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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22화 (322/497)

322화 필살기

원기는 자신이 실제 리베로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인증하기로 마음 먹었다. 호시노웹은 기본 게임 관련 소재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였기 때문이었다.

‘콕핏을 찍으면 되려나?’

그는 스마트폰에 붙은 카메라로 간단히 몇몇 장면들을 촬영했다.

실제 리베로를 탄다는 것은 원기가 생각하기에도 충분한 자랑거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잘하면 베스트 갤러리에 올라가겠지?’

원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적당히 사진을 골라서 올렸다.

그가 올린 글은 생각대로 베스트 갤러리에 올랐지만, 연하가 뉴스가 되었다.

그가 찍은 리베로 사진의 일부에 작게 리베로에 탑승하는 연하의 사진이 찍혀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가 찍은 사진에 나온 연하는 교도대, 그것도 전술 교도대의 제복을 입고 있었다.

리베로 리그의 팀들은 차례로 모아지고 있지만, 정식 팀이 완벽하게 발족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교도대들의 게임 형식의 실전을 보는 것을 즐겼다.

훈련 교도대 최강을 자랑하던 스티브와 해리엇 조는 전술 교도대의 실버 타이거에게 이해가 안갈 정도로 맥없이 깨졌다.

그리고 처음에 스티브에게 패배한 카즈키도 얼마안가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훈련 교도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술 교도대, 그리고 전술 교도대의 일체의 신상은 밝혀진 바가 없었다.

리베로 내부의 콕핏을 보여주는 게임상의 관전 모드와는 달리, 실전 훈련에서는 리베로의 외부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버 타이거와는 별도로 슈팅 치킨이라는 코드네임의 기체도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희연과 카즈키는 아직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주력인 무기사랑과 엑스칼리버의 이능은 리베로 상태에서 발휘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근접전용 무기는 아직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다.

튼튼한 장갑으로 보호받는 리베로는 기본적으로 중무장한 기사에 가까웠다. 그리고 일본도는 중무장한 기사를 상대로 그다지 적합한 무기가 아니었다.

희연과 카즈키가 자신들의 강함을 리베로를 통해서도 발현시키기 위해 많은 시행 착오를 거치는 반면, 연하는 달랐다.

그녀의 이능은 리베로와 무관하게 발휘되는 것이었다.

연하의 파트너인 정령 윈드는 이미 연하와 실전에 참가한 경험이 있었다. 바람읽기와 회피예측, 블릿타임까지 갖춘 연하는 사격전에서 감히 당할 자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근접전에서도 대단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연하는 윈드에게 근접 전투를 맡겼기 때문이었다. 스티브와 해리엇의 예처럼, 연하는 근접 전투에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윈드에게 몸을 조종할 우선권을 넘겼다.

그리고 자신은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쪽에 집중하는 서브 파일럿의 역할을 맡았다.

연하에게 특별히 배정한 윈드는 생전에 최고 클래스의 여전사였기 때문에 다른 정령들과 비교될 수 없었다.

슈팅 치킨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코드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강함에 매료되어 있었다.

원기가 찍은 인증 사진에 연하가 슈팅 치킨에 탑승하는 모습이 나와 있었다. 이것이 사람들의 화제를 불러모았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네요.”

원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잘된 일이기도 합니다. 연하양 덕분에 화제가 되고 있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데뷔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이런 해프닝을 좋아하니까 말이지. 돈 안들이고 광고한다고 생각해도 될거야. 그렇지요? 형님?”

“넌 반성 좀 해라. 멍청아. 니가 시작이었지.”

조제성은 냉정의 극을 달리는 지휘관이지만, 사람들을 장기말처럼 다루는 사람은 아니었다.

인간은 톱니바퀴가 될 수 없고, 사고는 터지게 마련이라는게 조제성의 생각이기 때문에 그는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쪽을 선호하는 타입이었다.

지휘관을 자동차 운전자에 비유하면, 무능한 지휘관은 정비도 안하면서 자동차가 고장이 안날거라고 믿는 이들이었다.

유능한 지휘관은 철저한 정비를 통해서 자동차가 고장이 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현명한 지휘관은 적당히 정비를 해주면서, 고장이 났을 때를 대비해 두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철저히 정비해도 고장이나 사고는 나기 마련이고, 자신의 뜻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좁은 시야를 갖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전술 교도대를 철저히 비밀로 한 것은 사실 역효과도 있었다. 사람들은 전술 교도대에 내심 열광하고 있으면서도 누가 타고있는지를 모르니 화제거리로 삼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술 교도대의 인기는 과소평가되었다. 원기가 인증 사진을 올린 것도 그런 인식 탓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소녀 파일럿, 아니 인기 아이돌 파일럿이 탑승한 리베로가 미국 특수부대 출신을 압도하는 최강의 리베로 중 하나라는 사실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조제성은 재빨리 움직여서, 슈팅 치킨이 활약하던 시기와 연하의 연예 활동이 중복되는 시간이 없었는지 체크하고 조작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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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살기?”

[그래. 슈팅 치킨용 필살기를 완성시켰다.]

연하의 기체 이름이 ‘윈드’가 아닌 ‘슈팅 치킨’이 된 것은 프레이의 입김이 들어간 면이 있었다.

“필살기라는걸 연하가 아니고 네가 개발한다는게 이상한데?”

[원래 필살기는 ‘이런 일도 있을 까해서’라고 말하면서 박사가 만들어 주는 거다. 찬균하고 호철이에게 배웠지.]

장수한은 프레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이 안가는 것은 아니었다. 로봇에 있어서 필살기는 전투 기술보다는 무기의 성격이 강했다.

“어떤 무기지?”

[보고 놀라지 마라. 다연장 미사일이다. 코드네임 ‘치킨 주문하셨죠’!]

“왠 치킨?”

[훗. 내가 블러디 라인에서 배운 건 닭이야말로 완벽한 무기라는 사실이다. 그걸 살렸지.]

프레이가 고안한 것은 리베로용 소형 미사일에 닭의 전투 AI를 이식한 것이었다. 블러드 라인의 전투 AI는 슈퍼 컴퓨터를 이용한 학습형 AI였다. 그런 면에서 닭들의 전투 데이터를 이용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닭의 AI를 미사일에 넣는다라. 재미있는 발상이네.”

대전차 미사일은 본래는 표적에 명중만 하면 충분했다. 하지만 능동방어 시스템이 보급되면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했다. 미사일에게도 회피의 개념이 필요했다.

[훗훗훗. 보면 놀랄 거다. 단순히 그정도의 물건이 아니니까. 실전에서 사용해 보면 진가를 알게될 것이다.]

프레이의 자신만만한 선언에 실제 미사일의 시연 기회를 마련했다. 연하가 발사하는 쪽을, 원기가 맞는 쪽을 선택했다.

“미사일을 쏘면 되는 거지?”

연하는 상대를 락온하고 트리거의 스위치를 눌렀다. 하지만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았다.

“뭐지?”

[필살기는 음성이 입력되지 않으면 나가지 않는다. 필살기 발사용 음성 코드를 입력해라. ‘치킨 주문하셨죠?’]

“그런 소리를 어떻게 해. 난 못해.”

[할 수 없군. 그럼 보조 코드를 사용해라. “닭배달 왔어요.”]

“싫어.”

[둘 중 하나는 해줘야 해.]

“싫다면 싫어.”

예전엔 프레이를 어렵게 느꼈지만, 이제는 연하도 프레이가 그냥 오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럼 할 수 없지. ‘치킨 미사일 발사.’다.]

“’미사일 발사’까지는 해줄께. 지금 아쉬운 건 내가 아닐 것 같아.”

치킨 미사일을 위해서 프레이는 결국 로망을 포기했다. 연하가 미사일 발사를 외치며 트리거의 스위치를 누르자 9연장 미사일 포트에서 8발의 소형 미사일이 날아갔다.

백색의 미사일들이 분산되면서 원기를 향해 날아들었다. 원기는 샷건을 이용해서 미사일들을 격추하려고 했다. 미사일 자체가 소형이다보니 속도가 느려서 충분히 격추할 만한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격추하려는 순간, 미사일들은 사방으로 분산되었다. 완벽하게 능동방어 시스템을 피하고 사각을 노리는 것이었다.

원기는 다급하게 샷건을 연사했지만 두발을 격추하는게 끝이었다. 그리고 미사일들은 리베로의 약한 부분들을 정확히 노리고 파고 들었다.

“으아악!”

원기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닭들에게 쪼이던 트라우마가 살아난 탓이었다.

“왜저래?”

카즈키는 영문을 몰랐다. 그녀가 본 원기는 죽음도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철혈의 전사였다.

희연은 저도 모르게 쓴 웃음을 지었다. 원기에게 저 트라우마를 안겨준 범인 중 하나가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미사일들은 탄두가 제거된 탓에 그냥 충돌해서 박살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기의 기체는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다.

[그럼 진짜 필살기를 쓰는 거다. 붉은 장닭 미사일 발사!]

그 순간, 연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발사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남아있던 한 발의 미사일이 날아갔다.

연하가 제대로 조준을 하고 있지 않았던 탓에 미사일은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원기를 향해 방향 전환을 하고 날아들기 시작했다.

[통상의 세배의 속도를 자랑하는 초필살기다!]

“언제 저런걸.”

원기는 단발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샷건으로 격추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닭들의 입체기동이라고 해봐야 단발이라면 충분히 격추할 수 있었다. 소형 미사일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붉은 장닭 미사일은 프레이의 말처럼 세배의 속도도 아니었다. 다른 미사일들과 속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원기는 미사일이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고 느낀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희연의 쪼렙 학살에 당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붉은 장닭 미사일에는 붉은 장닭의 ‘분신’이 들어있지.]

프레이는 그렇게 말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닭들의 AI를 이용해서 미사일을 보강한다는 생각으로 닭들의 AI를 미사일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붉은 장닭의 AI를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뜻대로 안되었다. 그리고 프레이는 알게 되었다. 붉은 장닭이 특수한 존재로 진화했다는 사실이었다.

준신급의 신성을 획득한 것이었다. AI 자체가 이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프레이는 이능을 가진 AI를 미사일로 활용하게 된 것이었다.

[붉은 장닭의 공포가 타겟을 경직시켜서 죽음의 선고를 내린다.]

원기는 꼼짝도 못하고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탄두는 없다고 하지만 타격은 큰 편이어서 눈을 꼭 감았다.

“응?”

원기는 기대했던 충격이 오지 않아서 당황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눈에 멈춰있는 붉은 장닭 미사일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된거에요?”

연하가 프레이에게 물었다.

[붉은 장닭 미사일의 특징 중 하나인 파이어 앤 포겟이다. 잘 날아가다가 가끔 자기가 왜 날아가고 있는지를 잊어버리더군. 쏘면 까먹는 특성이 있다.]

“파이어앤 포겟은 파이어앤 포겟이라고 해야 하나?”

장수한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미사일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겟은 원기였다. 그리고 원기는 다시 경직된 상태에서 미사일을 얻어 맞고는 뒤로 넘어갔다.

지금까지 이렇게 기체가 손상을 입은 적이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강력한 무기였다.

[일단 아군이건 적군이건 가리지않고 공격하기는 하는데, 정신 차렸을 때 가장 가까운 적을 쪼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써먹지 못할 정도는 아냐. 그리고 가장 무서운건 9발을 동시에 쏘는 거지.]

붉은 장닭 미사일은 노림을 받는 것만으로 파일럿과 정령 모두가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설사 중간에 멈춰버린다고 해도, 그 사이에 8발의 미사일은 목표에 명중하게 되어 있었다.

“필살기는 필살기네요. 충분히 강력해요.”

원기는 숨을 골랐다. 닭들이 달려드는 공포를 떠올린 덕택에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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