”
장수한은 원기에게 필살기를 만들 것을 요청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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