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5화 성궤 강탈작전(1)
아스가르드의 굴베이그령의 혼란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었다.
펜릴령을 수호하기로 마음먹고, 헬의 영역을 로키에게 넘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적지 않았다.
결정적인 것이 바로 헬령의 황폐화였다. 로키가 이끄는 군단이 굴베이그령으로 바로 공격해오는 것을 막는다는 목적과 신성력의 확보를 위해서 세계수를 베어왔고, 이는 헬 지역이 황폐화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반면, 프레이야 제국에서 흡수한 헬의 전력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퀸이 있는 흡혈귀들과 거미족, 벌족, 개미족, 그리고 집단 생활을 하는 바퀴벌레와 몇몇 유용한 충인족들이 전부였다.
그 밖의 통제가 어려운 종족들은 대부분 방치된 상태였다.
그들과 식량취급당하던 인간들은 결국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굴베이그령에 흘러들어온 것이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그리고 만만한 기회의 땅.
그것이 아스가르드에 있어서 굴베이그령의 위치라고 할 수 있었다.
굴베이그 원주민들은 프레이야의 휘하에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통제를 따르고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모든 굴베이그의 인간들은 군대에 입대해서 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것은 주로 귀족들이었고, 그들은 교육 대신에 전투 훈련과 치안에 돌렸다.
그리고 그것을 책망할 수도 없었다. 당장 치안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굶주리지 않는 풍족한 식량이 있고, 고가에 거래되는 무기가 넘쳐났다.
그리고 부패한 귀족들은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었다. 외부에서 들어온 강도단과 내부에서 돌아다니는 강도단은 여전한데, 헬 측에서 넘어온 충인족들과 식용 노예들까지 넘쳐나게 된 것이었다.
식량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노예 출신 인간들은 범죄의 희생양이 되기도 하고, 범죄의 가해자도 되면서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부득이하게 아더왕은 병사들을 이끌고 헬 제국과의 경계를 이루는 도네 강변에 관문을 만들고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로키의 공격을 막고, 헬의 잔당들이 함부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이곳 저곳의 소요를 진압하는 일도 맡고 있었다.
요새로 오는 열차들은 수시로 공격을 받았고, 철로가 부서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엘프들은 물론이고 다크엘프들도 너무 부족하니 골치가 아프군요.”
멀린은 답이 안나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는게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어.”
아더 역시 한 숨을 쉬면서 의자에 등을 기댔다.
“육체적 피로가 쌓이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야겠군요.”
랜슬롯도 지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에인페리아의 육체와 성역 효과가 그들의 육체를 항상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만큼 더 스스로를 혹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 사람 모두 책임을 무시하고 쉴 수 있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리고 정신적 피로는 어쩔 수 없이 누적되고 있었다.
“조만간 리베로들이 다수 배치될 거라고 합니다. 약 오백기 가량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오백기라. 죄다 소형이겠지? 비탑승형의?”
“그렇겠지요.”
초기에 개발된 4미터 급의 소형 리베로는 지구에서는 특수 구조용이나 작업용, 그리고 나이트 엔젤들의 지원용으로 소수 사용되고 있었다.
진짜 컴퓨터로는 쓸만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인 전투나, 대인 구조 같은 틈새 시장에 정착했을 뿐, 희소성 높은 정령들을 소형 리베로에 투입하는 것은 지구에선 생각할 수 없었다.
반면, 충분한 정령들과 엘프, 다크엘프들이 당당히 투입될 수 있는 아스가르드에는 소형 리베로들의 활약이 충분히 가능했다.
반면 중형 리베로들이 아스가르드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첨단 전자 장비들은 대부분 뺀 상태로 투입되어야 했는데, 그런 부실한 몸을 자연스럽게 컨트롤할 수 있는 정령들은 극소수였다.
“오백이라. 다크 엘프들이라도 오백명이 투입된다면 숨은 좀 돌리겠군.”
“그건 아닙니다. 그들은 펜릴 방면 요새 건설에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할 겁니다.”
멀린의 말에 아더의 표정이 굳어졌다. 펜릴 방면 요새 건설이 급하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혼란에 빠진 굴베이그령보다 펜릴 제국이 훨씬 더 크고 통제도 잘되고 있었다.
자유와 방종에 도취된 굴베이그령의 인간 귀족들보다는 펜릴 제국의 수인족들이 통제하기 쉬웠다.
펜리아가 나서면 대부분의 수인족들은 충실하게 펜리아에게 복속할 것이 분명했다.
반면 굴베이그의 경우, 인간들을 부유하게 만드는데만 집중해온 성향이 있어서, 귀족들의 방종과 부패는 뿌리가 깊었다.
굴베이그를 여신이 아니라 황금의 마녀라고 칭해지기도 한 것은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상황은 단기적으로는 더 악화되겠군. 장기 휴가를 좀 받아야겠어. 여신님 곁에서 말이지.”
세계수의 공명을 통해 전달되는 바니걸 통신도 차원의 벽은 넘을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조제성의 이능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덕분에 조제성과 유혜서는 양쪽간의 중요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기도 했다.
“로키의 7, 13, 14 세 군단의 도합 7만명이 국경 쪽으로 배치되고 있다고 합니다. 보급을 위해서 굴베이그령에 진출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악이로군. 자칫하면 정령들이 양산되겠어. 프레이야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군.”
아더는 한숨을 쉬며 허공을 보았다. 바니걸 통신의 힘은 꽤 강력한 것이었다. 맛본 사람들을 중독에 가깝게 매료시키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아더왕 일행처럼 그 유혹을 이기고 여신을 위해 일하게 만드는 힘 또한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리베로가 양산되고 전투에 적극적으로 활용된 덕분에, 엘프들이 죽자고 싸우는 것도 아더의 골치를 썩히는 문제 중 하나였다.
그마나 리베로 이전에는 정령이 되더라도 잉여라는 의식이 있어서,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정령이 되는 쪽이 더 여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죽을 각오로 싸우는 것이었다.
여신이 엘프들의 죽음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자제하고는 있지만, 죽을 자리를 찾는 다는 느낌을 지휘관으로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현재 우리에게 있는 전력은 병사 2만에 엘프 300명, 소형 리베로 300기에 중형 리베로 2기가 전부입니다.”
“쉽지는 않겠군.”
“아마도 전선을 고착시키러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 반대편에 성을 쌓을 준비를 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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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거인들 이름이 리베로라고 했나? 제법 강해 보이는군.”
“저놈들이 가진 총기는 위력이 상당해. 오우거라고 해도 즉사를 면할 수는 없어.”
아스가르드에 투입된 리베로들은 볼트액션식 소총들을 장비했다. 기술력 자체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이미 AK-47의 아류작 같은 소총들이 퍼진 상태이긴 하지만, 금속 제련 기술은 그리 높지 못해서, 총들의 질은 그렇게까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검이나 갑옷을 만드는 기술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총기에 사용되는 금속에게 요구되는 기술은 또 다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탄피의 문제도 작지 않았다. 탄피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현대와는 달라서 유지비가 엄청난 것이었다.
그런 점 때문에 탄환의 관리는 철저한 편이었고, 돌격 소총이 아프리카나 중남미처럼 미친듯이 번지지는 않았다.
로키의 군세는 혼성 종족 부대였다. 오크, 오우거, 트롤, 고블린 등 인간을 베이스로 전투 종족으로 개조한 종족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우거들로 상대하는 것은 어려울까?”
“성역을 밀어붙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되는군. 적의 성궤를 빼앗으면 우리가 승리한다.”
굴베이그가 탑승한 거북전차 2호차량은 아스가르드에서 성궤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단단하기는 하지만 그리 빠르진 않지. 한번에 몰아붙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로키의 군단들은 이동 성전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었다. 세계수 자체는 크지 않지만, 신관들의 성역 확장기술과 결합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신성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굴베이그보다 오히려 강할 수 있었다.
엘프들과 리베로들은 부담스러운 상대지만, 그렇다고 못이길 상대들은 아니었다. 동작이 느리고 머리가 나쁜 오우거들이라면 상대하기 힘들지만, 오우거 에인페리아나 오크 에인페리아들은 충분히 상대해 볼만 했다.
오우거는 성기사나 신관이 존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서, 성역을 두고 싸우는 상황에서는 그리 큰 도움이 못된다. 방패를 들고 방패병의 역할을 하거나 짐꾼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크 성기사들은 충분히 소형 리베로를 힘으로 압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크 신관들은 육박전의 명수로, 평지에서라면 능히 엘프들을 때려잡을 수 있는 강자들이었다.
장수한이나 호철이 보았더라면, ‘우와. 108나한 진법이다’라고 일컬을 만한 진형도 존재했다.
신관들의 경우, 진형을 통해서 성역의 성력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보통 중심부에 높게 형성되는 성역이지만, 쐐기진 형태로 변화시켜서 특정 지점에 고레벨 성역을 형성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신관들이 전선에 노출된다는 것이 유일한 문제점이지만, 무협에 등장할 만한 무승이나 다름없는 강인한 육체와 체술 덕분에 별 문제가 없었다.
“원진으로 진격해서 쐐기진을 이용해서 제압하는 것으로 하지.”
“성궤라고 해도 레벨은 그리 높지 않아. 쐐기진의 선두와 맞서면 무력화할 수 있겠지.”
“정말로 성궤에 든게 굴베이그의 본신인건가?”
“로키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틀림없겠지. 하지만 정말 믿기 힘든 이야기로군.”
“성궤만 빼앗는다면, 굴베이그 령은 우리 것이나 다름없어.”
“과연 속아줄까? 성을 쌓고 있기는 하지만.”
“딱히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으니. 조짐은 나쁘지 않아.”
“작전대로 된다면 성궤 확보는 틀림없겠군.”
그들은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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