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34화 (334/497)

334화 요시다 글래스

“어이. 요시다. 오늘 희연의 레벨은 얼마지?”

“555입니다.”

“그럼 내 레벨은?”

“오늘의 카즈키님의 레벨은 587입니다.”

연하는 카즈키와 요시다의 대화를 들으면서 동화 ‘백설공주’를 떠올렸다. 왕비와 거울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요시다는 닌자대에서 빠져나왔지만, 프레이야 여신에 대해서 알게 되고서는 마음이 바뀌었다.

일부 극우파를 제외하면 일본인들은 애국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이 침몰당하거나 망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좋다는 정도였다.

요시다 역시 그런 미지근한 마음이 있는 전형적인 일본의 젊은이였고, 초능력을 가진 비밀 요원들이라고 해서 한때 마음이 들뜨긴 했지만, 자신들에게 프레이야 여신의 존재를 감췄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들은 초능력을 가진 최고 엘리트 부대이자, 비밀병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강한 초능력을 가지고 프레이야에게 보호받는 이들이 따로 있다는 사실은 쇼크였다.

자신이 속한 첨단 닌자대와 인첩부라는게 권력자들 뒤치닥거리나 더러운 일을 처리하기 위한 부대라는 것은 실망이 아닐 수 없었다. 프레이야를 알게 된 이상 어차피 인첩부로 돌아갈 일은 없었다.

‘생각하니 열받는군.’

인첩부에서 활동하다가 적대하는 닌자들, 소위 초능력 스파이들에게 공격받은 일이 제법 있었다. 요시다를 비롯한 하급 닌자들은 자신들이 정의를 지킨다고 생각하고 싸웠다. 물론 요시다는 상대의 레벨을 파악하고 알리는게 고작이었지만, 누가 에이스인지 아는 것은 싸움에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요시다는 상대의 레벨을 읽는 능력 말고는 별다른 능력이 없어서, 가까이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꽤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자신들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고 강력한 적들은 프레이야의 가호아래 당당하게 국가의 요청으로 출동한 것이었다.

인첩부는 여당의 지시로 움직였고, 프레이야의 이능력자는 국가의 요청으로 일본을 지키러 출동한 것이었다.

그것도 엘프들의 보호와 협조하에 꽤 안전하게 싸웠다.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알고보니 자신들이야말로 국가의 적이었던 것이다.

결국 요시다는 프레이야 진영에 체류하는 것을 선택했고, 인첩부도 그것을 묵인했다.

프레이야의 진영에 머무르니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바니걸 통신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신을 충족시켜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능도 업그레이드 되었다.

레벨을 읽는 능력 자체는 변함이 없지만, 영상을 통해서도 레벨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조건 자체는 조금 까다로웠다.

전제조건 하나가 실시간 영상이어야 한다는 것과 화면 내에 한 사람만 비춰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녹화 영상으로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화면 내에 머리통이 온전히 들어가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선글래스를 쓰건 복면을 하건 모자를 쓰건 상관없었지만, 머리가 온전히 비춰주는 영상에서만 레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영상을 통해서 상대의 레벨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가 있었다.

거기서 착안한 요시다 글래스, 혹은 요시다 스카우터라는 것이 개발되고 있었다. 장수한이 디자인하는 것이라서, 구X글래스 보다는 드래X 볼에 등장하는 스카우터를 닮은 물건이었다.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 영상이 요시다와 연결되어서 요시다가 레벨을 불러주는 것이기 때문에, 통화중이 뜰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요시다를 최대한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은 컨디션이 별로인가 보네?”

카즈키는 희연에게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레벨 판정이 바뀌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이 레벨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것이어서, 상성이 더 중요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 550에서 560대 레벨에서 10-20 차이는 큰 의미가 없었다.

“카즈키 언니는 왕비님 같아. 아니 왕자님 같기도 하고. 완전 로얄 패밀리네.”

“로얄 패밀리? 내가 좀 고귀하게 보이긴 하지. 그런데 여왕님도 아니고 공주님도 아니고, 왕비랑 왕자는 무슨 뜻이야?”

“왕비님은 백설공주의 왕비님이고, 왕자님은 드X곤 볼에 나오는 츤데레 야채왕자님.”

그녀의 말에 카즈키는 얼굴을 붉혔다. 예를 든 인물들은 너무 유명해서 카즈키도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벨 350은 조용히 해줄래?”

희연은 두 사람이 티격대격대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레벨 확인이 그녀에게도 꽤 쑈크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카즈키에게 레벨이 떨어지는 것은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도 승산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원기의 레벨이었다. 원기의 레벨은 짬타이거 상태가 602에 달했다.

상성 문제가 컸기 때문에 여전히 희연에게 승산은 떨어지지만, 버금가는 강자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희연에게 충격이었다.

결정적인 것은 그것이 왜 충격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자신보다 레벨이 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자신은 원기보다 강했다. 간단히 이길 수 있었다.

그가 자신과 같은 급의 강자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꿈꾸던 파트너는 서로 등을 지키며 전장을 헤쳐나가는 존재였다.

‘나보다 강해서 싫은 건가? 그건 아닌데.’

원기는 그녀가 꿈꾸던 이상적인 파트너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는데 그녀는 답답함을, 아니 그 이상의 상실감을 느끼고 있었다.

“모처럼 여신님이 되었는데, 곁에도 못가고. 나 참 바보같아.”

희연은 한숨을 쉬었다.

‘응? 난 왜 여신님 상태가 된 원기오빠를 좋아하는거지?’

“역시, 어딘가 좀 이상하다 싶더니. 너 레즈였구나?”

카즈키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소리야. 난 동성에게 끌린 적 없어.”

“뭐, 여신님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 하지. 엄마 같기도 하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카즈키는 자신의 친모를 좋아하지 않았다. 애정을 갈구하다가 지쳐서 떠난 여자였다. 검에 미친 어린애 같은 츠루기를 좋아했으면서, 자신을 봐주지 않는다고 떠나간 멍청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의 친모는 ‘엄마’ 근처에도 못간 어리석은 ‘계집’이었다. 하지만 ‘엄마’라는 단어 자체에는 그녀가 갖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던 유대가 담겨 있었고, 바니걸 통신을 통해서 충족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확인해 줄까?”

“뭐?”

다음 순간, 카즈키는 희연의 얼굴을 잡고 키스를 했다.

“무슨 짓이야?”

“어때? 혹시 느껴지는거야?”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희연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카즈키도 별다른 기대는 안했다.

“음, 내 매력에 빠져든 건 아닌 것 같군. 다행이야.”

“대체 뭘 하자는 건지.”

희연은 세면대로 가서 얼굴을 씻었다. 바퀴벌레 둥지로 간 프레이야 여신의 곁에는 리디아와 레이니가 경호로 붙었다. 그걸 생각하니 기분이 살짝 더 가라앉았다.

‘본체로 돌아가서 데이트라도 하자고 해볼까?’

본체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본체 상태의 원기는 그녀의 상대가 될 수 없을 만큼 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았다.

원기와 함께 싸우는 것이 아니라, 원기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싶었던 것이었다.

원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좋아졌기 때문에 자신이 그에게 도움이 되고 자신을 필요로 해주길 바라게 된 것이었다. 동등한 강자인 원기는, 함께 어깨를 나란히하고 싸울 수 있는 존재인 원기는 그리 매력적이지만은 않게 되었다.

‘그런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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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위한 바니걸 통신은 굳이 엘프 공장에서 행할 필요는 없었다. 어디에서든 노래를 불러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달 기지의 세계수를 통해서 알아낸 사실은, 바니걸 통신은 세계수의 공명을 통해서 전달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일방적이긴 하지만 빛보다 빠른 통신이 가능했다.

어떤 원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세계수에서 발해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공명을 이용하기 때문에, 설사 화성에 간다고 해도 바니걸 통신의 영향력은 충분히 미친다고 할 수 있었다.

바니걸 통신의 수신은 가장 가까운 세계수의 레벨과 거리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바퀴벌레를 비롯한 충인족들은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원기가 바퀴벌레 일족을 보면서 느낀 안타까움과 동질감이 바니걸 통신의 질을 끌어올렸기 때문이었다.

전대의 헬에게도, 이번 대의 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지만 프레이야가 자신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바니걸 통신을 통해서 마음속 깊이 느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바퀴벌레들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프레이야에게 다가오려고 들었다.

사랑받을 수 없다고 여겼고, 미움받아 마땅하다고 여기던 자신들을 소중히 여겨주는 존재가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들은 괜찮은거야?”

여전히 여신에게 말을 걸거나 직접 다가오지는 못하지만, 적극적으로 여신의 눈에 띄고 싶다는 생각 탓인지 바퀴벌레들이 가까운 곳에서 우글거리고 있었다.

화상으로 흉측한 외모를 했던 기억이 생생한 원기로서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본능적인 거부감 또한 무시할 수 없어서 조금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희연은 기절할 지도 모를 임팩트있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리디아가 반문했다.

“아니, 저들이 저렇게 눈에 띄니.”

“아, 그렇네요. 따끈따끈한 번데기가 먹고 싶어지네요.”

리디아는 번데기 통조림을 떠올리고 침을 삼켰다.

엘프들은 숲을 사랑하지만, 맹목적으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환경을 소중히 여길 뿐이었다.

그래서 숲을 관리해왔다.

그리고 그들의 식량 중에 하나는 곤충들이었다. 특히 흰개미들은 엘프들의 주거를 망치는 위험한 존재였다. 그리고 식량이 부족해서 죽어가는 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곤충은 풍부한 단백질이 든 소중한 식량이었다.

엘프들의 식성은 베어 그릴스를 능가하면 능가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그, 그렇군.”

원기는 그 사실을 프레이야의 기억을 통해서 깨닫고 석연치않은 미소를 지었다. 숲에 사는 바퀴벌레들은 그다지 지저분하지도 않을 뿐더러, 흰개미와 비슷한 맛을 지녔다. 종족 적으로 가깝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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