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화 굴베이그 구출작전
“좋아! 사격을 개시하라!”
사격개시 명령은 엉뚱하게 로키측에서 튀어나왔다. 신관들과 그들에게 보호받는 적들에 대해서 소총은 그다지 쓸만한 공격이 못되기 때문에 오히려 프레이야측은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로키 측에도 의외로 많은 총기가 흘러들어간 탓인지 꽤 많은 병사들이 AK를 들고 있었다.
수많은 돌격소총 덕택에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하지만 프레이야 측도 총알 공격에 대비가 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플라스틱 방패와 플라스틱 갑옷을 갖추고 있었는데, 가벼울 뿐만 아니라 성직자들의 지원 속에서는 제법 강력한 힘까지 발휘하고 있었다.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전진하자, 로키 측도 사격 중지 명령을 내렸다.
검과 창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검과 창을 들고 공격에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프레이야측 진형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이 있었다.
바로 닭들이었다.
프레이가 공들여 만든 테이밍용 몬스터 ‘닭수리 오형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닭을 테이밍시켜달라는 요청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닭은 펫은 될 수 있어도 테이밍용 몬스터로는 될 수 없었다. 그리고 펫은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프레이는 시스템을 한참동안 주물러서 테이밍용 몬스터 ‘닭수리 오형제’를 만들었다.
닭 다섯마리가 합체해서 인간형 몬스터로 변신하게 만든 것이었다.
등장한 몸을 보면서 ‘저게 뭐냐. 닭트론이냐!’라는 비아냥과 비난 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염원하던 닭의 테이밍화가 성공했다고 기뻐하는 소리도 적지 않았다.
인간형 몬스터로서는 그다지 디자인이 좋은 편은 아니었고, 합체하면 멋진 닭트론이 아니라, 닭털 괴인이 되어버리는 터라 디자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닭을 한마리도 아니고 다섯마리나 테이밍 가능하다는 것에서 사람들은 매력을 느꼈다.
“왠 닭들이?”
“닭은 무시하고, 적을 쳐라!”
“아악! 눈 조심해! 눈만 조심하면 별 것 아니다!”
로키의 지휘관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명령을 내렸다. 실제로 게임용 닭들이라 실제 닭들보다 세배 이상 강하고 전투용 AI덕택에 뛰어난 몸놀림을 보였다. 하지만 적들 역시 신관들의 버프를 충실히 받은 이들이었다.
눈 같은 부위를 제외하면 조금 사나운 닭들이 쪼는 것은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닭들이 입고있는 옷에는 주의를 할 필요가 있었다.
“닭폭탄 점화!”
지휘관의 지시에 게임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던 리모콘의 버튼을 점화하자 적들 사이를 누비며 이곳저곳을 쪼아대던 닭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일반 닭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짊어진 폭약의 양이 적지 않았다. 아무리 신관들의 버프를 받고 있다고 해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독오른 닭들은 적을 쪼기 위해, 아주 지근거리에 접근해 있었기 때문에 더 치명적이었다. 닭들이 주로 노린 곳은 얼굴, 목, 그리고 사타구니 근처였고 폭발도 바로 그곳에서 일어났다.
“왠지 배가 고파지는 이름이로군요.”
“그래. 점심 식사는 닭볶음탕으로 할까?”
전황은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몬스터 리젠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지만, 리젠된 닭들에게는 당연히 폭탄조끼가 없기 때문에 여러 번 쓰기는 어려운 전술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박호철의 능력도 기여했다. 닭들을 어디로 보내서 분산시킬지를 각자에게 지시해 준 것이 큰 기여를 한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벌써 꼬이기 시작하는군.”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것치고는 시야가 지나치게 좁습니다.”
“파탄나는 리듬액션을 보는 것 같아.”
조제성의 말에 장수한은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듬액션 게임은 처음에는 대부분 순조롭지만, 한두번 실수를 하면 손이 꼬이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죄다 파탄나는 경우가 많았다.
호철의 컨트롤이 그처럼, 파탄이 나기 시작하자 오히려 아군을 혼란시키기 시작했고, 그는 마고의 손에 이끌려서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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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이 순조롭게 굴베이그 여신을 탈취할 모양입니다.”
[재밌는 발상이군. 닭들에게 폭탄을 짊어지게 하다니. 그건 그렇고 저 닭들은 대체 무슨 품종이길래 저렇게 용맹한 건지 모르겠는걸.]
로키는 여유롭게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닭들을 이용해서 폭탄을 쓴 것은 의외였지만, 나름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는 몬스터를 설계하고 제조해 내는 능력자이기도 했다.
[고슴도치형 몬스터나 두더지형 몬스터에게 폭탄을 삼키게 해서 폭발시키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군.]
오크들의 특기역시 몬스터 테이밍이었다. 그런 만큼, 전장에 특화된 몬스터들을 대량 배치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준비는 되어 있겠지?]
“예. 에인페리아 트로코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반족이 만들어낸 저 여신의 ‘신체(神體)’가 죽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가 되는군. 마수의 몸이 죽을 때도 꽤 큰 반동이 오는데 말이지.]
실제로 요르문간드는 마수의 머리가 거북 전차의 자폭으로 폭발하면서 꽤 큰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영체가 흩어져서 제대로 된 사고를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노이즈라고 해야할지, 정신 집중이 안되는 극히 산만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환각제에 취해서 정보를 정리하고 통합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상태였다.
[덜컥 죽어서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신체의 능력이 워낙 뛰어난 만큼, 반동도 클 것은 틀림없습니다.”
신관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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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의 에인페리아들은 오크족의 강화된 육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몬스터의 육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몬스터라고 해도 완전한 야수형 몬스터보다는 그래도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진 몬스터를 사용했다.
트로코는 카멜레온 리저드맨이라는 몬스터의 육체를 가진 에인페리아였다. 타고난 저격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완벽하게 몸을 감추고 적을 노릴 수 있으며 어떤 종족도 그를 쉽게 탐지할 수 없었다. 적외선 시야를 가진 종족들도 변온동물의 몸을 가진 그를 탐지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무기는 가장 강력한 아티팩트중 하나였다.
바로 ‘소멸’이라는 이름의 화살이었다. 일회용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화살인 만큼, 활에 놓고 적을 노려서 쏘아진다는 조건을 갖춰야 발동되지만, 일단 발사되면 그 상대는 어떤 존재이건 죽음, 아니 소멸을 당한다는 특성이 있었다.
로키가 가진 말도 안되는 무기이지만, 발동 조건의 제한은 꽤 큰 편이었다. 우선 활의 사정거리를 벗어난 존재는 노릴 수 없으며, 활로 노릴 수 없는 존재, 곧 영체는 노릴 수 없었다.
‘슬슬 나오겠군.’
그가 노리는 것은 바로 굴베이그가 구출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취약한 순간이기도 했다. 거북전차를 통째로 움직이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오크족들은 거북전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주변을 건물로 굳혀 놓은 상태였다. 거북전차의 등판 능력이 딸리기 때문에 거북전차를 끌어내는 것은 고작 몇대의 리베로로는 불가능했다.
‘열렸다.’
그의 두 눈이 굴베이그의 존재를 포착하고 활을 당겼다. 쏘아지는 순간 굴베이그는 소멸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꾸에엑!”
그리고 활을 놓으려는 순간 그는 묘한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리베로에게 밟혀 죽었다.
“역시 있었군.”
딸신, 막타의 제왕, 뒷통수의 신이라고 불리운 제준의 리베로였다.
그의 주특기 게임은 바로 FPS였다. 그는 이능 각성 후에도, 자신의 이능을 눈치 못챈 드물지 않은 케이스였다.
그의 특기는 뒤치기였다. 특히 저격수나 돌격대의 뒤로 돌아가서 칼로 목따기는 그의 장기였다.
이능이 그쪽으로 각성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원래 그쪽으로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보니 이능이 각성한 다음에도 ‘왠지 요즘 운이 좋은데’라는 생각만 하게 된 것이었다.
“그럼 다른 놈들을 찾아 볼까.”
제준은 다시 빠르게 움직였다. 아티팩트 ‘소멸’은 채 활시위를 떠나지 못하고 소멸의 운명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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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로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는 줄창 FPS만 했다고 하더군.”
“확실히 리베로 리거로서는 AOS 플레이어보다는 FPS 플레이어가 어울리기는 하지요. 생각보다 빠르게 활약하는 것 같습니다.”
“위험감지 이능은 전투에 쓸모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 녀석의 이능은 단순히 위험을 감지하는게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데 중점이 맞춰져있지. 보통 게임이라는게 그렇지 않나. 안죽는것보다는 많이 죽이는게 중요하지.”
제준은 FPS프로게이머였다. 리베로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지금까지 많은 전투 경험 덕분이었다. 그는 FPS를 플레이하는 감각으로 리베로를 조종했다.
FPS 캐릭터로서 프로나는 근접전투 능력이 뛰어나고 사격능력도 떨어지지 않는 편이라 뒤치기 전문의 제준에게 딱 맞는 느낌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었다.
리베로를 자기 몸처럼 조종하는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오히려 정령이 조종하는 리베로에 특화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쓸모있는 녀석을 건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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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힘들군.”
연하의 지원 사격하에 싸웠다고는 하지만 원기와 희연, 카즈키는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로키의 성역 버프는 상당히 강력했고 오크라는 종족 자체가 신체 능력은 인간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외공의 달인이자 권법의 달인 같은 느낌의 신관들을 상대하는 것은 말그대로 소림사 고수들과 육박전을 벌이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머리라는 점도 닮았군.’
오크는 털없는 고릴라를 연상시키는 외견을 가지고 잇었다. 피부색은 진한 갈색인데, 위장용인지 녹색의 전투화장을 즐겨했고 털가죽도 녹색으로 물들인 것들을 사용했다.
희연의 무기 사랑에는 썩썩 썰려나갔지만, 카즈키의 엑스칼리버에는 꽤 잘 버티는 편이라, 사복검도 그다지 활약하지 못했다.
“이번 전투는 무효야.”
카즈키는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지만, 희연은 내기는 커녕 승부도 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쿨하게 무시했다.
거북 전차의 금고스러운 문이 복잡한 작동 끝에 열리자, 오사카 마린이 먼저 주위를 살피며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굴베이그가 안에서 나왔다.
“재밌었는지 모르겠네. 내가 좋아하던 게임들 넣어놨는데.”
중요한 정보는 공유하지만, 기억들의 다수를 삭제하면서 유아화를 거쳤다. 원기는 기억이 지워졌다면 좋아했던 게임 다시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자기가 좋아하던 싱글 게임들을 다수 준비해 뒀었다.
원기가 어색하게 미소지었지만, 굴베이그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마치 통곡을 하는 듯 싶었다.
[빌어먹을. 네 놈, 굴베이그를 버릴 생각이었지?]
나이트 굴베이그가 반투명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며, 원기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말했다.
[그러지마. 프레이야님은 당연한 선택을 한거야. 굴베이그를 위해서 다수를 희생할 수는 없는거니까.]
비숍 굴베이그 역시 나타나서 말했다. 굴베이그들은 원기에게서 태어난 존재라서, 원기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다.
이성적인 비숍은 원기에게 동의했지만, 굴베이그의 안전만을 우선하는 나이트가 원기에게 반감을 드러낸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원기의 목을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굴베이그를 보면서, 원기는 그저 분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굴베이그가 자신과는 별개의 인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실제로 원기는 굴베이그를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자신의 분신 때문에 자기를 따르는 이들을 희생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굴베이그는 체념하면서도 불안에 떨었을 터였다. 그러면서도 멀린을 위해서 의연한 태도를 취한 것이었다.
“미안하다. 미안해.”
원기는 그렇게 등을 두드리며 굴베이그를 안고 빠르게 후퇴했다. 그녀를 위해 새로운 거북 전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철수 하면서 굴베이그가 두달간 갇혀있던 거북 전차가 폭발하며 요새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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