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화 덕중의 덕 - 2
오덕은 모르는 사람들은 다 한무리인줄 알지만, 지향하는 바에 따라서 철저하게 나뉘어진다.
예를 들면 스타트렉 팬들과 스타워즈 팬들의 경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들의 것이 최고라며 끝없는 싸움을 펼치는 이들이기도 했다.
찬균과 호철은 같은 오덕이라고 하지만, 지향하는 분야가 달랐다.
호철은 소위 말하는 밀덕, 밀리터리 매니아였다.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보통 일본쪽 자료를 제일 먼저 접한다. 그래서 가장 흔한 것이 2차세계대전의 독일을 선호하는 독빠였다. 이를테면 이 독빠는 입문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좀 거부감이 있지만, 일빠들이 있었다. 야마토, 제로센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찬균 같은 애니메이션 팬들은 제작사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주지 않는 한은, 더 이상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역사를 좋아하는 역덕이나 밀덕들은 실제 역사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자료들을 읽고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장 빨리 헤어나오는 것이 일빠였다. 제로센의 신화라든가 거함 야마토의 실체를 알게되면 일본 밀리터리에 매력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반면 독빠에서 헤어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질적으로 뛰어난 무기를 가지고 다수를 상대로 소수가 승리한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결국 효율성을 따지게 되고 질과 양을 어느정도 겸비한 미국빠가 탄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밀덕들이 향하는 가장 막장이라고 할 수 있는 종착역은 소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압도적인 양으로서 적을 밀어붙이는 전쟁의 진정한 로망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독빠, 일빠, 미빠, 소빠 등으로 나뉘는 것이 밀덕이었다.
다만, 호철의 경우에는 밀덕 성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sf팬이었다. 그래서 그는 밀덕이면서 스타워즈 빠였다.
그리고 그는 빼돌린 야마토에 열광했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별 관심도 없었다. 그가 지금 열중하는 것은 바로 우주 전함이었다.
호철은 달기지 총책임자를 자원했다. 장수한의 최측근인 그의 요청은 받아들여졌고, 그는 우주전함 건조에 모든 관심을 기울였다.
밀덕에 스타워즈덕인 그는 일본쪽 자료보다는 미국쪽 자료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고, 양덕들이면서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섭외했다.
그리고 우주전함에 이온엔진을 장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스타워즈 같은 SF에 주로 등장하는 이온엔진은 이미 현실에서 실용화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1998년 나사에서 쏘아올린 딥스페이스 1호 탐사선은 이온 추진장치를 장착했으며 실제로 이온 추진장치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탐사 활동을 성공적으로 행했으며 외우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을 비롯한 각국에서 위성을 위한 추진장치로서 소형 이온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온 엔진의 장점은 극도로 효율이 높다는 점에 있어서, 연비는 높지만 순간 추력은 낮은 편이었다.
연비를 낮춘 고출력의 이온엔진을 개발해서 우주 전함에 장착하는 작업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쉬익. 에이젼트 에이. 전함 건조 상황에 대해 보고하라. 쉬익.”
다스베이더의 모습을 한 호철이 달 기지 사령부에 모습을 드러내자, 건조 책임자이자 에이전트 에이로 불리운 앤더슨 쇼 박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진행률 35%입니다. 이온 엔진의 장착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 순간, 호철의 손이 앤더슨 박사의 목을 향했다. 앤더슨 박사는 자신의 목을 쥐고 숨이 막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호철의 뒤에는 다크엘프 여성인 마고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자 호철이 발을 움직여서 마고의 발끝을 툭툭 건드렸다.
마고는 자신의 이능인 염동력을 이용해서 앤더슨 박사를 살짝 들어올렸다. 앤더슨 박사는 발버둥치다가 축 늘어졌다.
“다음 책임자는 너다. 에이전트 비.”
호철은 그렇게 말하고 방에서 나갔다. 그러자 누워있던 앤더슨 박사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이온 엔진의 성능 부분에 대한 검토를 시작합시다.”
“이온 엔진 장착은 순조로운 것 아니었습니까?”
신입으로 들어온 기술자 에이전트 지가 묻자, 사람들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래서 트레키들은 안된다니까. 제다이의 로망을 몰라요.”
“무슨 소립니까? 트레키가 무슨 잘못이 있다는 겁니까? 지금 해보자는 겁니까?”
회의실은 갑자기 소란스럽게 변했다. 결코 끝을 볼 수 없는 싸움 중 하나가 바로 트레키들과 스타워즈 매니아들의 싸움이기도 했다.
어려서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를 보고 미래 기술에 분야에 대한 꿈을 키워온 소위 ‘너드’들을 대거 영입한 호철의 공로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합류로 우주전함 건조 계획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우주 전함 내부에 거대한 포신을 만들고, 후방으로 이온을 쏘아보내는 추진력을 얻음과 동시에 전방으로 이온엔진에서 발생된 이온을 쏘아보냄으로서 이온캐논과 이온엔진을 동시에 작동시킨다는 파동포 시스템을 구현했다.
스타워즈나 스타트렉이상으로 우주전함 야마토나 마크로스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미국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흘러갔다고도 할 수 있었다.
고급 인력을 상당히 안전한 방식으로 빠르게 확보하는데 성공하면서 이름만 우주전함이던 것이, 실체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구 태생이 아닌 충인족이나 수인족들, 그리고 다크 엘프 등의 이종족들과 함께 일하는 여건을 그들은 너무나 좋아했다.
다크엘프들을 발칸성인이라고 불렀고, 바퀴벌레들 역시 외계인 취급을 하며 기뻐했다. 달에서 우주선을 만드는 것은 그들에게는 더 바랄 것이 없는 꿈이기도 했다.
“외부 엔진 도킹 작업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군요. 호철님.”
마고의 말에 호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역의 영향력이 지배하는 공간 내에서는 얇은 우주복으로도 충분히 우주유영을 할 수 있었고, 그의 전용 다쓰베이더 슈트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 있었다.
스톰트루퍼들의 복장도 그 자체로 우주복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호철의 이능 역시 반복된 사용으로 강화되었다. 새로운 이능은 편의상 ‘전략 시뮬레이션 컨트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다.
이것의 특징은 호철의 이능이 미치는 모든 이들에게 네비 형식으로 가이드 비콘이 보여진다는 것이었다.
호철이 전체적인 그림을 떠올리며 컨트롤 지시를 내리면, 각자 각자에게 자신이 가야할 곳의 가이드 비콘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이 능력은 달기지 건설과 우주전함 건조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었다. 인간을 초월하는 민첩성과 근력을 자랑하는 종족들이 많고, 중력이 낮은 달에서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도 많은 작업이 가능했다.
이들이 효과적으로 팀웍을 이루며 작업을 실행하는 것이 호철의 이능을 통해서 가능해 지는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마고 부관님 정말 멋지지 않냐? 발칸 성인들이 확실히 미모가 뛰어난 것 같아.”
“발칸 성인이라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마고 부관님은 제다이야. 발칸 성인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저는 아브 성인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닥쳐라. 사이비.”
“그래. 아브 따위는 사이비야. 마고 부관님이 발칸식 인사로 답해주는 걸 못본 놈들은 이해를 못하지.”
“마고 부관님의 귀는 발칸 성인과는 명백히 달라. 마고 부관님이야말로 마스터 요다의 종족이지.”
졸지에 요다가 되어버린 다크엘프 마고였지만, 미모와 염동력 덕분에 인기는 높았다.
쓸데없는 말다툼을 곧잘 벌이기는 했지만, SF 매니아들은 이민선 데이모스 계획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협조자들이었다.
동시에 지구를 영원히 떠나서 돌아올 수 없는 이주 여행의 자원자들이기도 했다. 조제성은 혹시모를 상황을 대비한 보험책으로 여기고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간절히 바라던 염원이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바퀴벌레 종족을 비롯한 충인족과 수인족들, 그리고 뱀파이어들과도 잘 어울려 지냈다. 물론 그들을 모조리 외계인 취급하며 놀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친하게 지내려는 그들은 달기지의 이종족들이 현대 인간 사회를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충인족들의 합류로 달기지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었고, 우주 전함도 조제성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빠르고 완성도 높게 제조되어 가고 있었다. 발키리와 정령들 역시 최첨단 인공지능 취급을 받았지만, SF 매니아들의 로망인지라, 효율적인 사용처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적용시키고 있었다.
“덕중의 덕은 양덕이라더니.”
장수한이 호철이 모아들인 양덕들 때문에 순식간에 뒤바뀌는 달기지를 보면서 감탄하자, 조제성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장수한은 희연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속삭였다.
“달 기지가 바퀴벌레들로 넘쳐 터지고 있다.”
“외계인이라고 하더군요. 외계인들을 벌레 취급하지 마세요. 그들에게도 인격은 있답니다.”
눈썹을 살짝 찌푸린 희연은 쿨하게 받아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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