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화 어른이 되는 마법
“마법 소녀만이 펜리아양의 해결책입니다. 제가 프레이야 여신님의 기본 인격을 잘 아는데 말이지요. 틀림없이 그 인격도 좋아할 거에요. 확실합니다.”
“그런가? 게임 캐릭터로도 얼마든지 성인 모습이 될 수 있는데?”
“그것과는 다르지요. 역시 본체에 준하는 실체가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성인의 육체로 다시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
“그건 아니지요. 나이에 준하는 사교와 교육이 중요하니까 펜리아님을 나이 대에 준하는 소녀로 만든 거 아닙니까.”
“내 실제 나이보다 어려.”
“뭐, 정신연령이라는게 있지요. 폭력이나 성적인 면의 정신연령은 높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이쪽 세계 아이들도 만만치 않아요. 지금 연령이 딱 어울립니다.”
찬균의 말에 펜리아는 얼굴을 찡그렸다. 실제로 그녀는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나름 자각하고 있었다.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상황에서 ‘변신’한다는 것은 나름 쓸모있을지도 몰랐다.
“그래. 번식행동에는 필요하겠지.”
“음, 번식 같은 천박한 건 모르는게 좋은데 말이지요.”
찬균은 식인곰을 보고 변신 마법소녀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에인페리아의 육체에 그런 변신 능력을 넣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가 꿈꾸던 어른화되는 마법소녀가 실현화될지도 몰랐다.
둘은 블러드 라인에 접속해서 펜릴을 방문했다.
“흠, 변신이라. 가능하지.”
“그래? 그럼 역시 하이에나 형태가 좋겠어.”
“그건 아니지요. 하이에나 형태가 되면 여신님도 안좋아한다니까요. 예쁜 미소녀로 변하는게 이상적인 겁니다.”
“소녀가 소녀로 변하는게 큰 의미가 있는건가? 좀 강하게 변하는게 낫지 않아?”
“어린 미소녀에서 성숙한 미소녀로 변하는게 중요한 겁니다.”
펜리아에게 맡겨두면 북두마권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될게 뻔해 보였기 때문에 찬균은 필사적으로 말렸다. 그런 캐릭터들은 가끔 동인지에서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실제로 보게되면 안구테러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변신 능력은 이능보다는 육체에 관련된 능력이지. 수인화를 참고하면 충분히 변신은 가능하다.”
“제한 시간은 어떻게 되지요? 3분이 이상적인데.”
“3분? 그 시간에 어떻게 번식행위가 가능하지?”
“아, 그러니까. 번식..”
번식목적이 아니라고 펜리아에게 말하려던 찬균은 잠깐 망설였다. 펜리아의 주요 관심사는 그쪽이었기 때문이었다.
“3분간의 변신 제약은 27분의 런닝 타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황금률이란 거지요. 꼭 지켜져야 하는 룰이라서, 프레이야님의 기본 인격도 좋아할 거에요.”
“일단 변신하는 과정에서 신성력이 소모되는 것이니, 일단 변신된 상태에선 추가 신성력 소모가 없어. 다시 원래 몸으로 되돌아올 때 신성력이 추가 소모되는 것을 생각하면 3분만에 되돌아오는건 낭비야.”
펜릴도 찬균을 도와주진 않았다. 찬균은 열심히 설득했지만 3분 변신 제약은 성공하지 못했다. 다만 펜리아의 변신을 4단계로 만들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소녀모드와 청소년모드 그리고 블러드 라인 여캐와 같은 반수인모드와 완전수인 모드가 그것이었다.
펜리아가 성공적이라면, 충분히 성장형 마법소녀의 베이스가 될 에인페리아 육체를 얻을 수 있다는게 찬균의 예상이었다.
“또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군.”
“마법 시스템은 괜찮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조제성은 장수한의 말에 긍정했다. 이능을 마법으로 접근하는 찬균의 방식은 의외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마법의 개념으로 이능에 접근함으로써, 이능 컨트롤을 향상시키고 이능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타동형 능력자를 마법사로, 자동형 능력자를 무림인으로 부르면서, 그들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체계를 만들었다.
“머리 속으로 불의 이미지를 떠올려요. 그 불의 에너지를 한 점에 집중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증폭시킬 수 있는 주문을 만드세요.”
찬균의 말에 이능력자들은 눈을 감고 이미지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불꽃을 빚는다고 생각하세요. 눈싸움을 할 때 눈덩이를 뭉치듯이 손으로 감싸고 압력을 가하는 겁니다.”
찬균이 말한 눈싸움이라는 말에 일시적으로 불꽃이 약해졌지만, 눈덩이를 빗듯이 양 손에 압축하라는 이야기에 양 손의 사이에 불꽃이 만들어졌다.
“그렇지요. 장풍을 떠올리세요. 에네르기파나 파동권 같은 걸 연상하셔도 됩니다. 뜨거운 기운을 모으세요. 그리고 충분히 모였다 싶으면, 그걸 목표를 향해 날리세요.”
이능력자들의 손에서 각양각색의 불꽃들이 날아가서 타겟으로 만들어진 인형에 적중했다.
“좋습니다. 이게 바로 마법 ‘파이어 애로우’입니다. 중요한건 불꽃의 이미지를 강하게 갖고 정신을 집중하는 겁니다. 그걸 위해서 주문은 도움이 될거에요. 압축하고 감싼 상태로 원하는 목표에 명중시키는 겁니다. 파이어 범과 파이어 볼트에 대해서도 설명해 드리지요. 파이어 범은 열 에너지를 최대한 모아서 압축시킨 다음에 던지는 겁니다. 파이어 애로우의 강화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지요. 파이어 볼트는 강하게 압축시킨 상태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불꽃이 튀어나가게 구멍을 내주는 겁니다. 물풍선에 구멍을 내서 물을 쏘는 것처럼 말이지요. 방향은 조종할 수 없지만 빠르게 적에게 명중시킬 수 있을 겁니다.”
이능력자들은 방출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흡수계 능력자들도 있었다. 이들 역시 방식은 비슷했다.
“흡수계 능력자분들도 기본적으론 같습니다. 간단히 빙계법사라고 부르겠습니다. 빙계법사 분들은 압축된 공기에서 열에너지를 빼내는 겁니다. 화계법사들이 압축된 공기에 열 에너지를 주입한다면, 여러분들은 그걸 빼내는 겁니다. 그러면 냉기의 핵이 만들어지고, 이를 애로우, 범, 볼트의 세 형식으로 발동시킬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핵을 만들어내는 시간입니다. 여러분들의 집중도와 이미지가 높을수록 더 빠르게 강한 핵을 만들어 낼 수 있지요. 그걸 위한 주문을 개발하셔야 합니다.”
‘마법’과 ‘변신 미소녀’가 찬균을 움직이는 기본 원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절실한 염원이 없이는 각성시킬 수 없는 이능을 점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관들이나 성기사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신성력을 활용하지만, 현대인인 이능력자들에게는 알기쉬운 방식이기도 했다.
“펜리아는 당분간 초등학교에서 조용히 지내주길 바랐는데 말이지.”
“유감이지만 그렇게는 안될 것 같습니다. 리베로 리그에 이미 정식 출전이 된 상태라서요.”
펜리아의 전투 스타일은 원기와 대단히 흡사했다. 놀들의 전투 방식이 원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터였다. 단단한 가죽과 근육을 믿고 접근해서 발톱과 이빨로 숨통을 끊는 전투 방식이었다.
뇌전을 이용한 전기충격을 쓰는 놀제로의 전투방식과 페인 마스터리를 쓰는 원기의 전투방식은 닮을 수밖에 없다고도 할 수 있었다.
원기의 방어 전술을 가장 빠르게 흉내내고 따라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놀원이었다. 그녀 역시 뛰어난 재능과 수많은 전투 경험이 있었다.
그녀는 블러드 라인 2에서 벌어진 리베로 리그에 출전해서 골드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최상위 랭커에 오른 상태였다.
현 시점에서 누구나 최강으로 꼽는 실버 타이거의 전법을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점에서 그녀를 ‘카피캣’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조롱을 별칭으로 만들어서 ‘카피 타이거’라는 이명도 있었다.
실버 타이거의 전술은 단순한 방어 전술이 아니었다. 공격을 위해 움직이면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방어 효과를 끌어내는 것이다.
지나치게 저돌적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효율적인 방어와 잔혹할 정도의 공격성이 발휘되는 기술이어서 ‘타이거 살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리고 타이거 살법을 구사하는 골드 타이거의 실체가 새비지 빗치의 리드 싱어이자 어린 소녀인 놀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그녀에게 집중되는 효과까지 만들어졌다.
“임신도 안되는데 뭔 번식 타령인지.”
“에인페리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만들 수는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게다가?”
“번식 행위는 하이에나 무리에서는 우두머리만 가질 수 있는 행위라서, 일종의 명예로 여기는 듯 합니다. 챔피언의 왕관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조제성도 장수한의 설명에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펜리아의 폭주는 곤란했다. 초등학교에 완전히 억류해 두는 것은 무리였다.
‘적당히 욕구를 분출하게 해주지 않으면 안되겠지.’
조제성은 펜리아의 에인페리아 육체를 떠올렸다. 여신 캐릭터가 아니라면 충분히 아스가르드에 투입할 만했다. 리베로를 다루는 솜씨가 원기와 비슷하다면, 강력한 전력이라고 봐야했다.
“좋아. 펜리아, 아니 놀원을 굴베이그 탈환전에 참가시키도록 하지.”
리베로 리그 올스타전은 굴베이그 탈환전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리베로 조종자의 확충이었다.
엘프들은 기계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었다.
오토매틱 기어를 가진 자동차를 운전할 때에도 수동인 자동차를 운전해 본 사람이 더 능숙하게 모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으로 기어를 체인지해줄 뿐이지, 기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엘프들이 마찬가지인 엘프 정령과 함께 리베로를 조종하면 리베로의 스펙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했다.
반면 기계에 익숙한 현대인들과 엘프의 정령이 조합이 되면 리베로의 스펙을 끌어내기가 좀 더 쉬웠다.
희연과 카즈키는 그런 면에서 리베로 적성은 좋지 않은 편이었고, 원기의 경우에는 상성이 대단히 좋았다.
리베로의 기계에는 인간과는 다른 형태로 부하가 걸렸다. 기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용자는 부하를 의식해서 경감시키는 형태의 이미지로 기체를 조종할 줄 알았다.
원기의 기체가 방어력이 높은 것도 바로 그런 부분도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었다. 펜리아는 뛰어난 재능으로 원기의 전법을 복제한 것이어서, 근복적인 면에서는 좀 부족한 점이 없지는 않았다.
게임과 현실의 리베로 간에도 그런 문제는 있었다.
이를 위해서 조제성은 개막전을 거창하게 준비했다.
리그에 참가할 모든 리베로들을 두 팀으로 나눠서 완벽한 모의전을 벌이게 되는 것이었다. 총기를 사용한 전투와 총기를 배제한 라인배틀을 통해서 실제 리베로를 사용하는 역량을 확인하기로 했다.
사람들의 인기를 끈 스티븐과 해리엇 조합도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게임 리그를 통해 참가하게 된 리거들은 대부분 국가에게 완전히 포섭되어 있지 않았다.
유능한 조종자일수록 정령과의 상성이 좋을 것이고, 그런 이들이라면 정령을 통해서 포섭하기 쉬웠다.
“어떤 능력자들이 포함될지 기대가 되는군.”
사람들 역시 개막전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미 전술 교도대와 훈련 교도대들이 많은 모의전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교도대의 강자들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붉은 여우의 히트 소드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더라.”
“엄청난 무기인 것 같기는 해.”
희연의 무기사랑 이능을 감추기 위해 등장한 무기가 히트 소드였다. 붉게 달아올라서 열로 상대를 베는 무기였다.
경량화를 위해 가벼운 합성수지 계열의 외장갑을 사용하는 리베로의 경우에 열로 인해서 절단되는 것이 가능하기는 했다.
하지만 실용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희연의 무지막지한 이능을 감추기 위한 위장용 무기였다. 일단 붉게 빛나는 검은 멋있어 보이기는 했다.
그녀는 몸통까지도 양단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그런 사실은 감춰졌다. 장갑판과 함께 관절부를 가르는 위력이 있다고만 알려졌다.
“실버 타이거와 붉은 여우의 대결이라. 정말 기대가 되는걸.”
“골드 타이거의 타이거 살법도 정말 실버 타이거랑 비슷할까?”
“그건 모르지. 둘이 정면 대결하게될 수도 있을거야.”
원기와 카즈키가 한 팀이, 희연과 연하, 레이니가 반대팀이 되었다. 그리고 의도적인 배분하에 ‘골드 타이거 ‘ 펜리아도 원기와 반대팀이 된 상태였다.
팬들은 교도대의 압도적인 강함을 동경하면서도, 그들을 능가하는 신흥 강자들의 등장도 기대하고 있었다.
“희연은 내거야. 넘보지 마.”
“그래. 알겠어.”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불타오르는 것은 카즈키였다. 질리지도 않는 그녀의 열정에 원기는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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