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화 성궤강탈작전(2)
“프레이야 개객기. 바니걸 개객기.”
“잘 해주셨습니다. 당신은 프레이야 여신의 추종자입니까?”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대체 이건 무슨 미친 짓입니까?”
일본 민자당의 사토 차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보안을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교섭해야 할 상대는 말도 안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신화속의 신이라고 할지, 요괴라고 해야할지 모르는 존재입니다.”
“앞의 주문 같은 건 뭡니까?”
“바니걸 어쩌고 하는 것 말입니다.”
“일종의 수호 주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니걸’이라는 존재가 인간을 세뇌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주문을 읊은 이들은 세뇌를 당하지 않습니다.”
“바니걸이 프레이야 여신이라는 존재입니까? 프레이야라, 애들 게임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듯한 이름이군요.”
“북구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이름입니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존재임은 틀림없습니다. 최근에 돌연 나타난 초능력자들은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합니다.”
사토 차관은 자신이 꽤 중요한 비밀에 접촉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은 도시전설에 가깝지만, 초능력자들이 출몰하고 있다는 소문은 점점 사람들의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부근에 초능력자들을 양성하는 시설이 있다는 소문이라든가, 후쿠시마에 살고 있는 이들이 초능력을 각성한다는 소문 등도 있었다.
후쿠시마와 연결된 소문이라 방사능 루머로 취급해서 코웃음 치는 과학자들이나 의학자들이 많았다.
후쿠시마와의 연관성이 오히려 소문의 신빙성을 떨궜지만, 정부는 쉬쉬하면서도 초능력자들의 쌓이는 증거에 주목하고 있었다.
“인첩부라니, 그런 부서가 실제로 있었을 줄은 몰랐군요. 닌자라니, 질나쁜 농담같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우리당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해외에서 첩보 활동을 하다가 노출된 사례까지 있습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들과의 교섭에 모든 것이 걸려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로서 탄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무리입니다. 범국제적인 조직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료 기술의 혜택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불로불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화제의 장기공장은 그들이 제공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여신’이니까요. 사토 차관님을 부른 것도 그때문입니다. 따님이 장기 제공으로 건강을 회복하셨지요.”
“골치아프군요. 교섭이 필요한 거로군요.”
“예. 그래서 교섭의 귀재로 불리운 사토 외무사무차관님을 청한 것입니다.”
“그럼, 이 정보들은?”
“예. 현재로서는 대신급의 간부들만 알고 있는 정보입니다. 외무성에서는 외무대신만 알고 계셨던 정보입니다. 부대신님들도 모르고 계십니다.”
사토 외무사무차관은 한숨을 쉬었다. 외무성에는 자신보다 상관이 부대신이 두명이 있고 대신정무관이 세명이 있었다. 그들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꽤 위험한 정보에 접근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보통은 이런 기회를 출세의 기회로 여길 수도 있지만, 사토는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패전처리를 맡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군. 이걸로 내 경력도 끝인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사토 차관은 어깨에 무거운 짐을 느꼈다.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교섭에 응해야 하는 것이다.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프레이야 교단에 대한 정보입니다. 참고가 되실 거라고 봅니다. 보신 후 반드시 소각해주시기 바랍니다.”
두꺼운 파일 뭉치가 그의 앞에 놓여졌다. 여전히 극도의 중요 정보들은 디지털화하지 않고 있었다. 리베로, 학습형 컴퓨터라고 불리우는 초인의 유령, 불로불사, 장기공장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쓰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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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왜 저들에게 이렇게 많이 퍼줘야 하는 거지요? 오히려 우리쪽이 받아낼 수 있는거 아닌가요?”
리디아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인첩부의 실체를 알고 나서는 더욱 그랬다. 인첩부는 일본의 집권 여당이 부리는 사조직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실체가 언론에 드러난다면, 정치권은 엄청난 변동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일본 정부 소속이지만, 일본 정부 소속이라고 할 수 없는 짓들을 저지르는 조직이었다. 그 존재는 정치권에 있어서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잘만 이용하면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조제성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약점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는 것은 근시안적인 하수지. 약점은 친구를 만들라고 있는거야. 약점을 잡혀서 갈취를 당한 상대는 언제나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지. 하지만 약점을 잡은 상대가 자신에게 우호적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져. 적보다는 친구이길 원하게 되는거지.
이건 심리학적인 거야. 인간은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상황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싶어하거든. 약점을 알고 있는 상대에게 편안함과 친근함을 느끼기도 하고 말이지.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부끄러운 추억을 남에게 떠들기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지.”
인간은 공범을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조제성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본 정부, 실질적으로는 집권 여당의 치부를 알게 되고서도 그 약점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많은 것을 양보할 준비를 했다.
약점을 이용하지 않고 덮어준다. 그리고 호의를 표시한다는 것이 바로 조제성의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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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사토는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리디아의 제안은 대단히 호의적이었다. 인첩부의 활동에 대해서 완전하게 비밀을 지켜줄 것을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수의 지원과 리베로를 위한 정령 공여의 확대까지 약속을 받았다. 그외에는 대부분 양자에게 득이되는 거래를 했다. 특히 일본의 이익이 더 큰 거래였다.
그리고 이 교섭들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총리를 비롯한 실세들이 보고를 받고 참가하게 되었다.
교섭이 악의적이고 불리하다면, 그 책임을 사토에게 전가할 생각이었지만 얻을 것이 많은 교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총리와 조제성 등 주요 인물이 배석한 가운데 사토와 리디아가 교섭 대표로서 교섭을 진행해 나갔다. 그리고 조제성이 준비한 결정적인 카드가 튀어 나왔다.
“이건 미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가 아직 모르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우리 여신님께서는 달에도 기지를 가지고 계십니다.”
“달에 기지를요? 허허. 믿기지 않는군요.”
“엄밀히 말하면 기지가 아닌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산이 많으니 광산도시라고 해야 할까요?”
리디아의 말에 사토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도시급의 기지가 월면에 있을 뿐만 아니라, 광물자원들을 생산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엄청난 가치가 있는 정보였다.
“그걸 말씀해 주시는 이유는…”
“협력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사토 차관께서는 외무성에 계시니 자원의 중요성, 특히 질 좋은 철광의 중요성을 아실 것 같습니다만…”
“질좋은 철광이라면, 어떤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요.”
“지구에선 찾아볼 수 없는 고순도의 철광입니다. 어떤 지구의 철광보다도 질이 좋다고 자신할 수 있군요. 우주 공간에서 채굴되는 철광석이니까요. 루나 스틸이라고 불러도 좋겠군요.”
리디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수행원에게 눈짓을 했다. 조제성이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전적으로 주도하는 것은 그녀의 이능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수행원은 쌓여있는 상자 가운데 하나를 테이블 위로 옮겼다. 상자는 목재로 만들어져있었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드워프들이 세공한 상자는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욱 기품있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이건 여러분들에게 제공하는 기념품입니다. 샘플이라고 해도 좋겠군요.”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멋지게 만들어진 일본도와 몇몇 장신구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루나 스틸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일본도입니다. 예리하고 질긴 최상품이라고 해야겠지요. 검술의 달인들이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해주더군요. 드워프들이 만든 것입니다. 다른 액세서리들은 달에서 채굴된 잡석들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녀가 말한 잡석에는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천연 보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달에서 채굴되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도 보석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고가품들이자, 예술품들이었다.
드워프들은 현대의 기계를 만들어내는 재주는 아직 부족하지만, 수공으로 무구나 장신구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독보적이었다.
“철광이라, 순도 높은 철광석이라니.”
사토 차관은 보석보다는 월면에서 나오는 철이라는 것에 주목하고 있었다. 월면의 순도높은 철광석이라면, 보석보다 훨씬 가치가 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정도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까요? 어느정도의 양을 얻을 수 있습니까? 일본이 독점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겁니까?”
사토 차관의 태도에 조제성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일본에서 교섭 상대로 내보낼 만한 가치는 있는 인물이었다.
일본도나 다마스커스검은 독보적인 강함으로 신화에 가까운 전설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은 무기의 성능보다는 환경적 조건에 의한 것이었다.
일본은 화산지대고, 다마스커스 검이 나온 지역은 넓은 사막이었다.
사막에서는 광산의 개발이 어렵고, 화산 지대에서는 노천 광산에서 쉽게 채굴할 수 있었다.
화산을 통해 나온 철광석은 사철급으로 질이 낮았다. 녹아서 불순물들과 섞이기 때문이었다. 사철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녹여서 철괴로 만드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많이 섞이게 된다.
일본도 중동도 최악의 철 말고는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기들이 죄다 무르고 잘 휘었다. 그런 속에서 질낮은 철로 쓸만한 무기를 만들기 위한 궁리가 소위 다마스커스 제법이었다. 가열하여 접고 두들기기를 반복해서 불순물을 빼내고 예리함과 탄성을 주는 방식이었다.
일본도와 다마스커스검은 주변의 허접한 무기를 압도하는 신화적 강함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변의 무구들에 대한 상대적인 강함이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타이거 전차에게 형편없이 깨지던 셔먼 전차들이 태평양 전선에 도착해서는 일본의 형편없는 전차들과 조우하게 되고서는 무적의 강함을 자랑한 것과도 비슷했다.
양산되는 독일제 식칼이 명도로 이름난 일본도를 압도하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었다.
루르 공업지대에서 채굴되는 철은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질을 자랑했다. 독일에서 생산되는 전차포를 미국에서 수입해서 쓸 정도였다. 독일의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은 철광의 질에서 비롯되는 면이 있었다.
식칼, 자동차, 전차 포신까지 질좋은 철광 덕분에 경쟁자를 압도해 온 것이다.
순도가 높은 철이라면, 원하는 합금을 높은 정밀도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제강공정에서 아무리 불순물을 제거한다고 해도, 한계는 있게 마련이었다.
“독점은 무리입니다. 조만간 다른 나라들에게도 월면 ‘국가’의 존재는 밝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리디아는 교묘하게 월면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측 인물들도 그것을 인식했지만,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달의 자원을 특정 국가가 단독으로 개발하는 것을 금하는 UN의 월면 조약은 어떤 국가도 서명하지 않았다.
우주에는 어떤 나라도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우주 협약이 있지만, 이는 나사가 이미 미국의 재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아폴로 11호와 17호의 착륙지점 등을 접근 금지 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라서 무력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월면도시, 월면국가가 재산권과 소유권, 접근 금지권을 주장한다고 해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을 터였다.
‘저들이 월면 국가를 주장해도 부정할 수는 없겠군.’
조제성이 일본에게 월면 도시의 정보를 밝힌 것은 일본이 강대국들 가운데에는 군사력이나 우주 개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유인 비행을 이미 옛날에 성공시키고 우주 자원 개발을 노리는 미, 중, 러 보다는 교섭하기 쉬운 상대였다.
지구에 영토를 갖지 않은만큼, 오히려 강대국들보다 우주 개발 능력이 없는 다수 국가들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었다.
‘우리에게는 되려 더 유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리디아의 배가교환은 교묘하게 작용해서, 일본측이 프레이야의 월면 도시를 옹호하게 만들었다. 조제성의 노림수가 적중한 것이었다.
“월면 개발 기념품 셋트는 여러분들께 드릴 수도 있고,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특별 가격에 판매해 드려도 될 듯 하군요. 10셋트 한정으로 셋트당 천만엔이 되겠습니다. 보증서도 포함시켜 드리지요.”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한 셋트 구입하고 싶군요.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품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천만엔은 헐값도 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뇌물에 가깝지만, 싸게 구입하는 방식은 뒷처리가 쉬운 편이었다.
약점을 잡았으니 뜯어낸다가 아니라, 약점을 잡았으니 친구로 만든다는 조제성의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던 조제성은 갑자기 놀라서 벌떡 일어나며 무의식 중에 외쳤다.
“뭐라고? 굴베이그님이 적의 수중에 떨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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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오크 군세가 강을 건널 준비를 하자, 아더는 리베로를 중심으로 한 정예 전력을 이용해서 대응에 나섰다.
오우거들과 리베로들의 전투가 벌어졌다. 덩치가 크고 무장도 충실한 리베로들이 오우거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오크 신관들이 진법을 사용해서 오우거들을 지원하자, 상황이 안좋아졌다.
성역은 기본적으로 구형이었지만, 오크 신관들은 진법을 이용해서 성역을 변형시켜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고, 선두에 선 오우거들에게 성역 효과를 집중시킨 것이었다.
이에 대응할 수단은 굴베이그의 성역말고는 마땅한 것이 없었다.
거북 전차가 전진했다. 그로 인해서 오우거들의 강화가 풀렸고, 상황은 정리되는 듯했다.
그리고 그 때를 노려서 강에서 거대한 뱀이 기어올라왔다. 바로 요르문간드였다.
강 바닥을 몰래 기어서 접근한 것이었다. 요르문간드는 거침없이 움직여서 거북전차의 퇴로를 끊었고, 자신의 몸을 부상시켜서 다리를 만들었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오크들의 대군이 요르문간드의 몸을 타고 강을 도하했다. 수백기의 리베로를 가지고는 당해낼 수 없었다. 오크 신관들이 먼저 진형을 짜고 성역을 전개하면서 넘어온 터라 총병들은 그다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강에서 튀어나온 요르문간드는 기습적으로 아더의 중형 리베로를 박살내버렸고, 랜슬롯의 기체 역시 성역의 지원을 받은 오우거들에게 박살나버렸다.
소형 리베로들은 전멸했고, 그들과 계약한 엘프와 다크엘프들 가운데도 상당수가 전사하는 결과를 낳았다. 굴베이그가 적지에 떨어진 상태에서 후퇴하기는 용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북전차 내부에 공간이동 게이트를 설치하지 않았다. 굴베이그가 내부에 존재해야지만 게이트가 작동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성역간 침식이 일어나는 상태에서는 게이트 같은 고도의 기술을 정상 작동시킬 수 없었다.
굴베이그는 그렇게 적진에 고립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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