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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의 세계-342화 (342/497)

342화 욕심꾸러기 그녀

고교시절 카즈키는 스스로가 왕따라고 생각했다. 전학와서 바로 이지메를 당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일본 문화에 익숙치 않은 미모의 전학생, 일본에서는 예쁘거나 공부를 잘하는 것도 이지메의 타겟이 되기 쉬웠다.

물론 그녀는 대인기피증이 되기 보다는 일진을 두들겨 패는 것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깊은 외로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람에 대해 욕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원기와 닮은 꼴이었다.

처음에는 자신과 대등할 수 있는 존재인 희연에게만 눈이 갔지만, 자신과 비슷한 내면을 가진 원기에게도 호감이 갔다. 바니걸 통신의 효과도 거기에 기여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전해지는 여신의 마음에서 위안만이 아니라 동질감까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에 대한 깊은 갈증과 강한 소유욕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카즈키는 리더 기질이 있었다.

“이 아가씨가 네 거라고? 멋진 취향의 아가씨로군. 나도 끼워주지 않겠나? 같이 놀고 싶은데 말이지.”

상대는 ‘꺼져’라는 말보다는 카즈키의 성적 취향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도발은 실패였을지도 몰랐다.

“웃기지마.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어. 어디서 느끼한 바퀴벌레 같은 자식이 튀어나와서.”

프레이야는 그녀의 말에 큭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패션 센스는 현대인이 보기에는 심하게 오글거리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희연은 바퀴벌레라는 소리에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표정한 희연으로서는 보기 드문 표정이었는데 그탓인지 브레이의 심기를 건드렸다.

“뭐라고?”

“언니, 그런데 나는?”

연하가 자기만 빠지는게 섭섭하다는 듯이 카즈키에게 물었다.

“그래. 너도 내거 해줄께.”

카즈키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브레이는 바보 취급에 무시까지 당한 덕분에 완전히 자신을 잃어버렸다.

“안되겠군. 이 년들을 잡아 넣어라. 아무래도 정체가 의심스럽다.”

“덤빌 생각인가 보지?”

카즈키는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냈다. 본래 게임에서 쓰던 물건이 아니면 인벤토리에 들어가지 않고, 동시에 게임에서 쓰는 물건들은 현실에서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엑스칼리버와 무기사랑은 무기를 강화시키는 것이자, 동시에 데미지를 입히는 힘이었다.

무기가 아닌 이능의 힘으로 타격을 입히는 것이라서, 인벤토리에서 꺼낸 무기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했다. 물론 실제 검에 엑스칼리버나 무기사랑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약했지만, 보관이 편하다는 점 때문에 카즈키와 희연은 즐겨 사용했다.

“어디서 검을 꺼낸거지?”

옆에 서있던 기사가 당황해서 칼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브레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다 내보내. 그리고 문을 막아.”

제법 큰 홀이었지만, 사람들은 민첩하게 도망치듯이 빠져나갔다. 공작가의 후계자와 기사들에게 저항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런 일들이 적지 않았고, 여행객들의 대다수는 기본 난민이었다.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일부 여행객들은 굴베이그인들보다 부자들도 많았지만, 사회적 입장은 좋지 못했다.

“재밌군. 한번 놀아주지.”

브레이는 그렇게 말하면서 끈 타입의 넥타이를 풀었다. 그리고 그의 몸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네년들을 범하고 죽여주지. 죽음으로 속죄해라.”

사자의 모습으로 변한 브레이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강함을 만끽하려는 듯, 즉각 공격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거스른 건방진 계집이 공포에 떠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사자네. 사자도 죽으면 가죽을 남기겠지?”

“음. 아무리 그래도 저 가죽은 좀 그렇지 않을까?”

카즈키의 가죽 발언에 원기는 눈살을 찌푸렸다. 카즈키는 진짜로 가죽을 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걸로 빤쓰만들면 타잔 빤쓰가 되지 않을까요?”

연하는 재밌다는 듯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늘 막내였던 연하에게 카즈키는 재미있는 언니였다. 원기는 인간관계에 조심스러웠고 희연은 심하게 딱딱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연하야. 부추기지 마. 정말로 껍질 벗길라.”

‘설마, 수인족과 싸워본 경험이 있는 놈들인건가?’

브레이는 내심 경계심을 일으켰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귀족들은 기본적으로 전사계급이었다. 엘프들도 전쟁에 익숙한 세계였고 굴베이그령의 귀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강화된 육체에 매료되어 있었다.

‘팔과 다리를 발톱을 박아 못쓰게 만들고, 목덜미를 송곳니로 잘근잘근 씹으며 범해주지.’

브레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전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카즈키도 검을 가볍게 흔들었다.

‘헉!’

검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브레이는 당황해서 바닥으로 몸을 피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눈 윗부분이 검에 찢기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바닥에 마찰되어 턱 부분이 얼얼했다. 사자의 가죽과 갈기가 그나마 피를 보는 것을 막아줬다.

“뭐야. 멋대로 바닥에 깔리네. 양탄자가 되고 싶었던거야? 어울리긴 어울리는데?”

“사자치고는 좀 작지 않아요? 이건 다큰 사자도 아니고 새끼 사자도 아니니. 좋은 값은 못받겠는데요?”

연하가 카즈키의 도발에 맞장구를 쳤다. 브레이는 순간 카즈키가 강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가 강자라는 것을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혼자 상대하겠다고 드는 것은 아스가르드에서는 미친 놈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소수로 다수를 상대하는 것은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기 위해서, 혹은 피치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봐. 보고만 있을 생각인가?”

브레이는 노폴 제 2 기사단장이자 자신의 사촌인 아르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르데 역시 사자로 변신했다. 그리고 주위의 전사들에게도 눈짓을 했다.

“너희들도 돈 값은 해야하지 않겠나?”

“이런, 도련님들의 뒷치닥거리나 해야 하는건가. 구경만으로는 견적이 안나오는데. 저 계집은 우리에게 넘겨주겠소?”

한쪽 눈가를 새로로 가로지르는 흉터를 가진 거한이 희연을 가리켰다.

“식인곰에게 주기엔 아까운데…”

“식인곰에게 더 어울리는 상대지. 뭐, 아까우면 할 수 없지. 시간이 지나면 보수로 한명 더 추가해야 할거요.”

식인곰이라 불리운 사내는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곰? 사자만이 아니고 곰도 있었어?”

원기는 자신이 들은 사전 정보와 달라서 살짝 당황했다. 펜릴 제국에서 제공한 것은 사자족의 피만으로 알고 있었다. 군대를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용병인 것으로 보입니다. 펜릴 제국에 넘쳐나는 용병들을 고용했겠지요.]

수인족들은 상위 계층일수록 식인을 덜 하는 성향이 있었다. 대부분의 수인족들도 인간을 잡아먹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고위 계층들은 펜릴의 세계수로부터 성력을 공급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위 계층의 떠돌이들은 싸움만 있는 곳이면 어디든 뛰어들어서 살육을 즐겼다. 그래서 펜릴 제국외에서는 그들을 쉽게 용병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사자족의 피를 얻은 이들이 자신감을 얻어서 그들을 고용한 것이었다.

“좋아. 뜻대로 해라. 저 여자는 네게 주지.”

“이봐, 너희들 가죽을 벗기는건 나 혼자로 충분해. 짝퉁 사자들.”

카즈키에게 그들은 상대하기에 너무 허전한 놈들이었다. 사자의 강함은 사자인간에게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자의 강함은 그 체격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었다. 숫사자는 작은 놈이라도 200가량, 큰 놈은 300키로 전후에 달하는 무게를 가졌다.

야성과 민첩성, 강한 악력 등이 사자의 무기인데, 눈앞의 사자 인간은 야성도 없고 체중도 80키로 남짓, 힘은 평범한 인간보다는 강화되었다지만 에인페리아급의 게임 캐릭터와는 비교가 될 수 없었다.

카즈키는 내심 상대의 무력함에 실망하고 있던 차였다.

“그건, 날 보고서 이야기해야 할거다.”

식인곰이라 불리운 사내는 자신의 가슴을 자신의 손톱으로 긁었다. 가슴에서 선혈이 흘러나오면서 사내는 곰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작은 곰 따위는…어라?”

카즈키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제법 큰 레스토랑의 홀이 작아 보일만큼  거대한 곰이 나타난 것이었다.

“대체 물리법칙은 어찌된거지?”

“가끔 저런 녀석들이 있었어.”

희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뽑았다. 수인족들은 인간을 산채로 잡아먹는 수법으로 영력을 축척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을 거듭하면 변신 시에 거대화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일반인을 학살하는 것으로 저렇게까지 거대화되는 것은 무리였다.

그는 전쟁터에서 운 좋게 부상당한 에인페리아를 잡아먹은 것이었다. 그 이후로 강해진 육체로 성기사나 신관 등을 노려서 잡아먹어서 덩치를 키웠다.

“미친 놈이지.”

펜릴제국에서 늑대인간이 가장 강한 종족이자, 황제의 종족인데는 이유가 있었다. 인간형 상태에서 비슷한 덩치로 변신하는게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었다.

신성력으로 신들이 에인페리아의 육체를 만들 듯, 자신보다 덩치가 큰 변신 형태를 만들때는 영력을 사용해서 육체를 창조해야 한다.

강해지기는 하지만, 소모되는 영력이 적지 않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신성력이든 영력이든 채워야 한다. 유지비가 과도하게 드는 것이다.

인간을 고문하고 학살하고 먹어치우는 것을 좋아하는 미친 놈만이 저런 덩치를 가질 수 있었다.

“재밌겠는걸?”

카즈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몬스터를 불러들였다.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푸른색의 여우귀가 솟아오르고 냉기의 안개를 불러오면서 그녀의 엉덩이에서 꼬리가 부드럽게 흐르듯이 출렁거렸다.

“여우? 수인족인가?”

“멍청한 새끼. 프레이야의 전사다. 수인은 아니지만 수인처럼 변하는 놈들이지.”

브레이의 반문에 식인곰이 비웃듯이 말했다. 굴베이그의 귀족 따위는 펜릴의 닳고닳은 용병에게는 그냥 무능한 먹이감에 지나지 않았다.

“요시다 스카우터를 쓰고 싶어지는 놈이네.”

카즈키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 요시다의 경우에는 완전히 신용하는 쪽은 아니어서 아스가르드의 정보까지는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차원 넘어에 있는 그를 이용할 방법은 없었다.

“넌 나서지 마. 저놈들도 내거야.”

카즈키의 내것 선언에 희연을 비롯해 모두가 피식 웃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레스토랑 안에 그녀의 것이 아닌 것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식인곰의 거대한 앞발이 떨어져 내렸다. 거대한 몸을 생각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였다.

그녀는 그 앞발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상대의 앞발은 그녀를 힘껏 후려쳤다. 그녀는 식탁들을 부수면서 벽으로 날아갔다.

“아, 젠장. 이건 다 칼이 거지같아서 그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검을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깔려서 정신을 잃은 기사의 검을 집어 들었다. 게임 캐릭터의 강인한 육체에 엑스칼리버의 보호가 있기에 타격은 거의 없었다.

“다시 한번 붙어보자. 아니, 그 전에 할 일이 있었지.”

그녀는 브레이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브레이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공격에 당황해서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카즈키는 그런 그를 스쳐지나가면서 꼬리를 잡아챘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꼬리를 잡아서 돌린 다음 창문을 향해 날려버렸다.

브레이는 생각지도 못한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창문을 뚫고는 호텔 앞 광장에 추락했다. 레스토랑은 2층에 있었지만, 떨어지면서 큼직한 석상 기둥을 들이 받았다.

“앞에 달린 꼬리만 약점이 아니지.”

“끊어지거나 뽑히면 어쩔려고 그랬어.”

“그럼 앞의 꼬리라도 잡아 던지면 되는거지 뭐.”

카즈키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기사들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브레이의 사자족 변신은 아직은 드러나선 안되는 비밀이기도 했다. 광장으로 내려가서 브레이의 몸을 돌볼 것인지, 지금 이곳에서 적을 상대할 것인지, 광장의 구경꾼들을 학살해서 입을 막을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이봐. 곰탱이. 이곳은 너한텐 좁아 보이는데, 밖에서 구경꾼들 보는 곳에서 붙어보는게 어때?”

“좋다. 네 말대로 하지. 그 전에 우선 할 일이 있군.”

식인곰은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옆에 서있던 기사단장의 상반신을 물어뜯었다. 밖으로 나가던 기사들 가운데 몇 명은 놀라서 비명까지 질렀다.

“약해빠진 병신치고는 영양가가 있군.”

기사 하나가 창으로 등을 찔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먹어 치웠다. 그리고 기사들을 앞발로 쳐서 날려버렸다.

그리고 곰의 몸은 커지지는 않았지만, 송곳니가 길어졌다. 곰의 송곳니가 아니라 명백한 고양이과 맹수의 송곳니였다.

동시에 그의 목에는 금색의 갈기가 생겨났고 양 앞발의 발톱도 강화되었다.

“아, 이럴땐 정말 요시다가 아쉽군. 레어몹이 나온 것 같은데.”

카즈키는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저놈이 브레이까지 주워먹는 것만은 막아줬으면 좋겠군.]

조제성의 당부에 연하와 희연은 한 발 앞서서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난 대체 뭘해야 하는거지.’

원기는 혼자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블러디 라인버젼 프레이야는 전투에 있어서는 여신 버전 프레이야보다도 쓸모가 없었다.

여신셋을 전부 장비하면 빛을 발한다는 것말고는 딱히 써먹을 능력도 없었다.

서로를 경계하면서 바깥으로 자리를 옮기는 카즈키와 식인곰의 모습을 보면서 남아있는 맥주를 마시고 치킨을 뜯었다. 버리고 가기는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맥주는 본래 아스가르드에도 있었지만, 닭튀김은 없었다. 프라이드 치킨과 한국식 양념통닭까지 보급시켜 놓은 것은 장수한과 오덕들의 작업이랄까 업적이었다.

“고양이 주제에 낙법도 못했네?”

연하는 땅바닥에 퍼져서 대자로 누워있는 브레이의 모습을 보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무리지. 그런건.’

희연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굳이 입밖으로 내진 않았다. 가끔은 카즈키의 자유분방함이 부럽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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