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50화 (350/497)

350화 무리

“재밌는 놈이군. 녀석의 이력을 좀 알고 싶어.”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기색을 드러냈다. 장수한이 생각하기엔 그냥 운이 좋은 놈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글쎄요. 기회를 보다가 뒤통수나 치는 놈인데요.”

“자넨 두가지를 잊고 있어. 하나는 우리 실버 타이거의 뒤통수를 치는게 결코 쉬운게 아니라는 사실이야. 그리고 두번째는 뒤통수나 치는 녀석은 상위 랭커가 될 수 없지.”

조제성은 자신있게 말했다. 개막전 참가자들은 이미 알아주는 리베로 랭커들이었다. 클랜에서도 에이스급의 실력자들 뿐이었다. 뒤통수나 치고 막타나 노려먹는 얌체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아니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원기의 실력이었다.

원기는 좀처럼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늘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하는 편이다.

특히 난전에서 당하는 불시의 공격에도 그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줄 알았다. 물론 희연에게 승리를 거둘 때 만큼은 그도 완벽하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인간인 이상, 집중력을 늘 완벽하게 유지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희연이나 카즈키라고 해도, 일격에 실버 타이거를 해치우진 못해. 방어기술을 터득한데에다가 극도로 방어적이기 때문이지. 저돌적으로 보이지만, 그건 적의 공격을 봉쇄하기 쉬운 거리가 바로 최단거리임을 알기 때문이야. 일종의 클린치어택커라고도 할 수 있지.”

깨끗한 공격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거리가 있었다. 권투의 경우에도 클린치 상태에서는 상대에게 충분한 공격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단단한 육체와 힘으로 적을 붕괴시키는 전법이기도 했다.

“저돌적으로 보이지만, 철저하게 방어적이지. 실버 타이거에게 한방을 먹일 수 있는 순간은 전체 경기 내에서 몇순간 되지 않았을거야. 아마 그 순간만이 유일했을지도 모르지.”

희연의 공격을 막으면서 재공격이 이뤄지지 않도록 적을 무력화하는 순간, 그리고 그 성공에 도취되는 일순간, 원기는 무방비해졌고 그 순간을 노려서 일격을 가한 것이었다.

“결정적인 것은, 실버 타이거가 레드 폭스에게 승리할 거라고 찍은 거라고 해야 할까. 운은 따라줬겠지만, 운이 따라준 순간 수확을 거둘 수 있는 자는 흔치 않아.”

“리베로 리그 영상이 준비되었습니다.”

“한번 보지요. 형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면 큰 화면에 띄워주게.”

장수한은 헛기침을 하면서 대회 영상을 살폈다. 제준의 게임 장면은 평범하게 잘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운이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걸 뭐라고 말하지요? 단순히 운이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요.”

“맵을 넓게 쓴다고들 말하더군.”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손바닥을 쳤다.

플레이 자체는 평범해 보였지만, 전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군과의 연계 플레이는 물론이고, 적의 배치까지 고려해서 움직였다.

‘형님이 좋아할 만한 플레이어로군.’

장수한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

토르의 영역에 파견된 신근호는 프레이야와 토르간의 핫라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덕분에 그는 토르의 신전에 자주 불려갔다.

“저희 쪽은 굴베이그 여신을 구출하기 위해서 당장은 지원하기 어렵습니다. 굴베이그 여신을 구출하게 되면, 저희도 좀 움직여 볼만 합니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발할라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늦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벌써 적진에 고립된지 한달하고도 보름을 넘겼습니다. 이미 구출 작전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로군.]

“예.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만. 저희에게 원하는 도움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오딘과 적대하는 것은 저희로서도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발할라에 침입할 전력이다. 리베로라는 장난감보다는 적의 성 내부에서 활약해 줄 수 있는 묘한 에인페리아들이 필요하지.]

“그렇습니까. 숫자는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많을수록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동원 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발할라에 있는 5개의 신전을 함락시킬 전력이다. 그것만 가능하다면 나머지는 우리가 다 처리해 주지.]

토르의 말에 신근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발할라는 공중요새라기보다는 공중을 떠다니는 섬에 도시를 건설한 형태의 물건이었다.

그리고 5개의 신전은 발할라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전투가 난전이 된다고 해도 신전을 비울 리는 없었다. 성역 5를 가볍게 넘나드는 신전 영역과 그곳을 수호하는 정예 신관들이나 성기사들을 상대하는건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판타지 소설에 주로 등장하는 소드 마스터나 그랜드 마스터 같은 깡패들이 넘쳐 나겠지.’

신관들의 보호 마법만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신근호는 조제성의 답변을 기다렸다.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였다. 답변이 돌아오는 시간이 길어지자, 신근호의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리한 요구 같군요.”

원기는 고개를 저었다. 성역 레벨 5의 신전에서 싸우는 성기사라면, 능히 리베로와 맞장을 뜰 수 있을 터였다. 육체의 기량을 위주로 싸우는 원기는 성기사 한명에게 압도당할테고 희연이나 카즈키도 그리 우위를 보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신전은 도심지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요새형태로 지어지기 때문에 리베로가 들어갈 수 없었다.

“토르도 그건 알고 있을 겁니다. 이 제의의 뜻이 궁금할 뿐입니다.”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