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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28화 (328/497)

328화 실전투입

“음, 예쁘장하게 생겼네. 목소리도 좋은가? 하지만 노래솜씨가 좀 아니다. 아마추어가 노래방에서 찍은 것 같네.”

소녀는 별 감흥 없이 동영상을 살펴봤다. 텔레파시의 효과가 없는 동영상은 그저 예쁜 여자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피부도 좋고 목소리도 좋은 것 같네. 합성은 아니겠지?”

그녀는 별 감흥없이 한편을 넘기고 다음 편으로 넘어갔다.

“뭐야, 같은 여자가 노래부른거 아냐. 뭔짓이래? BJ인건가? 차라리 먹방을 찍던가 하지. 어설프게 노래하느니.”

브로드캐스팅 쟈키는 아마츄어 문화의 하나로 정착된 상태라서 다양한 채널에서 자작 비디오들이 등장하고 그것을 즐기는 이들도 있었다.

“설마 이거 전부 이여자 동영상인가? 그런데 제목이 왠 바니걸? 닉네임인가? 병신같은게 지같은거 좋아하고 있네.”

소녀는 피식 비웃은 다음, 한편을 더 넘겼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뭐야? 이거 아마추어 비디오 아니었어? 연하 맞는 것 같은데?”

소녀는 백그라운드에 등장한 연하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연하의 팬은 아니었기 때문에 곧 식었다.

연하의 경우 남성 팬들에게 강하게 먹혀들어갔다. 연출 감독이 남성들에게 잘 먹히는 코드의 연기를 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노소를 가리지 않고 남성들에게 크게 인기가 있었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이십대 이상의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끌었지만, 소녀들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그들은 연하의 모습을 만들어진 듯 가식적이라고 여겼다. 반면 희연의 경우에는 멋진 미녀의 컨셉으로 소녀들을 비롯해 여성들에게 오히려 더 인기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으에, 이거 프로인거야? 그거 치고는 노래 잘 못하네. 백그라운드로 깔린 연하가 노래는 확실히 잘한다. 그건 그렇고 얼굴은 이쁘네. 연하가 평범해 보일 정도이니.”

소녀는 다시 파일을 넘겼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뛰어올랐다.

“와오! 놀원이다! 새비지 빗치스야!”

메탈이라고는 하지만, 걸그룹 특성상 조금 가벼운 느낌의 메탈을 할 수 밖에 없는 새비지 빗치스는 소녀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야성의 눈빛과 반항적이고 야만적이며 자유를 추구하는 중이병적인 가사가 어우러져서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환장하는 그룹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소녀의 눈에는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프레이야의 모습은 이미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다.

“이거 미공개 동영상이지? 죽인다.”

소녀는 프레이야의 목소리도 잡음 처리하고는 새비지 빗치스 특별 동영상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계정에 올렸다. 그리고는 SNS를 통해서 친구들에게 자신이 획득한 보물 영상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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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신님의 동영상이로군.”

바니걸 시청자 중 하나가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는 동영상을 보고 있으니, 바니걸 통신에서 받았던 기분이 조금이나마 떠올랐다. 텔레파시 없이 들으니, 노래는 좀 서툰 구석이 느껴졌다.

신청곡 받은 걸로 그날 그날 다른 노래를 부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정말 좋군.’

그는 영상을 보면서 바니걸 통신을 통해 느꼈던 감동의 편린을 되새길 수 있었다.

그는 동영상 녹화를 해볼 생각이었지만, 막혀 있어서 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해킹 툴을 사용한게 분명해 보였지만, 이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동영상을 올린 사람의 채널을 검색해서 다른 동영상들도 다운 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프레이야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바니걸 통신의 효과가 없는 프레이야의 동영상은 파격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신의 미모와 미성은 조금 부족한 노래솜씨에도 불구하고 팬들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니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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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되었군.”

조제성의 발언에 비서는 쓴 웃음을 지었다.

‘대체 재미없는 일은 어떤 일인걸까. 있기는 한걸까?’

사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그것을 이용해서 지푸라기라도 건지는 인물이 조제성이었다. 아니 지푸라기가 아니라 진흙속에서도 금덩이를 건져올리는 인물이었다.

여신의 모습이 유명세를 타는 것도 어느정도는 예측해둔 범위 안이었다.

‘생각보다 폭발적이지는 않군.’

동영상의 특성상, 편집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미모나 미성이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면도 있었다. 온갖 그래픽효과나 기교를 사용한 영상들이 흔했기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완벽한 미모, 그것도 CG를 기초에 둔 미모여서 사람들이 실감하기 힘든 면도 있었다.

‘이정도 유명세가 딱 좋을 수도 있지.’

“여신님이 도착하셨습니다.”

프레이야의 모습으로 원기가 도착하자, 조제성은 동영상들이 노출된 사정을 알렸다. 원기는 일반 동영상 사이트에서 여신의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꼈다.

“이거 괜찮은 건가요?”

“어차피 드러나지 않는 비밀은 없습니다. 이제는 내놓고 모습을 드러내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알만한 놈들은 어느정도 알고 있으니까요.”

이능자들, 특히 바니걸 통신의 영향을 받는 이들 때문에라도 여신의 정체는 밝혀질 수 밖에 없었다. 바니걸 통신은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그 효과에 비하면 기밀 유지가 어렵다는 부작용쯤은 극히 미미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실버 타이거의 조종사를 프레이야 여신님으로 했으면 합니다.”

“안전 문제도 있지만, 설정상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제가 정체를 밝히지는 않았다지만, 덩치가 다른데.”

“그정도는 큰 지장 없습니다. 조종사가 바뀐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지요.”

“안전은 괜찮은가요?”

“성역 효과를 감안하면 괜찮습니다. 수호의 결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시면 파일럿 즉사는 막을 수 있다는게 저희 결론입니다.”

원기는 생각에 잠겼다. 여신은 이동용 성역 발생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굴베이그처럼 거북전차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리베로를 타고 싸운다면 충분히 전력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걱정스러운 것은 여신 캐릭터가 사망하는 것이었는데, 성역을 통한 보호와 수호의 결계를 이용하면 즉사당해서 손도 쓸 수 없는 상황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제성의 판단이었다. 성역 자체가 아군에게 대단히 유리한 작용을 하는 만큼, 즉사만 막는다면 아군의 지원과 보호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오히려 기동성이 없고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거북전차보다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 조제성의 판단이었다.

“훈련 교도대는 물론이고 같은 전술 개발 교도대까지도 압도하는 실버 타이거의 파일럿이 미모의 여성이라고 하면 나름 인기도 끌 수 있을 겁니다.”

조제성은 게임 캐릭터가 아닌 프레이야 여신이 리베로에 탈 경우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있었다.

마력 변환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전기 에너지를 무기화 하는 것도 가능할 터였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괜찮겠지요.”

프레이야 여신은 리베로 ‘실버 타이거’의 정식 파일럿으로 세상에 데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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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조심해라. 살아서 돌아가자.”

“오케이.”

스티브의 통신에 모든 팀원들이 응답했다.

“살아서 돌아가자는 건가.”

해리엇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상합니까?”

“많이.”

엘프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한, 먼저 공격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 평화로운 종족으로 아스가르드에서 유명했다. 사실 겁쟁이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엘프들조차도 ‘살아남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진 않았다. 아스가르드의 문화였다.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흔히 사용되는 가장 유명한 격언이 ‘살고자 하는 자는 추하게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멋지게 죽는다.’였다.

살아남는 것보다는 헛되이 죽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스가르드의 문화였다.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아스가르드에서는 승리가 생존보다 더 중요했다. 승리에 기여하는 죽음을 명예롭게 여겼다.

살겠다고 적에게서 등을 돌리면, 먼저 아군이 죽고 그 다음에는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사라진다. 그리고 자신이 살 수 있는 영역도 사라진다.

그래서 엘프들은 원기가 프레이야가 된 지금도, 싸움에 임해서는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

죽어서도 여신을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자신의 종족을 위해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은 엘프들에게는 기쁨이었다.

“자네는 꽤 용감한 전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해리엇은 좀 실망한 투로 말했다.

“세상이 다른 걸 어쩌겠습니까. 살아남는게 미덕입니다. 비무장 민간인을 죽이는 건 전시 상황이라도 범죄인 겁니다.”

“그래. 좋은 세상이지. 하지만 받아들이기 쉽진 않군.”

해리엇은 착찹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자신이 옳다고 믿고있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레이야가 바라는 것이 그런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하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납득은 여전히 가지 않았다.

“시간입니다.”

스티브가 말하면서, 화기 관제 시스템을 제어했다.

해리엇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사막용 부품을 장착한 발 덕분에 모래에 빠지는 일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중동을 장악하다시피한 극우 이슬람 세력은 과거와 달리 첨단 장비와 인재로 무장되어 있었다.

여기에는 유럽에서의 이슬람 세력 증가와 게임의 보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과의 중동 전쟁에서 경험부족으로 말도 안되는 패배를 했던 이들은 더 이상 없었다.

오일 머니로 사들인 가상 현실 시뮬레이터로 다양한 전투 상황을 학습시켰다. 전투기를 비롯해서 첨단 무기들을 장비시키고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전투 헬기가 상대라고 했지?”

“예. 슈퍼 하인드2 가 다수 배치된 기지입니다.”

“듣는다고 뭘 알 수 있나.”

“훈련시에 상대하던 아파치 헬기와 비슷합니다. 기동력은 좀 떨어지지만 화력이 뛰어납니다. 슈퍼 하인드에서 병력수송 기능을 빼고 무장을 증가시킨 기체입니다.”

“4시 방향에서 적기가 온다!”

해리엇은 재빨리 바닥에 엎드리면서 위장포를 펼쳤다. 리베로의 몸체가 위장포 아래에 감쪽같이 숨겨졌다.

잠시 후 순찰 비행을 하는 슈퍼 하인드 2기가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쳐갔다.

‘역시 엘프들의 능력은 대단한걸.’

음속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전투기가 아닌 이상, 귀에 들리지도 않는 소리만으로 적기의 방향과 위치를 정확히 예측하고 대처할 줄 알았다.

해리엇만이 아니고 전투에 참전하는 다른 리베로들도 모두 완벽하게 은신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들은 빠르게 접근했다. 보초병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적외선 센서와 음향 센서를 이용해서 그들을 발견하고 피해서 움직였다.

사막용 방진복을 두껍게 입은 탓에 관절에서 발생하는 소리도 그리 멀리까지 들리진 않았다.

스티브의 지시와 함께 다섯기의 리베로가 기지에 돌입했고, 기지에 격납된 슈퍼 하인드 12기가 고철로 변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순찰 비행을 하다가 급히 귀환한 2기와 이륙하는데 성공한 1기의 헬기는 해리엇의 대물저격총의 제물이 되었다. 기지의 건조물 뒤에 숨어서 리베로용 저격총을 사용하는 만큼 상대로서는 손 쓸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네.”

리베로의 손실 없이 열다섯기의 전투 헬기를 파괴한 것은 성공적인 작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비행중인 전투 헬기가 세대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성공이라는 말로 부족할지도 몰랐다.

“그런가요?”

“공중을 나는 몬스터들과도 싸워 봤으니까. 활을 들고 그리폰 같은 거대한 맹금류들과 싸우던 걸 생각하면 이정도는 별로 어려운게 아니지.”

“그런 것 치고는 꽤 긴장하시던데요.”

“컴퓨터가 달려있는 물건이라고 들었으니까. 상대가 닭처럼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못잡지.”

“닭이요? 그리폰은 잡는데 닭은 못잡는다고요?”

스티브는 블러드 라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런게 있어. 특히 붉은 놈은 ‘신’도 못잡아.”

해리엇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들은 합류 지점에서 운반용 트레일러에 탑승해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날 아랍의 대중 매체들이 육군 항공기지 습격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그들은 미국을 비난했지만, 미국은 관여를 부인했다.

인터넷에는 기지 측에서 촬영한 동영상들이 올라왔다. 그리고 리베로들이 기지를 급습한 장면들이 생생하게 올라왔다.

미국이 부인하는 가운데, 아폴로가 범행 성명을 냈다. 서방 진영이 아닌 이슬람 진영에 대한 테러로서 세상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 전투에서 활약하는 리베로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은 리베로에 더욱 집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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