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25화 (325/497)

325화 리저브 에인페리아

“역시 별 것 아니군. 크흐흐.”

전신을 갑옷으로 중무장한 오우거 에인페리아, 페르는 유쾌한 듯 웃었다.

에인페리아의 육체는 신이 신성력을 통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토르가 거인족의 육체를 만들어서 자신의 에인페리아들에게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키는 다양한 몬스터의 육체를 에인페리아들에게 만들어 주었다.

통상 오우거의 2배 이상의 육체에 성기사와는 비교도 안되는 신성력 버프를 받는 존재였다. 아더의 리베로가 오우거를 능가한다고 하지만, 오우거 에인페리아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페르는 승리를 직감하고 오른팔을 마저 붙잡으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가 잡고 있던 왼팔이 어깨에서부터 분리되면서 아더의 리베로가 뒤로 빠졌다.

리베로의 팔 다리는 소모품이라는 개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동으로 팔과 다리가 분리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어떻게 할까?’

아더는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아더의 눈에 신관들의 모습이 보였다. 신관들을 해치우면, 성역 버프는 사라질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충분히 오우거 에인페리아라도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아더는 몸을 빼는 것을 택했다. 오우거 에인페리아의 움직임은 리베로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이었다. 들고있던 오지편곤을 집어 던져서 상대가 멈칫하는 사이에 그는 재빨리 뒤로 빠졌다.

‘성역 버프가 가장 골치 아프군.’

아더는 눈살을 찌푸렸다. 신관이나 성기사들은 게임 캐릭터로서 대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되도록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신관을 투입해서 성역 싸움을 벌이는 것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신관을 투입해서 만드는 임시 성역은 발동과 유지를 위해서 막대한 신성력이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기본 세력 자체에서 차이가 나는데다가 차원 게이트 유지에 막대한 신성력을 소모하는 프레이야 진영으로서는 성역 다툼은 득책이 아니었다.

게임 캐릭터와 리베로는 적대 성역에서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역 싸움 없이도 싸워볼 만 했다.

토르와 오딘의 최강 기술인 묘르닐이나 궁그닐조차 적대신 성역에는 쓸 수 없었다.

신기라고 불리우는 최강의 아티팩트들조차도 적대신의 성역에서는 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프레이야의 본진이 알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레이가 쳐들어갈 수 없었던 것도 이때문이었다.

오우거쯤은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다크엘프 에인페리아들이라고 하더라도 프레이야의 성역에서는 몬스터 하나 제대로 처치할 수 없었다.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고 해야할려나.’

오우거는 덩치에 비해 대단히 민첩했다.

물론 생명체로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이어서, 자연 상태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없었다.

인간이 애완견들을 품종개량 하듯이, 이 세계에 있는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거인족들의 생체 병기들이었다. 로키를 필두로 한 거인족들이 전투력만을 극도로 강화시킨 생체 병기들을 품종 개량해가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오우거 같은 지능이 없는 듯 보이는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에인페리아의 육체가 인간을 기본으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은 로키나 오딘으로서도 불가능했다.

몬스터를 개량하고, 개량한 몬스터를 토대로 강화된 에인페리아의 육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뿐이었다.

토르가 거인족을 만들고, 거인족의 육체를 토대로 거인 에인페리아를 만드는 것과도 비슷했다.

로키에게는 다양한 종족의 에인페리아들이 존재했다. 일부는 실패작이지만, 일부는 강력함을 자랑했고 오우거 에인페리아도 그 중 하나였다.

아더는 후퇴를 외치면서 재빨리 뒤로 빠졌다. 병사들은 미친 듯이 총을 쏴대면서 산개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총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했다.

돌격 진형에서는 맨 앞에 선 성기사들이 총알을 막아 주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지원이 올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해.’

아더는 그렇게 판단했다. 지금 상황을 보고 있는 랜슬롯과 멀린이 와 줄 터였다.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갔지만, 리베로의 움직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펜드래곤의 조종을 맡은 엘프 정령의 힘이었다.

“레노. 몸은 괜찮나?”

“예.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다만 왼 무릎이 저려오기 시작하네요.”

차분한 소녀의 목소리가 답했다. 레노는 소녀는 아니지만 성숙한 어른 여전사도 아니었다.

본래 13살 남짓부터 전투에 참전하는 엘프들이었다. 프레이야가 나서면서 전투가 급감했고 전투 참여 최소 연령은 17으로 높아졌다. 점진적으로 더 높여나갈 예정이었다. 전사자가 전혀 없을 수는 없었고, 걔중 가장 젊은 전사자 중 하나가 그녀였다.

전투 경험이 충분한 어린 여전사로서 리베로 조종에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로 특별 차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무릎 관절부가 격렬한 움직임 탓에 손상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왼쪽 다리가 그랬다. 리베로는 기계의 손상을 알리는 센서를 정령의 통각과 연결했다.

통증을 이용해서 인간은 자기 몸의 상태를 알고 부상 부위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신 통증은 많이 약화되어서, 저리는 느낌으로 정령에게 전해졌다.

“미안하구나. 제대로 대처 못해서.”

아더는 레노에게 사과했다. 펜드래곤은 자신의 리베로지만, 자신보다는 레노의 육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정령이 연결된 상태에서 사지를 분리하는 것은 손상은 아니라도 꽤 이질감을 전해준다고 알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발 기술은 쓸 수 있겠어?”

“예. 아직 충분히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왼쪽 다리를 사용할 경우, 곧 사용 한계에 달할 수 있습니다.”

아더는 그녀의 말에 정신을 집중했다. 어차피 이번 전투에서 이기기는 힘들었다. 시간을 벌 필요가 있었다.

엘프들은 인간과 비교가 안되는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투쟁본능은 약한 편이었다. 그들은 복싱보다는 유도에 재능이 있었지만, 상대와 근접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엘프들과 상성이 좋은 격투기는 의외로 태권도였다. 인간을 초월한 균형감각이 다리를 쓰는 격투기인 카포엘라와 태권도와의 상성을 좋게 만든 것이었다.

땅바닥을 구르거나 팔을 다리처럼 사용하는 카포엘라보다는 양손에 무기를 든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태권도가 리베로의 전투 스타일에 맞았다.

한쪽 팔이 없어졌다고 해도, 레노의 역량이라면 충분히 견제가 가능했다. 실제로 현란한 발차기를 통해서 오우거 에인페리아가 달려드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그것은 페르의 조바심을 불러냈다.

‘치잇, 신기를 사용하고 싶진 않았는데.’

로키의 에인페리아라도 신성력의 과도한 낭비는 피해야 했다. 신기의 사용은 그런 면에서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에인페리아들은 모두 같은 에인페리아가 아니었다.

최상위 에인페리아들은 소위 ‘리저브 에인페리아’라고 불리웠다.

이들은 에인페리아로서 최상의 전력이라고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한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각 신들은 이 리저브 에인페리아들을 아발론과 같이 영혼을 봉인하는 신기에 보관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초기 에인페리아들은 광전사였다. 육체적으로 뛰어나고 감각적으로 싸우는 본능적인 천재 전사들을 끌어 모아서 그냥 광전사를 만들어서 싸움을 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전투 기술이 발전하고, 전략 전술의 중요성이 생겨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성을 가진 에인페리아가 광기로 미친 광전사 에인페리아보다 더 가치있는 존재가 된 것이었다.

문제는 이성을 가진 에인페리아는 광전사와는 달리 정신이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문화도 오락도 변변치 않은 세상에서 백년 이백년 제정신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기력해지거나 광기에 물들거나, 소멸을 원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세계수의 분신인 신들조차 오백년을 버티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래서 정말 뛰어난 에인페리아들은 봉인해서 꼭 필요할 때만 꺼내쓰는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이었다.

지구에 사는 현대인들의 생각으로보면 끔찍한 일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시대, 중요한 전투만 골라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에인페리아들에게는 영광이었다.

리저브 에인페리아가 되지 못한 에인페리아들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에 사소한 국경 분쟁이나 거치다가 사는게 지겨워져서 망가져 버리고, 그로 인해 신에게 버림받아 폐기되는 운명을 걷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에인페리아들은 리저브 에인페리아가 되는 것을 꿈꿨다. 페르가 에인페리아가 된지 이미 50년이 지난만큼, 빨리 공을 세워서 리저브가 되고 싶었다.

보통 백년 내에 공을 못세운 에인페리아들은 리저브로는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는 등에 매고있던 투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아더의 리베로를 향해서 힘껏 던졌다.

“위험해.”

아더왕이 회피하려고 생각하는 순간, 펜드래곤의 발이 날아오는 창을 옆차기로 걷어 찼다. 걷어차는 순간, 창이 빛나면서 발을 가볍게 관통했다. 그리고는 머리 옆을 지나 허공으로 날아갔다.

아더는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마치 엑스칼리버나 무기사랑 같았어. 이능인건가? 아니면 아티팩트?’

아더가 상대의 공격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잠시 생각할 때, 페르의 치켜든 팔에 갑자기 창이 생겨났다.

날아간 창이 되돌아 온 것이었다. 그리고 피할 틈도 없이 다시 한번 창을 던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리베로의 조종석이 있는 가슴에 명중했다.

아더는 엑스칼리버를 발동했지만, 허무하게 뚫려 버렸다.

[사망하셨습니다.]

게임 메시지가 떠올랐다.

‘에인페리아의 육체가 아니라서 다행이군.’

레노와는 연결이 끊겼다. 게임 캐릭터의 사망 상태에서는 정령과의 연결도 끊어져 버렸다. 부활하면 다시 연결 상태가 부활할 터였다.

“레노 녀석, 걱정하겠는걸.”

마력로를 사용하는 전투를 위해서는 에인페리아로 참전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지만 적대 성역에서 전투를 벌이게 되면, 에인페리아의 육체는 되려 약화될 수 있었다.

페르는 생명 반응이 사라져서 널브러진 리베로를 살펴보았다. 조종석 내부와 박살난 금발 소녀의 시체가 보였다.

페르는 함성을 질러서 추격전을 명했다.

[오차 범위 내의 전개로군요.]

[잘난 듯이 떠들기는. 망할 영감탱이. 주군, 죄송합니다.]

멀린과 랜슬롯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더는 유령 상태에서 쓴 웃음을 지었다. 멀린은 자신을 배려해서 오차 범위 내라고 말하지만, 허무하게 죽어버린 것은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오우거 에인페리아를 떠올리지 못한 건 내 실수였어.’

멍청한 괴물들이라고 단정 지은 것이 실수였다. 페르는 다른 오우거들보다 더 화려한 차림과 고급스러운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번쩍이는 갑옷과 방패와 검, 그리고 등의 창을 떠올리면 그걸 그냥 오우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어리석었다.

오우거는 뭉툭한 둔기를 선호한다. 파리채만큼은 아니지만 꽤 넓은 면적을 간단히 짓이길 뿐만 아니라 단단하고 관리하기가 쉽기 때문이었다.

예리한 창과 반짝거리는 방패는 오우거답지 않았다.

‘좋아. 다시 한 번 시도한다.’

콕핏이 관통당했지만 기체는 움직일 수 있는 듯했다. 조종사가 타고 있다고는 해도 진짜 두뇌는 정령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기체의 중심부는 조종석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레노. 괜찮아?”

쿨타임이 되자 아더는 부활해서 레노를 통해 상황을 점검했다. 오우거 에인페리아는 도주하는 병사들을 추적하느라 꽤 떨어진 곳까지 갔다.

“예. 조종석의 손상은 크지만 구동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좋아. 그럼 별도로 움직이도록 하지. 적들의 눈을 끌어.”

아더는 엉망진창이 된 조종석에 대한 미련을 애저녁에 버렸다. 부활할 때 일부러 리베로 바깥쪽에서 부활했다. 엑스칼리버의 이능으로 신관들을 끝장내면 될 터였다.

“좋아. 간다.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

리베로 같은 거체가 곁에서 움직인다면 아더의 모습을 감춰줄 것이 분명했다.

“저놈이? 안죽었나?”

조종석이 부서진 것을 보고 회수해 가려고 리베로를 방치했던 페르는 당황했다. 그래서 황급히 되돌아가려는 순간, 그의 앞에 새로운 리베로가 등장했다.

랜슬롯이었다.

“젠장. 신호등이 안보이는군.”

랜슬롯은 적의 오우거 에인페리아를 보면서 혀를 찼다. 랜슬롯이 얻은 이능은 어딜 공격해야 할지 보이는 이능이었다.

모 만화책에 나오는 사안처럼 선이 죽죽 가있는 형태나, 약점을 보여주는 것과는 달랐다.

포인트는 매 순간 순간 달라졌다. 리베로가 되었든 맨몸이 되었든 찌르는 무기를 가졌을 때만 발동되었다.

찌르면 즉사로 이어지는 포인트는 붉은 색으로 보이고, 전투 불능에 빠지는 포인트는 주황색으로, 그리고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포인트는 녹색으로 보였다.

이 이능을 알게된 프레이야 여신이 붙여준 이능의 이름이 ‘신호등’이었다.

문제는 희연이나 카즈키 등을 상대하게 되면,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아더의 엑스칼리버에도 신호등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의 오우거 에인페리아도 전혀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충분한 데미지를 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긁히는 상처 정도는 신호등으로 표시 되지 않았다.

전력 소모를 최대한으로 바꿔도 소용이 없었다.

[이거 큰일이군요. 10분도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시간을 끄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나.”

랜슬롯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전력 소모를 아끼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아더가 한시라도 빨리 신관들을 제압해주길 기대했다.

‘이거 미치겠군.’

아더는 자신의 리베로가 적의 눈을 끌고 있는 사이에 신관들을 향한 기습에 성공했다. 하지만 적을 당황하게 만들기는 했어도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

오크 신관들의 갑옷을 엑스칼리버가 뚫지 못했던 것이었다.

오크 신관들은 신관은 신관이지만, 프리스트와는 달랐다. 그들은 비유하자면 소림사의 승려와 닮았다.

날카로운 무기는 없지만 그들은 철로된 봉을 지팡이로 썼고 전신을 두꺼운 갑옷으로 감쌌다.

여의봉을 휘두르는 방어에 특화된 탱커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더의 공격에 두명 가량이 부상을 입었지만, 순식간에 회복이 되었고 혈안이 되어 봉을 들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최악이군.’

아더는 자신이 전사가 아니라 장군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희연이나 카즈키라면 적들을 죽일 수 있었을 터였다.

엑스칼리버와 게임 캐릭터의 힘으로 어떻게 버티고는 있지만, 적을 줄여나가는 것은 무리였다. 성역의 능력도 감소되는 기색이 보이질 않았다.

무지막지한 오크 신관들은 리베로의 발에 밟혀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허리까지 땅에 파묻힌 상태에서도 봉으로 리베로의 발 부분을 찔러서 역으로 리베로를 조금이라도 부숴나가려고 들었다.

‘이 놈들이 아예 무협영화를 찍으려고 드는군.’

두꺼운 갑옷 사이로 근육이 넘쳐나는 오크 신관들의 박력 넘치는 전투에 아더는 눈살을 찌푸렸다.

[멀린. 아직인가? 미안하지만 신관들을 무력화시키는건 무리다.]

엑스칼리버의 이능이 실린 대검을 박치기로 막아내며 달려드는 오크 신관들에게 당황하면서 아더가 신호를 보냈다.

[도착했습니다.]

기다리던 멀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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