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44화 (344/497)

344화 3배 잘드는 가위.

“가라! 촉수들!”

카즈키의 외침과 동시에 카즈키의 리베로에서 미사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명 촉수 미사일이었다.

미사일의 베이스는 치킨 미사일을 사용했다. 닭들의 인공지능을 사용한 미사일들 대신, 카즈키의 엑스칼리버 이능을 응용한 것이었다.

엑스칼리버 자체는 적용이 안되지만, 카즈키가 평소에 엑스칼리버를 사용하던 변칙 공격의 이미지를 정령이 적용시켜서 미사일을 컨트롤 하는 것이었다.

희연, 원기, 카즈키 등 근접전에 특화된 에인페리아들의 경우 정령들에게 리베로 컨트롤을 맡기는 것보다는 자신의 이미지로 기체를 움직이는 편이 더 효율적인 전투가 가능했다.

따라서 정령들은 기체 컨트롤을 보조하는 쪽으로 돌리게 되어 있었다.

카즈키가 촉수 형태로 엑스칼리버를 조종하던 이미지를 정령이 미사일들에게 전달해 주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촉수’라는 말에 불타오른 오덕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탓에 미사일의 개량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미사일 자체의 성능은 치킨 미사일이 더 뛰어났다. 회피능력이나 명중률 모두 치킨 미사일이 위였다. 촉수 미사일에게는 장닭미사일 같은 이능도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카즈키의 움직임과 결합된다는 점에서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소형 미사일들인 만큼, 미사일들 자체의 위력은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카즈키의 의도대로 견제를 위해 사용되는 편이 카즈키의 공격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소용없어.”

원기는 그렇게 단언하고는 미사일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미사일들이 명중했지만, 기체에 미치는 타격은 거의 없었다.

카즈키의 검이 불꽃을 튀기면서 원기의 가슴 부분에 적중했지만 충분히 파고들지 못했다. 그리고 카즈키의 기체는 바닥에 무너지듯 넘어갔다.

잠깐의 충돌에 무릎과 팔꿈치, 손목 윗부분 등 전신을 이용해서 다중적으로 타격을 입은 탓이었다.

카즈키의 촉수 미사일은 여러 상대에게서 동시에 공격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강력한 수법이었다.

하지만 원기는 여러 상대에게 동시에 공격받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희연에게는 잘 먹혀들어가지만, 약한 공격은 최소한의 방어동작으로 씹어버리는 스타일인 원기에게는 쉽게 통용되지 않았다.

“아직은 내가 위인걸. 십년은 일러.”

“희연이 그년은 왜 안나오는거야. 이 기회에 좀 이겨놔야 하는데.”

카즈키는 게임의 대사를 빌린 원기의 조롱(?)을 외면하고 희연에 대해서 투덜거렸다. 리베로 자체가 중장보병에 가까웠다. 빔 사벨 같은 무기라도 나오지 않는 한은 리베로간의 격돌은 방어력이 공격력보다 우월한 전투가 되기 쉬웠다.

일격으로 결정나기 쉽지않은 전투에서는 방어기술이 뛰어난 쪽이 훨씬 유리했다.

카즈키의 경우에는 넉살이 좋다고 할지, 털털한 면이 있어서, 원기처럼 대인관계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사람도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면이 있었다.

“뭔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것 같더라. 긴장해야 할지 몰라.”

“그거 무서운 걸.”

카즈키는 원기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이기고 싶은 것은 희연이었다. 원기에게 이기는 것은 별 감흥이 없었고, 져도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았다. 불타오르지 않는 상대였다.

희연만이 그녀를 진심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기에 희연은 최강이 되어줘야만 했다. 그녀를 위해서도.

‘쉽지 않아.’

희연 역시 리베로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하에서 강해지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택한 것은 일점강화였다.

그녀의 이능 무기사랑은 엑스칼리버처럼 공방일체의 완벽함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무기의 일부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는 엑스칼리버보다 뛰어났다.

그리고 탑승형 리베로를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엑스칼리버도 무기사랑도 무리가 있었다. 덩치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무기사랑을 검의 날 부분에 넓게 펼치는 것을 시도해봤지만 그것으로는 역시 부족했다.

날 자체가 지나치게 넓어서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일부에 집중시키는 수 밖에 없어. 하지만 어디를 집중시켜야 할까.’

그녀는 무딘 목검으로 동상을 베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목검의 특정한 일점에 무기사랑을 집중해서 동상에게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그녀의 관심사였다.

일점집중을 이용한 찌르기.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그녀의 손에서 목검이 부러져나갔다. 에인페리아의 강인한 육체가 아니었다면, 탈골이나 골절상을 입었을 만한 충격이 느껴졌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살펴봤다. 날카로운 칼 끝에 집중하는 것은 좋았지만, 효과는 그리 높지 않았다. 관통력은 조금 늘었지만, 검의 중간부가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것이었다.

‘빠르게 찌른다고 효과가 상승하는 건 아니야.’

그녀는 일점강화가 해결책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답답함이 느껴졌다.

‘애초에 내 장기는 찌르기가 아니었으니.’

희연은 아버지의 지도가 있었다지만, 혼자서 연습하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편중된 면이 있었다. 함께 연습하는 사람이나 대련할 마땅한 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찌르기라는 기술에 좀 소홀한 편이었다. 부상우려가 있어서 쉽게 사용하지 않고 초보자에게는 가르치지 않는 기술이기도 했다.

희연은 혼자 고민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숨을 돌리러 도장을 나섰다.

전술 교도대 전용 숙사는 여자 기숙사에 가까운 편이었다. 경호를 위해 배치된 이들도 여성 엘프들이었고, 탑승자들도 레이니를 비롯해 대부분 여성이었다.

그리고 원기도 여기선 프레이야로 지내기로 된 상태였다. 물론 전투 훈련때는 여신 캐릭터가 아닌 게임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숙사 내에서는 여신 캐릭터인 경우가 많았다.

기숙사 지하에 엘프 공장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경호를 위해서 엘프들이 동원되는 시설인만큼 뭉쳐놓는게 좋다는 조제성의 판단이었다.

“이 가위가 일본에서 힛트치는 가위라니까. 핏컷커브라는 물건이야. 정말 잘 잘리지.”

“그래요? 잘 모르겠는데?”

연하와 카즈키가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희연은 그녀들을 보면서 과거에 다니던 여자중학교 교실을 떠올렸다. 마음 편한 장소이긴 했다. 카즈키는 원기를 그냥 여자취급하기로 한 듯 싶었다. 이유는 그게 편하기 때문이었다.

속옷 차림은 아니지만,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 차림이었고 연하는 츄리닝 차림이었다. 그녀들의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 탓인지 원기도 프레이야 상태로 츄리닝을 입고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었다.

혼자서 조용하게 게임하는 것보다는 사람소리가 나는 곳에서 게임하는게 더 편하다는 이유였다.

편하다는 이유로 큰 사이즈의 남성용 츄리닝을 후줄근하게 입고서 게임을 하는 여신님의 모습은 꽤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런 모습을 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신의 신성한 카리스마가 흘러나오니 위화감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익숙해지려면 익숙해지는 것인지, 희연도 무심하게 스쳐지나갔다.

“여신님아. 슬슬 저장하고 게임기 꺼라. TV할 시간 되었다.”

“알았어. 곧 끌게.”

“그런데 이거 정말 잘드는거 맞아? 별로 그런 느낌 안드는데?”

“이게 3배는 더 잘 잘린다는 가위야. 가위 날의 각도를 조종해서 늘 30도의 이상적인 각도로 자르게 해준다는 거지.”

“잠깐 기다려 봐. 우리가 쓰던 가위 가져올께.”

연하는 조금 큼직한 독일제 가위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특이한 모양의 일제 가위와 잘리는 맛을 비교했다.

“에이. 전에 쓰던게 더 잘 잘리는데?”

“그건 비싼 거니까 그렇지. 이게 가격대 성능비가 더 좋아!”

“3배 잘 잘린다더니.”

“일본에서 3배라는 건 그냥 의례 써먹는 말이야. 조금 더 잘 잘려도 보통 그렇게 말하는거야.”

카즈키는 연하의 역공(?)에 당황한 듯 싶었다. 그러더니 다시 말을 바꿨다.

“봐. 이 가위의 좋은 점은 끝부분에서도 쉽게 잘린다는 거야. 박스지처럼 두꺼운 것도 이렇게 자.”

“언니, 방금 엑스칼리버 쓴거 다 보였어.”

“난 그럴 생각 없었는데.”

카즈키는 연하의 지적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무의식적으로 자른다는 생각 때문에 엑스칼리버를 쓴 듯 싶었다. 희연은 피식 웃고는 샤워를 하려고 샤워실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리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고 두 사람이 가위를 쓰는 모습을 보았다.

가위는 밑부분이 잘 잘리고 끝부분이 잘 안잘린다. 그리고 자르는 과정에서 칼날 전체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극히 일부를 쓰는 것이었다.

“잠깐, 나도 가위 좀 줘봐.”

그녀는 연하에게서 가위를 빌려서 딱딱한 플라스틱 판을 자르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날이 사용되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플라스틱판은 마치 공기를 자르듯 가볍게 잘라졌다.

“언니도 이능으로 가위질하게?”

“잠깐만, 나 확인해야 할게 있어.”

희연은 다시 도장으로 뛰어갔다.

“별일도 다있네? 희연언니가 저러는 경우는 드문데.”

“냅 둬. 뭔가 좋은 일이라도 생긴거겠지. 여신님아. 빨리 끄고 테레비 돌려라.”

카즈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희연이 힌트를 얻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녀가 강해지는 것은 카즈키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희연은 리베로 전투 훈련에 참가했다.

“조심해요. 이번 공격은 특별한 거니까.”

희연의 말에 원기는 긴장했다. 카즈키라면 승부를 위해서 상대를 말로 흔드는 것도 즐기지만, 희연은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자세 자체가 왠지 모를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일격이 원기의 리베로를 가볍게 두쪽을 내버렸다.

[사망하셨습니다.]

원기는 오랜만에 익숙한 화면을 볼 수 있었다. 강력한 장갑으로 보호되는 콕핏까지 완벽하게 양단되어버린 것이었다.

이능을 일점에 집중시키고 검이 베는 순간에 맞춰서 정확한 타이밍으로 이동해서 이뤄진 결과였다. 말 그대로 완벽한 베기였다.

“거북전차도 잘라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군.”

조제성도 나중에 재현된 장면을 보고 혀를 찼다. 무적의 무기라고는 할 수 없었다. 완벽한 컨디션으로 완벽한 움직임이 동반될 때에 발휘되는 기술이었다.

원기도 다시 붙었을 때에는 이 무적의 검격을 사전에 방해하는 수법으로 막을 수 있었다. 검이 베고 들어올 때, 베이는 면을 최대한 넓게 만드는 방법으로도 어느정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그녀를 사전에 방해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 적고, 맞는 순간 방어로 이를 무력화 할 수 있는 것은 원기 뿐이었다.

게다가 아스가르드에서 아직 사용할 수 없는 촉수미사일 같은 기술과 달리, 아스가르드 버전의 리베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아스가르드용 리베로에서도 재현 가능한지 알고 싶군.”

굴베이그 탈환 작전의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열차포를 이용한 집중포격 후에 대량의 탑승형 리베로를 투입할 예정이었다.

‘이번 기회에 로키의 히든카드를 엿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

대량의 리베로 투입은 위험부담이 적지 않은 일이었다. 탑승형 리베로 30기의 투입이라면, 오딘을 비롯해서 토르, 티르등도 주목할 것이 틀림없었다.

로키와도 전면전을 벌이게 될 수도 있었다. 어느정도 전력을 투입해서 어느정도의 승리를 거둘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전체적으로 아스가르드용 리베로들의 성능을 더 떨궈도 될 것 같군.”

“거의 새로 만들어야겠군요.”

장수한은 한숨을 쉬었다. 일부러 기체를 약화시켜서 투입하는 것은 메카물을 좋아하는 오덕으로서는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갑옷의 디자인은 좀 더 자유롭게 하도록 허가하지. 디자인에 의한 성능 저하도 인정하겠네.”

“그거 멋지군요. 다들 기뻐할 겁니다.”

장수한은 신나서 이곳 저곳에 연락하기 시작했다. 소위 폼나는 메카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성능은 떨어졌다.

과도하게 멋지고 큼직한 장갑은 보기엔 멋지지만, 무거운데다가 방어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이었다.

조제성은 박승희와 연결해서 리베로 리그의 정식 출범 준비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개막전은 훈련교도대와 전술교도대도 참가하는 올스타전 형식으로 벌어질 예정이었다.

‘굴베이그 탈환 작전은 개막전 이후가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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