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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38화 (338/497)

338화 굴베이그 탈환 작전

“으아악!”

오크 수십마리가 비명을 지르면서 튕겨나갔다.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톱으로 성궤를 자르려던 이들이었다.

갑자기 흐른 고압전류로 인해서 대부분의 오크들이 즉사했다. 강렬한 방어력과 근육을 자랑하는 오크 신관들까지도 죽음을 면치 못했다.

성궤에서 강력한 전기가 흐르기 직전에 굴베이그의 성역이 일시적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쉽지 않군. 번개의 힘인가.”

오크 지휘관은 눈살을 찌푸렸다. 물을 붓고 사흘이 지나도록 꼼짝도 하지 않고 건재한 모습을 보인 성궤를 방치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판단에 물을 빼고 성궤를 파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나친 장기전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하지만 성궤는 결코 녹녹하지 않았다.

“땅굴을 파고 지하로 접근하는 건 어찌되었나?”

“실패했습니다. 묘한 진동이 땅을 무르게 만듭니다. 나무로 기둥을 세우려고 해도 지탱이 되지 않습니다.”

성궤, 곧 2호차의 약점은 차체 하부였다. 무한궤도를 비롯한 가동 구조물들도 있고 바닥의 장갑판보다는 상면과 측면 장갑에 치중했기 때문이었다.

성궤는 느리고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에 적들 사이에 고립되는 최후의 상황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절반쯤 묻히는 안전모드를 위해서 차체 하부에 초음파 굴착기가 달려 있었다. 물체에 공명하는 주파수를 이용해서 바위나 장애물을 분쇄하는 역할과 지면을 무르게 만드는 두가지 작용이 있었다.

이로 인해서 땅굴을 파고 아래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방법이 없군. 장기전으로 가야겠다.”

로키에게는 마수형 신체가 없었다. 펜릴과 헬, 요르문간드에게는 마수형 신체를 만들도록 유도했지만 신으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로키 자신은 빠진 것이었다.

‘안에 여신이 있으니 자폭하진 않겠지. 그걸 생각하면 아쉽군.’

오크 사령관은 성궤를 둘러싸는 돌 건축물과 성벽을 만들도록 지시를 내렸다. 전기와 초음파를 이용해서 돌발적으로 자기 방어를 하는 성궤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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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성은 방치라고 말했지만,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당장 군대를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구출 작전에서는 최소한 보름이상이 걸릴 터였다.

별도의 준비까지 생각한다면 두달은 꽤 촉박한 편이었다.

“일단 적들에게 포병의 무서움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오딘이 구스타프 열차포를 사용하고 있으니, 포에 대한 것은 노출시켜도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물론 성역이 있으면 포격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들 가운데에는 굴베이그라는 거대한 지뢰가 존재하지요.”

성역과 연계해서 만들어지는 성벽에는 신성력을 유도하는 마법진이 새겨진다. 이를 이용하면 목책으로 공성병기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문제는 프레이야 제국이 채용하고 있는 열차포였다. 구스타프 급의 무지막지한 물건은 아니지만, 레오폴드 열차포를 재현해서 제작한 열차포였다.

이것도 꽤 유명한 물건이어서 자료를 구하기 쉬웠고, 특히 나치의 기술이라 오딘에게 노출되도 부담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290미리 구경의 열차포는 성역이 작용한다고 하도라도 완전히 막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특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라 치명적이었다.

2호차, 성궤라고 할지라도 신성력의 보호가 아니라면 데미지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강력한 무기였다.

착탄 예정 시간에 굴베이그가 신성력을 강화해서 성궤를 보호하는 동시에 성역을 약화시킨다면 타격은 말로 못할 것이었다.

조제성의 고민은 성동격서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어설픈 전략으로 상대가 눈치채게 만든다면, 상대는 굴베이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전력을 더 집중시킬 터였다. 그곳에 열차포의 포탄들을 쏟아붓는다면 상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줄 수 있었다.

반면 상대에게 양동작전을 성공시킨다면, 안전하게 굴베이그를 빼올 수 있었다.

어느쪽을 선택할지가 그에게 있어서는 고민이었다.

“형님. 제가 추진해온 프로젝트가 완성단계인데, 투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장수한의 말에 조제성은 기억을 짚어봤다. 장수한 역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상당히 많았다.

박승희가 사업상에 있어서 완벽한 조력자이자 조제성의 오른팔이라고 한다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무시못할 추진력으로 실현하고 있는 장수한은 왼팔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박승희가 너무 건실해서 탈이라면, 장수한은 실리를 따지지 않아서 탈이라면 탈이었다.

장수한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이 중구난방에다가 뜬금없고 실현 가능성도 천차만별이어서 순간 난감했지만,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하나가 있었다.

“육백만불 프로젝트로군.”

“옙. 실제로는 육천만불 정도 들었습니다만.”

장수한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바이오 메카닉 하이브리드 몬스터였다. 일명 ‘육백만불의 오우거.’가 바로 그것이었다.

몬스터의 무시무시한 생명력을 이용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장점은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몬스터의 유효 활용이었다. 생체 지뢰삼아 깔아놓은 몬스터들이었지만, 프레이야 제국령에 대한 방어태세가 구축되면서 백해무익해진 몬스터들을 유효하게 써먹자는 것이었다.

몬스터 퇴치에는 어차피 예산이 사용되어야 하는 만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라고 할 수 있었다.

몬스터들의 생명력과 재생력은 상당한 수준이라, 트롤만큼 빠른 회복은 아니지만 오우거들의 회복력도 대단했다. 눈을 다쳐서 실명을 하더라도 한달 정도면 회복되는 것이 프레이야가 지뢰삼아 기르던 오우거였다.

로키 오우거에 비해서 모든 스펙이 뛰어나고 특히 회복력이 뛰어난 것이 프레이야 오우거의 장점이었는데, 단점은 성역 레벨이 낮은 곳에서는 살 수 없다는 점과 길들이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이 프레이야 오우거들을 포획 혹은 사살한 뒤, 머리에 정령칩을 장착한 다음 각종 기계장비로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로 육백만불의 오우거 프로젝트였다.

호철은 오우거캅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에겐 육백만불의 사나이보다는 리메이크까지 된 로보캅이 더 와닿은 탓이었다.

생산에 들어가는 노력은 대량생산되는 리베로보다 더 큰 면이 있지만, 엘프와 드워프 기술자들의 인건비가 저렴한 탓에 별 문제는 없었다.

진짜 장점은 바로 성역과의 연계성이었다.

리베로의 단점은 성역의 부가 효과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아더가 오우거 에인페리아에게 맥없이 당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반면 사이보그 오우거는 성역의 효과를 받아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리베로나 게임 캐릭터처럼 성역을 무시하는 전력도 필요하지만, 성역의 상승효과를 살려서 싸우는 존재들도 필요하다는 면에서 받아들여진 것이었다.

“생각보다 빠르군.”

“샘플이 많은데다가 회복력이 높아서 기계 부품들과의 상성도 좋았습니다.”

프레이야 오우거의 서식지는 고레벨 성역 안이었다. 뇌는 재생이 안되고, 혈액 순환이 안되면 역시 회복이 안되기 때문에 오우거가 죽었다가 살아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공심장으로 전신에 피를 돌리면 죽은지 하루된 오우거의 시신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회복되는 것이었다.

정령칩을 뇌 대신 신경망과 연결하고 강화용 사이보그 부품을 전신에 적절히 배치해 놓으면 멋대로 몸속의 일부로 삼켜버리고 회복되는 것이었다.

엘프 성기사나 엘프 신관들과 함께 성역 버프를 받는 곳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이 아닐 수 없었다.

“괜찮겠군.”

조제성은 열차포의 집단 포격후 돌격대를 투입해서 굴베이그를 구출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서 준비된 것이 신형 거북전차였다. 무장은 상당히 심플해졌다. 강력한 주둥이와 주둥이에 장착된 화염방사기, 그리고 기관포가 둘 뿐이었다.

거북전차들의 임무는 ‘성궤’를 끄는 것이었다.

굴베이그의 성궤를 끌어올리고 돌아오기 위해서 두대를 준비했다.

‘문제는 성궤냐 리베로냐 하는 것이로군.’

조제성은 고민에 빠졌다. 프레이야 여신의 참전은 필요한 것이었다. 헬과 펜릴은 아직 아스가르드에 드러나서는 안되었다.

방어력이 높은 중장갑 리베로 역시 개발중이었다.

‘아니, 아직은 모험해서는 안될 것 같군. 성궤로 가야겠어.’

조제성은 아더를 불렀다.

“멀린과는 연락이 되고 있지요?”

“물론입니다. 파티 채팅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상 회의 모드도 사용 가능합니다.”

프레이야 여신을 비롯한 여신 본체들은 게임 캐릭터이긴 하지만, 블러드 라인의 캐릭터들과는 달랐다.

상호작용은 가능하지만, 전투용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파티 기능도 길드 기능도 없었다. 채팅은 가능하지만 근거리에서 직접 보일 때만 가능했다.

같은 게임 캐릭터라고 하지만, 파티 채팅과 길드 채팅이 안되는 이상은 연결이 쉽지 않았다. 반면 프레이야와 굴베이그 간에는 귓속말이라는 1대 1 채팅 기능이 거리에 관계없이 가능했다.

물론 차원의 벽은 넘을 수 없었다.

“이 작전 계획을 알려주세요. 결행은 빨라도 두달 후가 될 겁니다.”

“그렇겠지요. 군대를 준비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니.”

조제성의 말에 아더는 내심 안도했다. 유능한 지도자의 덕목은 현명한 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아더가 멀린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른 것처럼 프레이야도 조제성의 말에는 전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면에서 조제성의 무게감은 아더가 더 크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굴베이그령입니다. 이 기회에 귀족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반발이 적지 않을 겁니다.”

아더는 조제성의 말에 당황했다. 귀족들은 굴베이그령을 지탱해온 공을 지닌 이들이었다. 이들을 세상이 변했다고 함부로 처낼 수는 없는 것이었다.

“반발이 적은 방법을 써야겠지요. 그들 스스로 무덤을 파게 만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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