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화 성궤강탈작전(3)
‘이런 빌어먹을!’
요르문간드는 자신의 몸통을 물어뜯은 거북전차에 분노해서 괴성을 질렀다. 마수의 거대한 포효는 대부분의 오크들까지 꼼짝못하게 만들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에인페리아들과 오크 신관들만이 성역을 유지하며 굳건히 서 있을 뿐이었다.
프레이야측 병사들은 대부분 도망쳤다. 랜슬롯이 사망 전에 후퇴 지시를 내려뒀지 때문이었다. 남은 것은 오직 거북전차 뿐이었지만, 요르문간드로서도 꽤 골치아픈 존재였다.
리베로처럼 뭉게버린다고 뭉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되려 머리를 움직여서 그의 몸통을 물어 뜯었다.
그리고는 입 속에서 화염방사기로 화염을 뿜어댔다. 독과 발칸포 등의 온갖 무기가 사용되었지만, 화염 외에는 요르문간드에게 통할만한 무기는 없었다.
마수의 거대한 육체는 신성력으로 강화되어 왠만한 무기는 통용되지 않았다. 고열에 대한 내성도 상당히 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거북 전차의 이빨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고열을 계속 뿜어대자 요르문간드도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분노해서 자신의 몸통을 물고 불을 뿜어대는 거북 전차를 물었다. 신검을 능가하는 요르문간드의 이빨이 거북 전차의 장갑에 박혀들어갔다. 장갑에는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상처입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장갑이 두꺼운 탓에 완전 관통은 되지 않았다.
요르문간드는 분노로 거북전차를 힘껏 잡아챘다. 2호차와의 연결 장치가 끊어지면서 70톤에 달하는 거북전차가 하늘로 번쩍 들어올려졌다. 거북 전차의 이빨은 요르문간드의 몸통을 물고 있었지만, 이빨 자체가 고열로 약해진 탓에 부러져서 빠져 나온 것이었다. 비늘을 녹이지도 못하고 뜯어내지도 못하는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요르문간드의 입 속에서 거북전차는 섬광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엄청난 빛과 고열 폭음과 바람, 그리고 파편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오크를 비롯해 오우거들이 떼죽음을 당했고, 오크 신관들이나 에인페리아들조차도 다수 죽음을 당했다.
거북전차의 장갑은 외부의 압력에 강하지만, 내부에서의 압력에 약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설계 자체가 거대한 파편 수류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폭용 병기였다.
그리고 이 황당한 공격은 요르문간드의 거체에도 통했다.
머리통이 날아갔고 몸통도 여기저기가 파편에 꿰뚫렸다.
‘당했다.’
요르문간드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리가 날아간 통에 고통을 느낄 수도 없었던 것이다.
요르문간드는 남아있는 몸통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리통이 날아갔지만, 요르문간드의 거체에 있어서 머리통은 몇십분의 일에 지나지 않았다.
육체를 통제하는 사령탑을 잃어서 통제가 쉽지는 않지만, 그 전신이 신성력의 집대성이기에 방치할 수는 없었다.
요르문간드의 남은 육체가 꿈틀거리면서 강물 속으로 잠겨들어갔다. 바닷속에서 머리통을 회복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몇 년은 걸리겠군.’
요르문간드는 자신의 강력한 무기가 봉인되는 것에 불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몇백년을 살아온 그에게 불과 몇 년은 그리 크지 않다고 느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거북 모양의 철괴수가 폭발했습니다.”
“굴베이그는 어찌 되었지? 성궤는 어찌되었나!”
피해 상황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처참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굴베이그까지 놓친다면 그거야 말로 대 실패가 될 터였다.
“있습니다! 놈이 강물로 기어들어가려고 합니다.”
“안돼! 막아!”
2호차는 말 그대로 거대 금고였다. 왠만한 공격에는 흔적도 나지 않았다. 거북 전차의 강력한 파편에 맞았음에도 스친 자국만 남아있었다.
개량을 거듭한 두꺼운 장갑 덕분에 중량이 이백톤 가까이 나가는 엽기적인 몸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1호차 없이는 등판은 꿈도 못꾸고 시속 4키로에서 5키로 밖에는 나가지 않았다.
그런 2호차가 강물을 향해서 슬금슬금 움직인 것이었다. 이백톤에 달하는 금고가 물속에 잠기면, 상대는 손을 쓸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오크 지휘관이 외치자, 오크 신관들과 에인페리아들이 달려 들었다.
처음에는 막을 수 없을 듯 싶었지만, 나무 기둥을 지렛대처럼 사용하고 떼로 달려들자 전진을 막는데 성공했다.
“멈춘건가?”
“좋아! 일단 뒤집는거다!”
오크 사령관의 지시에 2호차를 뒤집으려는 순간, 2호차가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2호차는 2개의 무한궤도를 가진 일반적인 전차와 달리 4개의 무한궤도가 장착되어 있었다.
자동차처럼 네개의 바퀴를 가진 셈이었다. 그리고 각각의 바퀴가 차체 안쪽을 향해서 맹렬히 돌기 시작했다.
앞바퀴는 뒤로 가려고 들고, 뒷바퀴는 앞으로 가려고 드는 것이었다. 그러자 2호차 주위로 돌과 흙먼지가 튀기 시작했다. 오크들은 당황해서 살짝 몸을 피했다.
“대체 뭐하는 짓거리지? 저항인가?”
하지만 그 결과는 다음 순간 드러났다.
“성궤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말이 안되는 소리 같았지만, 2호차는 아주 천천히 굉음을 내며 조금씩 땅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리고는 약 1미터 정도의 차체를 남기고 멈춰섰다. 2호차의 본래 높이는 약 3미터이니 2미터 정도가 땅에 파묻힌 것이었다. 땅 위에 금고가 솟아나온 형상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지상 안전 모드가 발동되었습니다.]
2호차 내부의 멀린과 굴베이그는 발키리의 안내방송을 들었다. 주위 상황은 카메라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오크들과 오우거들이 주위를 둘러싼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구출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게 없군요.”
“어둠속에 조용히 누워서 기다리면 되는 건가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같이 게임이나 하시지요. 비상 식량도 충분합니다. 한달 정도 게임이나 하면서 놀다가 그 다음에 어찌할 지를 결정해야겠지요.”
조제성과 장수한이 최대한 프레이야의 안전을 고려해서 만든 것이 거북전차였다. 적에게 포위, 고립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이 지상안전 모드였다.
이상적인 것은 수중 안전 모드였다. 물속에 들어가서 강바닥에 박혀 있으면 적들이 손을 쓸 수 없을 것이었고, 구출이나 탈출도 훨씬 쉬워졌다.
지상 안전 모드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땅속에 숨어드는 모드였다.
기계장치가 집중되어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차체 하부를 보호하고 적들이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땅속에 절반이상 박힌 200톤의 금고를 끄집어 올리는 것은 요르문간드의 거체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추가로 지하 안전 모드도 있었다. 전동력을 동원해서 땅속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이었다. 지상 안전모드가 1미터 가량 몸체를 드러내 놓은 것은 시간은 걸리더라도 자력으로 탈출 할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땅을 파! 주변의 땅을 파서 놈을 노출시켜라!”
오크 지휘관이 외치자 오크들이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근육질의 신관들과 에인페리아들이 미친듯이 땅을 파자 금새 주변의 땅이 정리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땅을 파는 동시에 2호차도 굉음을 내면서 보조를 맞춰서 가라앉았다.
10미터 가량의 거대한 구덩이를 파내고서야 오크 사령관은 삽질을 멈추게 했다. 답이 안나오는 상황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우선 주변에 목책을 세워라! 그리고 채석장을 확보해라. 아예 이곳에 요새를 만드는 거다!”
오크 사령관은 성궤를 감시할 병사들을 남겨놓고, 진지 구축에 들어갔다. 인내심 싸움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웅덩이에 물을 채워라! 어떻게 나올지 상황을 보자! 숨도 못쉬게 만드는거다!”
멀린은 그 상황을 지켜보고 미소를 지었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고 했던가. 물 속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것은 분명했다.
내부의 공기와 식량은 두사람이 사용해도 넉넉한 약 이개월 분량이었다. 그리고 멀린은 이곳에 게임 캐릭터로 왔다. 자살을 하고 동일 좌표 지점의 최고 위치에서 부활할 수 있었다. 멀린은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굴베이그의 경우에는 탈출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한 냉동수면 장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한달 정도 상황을 보고, 여의치 않으면 굴베이그를 냉각시키고 멀린이 탈출하는 것으로 시간을 더 벌 수 있었다. 적들이 끌고가는 것을 막으면서 구조할 시간을 버는 시스템, 무게 그 자체가 최고의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고민해서 해결 안될 때는 그냥 고민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결정은 머리가 맑을 때 내려야 하는 것이고 말이지요.”
“그래. 나도 멀린씨 의견에 찬성이야.”
비숍이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리고 나이트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멀린은 그냥 나가는게 낫지 않을까? 우리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한사람이라도 많은게 더 덜 지루하실 겁니다. 그리고 지금 나가면 또 죽어야 되니까 말이지요. 최소한 두번은 죽어야 하고, 추가로 몇번을 더 죽어야 탈출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불쌍한 늙은이 좀 봐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새파란 미소녀의 모습으로 하는 말이라 설득력은 없었지만, 나이트는 코웃음을 치고는 외면했다. 나이트가 자신을 배려해서 해준 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멀린은 내심 쓴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조승상님께 맡겨야 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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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조제성은 간단히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적의 대규모 전력을 한달 이상 묶어놓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이익입니다. 그러니 최대한의 시간 방치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조제성의 전략은 야박해보이지만 타당한 것이기도 했다. 어설프게 전력을 투입하면, 적들은 전력을 증강할 것이 틀림없었다.
반면 철저하게 무시하고 적들의 세력이 약한 곳을 유린한다면, 적들은 자신들이 쥔 카드의 가치를 의심하게 될 것이었다.
“두달 간 기회를 보다가, 기회가 생기지 않으면 전력을 투입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애 보도록 합시다.”
원기는 조제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한 구출 작전은 심각한 인명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더와 랜슬롯은 차마 표현은 하지 못했지만, 안색이 굳어졌다.
조제성의 판단은 타당하지만 지나치게 차갑다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굴베이그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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