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화 야동?
“꼭 자장가를 들려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아기들이 충분히 자란 것 같지도 않고 말이지요. 태교가 효과가 있다고 해도 영향을 받으려면 어느정도 자란 다음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럼 자장가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프레이야는 한시름을 던 듯이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조제성은 쓴 웃음을 지었다. 매일 정기적으로 바니걸 통신을 흘리는 것은 꽤 중요했다. 실제로 조제성 자신도 그 시간 만큼은 기다리고 있었다.
신성을 취득한 놀원도 바니걸 통신의 영향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꽤 놀라운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보다는 신청곡들을 불러달라는 요청이 있더군요. 레파토리를 좀 다양하게 해주셨으면 하는 요청이었습니다.”
“레파토리라니…”
프레이야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바니걸 통신은 텔레파시지 음성 전달은 아니었다. 노래를 불러도 그게 노래로 도착하는지 의심스러웠다.
노래를 부름으로써 확실해진 것 하나는, 꽤 소모가 큰 이능이라는 사실이었다.
본체 상태나 게임 캐릭터로도 바니걸 통신을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초 정도의 공지사항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자장가나 동요 같은 짧은 노래만으로도 두통과 피로가 동반되었다.
반면 여신 상태에서는 몇분에 걸쳐서 노래를 불러도 두통이 오지 않았다.
‘이상하지. 신성력의 소모가 없는 듯 한데 말이지.’
원기는 그 사실을 의아하게 여겼지만, 실제로는 여신 상태에서 이능을 과도하게 쓰면 신성력의 소모가 이뤄졌다. 다만 바니걸 통신을 듣는 동안, 거의 모든 추종자들이 강한 집중과 충성심이 발휘하게 되기 때문에 신성력의 소모량보다 회복량이 커지는 차이가 있었다.
신자가 늘어나면 오히려 회복량이 압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었다. 제성의 경우에는 엘프 공장에서 생산되는 엘프들에게 그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텔레파시로만 노래를 하는 것이 어색하실 듯 해서,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입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그런 것이지요.”
“연하한테 어울릴 것 같은데요.”
“실제 연하양한테는 안어울리지요.”
탁월한 목소리와 음감으로 유명한 연하는 음치까지는 아니어도 그다지 노래를 잘하는 쪽은 아니었다.
“우선 연하양과 함께 합창을 해보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영상과 음악, 텔레파시를 함께 들으면 위화감도 덜할 겁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장차 태어날 엘프들의 조기 교육을 위해선 필요할 겁니다.”
조제성이 생각하는 태중교육, 곧 태교는 단순히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던가 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엄마 뱃속에서는 소음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갓난 아기에게 진공청소기의 굉음을 들려주면 진정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태교가 있다면, 그것은 어머니가 좋은 음악을 듣고 편안한 마음상태에서 발생되는 호르몬을 태아가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노리는 것은 단순히 그런 수준이 아니라, 태어나기 전에 적어도 한국어를 다 떼고 나오는 것이었다.
실제로 텔레파시를 이용한 동물 교육은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개들과 까마귀들이 한글을 터득한 것이었다. 안내판을 읽고 길을 찾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글을 통해서 지령을 내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태블릿 자판을 두들겨서 보고하는 것까지 가능했다.
동물에게 그정도 교육이 가능하다면, 텔레파시 수신이 가능한 시점에서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 조제성의 판단이었다.
다양한 노래를 불러주는 것은, 언어와 감정, 문장등을 배울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인터넷 실시간 방송과 연계하는 것은 장수한의 아이디어였다. 이왕 바니걸 통신을 즐기는 거라면 좀 더 즐겁게 즐기자는 생각이었다.
바니걸 통신을 듣는 이들에게만 알려준 주소로 실시간 방송이 실시되었다.
발키리 버전의 연하와 밴드와 함께 원기는 프레이야 상태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그 반향은 확실히 컸다. 딱히 충성심이나 효과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만족도는 확실히 컸다. 텔레파시만 들리는 것보다는 여신의 모습과 소리를 함께 듣는 것이 더 즐거웠다.
“그건 그렇고 이 노래는 좀 어색하군요.”
새롭게 추가된 신청곡명을 보면서 프레이야는 난색을 표했다. 바로 새비지 빗치스의 곡이었다.
새비지 빗치스는 젊은이들 아니 학생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다. 반항적인 젊은이들의 마음에 드는 가사 때문이었다.
사회의 질서를 부정하고, 자유로움과 혼돈, 그리고 강함을 추구하는 야만적이고 본능적인 가사를 강한 빗트로 부르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 본다면 중2병이 철철 넘치는 가사라고도 볼 수 있었다.
“데스메탈이라는건 좀 당혹스럽네요. 여신이 그런 걸 부르는게 듣고 싶은걸까요?”
“무리라면 어쩔 수 없지만, 한번 시도해 볼만은 하지 않을까요?”
새비지 빗치스의 곡중에서도 하드한 곡을 선곡한 것은 장수한과 오덕들의 장난기어린 호기심 때문이었지만, 조제성이 노래의 효과와 바니걸 통신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한번 해보지요.”
놀원과 놀들 때문에라도 새비지 빗치스의 음반을 종종 들어온 원기였다. 좋아하는 음악 취향은 아니지만,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놀원과 놀들은 자신들의 곡을 여신이 불러준 다는 것에 설레임을 감추지 않았다.
“FXXK!!”
최대한 허스키한 목소리로 욕설로 시작되는 노래를 부르는 프레이야 여신의 모습은 바니걸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드는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보는 순간 뿜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들은 데스메탈을 열창하는 여신을 보면서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아,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
‘평화롭다.’
‘천상의 음악인 것 같아.’
조제성은 사람들의 반응을 굳이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자신이 느끼는 느낌을 다른 이들도 받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노래별로 효과가 달라지지는 않는군.’
바니걸 통신의 이능으로서의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내용과 관계없이 원기가 가진 근원적인 감정이 전해지는 것이었다.
‘아쉽네. 전투적인 노래로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고려했는데.’
조제성은 살짝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관없나. 엘프의 전투력은 증오나 분노와는 관계 없으니.’
엘프들의 공격성의 기본은 ‘모성애’에 근거한 것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부족에 대한 애정이 깊을수록 더 공격적이고 잔혹해 질 수 있었다. 그리고 프레이야에 대한 애정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만큼 더 강해진다는 뜻도 될 수 있었다.
레파토리를 바꿔가면서 벌여나가는 정기적인 바니걸 통신은 좋은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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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지? 야동인가? 많기도 많네.”
한 여동생이 오빠의 컴퓨터에서 정체불명의 동영상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녀는 삭제하기 전에 그 동영상을 한번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침을 살짝 삼킨 다음, 파일을 더블클릭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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