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잊혀진 신의 세계-355화 (355/497)

355화 빛과 그림자

토르에게 파병할 병력, 곧 게임 캐릭터들의 인선이 결정되었다. 동접자의 수는 시간대에 따라서 들쭉날쭉한 편이라, 안정적인 유지는 접속자의 수가 적은 시간에 맞출 필요가 있었다.

계산 상으로는 총 120명의 게임 캐릭터가 장기간 활용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아직도 변동중이긴 합니다만, 시간대에 따라서 약 백여명정도를 더 실체화 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짧은 시간 투입하고 복귀시켜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그렇군요. 굴베이그, 너도 함께 가도록 하자.”

“예. 그럴께요.”

굴베이그는 조용히 말했다. 원기에게 승희 말고는 의지할 데가 없었던 것처럼, 굴베이그는 원기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응석을 부리고 싶지만, 그것을 참는 그런 모습이 원기에게는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임 캐릭터라면 연령은 적절한 연령으로 맞추면 되었다. 그리고 나이트의 전투 능력은 희연과 카즈키 수준은 아니지만 원기에 준하는 수준은 되었다.

“일단, 희연양에게 부탁할 일도 있고 해서, 출전은 약 보름 후가 될 겁니다. 그러니, 그동안 적당히 휴식을 취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원기님의 본체는 스케쥴을 비워두었습니다. 조만간 영화 촬영에 들어갈 테니 부디 상처에는 주의해 주십시오.”

“영화 촬영입니까? 어떤 영화지요?”

“멜로 영화입니다. 주연은 연하양이 되겠군요.”

원기는 멜로 영화에 자신과 연하가 주연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짝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진한 애정 표현들이 스크린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당황스럽기도 했다.

자신의 본체가 부럽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차마 직접 찍게 해달라는 소리는 할 수 없었다.

주된 촬영 스텝들은 엘프, 혹은 엘프의 육체를 사용하는 발키리들로 이뤄져 있었다. 그들은 날렵하고 성실한 일꾼이면서 동시에 보디가드로서도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희연과 연하도 그렇지만, 원기의 본체는 절대적으로 사수해야 할 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연하가 멜로 영화라니 좀 의외로군요. 아이돌 가수 아니었나요?”

“이제 아이돌 이미지를 어느정도 탈피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카즈키양도 있고 말이지요.”

카즈키는 희연이나 연하보다 연상이었지만, 에인페리아의 육체는 십대 소녀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연하를 이은 아이돌로 키워볼 예정인 듯 싶었다.

“일본 시장에 역수출이라고 할까,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서 좋은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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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조가! 징조가 떴습니다!”

현자회는 붕괴된 듯 보였지만, 붕괴되었다기보다는 분열되었다. 그리고 분열된 현자회들은 각자의 길로 나아갔다.

일부는 각 국가의 그림자로서 초능력을 연구하는 역할을 했고, 또 일부는 리베로의 대두와 함께 인간의 영혼을 컴퓨터로 만드는 기술을 추구했다.

그리고 여전히 기득권자들의 영생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도 있었다.

바토리의 욕조는 그런 이들에게 남아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영생을 원하는 독재자를 위해, 피의 음료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프레이야가 등장하면서, 초능력자들이 다수 등장했지만 그 중 상당수는 바니걸 통신을 접하면서 변했다.

그들은 과욕을 부리지 않았고,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여신을 위해서 움직이기를 원했다. 여신을 위해선 학살도 꺼리지 않으나, 평화로운 생활에 만족해서 스스로는 잘 움직이려고 들지 않았다.

각 국가들은 프레이야를 통해 초능력자들이 통제되는 것을 반갑게 여기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의도대로 조종할 수 없는 것을 불만스럽게 여겼다.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초능력자들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사소한 것에 만족하고 평화로운 이들을 조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족을 위협해서 협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프레이야가 자신의 추종자들을 아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었다.

그래서 프레이야 휘하에 있는 능력자들을 ‘거세 능력자’라고 불렀다.

마치 수고양이나 수퇘지가 거세당하면 얌전해지듯이 얌전하고 쓰잘데 없어진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문제는 바로 이 ‘거세’에 있었다.

일단 바니걸 통신을 접한 사람들은 스스로는 극히 만족하고 평화롭고 행복해진다고 할 수 있지만, 외부 사람이 보기에는 뭔가 마약에라도 중독된 듯이 사람이 확 변하는 느낌을 주었다.

적어도 진정제나 수면제를 맞고는 ‘세상 만사 다 귀찮아. 좋은게 좋은거지’라고 뻗은 것처럼 보였다.

욕망에 물들어 살아온 탐욕스러운 부패 권력자들에게 이것은 말 그대로 ‘거세’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프레이야의 힘으로 병이 낫거나 젊음을 되찾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자회의 잔당들을 후원했다.

그들만이 오직 탐욕스러운 인간들을 탐욕스러운 상태 그대로 영구히 살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었다.

진짜 탐욕스러운 자들은 자신들이 착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헬 여신님이 다시 메시지를 보내 주시는 건가?”

현자회의 후예이자 연금술사인 디베인은 감격스러운 듯 온몸을 떨며 기쁨에 잠겼다. 프레이야가 아닌 헬 여신만이 그들의 욕망을 알아주고 채워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헬 여신님의 사자, 발키리이다.]

디베인의 앞에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한 발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은 극히 아름답지만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여기 헬 여신님의 종복 디베인이 있나이다.”

디베인은 황급히 늙은 육신을 땅바닥에 깔듯이 부복했다. 그의 제자들도 황급히 부복했다.

[여신님의 메시지를 전하겠다. 생명력이 충만한 피를 여신님께 바쳐라. 그러면 생명을 얻을 것이다. 그 대가로 너희는 여신님의 축복을 받을 것이다. 저주받은 피를 바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다.]

“저주받은 피란 어떤 것입니까?”

디베인은 피를 바치라는 말에 기뻐하다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명력이 충만한 피라는 말에 어린아이를 바치면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저주받은 피라는 말에는 좀 당혹스러웠다.

발키리는 지그시 그를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좋다. 설명해 주지. 생명력이 충만한 자는 욕망에 충만한 자다. 자신을 위해서 남을 희생시키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자를 말한다. 자발적으로 싸우는 자가 아니면 여신님께서는 기뻐하시지 않는다. 여신님이 기뻐할 만한 제물을 바쳐라. 싸우지 않는자, 남을 해치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아 마땅한 자. 그들은 여신님의 지옥에 떨어질 것이고, 그런 저주받을 자들을 바치는 자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북구 신화에 대해 해박한 현자회의 인물들이 발키리의 말 뜻을 못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실수할 뻔 했군. 묻길 잘했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싸우지 않는 자는 지옥에 떨어질 죄인이요, 전장의 학살자들이 용사로서 천국에 올라갈 수 있었다.

‘자발적인 살인자라, 그렇다면 명령대로 움직이는 군인은 무리겠군.’

디베인은 발키리가 떠난 후, 생각에 잠겼다. 바토리의 욕조를 통해서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면 영생을 얻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발키리가 준 신성력의 결정은 실제로 그의 활기를 되찾아 주었다.

삼십년은 젊어진 듯, 활기와 정력이 돌아왔다.

‘범죄자들을 제물로 바치는 것은 어렵지 않지. 행방물명되도 찾는 놈도 없을테고.’

디베인은 탐욕스러운 이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고객들 중 상당수가 해당되지만, 고객이 아닌 이들도 많았다. 그들을 제거해 준다면, 기뻐할 고객들도 많았다.

‘좋아. 내가 헬 여신님의 제 1 사도가 되어 이 세상에 군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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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지 않군요.”

헬 여신의 아바타의 모습을 한 희연은 조제성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불만을 표시했다. 조제성도 그녀의 그런 기분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프레이야님의 신자는 늘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어쩔 수 없다. 네가 이해해라.”

“그래. 그리고 이 이독제독 덱스터 작전은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을거다. 덱스터처럼 정의의 사도가 탄생하는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덱스터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만.”

조제성은 장수한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십수년 전에 인기를 끈 살인자만을 죽이는 사이코 패스가 등장하는 드라마는 꽤 유명했다.

“라토리의 욕조 말고도 헬 여신의 유물은 여러 개 있다. 다음은 욕망의 거울이 좋겠구나.”

“발키리 카즈키. 욕망의 거울을 찾아라.”

희연이 말하자, 조금 전의 발키리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린 다음 모습을 감추었다.

희연이 최초로 만든 발키리는 아름다우면서 얄미운 존재로 설정되었고, 그러다보니 떠오른 것이 카즈키였다. 카즈키는 그 사실을 알고는 오히려 즐거워했다.

희연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는 동시에, 그녀에게 질투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일생의 라이벌인 희연에게 그저 신뢰만 받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자신을 경쟁자로 인정하고 지기 싫어하는 마음을 갖기를 원했다.

그 증거가 발키리 카즈키라고도 할 수 있었다.

“좋아. 헬의 교세를 늘이고, 신성력을 모은다. 선량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고, 악인들끼리 서로 잡아먹게 만드는거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꼬투리를 잡지는 못할 거다.”

조제성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프레이야 여신의 신자를 늘일 수 없으면, 헬의 신자를 늘이면 되는 거였다.

현자회와 프레이야 교단이 목숨을 걸고 대립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헬의 신도들과 프레이야의 연결 고리에 대해 알고있는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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